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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시스템1인가 시스템2인가
[정혁준의 바보야, 문제는 돈이야!]
[122호] 2020년 06월 01일 (월) 정혁준 june@hani.co.kr
   
▲ 2020년 2월27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취재진 대면 없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유튜브로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를 했다. 연합뉴스

유튜브 동영상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중간중간 불쑥불쑥 나오는 광고가 성가시다.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볼 때 다른 애플리케이션(앱)을 쓰면 유튜브는 알아서 꺼져버린다. 팟캐스트 팟빵처럼 다른 사이트를 보면서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꽤 있다.
그런 사람에게 딱 맞는 서비스가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이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다. 돈을 내야 한다. 안드로이드 휴대전화는 월 7900원(부가세 포함 8690원), 아이폰은 1만1500원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유튜브 콘텐츠를 볼 때 광고가 나오지 않는다. 다른 앱을 켜놓아도 유튜브가 꺼지지 않는다. ‘광고를 피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유튜브의 돈 벌기 정책인 셈이다.
이런 서비스는 한 달 동안 무료로 맛보게 해준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한 달만 공짜로 쓰겠다고 가입하는 순간, 두 달째부터 돈을 내고 쓸 확률이 높다. 한 달 뒤 신용카드 자동 결제를 해지하는 게 귀찮거나 까먹어서 그럴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누린 서비스를 못 받게 된다는 생각에 돈을 내고 쓰는 일이 많다. 서비스를 받은 뒤 그 가치를 이전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다. 많은 사람이 한번 서비스나 제품을 쓰면 그 서비스와 제품을 자기 소유로 인식해 계속 쓰길 원한다. 소유 효과는 행동경제학으로 알려진 개념이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자이자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이 발전시킨 이론이다.

도마뱀 뇌과 이성적인 뇌
행동경제학은 고전경제학과 달리 경제주체가 온전히 합리적이지 않기에 어림짐작과 편향을 보인다는 가설에 맞춰 실험으로 증명했다. 이성적인 경제주체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고전경제학 이론과 180도 달랐다. 30년 전에 나온 행동경제학이 300년 전에 나온 고전경제학이 세운 근본 틀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강요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자연스레 선택을 이끄는 넛지(Nudge)를 소개한 리처드 세일러 역시 행동경제학을 연구해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행동경제학이라는 문을 연 카너먼은 자신이 쓴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이 선택과 판단을 할 때 두 가지 시스템으로 결정한다고 했다. 시스템1은 빠르고 저절로 작동한다. 직관적이다. 화내며 찡그리는 얼굴 사진을 본 순간, 사진 속의 사람이 곧 거친 말을 쏟아낼 거라고 판단하는 게 시스템1이다. 시스템1은 파충류 도마뱀에도 있다. 시스템2는 느리지만 의식적으로 작동한다. 이성적이다. ‘123×456’ 같은 곱셈 문제를 풀 때 학교에서 배운 곱셈 과정을 끄집어내야 한다. 어렵게 문제를 풀지 그냥 포기할지 생각해본다. 이런 생각이 시스템2다.
많은 사람이 물건을 고를 때, 이성을 만날 때, 일할 때 매번 시스템1과 시스템2가 충돌한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이 시스템2로 판단한다고 여긴다. 인간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한다고 여기기에 그렇다. 대표적인 게 고전경제학자다. 그들은 시장에서 경제주체는 언제나 합리적인 생각과 결정을 한다는 가정으로 경제모델을 분석했다.
과연 그럴까? 문제를 풀어보자. 당신은 1번과 2번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1. 90만원을 받는다.
2. 100만원을 받지만, 확률은 90%다.
대부분은 1을 선택한다. 2는 많은 금액이지만 하나도 못 받을 확률이 10%나 되기 때문이다. 고전경제학이 강조해온 ‘기대효용이론’(Expected Utility Theory)을 대변하는 문제다. 스위스 물리학자 다니엘 베르누이가 1730년께 내놓은 이 이론은 불확실하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효용을 극대화하는 게 핵심이다. 앞 실험에서 보면 효용(90만원)이 같을 때 사람은 위험을 회피하는 1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어떨까?
1. 내가 가진 100만원 가운데 무조건 90만원을 잃는다.
2. 내가 가진 100만원 가운데 90% 확률로 잃는다.
이번에도 효용(마이너스 90만원)은 같다. 효용이론대로 위험을 회피하는 선택을 했을까? 반대다. 2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1번은 어쨌든 10만원을 건질 수 있지만, 2번은 100만원 모두를 날릴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10원도 잃지 않는 확률 10%에 모험을 건다. 효용이 같더라도 위험 회피가 아닌 위험 추구를 선택한 것이다.

행동경제학을 어떻게 활용할까
카너먼은 이런 실험을 거쳐 행동경제학의 대표 이론인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을 내놓았다. 사람은 이익보다 손해에 더 민감(보유 효과)하고, 이익과 손해는 기준점으로 평가(앵커링 효과)하며, 이익보다 손해에 더 민감(손실 회피 효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모두 시스템1과 연관돼 있다.
예를 들어 손실 회피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내가 산 주식 가격이 내려갈 땐 손해를 안 보려고 물타기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보유 효과도 마찬가지다. 주가 상승기 때 내 주식을 과대평가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팔지 않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다.
시스템2로 생각하면 이런 체계적인 오류를 막을 수 있는데, 인간은 왜 시스템2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진화와 뇌과학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오랜 기간 인간은 다음 끼니로 먹을 게 있을지 걱정하며 살았다. 우리 뇌세포는 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도 못 미치지만 열량은 20%를 쓴다. 이런 뇌는 끼니를 찾을 수 없을 때를 대비해 항상 열량을 절약해야만 했다. 그렇게 인간은 열량을 아끼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래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도마뱀 뇌 같은 시스템1이 먼저 나서는 이유다.
그렇다면 행동경제학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선택을 한다. 휴대전화를 사거나, 주식을 하거나, 집을 사거나 할 때 어렵고 까다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중요한 선택일수록 이익을 얻을 기회와 손해를 볼 위험이 뒤섞여 있다. 그때마다 우리가 시스템1과 시스템2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그 선택 폭도 넓어질 것이다.

* 몇 해 전 나온 ‘청소년 반부패인식지수’에서 중고생 18%가 “10년 감옥 사는 한이 있어도 10억원을 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답해 논란이 됐다. 돈을 향한 비뚤어진 가치관은 ‘물신주의’를 향해 내달리는 우리 사회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매일 돈과 관련한 정보가 쏟아지지만, 정작 돈과 우리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에는 익숙지 않다. ‘바보야, 문제는 돈이야!’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의 주인’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독자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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