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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성장’ 공정경쟁 필요한 때
[COVER STORY] 한국경제,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③
[121호] 2020년 05월 01일 (금) 강철규 ckkang97@gmail.com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이 2020년 1월6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계 기업딜리버리히어로(DH)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 심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지난 10년 동안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이 지속해서 하락했지만 매년 2~3% 성장으로 국민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대에서 3만달러대로 높아졌다. 평균소득으로 보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생활수준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다만 개발연대의 고도성장을 그리워하는 성장지상주의 눈에는 성장률이 추락하는 한국경제가 위기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선진화될수록 1~3%대 저성장 기조는 궤도에서 벗어난 게 아니다. 문제는 성장의 내용이다. 전통 주력산업이 계속 쇠락해 성장이 멈출 것인가, 신산업 도입으로 반등할 것인가 갈림길에 서 있다.
필자가 중시하는 다른 하나는, 평균소득이 높아진 만큼 국민의 자유가 늘어났느냐다. 실제 지난 10년간 소득과 부의 양극화가 심화했고 이에 따른 신분 격차가 굳어지면서 다수 국민의 경제적 자유는 오히려 위축됐다. 양극화 속도는 10년 사이 빠르게 늘어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0년 36%에서 2012년 44.9%, 2017년에는 50.7%로 높아졌다. 프랑스와 스웨덴 등의 30%대나 일본(42%)보다 매우 높다.

지난 10년, 양극화 확대와 자유 위축
소수 고소득자의 자유는 늘어도 다수 국민의 자유는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산업별로 보면 일부 성공한 대기업에 비해 중소 독립기업과 자영업자는 어렵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어렵다. 누가 돈과 정보를 소유하느냐에 따라 누리는 자유의 격차가 확대된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복지의료제도 확대 등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나 행정 미숙과 전환의 갈등 등으로 아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필자는 10년 전 평가 기준으로 ‘생명 존중, 자유 확대, 신뢰 구축’이라는 3대 가치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발전이라고 정의했다. 인간 중심 경제가 이를 가능케 한다고 했는데, 앞에서 본 것같이 경제적 자유 실현 면에서 평균소득은 올랐어도 양극화 심화로 자유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건과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사태를 겪으면서 생명의 안전과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모든 생명이 평등하게 존중돼야 한다는 국민의식이 한 단계 높아졌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실질적으로 존중되려면 신분 격차가 사라지고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촛불혁명(2016)으로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그리고 과거 권력 독점이 만들어낸 적폐를 청산하면서 국민의 정치적 자유는 향상됐으나, 기득권 간의 갈등과 대결은 더욱 심해졌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지표를 보면, 참여정부 때 세계 30위로 높았던 언론자유 지수는 박근혜 정부 때 70위로 추락했다가, 2019년 41위로 나아졌다.
그러나 정치사회적 갈등에서 기득권을 쟁취하기 위한 가짜뉴스가 퍼지고 댓글 조작이 넘치는 등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 신뢰를 해치는 사례도 늘어났다. 이는 사회 구성원의 자유와 행복지수를 떨어뜨린다. 현 정부 들어 신뢰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찰·사법 등 제도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 권력 독점을 견제하고 공정한 법치질서를 세우기 위한 노력으로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10년, ‘인간 중심 경제’ 해결
한국경제가 생명·자유·신뢰를 존중하는 인간 중심 경제로 나아가려면 몇 가지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먼저 경제적으로 시급한 산업 구조조정을 원만하게 해야 한다. 전통산업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산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우리 산업은 2010년부터 산업화 시대의 주력산업이 성숙 또는 쇠퇴하는 구조조정기에 들어섰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정보통신 혁명, 생명공학 등 새로운 산업과 이에 잘 융합하는 산업은 건재하지만 그렇지 못한 산업은 후발국 추격으로 고전하고 있다.
신기술 산업 도입, 기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스마트화를 위해 자본과 인력이 신산업 분야에 잘 배분되고 새 기술에 도전하는 인력 교육과 지원, 그리고 창의적 노력과 성과에 철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낡은 규제를 풀고 기존 독점의 배타적 남용이나 착취를 강력히 막아 벤처 등 새로운 중소기업이 활발히 창업하고 도전하도록 해야 한다. 신산업을 위한 규제 개혁과 공정경쟁이 긴요할 때다.
새로운 신분제를 만드는 양극화는 역사를 후퇴시킬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확대된 소득과 부의 격차는 사회 구성원의 갈등과 대립을 격화하고 협력과 공감의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을 막는다. 다시 말해 인간 중심 시장경제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다. 이를 해결하는 데는 복지제도나 임금 인상 등도 중요하지만, 벤처 중소기업 등 고용을 늘리는 미래 산업의 활발한 등장이 필수다. 이는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권력 독점과 경제 독점이 완화돼야 가능하다. 권력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구축하고 경제 독과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를 더욱 확실하게 실현해야 한다.
한 가지 희망은 앞으로 10년 동안 한반도를 통합하는 ‘한반도 경제’가 빛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미래에 하나의 돌파구가 생긴다. 점차 하락해 1%대로 가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인구와 자원의 증가와 이의 생산적 사용으로 높일 수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남북 경제 교류가 활발해져 한반도 경제가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생명·자유·신뢰의 가치를 실현하는 인간 중심 시장경제는 신산업 도입과 공정경쟁, 그리고 양극화 해소에 달렸다고 하겠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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