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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상 불발로 가격경쟁력 떨어져
[ISSUE] 프랑스의 나무 에너지
[121호] 2020년 05월 01일 (금)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가 나무 에너지 사용을 늘리려고 한다. 지역난방을 통해서다. 생각은 좋으나, 노력이 부족하다.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중부 샤토루 지역의 울창한 참나무숲. 프랑스 본토의 산림 면적은 1700만ha에 이른다. 게다가 해마다 9만ha씩 늘어나고 있다. REUTERS

‘재생가능에너지’ 하면 곧장 떠오르는 그림은 풍력발전기 날개가 돌아가거나 태양광 패널이 햇빛 아래 반짝이는 모습이다. 울창한 숲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무는 프랑스에서 가장 풍부한 녹색에너지, 고형 바이오매스다. 2018년 1차 에너지 소비량 2억4900Mtoe(석유환산 100만t) 가운데 2800만Mtoe가 재생에너지에서 왔다(1toe는 석유환산톤으로, 원유 1t이 내는 발열량. 약 1천만㎉). 재생에너지 가운데 고형 바이오매스 공급량은 약 40%인 10.6Mtoe이다. 2위인 수력에너지(5.6Mtoe)보다 월등히 많다.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는 각각 2.4Mtoe, 0.9Mtoe로 아직 재생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울창해지는 숲
프랑스는 앞으로 더 많은 나무를 태울 예정이다. 기후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다. 2020년 1월20일 최종 검토를 마친 다개년에너지계획(PPE) 마지막 계획안에는 2017년 전력량으로 환산했을 때 120테라와트시(TWh)였던 고형 바이오매스 공급량을 2023년 145TWh로 늘리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2028년까지는 157~169TWh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올바른 길일까. 프랑스는 이미 너무 많은 나무를 태우고 있는 건 아닐까. 오히려 산림개발을 줄여야 할 때가 아닐까. ‘윙’ 소리 내며 돌아가는 전기톱을 보기만 해도 자연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피가 끓어오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전체 규모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다.
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직전 1천만헥타르(ha)였던 프랑스 산림 면적은 현재 1700만ha에 이른다. 게다가 해마다 9만ha씩 늘어나고 있다(프랑스 국립지리원). 파리시 면적의 9배다. 벌목 규모는 자라는 숲 면적에 한참 못 미친다. 국립지리원에 따르면, 나무 총량(입목 축적량)은 해마다 9200만㎥씩 늘어나는 반면, 나무 사용량은 5천만㎥에 그친다. 프랑스는 나무 에너지를 지금보다 더 많이 활용해도 괜찮다는 얘기다. 산림의 생물다양성을 해치지 않고 푸르름을 유지하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나무 에너지 활성화 길의 상류와 하류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먼저 상류에는 건축 부문 등에서 목재 활용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 장작이 필요하다고 수십 년 동안 자란 나무를 통째로 베어내 쓰는 것은 아니다.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드는 데 쓰는 목재를 빼고 남은 부분을 활용한다.
연료로 태우거나 종이·합판을 만드는 데 쓰는 나무는 목재산업 공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다. 경제 가치가 작아 베어낸 잡나무, 건강한 나무가 더 잘 자라도록 쳐낸 주변 가지, 못 쓰는 나무 윗부분과 잔가지, 반듯하게 자르고 남은 톱밥과 부스러기, 버리는 가구·판자·상자·종이 등이다. 나무 한 그루를 베면 절반 이상이 난방용으로 쓰인다. 목재로 쓰고 남는 부분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더 잘 활용하려면 건축이나 가구 제작에 쓰이는 (프랑스산) 목재부터 늘려야 한다. 거기에는 또 다른 장애물이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산림 소유주와 목재업체 사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점이다. 프랑스 숲의 (자랑거리이기도 한) 수종 70%가 너도밤나무, 떡갈나무 같은 활엽수다. 프랑스 본토 산림의 75%를 가진 민간 소유주는 활엽수 가격을 침엽수보다 두 배 더 쳐주기를 바란다. 크는 속도가 그만큼 느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재 가격이 지금의 두 배로 뛴다면 업체들은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활엽수가 시장에서 매력적인 목재로 거래되는 날이 오기까지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일단 숲을 가꾸고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솎아내고 베고 가지치기한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 프랑스 동부 마세보 부근 산에서 벌목노동자가 병들어 붉게 변한 나무를 전기톱으로 베어낸 뒤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다. 프랑스에선 나무 한 그루를 베면 절반 이상을 난방용으로 쓴다. REUTERS

부족한 수요
그러면 (최종 소비자가 있는) 하류에서 화목보일러 사용을 늘리면 될까. 전체 화목보일러 가운데 70%는 일반 가정에서 쓰인다. 다개년에너지계획에 벽난로 또는 화목난로, 화목보일러를 때는 가구를 2017년 750만 가구에서 2023년 950만 가구, 2028년까지 1천~1100만 가구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다. 그러나 난로와 보일러 성능(에너지효율이 높으면 ‘초록불꽃’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또 문이 없는 (그래서 열효율도 낮은) 벽난로가 놓인 집이 줄어든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나무 에너지 소비량(연간 약 60TWh)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는 한참 뒤처진 재생에너지의 목표 공급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역난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나무를 태우는 대규모 열공급 시설을 세워 병원, 학교, 사회임대주택단지 등 공공기관이나 민간주택에 필요한 난방과 온수를 일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설을 통한 연간 공급량을 2028년까지 현재의 약 두 배인 40TWh로 늘릴 계획이다. 열펌프, 지열, 태양열, 바이오가스 등 재생 가능한 열설비 개발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반 이상 된다.
전직종나무에너지위원회(Cibe) 위원장이자 노르망디 바이오매스 대표인 마티외 플뢰리는 “고형 바이오매스는 성숙한 산업이지만, 가스에 견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한다. 노르망디 바이오매스는 노르망디 지역에서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려는 공공기관에 자문 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셰일 가스·오일을 개발하면서 2014년부터 유럽에서 가스 가격이 급락했다. 그 탓에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의 투자금 지원과 부가가치세 5.5% 인하라는 든든한 뒷받침을 받고 힘차게 부상하려던 고형 바이오매스 산업이 타격을 입었다.

얼어붙은 보급 계획
환경에너지관리청에 투자금 지원 신청 건수는 2011~2012년 140건에서 2016~2017년 50여 건으로 크게 줄었다. 그나마 2017년 여름 유류세 인상 계획으로 다시 탄력받을 듯이 보였으나 2018년 말 인상 결정이 철회되면서 기대를 완전히 접어야 했다. 이후 고형 바이오매스 산업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전직종나무에너지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소비자가 화목난방에 들이는 평균비용은 환경에너지관리청 지원금과 부가가치세 감세를 고려했을 때 (유류세를 포함한) 가스난방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성만 따져서는 선뜻 ‘회색에너지’에서 ‘녹색에너지’로 바꾸라고 설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화목보일러를 설치하는 것은 가스설비보다 복잡하다.
플뢰리 대표는 몹시 안타까워한다. “유류세가 인상되면 가스보다 10% 정도 가격경쟁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가격 차이는 생기지 않았다. 화목난방 보급 계획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프랑스 북부 도시 캉을 비롯해 원래 계획대로 유류세를 올리기로 한 몇몇 지자체에서만 상황이 좀 나을 뿐이다.
유류세 인상을 뺀 새로운 다개년에너지계획에 따르면 열설비 사업 예산은 2018년 2억5천만유로에서 2020년부터 3억5천만유로(약 4859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예산에서 얼마나 고형 바이오매스 보급 사업에 쓰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가스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게 지원을 늘린다면 다개년에너지계획에서 정한 목표대로 될 것인가. 속 시원하게 대답하기 어렵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3월호(제399호)
Le bois, énergie d’avenir? Oui, mai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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