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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도 ‘큰 정부’ 한목소리
[SPECIAL REPORT] 국가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121호] 2020년 05월 01일 (금) 질 라보 economyinsight@hani.co.kr

 질 라보 Gilles Raveaud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4월 프랑스 니스에 있는 피자 가게 주인이 배달 준비를 하면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책을 듣고 있다. REUTERS

현재 보건 위기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가 있다.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직업이 뭔지 되새기게 한 것이 첫 번째다. 주류 경제학자 생각이 바뀐다는 게 두 번째다. 침체한 경기를 끌어올리는 해법이 이전과는 다르다.

합리적 선택의 결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의 피에르올리비에 그랭샤, 에마뉘엘 사에즈, 가브리엘 주크만 교수는 이야기한다. 기업 파산, 장기 실업 같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이려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금 같은 위기에는 ‘큰 정부’야말로 모두에게 가장 좋다고. 정부가 재정을 줄이고 기업이 노동자를 내쫓는 건 모두에게 최악의 해결책이라고 말이다.
그랭샤 교수는 ‘팬데믹과 경기침체 곡선 평평하게 하기’라는 기사에서 의료체계가 환자를 무한정 감당할 수 없는 만큼, 하루 최대 수용 인원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이 발표한 대로 발병 곡선을 ‘평평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전 국민 이동제한’ 조처가 필요하다. 사람 간 바이러스 전이를 막음으로써 의료진 부담을 덜어주고, 생명을 살리는 최선의 조처다. 대만·싱가포르·중국 등에서 효과가 입증됐다고 그랭샤 교수는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코로나19 발병 곡선을 평평하게 하면 어쩔 수 없이 경기가 침체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동제한령이 떨어지고 경제가 ‘급정지’했다. 앞으로 겪을 충격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 강할 것이다. “미국에서 한 달 만에 8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위기가 정점을 찍었을 때도 대부분의 사람은 일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 최고 실업률은 ‘고작’ 10%였다. 반면 코로나19로 짧은 기간에 벌써 노동자 절반 이상이 일을 못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선 모두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미래가 불안한 소비자는 구매 욕구를 최대한 억누른다. 돈을 쓰고 싶어도 지금은 불가능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활동을 못하는 기업은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파산을 면하기 위해 직원을 해고할 것이다.
경제주체의 이런 선택이 경제에 치명적일 거란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비합리적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주머니를 닫고 노동자를 내보내는 건 현재 소비자와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이며, 외려 당연하다.
이런 ‘합리적 선택’의 끝은 참혹하다. 그 끝을 안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1936년 대공황 때도 개인이 합리적 판단을 할수록 공동체가 무너졌다. 그 모순을 한가운데서 목도한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새 해법을 제시했다. 약 1세기가 지난 바로 지금, (그때는 외면받았던) ‘케인스 혁명’을 실천할 때다.

   
 

평평한 경기침체 곡선
발병 곡선처럼, 경기침체 곡선도 납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프랑스 경제는 곤두박질칠 것이다. 다만 너무 깊은 곳까지 떨어지지 않도록 조처가 필요하다. 사에즈와 주크만 교수는 경기 악화 여파가 금세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이대로 침체가 계속된다면 이전에 잘나가던 기업도 몇 주, 몇 달 이어지는 ‘매출 제로’ 충격에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그렇게 사라진 기업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끝난 뒤 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 대부분도 소득 공백으로 지워지지 않는 피해를 볼 것이다. 경제 활력이 낮은 지역에 살거나, 그저 단순히 운이 나쁜 ‘나이 많은’ 사람은 영원히 재취업을 못할 수도 있다. 루이뷔통(LVMH)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주문으로 향수 공장에서 손소독제를 생산한다. 매우 뜻깊은 일이기는 하다. 그래도 지금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주체는 역시 정부밖에 없다.

국가의 소비 책임
사에즈와 주크만 교수는 상황이 너무 심각해 정부가 민간 수요를 대신해야 한다고 말한다. “증발한 수요를 국가가 책임지고 메운다면 기업은 자산을 유지하면서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항공권 매출이 80% 떨어졌다면 정부가 그만큼 표를 사들여 항공사가 매출 수준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두 교수는 민간 수요를 보전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지금 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기업의 잘못된 결정이 아니라 바이러스 확산 때문이다. 둘째, 분야별로 피해 정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아마존, 넷플릭스 등 일부 인터넷 상거래 업체는 이번 위기에서 ‘불멸 기업’으로 떠올랐다.
마침 프랑스 정부는 사회분담금을 포함한 세금의 납기일 연기, 실업수당 확대, 융자 지원 등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재정지출이 엄청나게 늘 것이다. 애초 예상보다 적어도 몇백억유로(몇십조원) 더 들어갈 것이다. 반대로 세금을 걷지 못해 엄청난 세수 결손이 생길 것이다. 무거운 나랏빚으로 충당한 돈은 쓰이는 길마다 깊고 선명하게 팬 흔적을 남길 것이다. 그래도 잠시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가부채 관리를 구실로 보건의료계를 외면하지 않았더라면 정부를 향한 이들의 구조 외침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3월1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말했다. “우리의 확신과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대로 당황한 채 멀뚱히 있지 말자. 강하게 대응하자. 그리고 기억하자. 승리 끝에 맞이할 내일은 어제와 다를 거란 사실을. 우리는 더욱 강한 정신과 교훈을 얻을 것이다. 나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배울 것이다.” 대통령이 말하는 ‘흔들리는 확신’에 ‘국가부채는 위험하다’는 이념이 자리하길 기대한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더 있다.
그랭샤 교수의 지적은 더 근본적이다. “현대 경제는 노동자, 기업, 공급자, 소비자, 금융기관 등 여러 주체가 서로 촘촘하게 얽혀 복잡한 망을 이룬다. 우리는 누군가의 돈을 받고 일하고, 누군가가 쓴 돈을 벌고, 누군가가 빌려준 돈을 쓴다.” 결국 모두가 서로 의존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너무나 당연해 잊고 지낸 일상의 진리를 이번 보건·경제 위기를 계기로 기억해야 한다.
다음으로 재정정책 구석구석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제는 필연이 된 환경·보건 위기를 위한 재정부터 손봐야 한다. 지금의 고통스러운 상황이 ‘작지만 큰’ 변화를 일으키기 바란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4월호(제400호)
L’État en fait-il assez?, Un effort encore insuffisant
번역 최혜민 위원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국가가 경제를 떠받치겠다, 그 대가가 무엇이든.” 이렇게 밝힌 대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3천억유로(약 400조원) 규모의 기업대출 보증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날 나온 긴급재난구호 재정 450억유로 계획안에는 기업의 사회분담금을 비롯한 직접세 납부 기한 연장 등 지원 방안이 담겼다. “정부가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기한 연장 대신 면제를 해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
여기에 실업수당과 건강보험료 지원금으로 각각 85억유로, 20억유로가 조성된다. 실업수당은 정부가 3분의 2, 전국상공업고용조합이 3분의 1을 부담한다. 건강보험료 지원금은 임직원 병가 보전과 마스크 구입, 의료진 지원에 쓰인다.
애초 매달 10억유로 규모로 예정된 연대기금을 17억유로로 확대 조성했다. 2억5천유로는 레지옹(최고 행정구역), 2억유로는 보험재단이 부담한다. 연대기금은 소형 극장·호텔같이 영업활동을 아예 못하는 소상공인과 매출이 급감한 소기업을 중심으로 쓰일 예정이다. 간단한 신청만 하면 1500유로(약 200만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연대기금으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2천유로를 추가로 지원한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장관은 대기업 부양책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필요하면 국영화 조처까지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타격 정도에 따라 세심하게 조절한 지원책이다. 재경부가 발표한 추경안 규모는 450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다. 그냥 보면 지원금 규모가 꽤 큰 것 같다. 하지만 경제학자 에리크 하이어는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직접 지원은 120억유로밖에 안 된다.” 납기일을 늦추는 건 세입 목록에서 지워지지 않는 돈이다. 노란조끼 운동 이후 짠 2019년 예산 100억유로보다 조금 늘어난 수준이다.
더구나 실제 프랑스 경제가 받을 충격은 훨씬 강할 것으로 보인다. 르메르 장관도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고 바로 며칠 뒤 인정한 사실이다. 2020년 3월26일 통계청은 전 국민 이동제한령 한 달 만에 GDP가 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재경부는 막상 가계부를 들춰보니 실업수당으로 나가는 돈이 초기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퍼 당빅은 3천억유로 기업대출 보증을 두고 “가장 필요한 조처이긴 하나 부족하다”며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건 보증이 아니라 현금”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동제한령 기간에 도산을 피하는 게 우선이다. 아직은 실업수당, 병가급여, 연대기금 등으로 가계 구매력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수요가 갑자기 껑충 뛸 것이다. 프랑스 기업이 그 충격을 흡수할 체력이 있을까? 에리크 하이어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한다.

장크리스토프 카탈롱 Jean-Christophe Catalo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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