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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코로나 이후 세계는?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21호] 2020년 05월 01일 (금) 조계완 kyewan@hani.co.kr
   
▲ 2020년 4월3일 중국 후베이 우한 톈허국제공항에서 방역 담당자가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국제부에 근무하던 새해 벽두 1월2일 아침, 중국 베이징 특파원이 보내온 현장보고에 후베이성 우한에서 원인 모를 폐렴환자 27명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페스트>(알베르 카뮈)의 역병 연대기는 건물 층계 한복판에 죽어 있는 쥐 한 마리를 목격하면서 시작되지만, 이 현장보고가 긴급 타전 ‘1보’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또 사스인가? 단순 유행성 폐렴인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신문 지면 귀퉁이에 작은 기사로 배치됐다.
이어 1월6일 아침에 날아온 베이징 보고에서는 “감염자 59명으로 확산, 방역 당국 긴장 고조”로 바뀌어 있었다. 정체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나서 1월23일 아침, 불시에 ‘우한 도시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80~100나노미터(nm) 초미세 바이러스 입자는 온 세상을 삼켜버렸다.
방역 의료와 여행·관광 문화는 물론 경제·기업·산업·스포츠·정치·교육까지 모든 것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될 것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작가 프란체스카 멜란드리가 3월2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쓴 기고문 ‘이탈리아에서 영국에 부친 편지’는 감성적인 문체로 코로나19 시대의 세상 풍경을 예리하게 전한다.

“(집 안에 갇힌 채) 조지 오웰, 토머스 홉스를 인용하면서 민주주의를 생각해볼지 모르지만 먹고사는 문제에 정신없다보니 이내 곧 잊어버릴 것이다. …평소에 전능한 것처럼 보였던 지식인 논평가들의 명석한 말도 갑자기 ‘연민과 동정심’이 빠진 얼토당토않은 것으로 들리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듣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에 그동안 당신이 무관심했던 이들이 이제는 관대하고 믿을 만하고 쓸모 있고 통찰력을 가진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이 모든 혼돈이 끝난 뒤 세계는 지금과 절대 같지 않을 것이다.”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는 3월20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계’에서 인류사적 관점으로 “이번 코로나19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 우리가 사는 지구 행성은 다른 어떤 종류로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바이러스와 달리, 우리 인류는 ‘연대와 공유’라는 능력이 있다. 인류는 여전히 살아남아 삶을 지속할 것이다. 역사상 모든 위기는 현재 당면한 인류의 문제를 교정할 기회를 제공해왔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인류만이 가진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앞세워 과연 어떤 세계를 구축할 것인가?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예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주카토 영국 런던대학 교수는 3월30일 기고 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칼럼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바주카포’ 퍼붓기로 상징되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과 각국 국내총생산의 10~15%에 이르는 전례 없는 글로벌 경기부양책을 두고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경제회복’ 목표 아래 수립·처방돼야 한다”고 말한다. ‘블랙스완’ 코로나19 출몰이 오히려 소득과 고용의 불평등 심화 같은 시장경제 시스템 문제를 교정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뜻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각국 정책 당국이 막대한 규모로 쏟아부은 금융과 실물 부문 회생자금은 사후적으로 볼 때, 개별 자본소유 분파의 수익·이윤 추구 편향을 통제하지 못한 채 기업·주주의 급성장만 도운 격으로 판명됐다. 경제·산업의 공생·공정 생태계와 역동적 활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좋은 투자’는 실종됐고, 노동에 돌아가는 배분은 악화됐다. 코로나19 돈 퍼붓기가 경제와 ‘사회’를 함께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온갖 사회경제 위기가 엄습하는 우울한 신세계를 목격할 것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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