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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대기업, 성장기업을 키워라
[COVER STORY] 한국경제,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⑤
[121호] 2020년 05월 01일 (금) 이종우 a9701286@naver.com

 이종우 IM투자증권 센터장

   
▲ 2019년 10월8일 서울 강남코엑스에서 ‘산업부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협약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포스코 62만5천원, 현대차 27만2천원, LG전자 12만6천원’.
지난 10년 새 한국 대표 기업의 주가 최고치 기록이다. 지금은 최고치 대비 50~70% 가까이 하락한 18만원, 10만원, 5만5천원에 머물고 있다. 실적은 주가만큼 나쁘지 않았다. 포스코 영업이익이 10년 전과 비슷한 5조원대고, LG전자도 3조원 정도 된다. 현대자동차만 6조원에서 3조6천억원으로 줄었다. 현대차를 제외하고 이익이 안정적이었음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왜 나왔을까? 10년 새 한국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후장대 기업 평가가 달라졌다. 일정 수준 매출과 이익을 유지할 뿐 성장을 기대하긴 힘든 존재가 됐다. 그래서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도 미래 가치가 낮아져 주가가 내려갔다.

지난 10년, 중후장대 산업의 성장성 악화
이런 취약성은 몇몇 대표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조선·화학·철강 등 주축 산업 대부분이 겪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조선업 불황이 끝났으니 이제부터 수주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나 자동차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에 기록한 최고 기록을 넘지 못하면서 업황 회복이 흐지부지 끝나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경제 전체로 이들이 만든 공간을 메우기 위해 새 성장동력이 필요했는데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성장성 약화에 비례해 기업의 비용 절감 욕구는 더 커졌다.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한국의 분배 구조는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됐다. 인건비가 대표적인데 위기 극복 과정에 등장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이제는 구조적으로 굳어졌다.
하청 구조도 상황이 비슷하다. 대기업 이익이 늘어난 만큼 중소기업 이익이 늘어나지 않았는데 하청 가격 하락이 원인이었다. 비용 축소는 한계가 있는 일이다. 적정 수준의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이 필수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비용 절감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역할을 못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한국 기업은 뛰어난 성과를 거둔 만큼 많은 문제를 안게 됐다.
중후장대 산업의 역할이 줄어드는 동안 이를 보충해준 곳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네이버는 주가가 네 배 올라 시가총액 4위가 됐다. 10년 전에는 주식시장에 존재하지 않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시가총액 3위와 6위로 올랐다. 세 곳 모두 성장성이 뛰어난 인터넷과 바이오 산업 기업이다.
이를 보면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성장기업을 키워 이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라가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외환위기로 대기업 중심 발전 전략이 힘을 잃자, 정부가 벤처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택했고 때마침 세계에 정보기술(IT) 붐이 일어 인터넷과 IT 인프라 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2000년 IT 거품 붕괴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때 만들어진 IT 인프라와 기업 생태계가 지금도 한국이 IT 강국이 되는 토대가 됐다.
이번에는 4차 산업이 성장동력을 보충할 수 있는 곳이다. 4차 산업 핵심인 인공지능(AI), 3D 프린터, 자율주행, 로봇산업은 몇 년 전까지 관심을 모았다가 지금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4차 산업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서다. 그래도 이들의 성장성을 무시할 수 없다. IT 기반 4차 산업이 특히 중요한데, IT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바이오의 10배가 넘는다.
모험산업에 투자하려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새 기술을 개발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정부가 미래 산업을 정해 필요 자금을 지원해주고 기술 개발을 도와줬다. 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 지원은 미래 먹거리를 키우는 일인 만큼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

앞으로 10년, 모험기업 지원 나서야
모험기업이 돈을 모으는 과정은 전통기업과 다르다. 전통기업은 재무제표라는 성과 판단 기준이 있지만, 모험기업은 그런 기준이 없거나 약해 주가가 그 구실을 대신한다. 그래서 주가가 좋을 때는 필요 이상으로 돈이 모이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한 푼도 모으기 힘들어진다. 그만큼 상황이 어려울 때 기업이 도산해 개발하던 기술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모험기업이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는 데 대기업 역할이 필요하다. 기업은 그들이 성장해온 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사고와 행동이 그쪽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벤처로 대표되는 성장기업은 대기업과 다른 구조를 가졌다. 그쪽은 한국 대기업이 구사해온 추격자(fast follow)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소규모 시장을 만들고 시장 규모를 키우면서 기업이 성장하는 구조는 대기업이 겪어보지 않은 형태다.
따라서 이 판에 대기업이 뛰어들기보다 모험기업이 낸 아이디어에 자본을 제공하고 그 결실을 공유하는 형태가 필요하다. 그동안 벤처캐피털이 이 일을 전담해왔다. 대기업이 참여하면 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 대기업은 어느 경제주체보다 시장 상황을 잘 분석하고 많은 돈을 집행할 능력이 있다.
정부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정부가 전액 출연하거나 민간과 함께 펀드를 만들어 기업이 개발을 끝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 정책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가 영화산업이다. 정부가 주도해 자금을 모아 제작자에게 투자했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에서 자국 영화 점유율이 50%를 넘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됐다. 성공해서 투자 수익을 올리면 좋고, 그게 안 돼도 마중물 구실을 할 수 있다. 이런 창조적인 발상이 영화 <기생충>을 만들어내는 토대가 됐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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