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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로 인수공통감염병 급증
[SPECIAL REPORT] 코로나19의 배후
[121호] 2020년 05월 01일 (금)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코로나19는 인간이 지구환경을 압박해 생겨난 감염병이다. 생태계 파괴가 심해질수록 바이러스는 더 빠르고 쉽게 전파된다.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말레이시아로부터 밀반입하다 타이 세관에 적발된 멸종위기종 천산갑.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박쥐에서 사람으로 옮긴 중간숙주로 천산갑이 지목됐다. AP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을 견제한 미국이 만든 것이다.’ ‘천만에! 백신으로 큰돈 벌려는 대형 제약회사가 고의로 지역사회에 유출한 것이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음모론이 빠르게 퍼졌다. 언론과 파스퇴르연구소 등 과학계가 뜬소문을 바로잡으려 애쓰지만, 가짜뉴스는 바이러스만큼이나 전파력이 강하다. 더욱이 이번 사태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는 지구상 가장 치명적인 병원체를 다루는 생물안전실험실이 있어 바이러스 유출론에 더 힘이 실렸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국가와 중국이 협력해 지은 연구소다.
코로나19 초기 감염지는 우한이고, 최초 감염자가 우한에서 나온 게 맞다. 그러나 소설 속 상상과 달리 코로나19 발생원은 전혀 특별할 게 없다. 제2형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국제바이러스분류학위원회가 2020년 1월11일 붙인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새 이름)에 감염된 야생동물을 사람이 잡거나 옮기거나 사고파는 과정에서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옮은 것이다.
다른 중국 지역과 마찬가지로 우한에는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 지금은 잠시 폐쇄됐지만, 우한 시장은 못 찾는 식재료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생물종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다. 뱀, 개, 사향고양이, 천산갑 등 없는 것 빼고 다 판다. 이번에 코로나19를 사람에게 옮긴 매개체로 지목된 동물이 천산갑이다. 등껍질이 비늘로 덮인 작은 포유류다. 세계적으로 불법거래 문제가 심각한 멸종위기종이지만, 아시아에서 여전히 많이 팔린다.

늘어난 종간 전이
바이러스는 스스로 생명활동을 할 수 없어 자신을 죽이지 않고 품어줄 생명체가 필요하다. 바로 숙주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에볼라바이러스를 비롯한 감염체 대부분은 박쥐를 숙주로 삼는다. 박쥐는 다른 종에게 해로울 수 있는 온갖 미생물과 공생하는 데 능하고, 사람과 비교적 가까이에 산다.
박쥐에 서식하는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유전의 특성상 사람한테 바로 전염되지 않는다. 박쥐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로 삼으려면 두 종을 이어주는 매개 동물이 필요하다. 2002년 중국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퍼져나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은 코로나19와 닮은점이 많다. 그때도 원인 병원체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1), 발원지는 중국 본토 야생동물 시장이었다. 당시 바이러스를 박쥐로부터 사람에게 옮긴 중간숙주는 사향고양이였다.
그때는 사향고양이, 지금은 천산갑이다. 불행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무엇이든 간에 결국 여기서 이야기하는 현실은 하나다. 인간에게 전염되는 동물질병(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런 질병의 발생 빈도는 본래 병원체를 지니고 사는 야생동물과 인간이 직간접 접촉을 확대한 수십 년 전부터 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에볼라, 사스 말고도 인간에게 전염되는 동물질병은 크게 늘었다.
신종·재출현 감염병이 공중보건에서 주요 의제로 떠오르며 전세계 과학·의료계도 긴장하고 있다. 재출현 감염병이란 오래전에 사라졌다가 다시 생겨난 질병을 말한다. 세계 최대 생의학 데이터베이스 ‘펍메드’가 1995년부터 모은 신종·재출현 감염병 사례를 보면, 2017년에는 약 2800개로 늘어났다. 그 가운데 인수공통감염병 증가폭이 가장 컸다.
2008년 과학잡지 <네이처>에 따르면, 1940년 이후 ‘출현한’ 질병이 330개 이상이다. 20세기 후반부터 발병 속도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보다 네 배 빨랐다. 대부분이 동물한테 감염된 질병이다(<네이처>는 그 비율이 60%라고 했지만, 많은 이가 실제 더 높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 가운데 야생동물에게 옮은 질병이 72%였다. 공장식 농장(비위생적 공간에 가축을 빽빽하게 모아놓고 항생제를 써가며 가축의 덩치를 키우는 축산 방식)만이 문제가 아님을 뜻한다.

야생 생태계 압박
야생·열대우림 생태계는 꼭 감염병을 전파하며 인류에게 자신의 존재를 상기시켜야 할까. 야생동물한테 옮은 질병은 예전부터 존재하지 않았을까. 사냥하다가 사고로 야생동물에 물리거나 할퀴면서 말이다. 로돌프 고즐랑 프랑스개발연구소장은 과거에도 사냥하고 마을에 돌아와 감염병을 퍼뜨리는 일이 있었다며 그 때문에 사람이 죽기도 했지만, 바이러스가 멀리 퍼지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늘날에는 사람 간 연결이 훨씬 촘촘해 감염병이 쉽게 유행병으로 번진다. 인류가 열대우림지역을 점점 강하게 압박해 감염병에 걸리면 한 마을을 넘어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까지 퍼진다. 초연결시대를 사는 지금은 지구 전체로 병이 퍼진다.” 게다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거주민은 열악한 생활환경과 대기오염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증상이 더 쉽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에게 병을 더 쉽게 전파한다.
그러나 야생 생태계 압박의 책임은 성기능을 강화하는 약 또는 귀한 식재료라며 야생동물을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아시아 국가 중상층에만 있는 게 아니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과학-정책 정부간 기구’(IPBES)가 2019년 5월 발표한 세계 생물다양성 보고서를 보면, 개발도상국 인구 가운데 저소득층 3억5천만 명이 야생에서 얻은 고기를 먹는다.
이 때문에 열대우림에서만 해마다 야생동물 600만 마리가 죽어나간다. 야생동물 소비는 단순히 기괴한 미식문화가 아니라, 어떤 사람에겐 생존을 위한 단백질원이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인수공통감염병 위험이 큰 아프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점점 많아진다는 점이다.
IPBES에 따르면, 야생동물 사냥은 육지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두 번째 요인이다. 첫 번째는 서식지 파괴다. 농지로 개간하기 위해 숲의 나무를 베면서 서식지를 파괴한다. 고즐랑은 “산림 파괴는 단순히 나무를 베어 없애버리는 것만 뜻하지 않는다”고 했다. “병원체를 지닌 동물의 서식지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살 곳을 잃은 동물이 사람 사는 곳까지 내려와 동물과 인간이 만나는 경계가 흐릿해진다. 동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 세균도 자연히 동물을 따라 그 경계를 넘어온다.”

생태계 교란
북아메리카와 코스타리카에서 각각 유행한 라임병과 리슈마니아증, 열대우림 지역의 말라리아 같은 질병이 발생한 것은 산림 파괴, 생태계 분절·파편화와 연관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밝혀졌다. 고즐랑은 “야생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예쁜 나비가 살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인간 건강을 위한 보호벽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고즐랑은 그의 책 <대화>에서 “말레이시아 수마트라섬에서 산불로 서식지를 잃은 과일박쥐가 옮겨가면서 니파바이러스감염증에 걸린 사람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더 넓게 보면, 땅 개간이든 지구환경 변화든 생태계를 교란하는 모든 행위는 병원체와 병원체를 품은 생물 확산을 부추긴다. 말라리아, 리프트밸리열, 뎅기열 같은 수많은 질병이 기후변화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빈도 또한 지구온난화로 더 늘어날 수 있다.
고즐랑은 “진드기한테서 옮는 크리미안콩고출혈열, 아열대우림 지역에 서식하는 모기한테서 옮는 지카바이러스감염증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은 기온이 높은 곳에서 쉽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런 질병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변하면서 열대 지역을 벗어나 유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쪽 지방에선 언 땅이 녹으면서 탄저병 등 사라진 질병이 다시 생겨날 수 있다.

자연 보호가 인류 보호
다른 신종 질병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역전을 보여준다. 인간이 자연을 보호할 줄 알면 자연도 인간을 보호한다. 생물종이 다양할수록 감염병은 덜 생긴다. 미국에서 라임병 원인균을 지닌 동물종이 다양한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라임병 발병률이 낮았다. 버지니아주머니쥐처럼 병원균이 있어도 사람한테 옮기지 않는 동물이 있기 때문이다.
달팽이열병도 비슷하다. 고즐랑은 “세계적으로 20만 명이 걸린 기생충 감염증인 달팽이열병은 중간숙주 역할을 하지 못하는 특정 달팽이 덕에 발병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병원체가 여러 생물종을 거치며 ‘희석’돼 사람까지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월16일 대국민 담화에서 엄숙히 말했다. “나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배우겠다. 모든 교훈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하겠다.” 코로나19 위기가 사실은 지구적 환경위기라는 가르침을 인류는 기억할까? ‘모든 교훈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할 수 있을까?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4월호(제400호)
Derrière l’épidémie, la crise écologiqu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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