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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유동화로 자금조달 숨통 터
[ISSUE]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상장- ① 의미
[121호] 2020년 05월 01일 (금) 바이위제 economyinsight@hani.co.kr

 바이위제 白宇潔 <차이신주간> 기자

   
▲ 2017년 11월 중국 국가철도그룹과 배달업체 순펑(SF익스프레스)이 협력해 베이징~상하이 구간 특급배송 시험 서비스에 들어갔다. 베이징남역에서 고속철 푸싱호 직원들이 배달 상자를 나르고 있다. REUTERS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연결하는 징후고속철(京滬高鐵)이 철도 분야의 공백을 깨고 13년 만에 상장됐다. 2020년 1월9일 상하이거래소는 징후고속철도주식유한공사 기업공개(상장)를 마쳤다고 밝혔다. 21개 전략적 투자자와 일반투자자, 사회보장기금 등이 주식을 나눠 가졌다. 징후고속철은 주당 4.88위안에 62억8600만 주를 발행해 306억7500만위안(약 5조4414억원)을 조달했다. A주(중국인 전용)의 최근 10년 기록에서 중국우정저축은행 다음으로 큰 규모다.
2008년 설립된 징후고속철도주식유한공사의 핵심 자산은 징후고속철이다. 2011년 6월30일 개통된 이 노선은 모두 1318㎞로 최고 시속 350㎞로 운행한다. 중국에서 운행하는 고속철 노선 가운데 승객 밀도와 수익성이 가장 높다. 징진지(京津冀·베이징, 톈진, 허베이성의 약자)와 창장강삼각주를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이 있어, 개통 이후 9년 동안 연인원 10억3천만 명이 이용했다. 승객은 연평균 20.4% 늘었다.
징후고속철이 기업공개를 추진한 이유는 신규 노선 인수 때문이다. 안후이성 4개 철도노선을 운영하는 ‘베이징~푸저우 고속철도 여객전용노선(京福鐵路客運專線) 안후이유한책임공사’(징푸안후이) 지분 67%를 사들일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징푸안후이가 적자 상태란 것이다.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적자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는 드물다. 게다가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인수대금(500억위안)을 충당하기에 부족하다. 나머지 193억2500만위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중국 철도의 현실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중국 철도산업의 현실을 반영한다. 철도는 투자 규모가 크고 회수 주기가 길다. 그래서 중국의 철도 건설·운영 기관은 모두 적자다. 해마다 4분기에 정부의 자금 보조를 받아야 재무제표가 소액 흑자로 기록된다. 오랜 기간 철도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2019년 기준으로 중국 철도는 13만9천㎞ 운행했는데 그중 고속철 운행 구간이 3만5천㎞로 세계 1위다. 가장 중요한 철도 운영 주체인 국가철도그룹유한공사는 거액 채무를 짊어지고 있다. 2019년 3분기 현재 5조4천억위안(약 936조원)으로 2018년 말보다 2천억위안이 늘었다. 부채비율은 65.52%다.
철도 쪽에선 새 자금조달 경로를 찾아야 했다. 2006년 다퉁과 친황다오를 연결하는 다친(大秦)철도주식유한공사, 광저우와 선전을 연결하는 광선(廣深)철도주식유한공사가 나란히 A주에 상장됐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후 13년 동안 이 길을 따라간 철도기업은 없었다. 징후고속철은 기업공개에 필요한 조건을 갖춘 세 번째 철도기업으로 평가받았다. 몇 안 되는 흑자 노선으로, 최초의 혼합소유제 노선이었다.
국가철도그룹 산하 국철공사가 최대주주이고, 10개 사회자본이 함께 참여해 설립했다. 처음부터 주식제 기업이었다. 상대적으로 완성된 지배구조도 갖췄다. 징후고속철 공모가가 주가수익률의 23.39배였지만, 23일 만에 심사를 통과했다. 시장에서는 빠른 기업공개 진행 배경에 정책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감독 당국이 최근 자금조달 규모와 공모가를 통제하기 위해 공모가가 주가수익률의 23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해왔기 때문이다. 명확한 규정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이 제한을 피해간 상장기업은 없었다. 또 징후고속철 위탁운영 방식 때문에 사업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철도산업의 특수성이 고려돼 통과됐다. “두 달 남짓한 기간에 상장을 끝내는 건 다른 기업에선 상상도 못할 뿐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다.” 투자 업무 담당자는 징후고속철의 기업공개 심사 속도가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징후고속철 상장 배후에는 철도자산 유동화를 향한 간절한 바람이 있었다. 2017년부터 국철그룹은 철도자산 유동화를 주요 사업 목표로 설정했다. 징후고속철 상장은 선례가 된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정부는 국철그룹이 혼합소유제 개혁을 추진해 민간자본을 도입하고 경영을 혁신하라고 요구했다. 철도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징후고속철 상장이 다른 철도 운영사를 위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 2020년 1월30일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친 중국 베이징역에서 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역을 나오고 있다.REUTERS

고속철 1호 주식
징후고속철 상장은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2010년 3월 징후고속철이 준공되기 전 철도부 관계자는 언론에서 징후고속철이 연내(2010년)에 기업공개 방식으로 300억~500억위안을 조달할 예정이라며 재정부와 국가발전개혁위,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가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해 상장은 성사되지 않았다.
2014년 말 징후고속철이 개통 3년 만에 처음 흑자를 기록하자 상장 추진 소식이 다시 들렸다. 징후고속철 관계자는 2·3대 주주이던 핑안(平安)자산관리유한책임공사와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가 상장 추진을 희망한다고 전했다. 상장하면 회사 투명도를 높이고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8년까지 실질적 진전이 없었다. 징후고속철 관계자는 회사의 현금흐름이 풍족하다고 판단한 최대주주 국철그룹(전 중국철도총국)이 상장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징후고속철이 ‘고속철 1호 주식’이 된 것은 철도 개혁을 추진하려는 정책적 의지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2016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선 실질적으로 철도를 포함한 7개 독점 분야 혼합소유제 개혁이 진전되도록 지시했다. 2017년 1월 루둥푸 국철그룹 회장은 연도업무회의에서 ‘철도자산 유동화 연구’를 업무 목표에 포함했다. 같은 해 11월 국철그룹과 국가발전개혁위 등 관련 부처가 함께 발표한 ‘철도 제13차 5개년 규획’은 ‘현금흐름이 안정적이고 자산의 질이 우수한’ 동부 지역 고속철 기업의 자산 유동화와 상장 방안을 연구하도록 명시했다.
자금난을 겪는 국철그룹으로선 자금 부담을 줄이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유용한 방법이 자산 유동화다. 쉬빈 UBS증권 산업·기반시설 분야 분석가는 “중국 철도는 지출과 부채가 많은 진퇴양난의 처지”라며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는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철도 분야 투자가 8천억위안 수준을 유지했고 부채는 5조4천억위안으로 늘었다. 또 철도 운영 주체가 철도부에서 기업인 국철그룹으로 바뀌자, 다른 중앙국유기업과 마찬가지로 부채비율을 낮춰야 했고 새로운 자금조달 경로를 개척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철도자산 유동화는 더디게 진행됐다. 양신 중국국제금융주식유한공사 연구부 이사총경리는 상장사가 운영하는 철도 노선이 중국에선 3%에 불과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선 각각 83%와 60%에 이른다고 했다. 수익성이 좋지 않고 기업제도가 불완전한 것이 중국 철도 운영사의 상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선례 만든 우량 기업
하지만 징후고속철에 이런 제약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먼저 운행 노선이 지리적으로 유리하다. 다른 고속철 노선이 늘면서 징후고속철 수익이 전국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개통 뒤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2018년 모회사로 귀속되는 순이익이 102억위안이었다. 기업제도에서도 징후고속철은 처음부터 주식형 회사였다. 핑안자산관리, 전국사회보장기금, 상하이션톄(上海申鐵)투자 등 10개 사회자본이 참여했다. 이사회를 구성해 상대적으로 완성된 지배구조를 갖췄다.
징후고속철은 지금까지 수익성이 가장 좋고 현금흐름이 풍부하며 부채비율이 14.62%에 불과했다. 새 노선을 인수해 규모를 확장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징푸안후이 지분 65%를 인수하려면 500억위안이 필요하다. 징후고속철의 2018년 매출보다 약 200억위안 많은 금액이다.
징푸안후이는 안후이성을 지나는 4개 노선인 허페이~벙부(合蚌) 철도와 허페이~푸저우(合福) 철도, 정저우~푸양(鄭阜) 고속철, 상추~허페이~항저우(商合杭) 고속철의 안후이성 구간을 운영한다. 200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아직 적자다. 징푸안후이가 운영하는 노선은 중국 중부 지역과 연결돼, 징후고속철 벙부~쉬저우 구간의 수송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징후고속철이 베이징~톈진 철도와 베이징~빈하이신구 철도 등 경쟁사를 물리칠 수 있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징푸안후이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것 외에, 징후고속철 상장은 철도 분야 자금난을 해결하는 ‘출구’가 될 수 있다. 징후고속철 주주인 산둥철도투자지주그룹유한공사의 둥민 기획부 부부장은 “지방정부에서 점차 관내 철도 건설을 주도하면 징후고속철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며, “철도자산의 상장을 추진해 조달한 자금을 관내 철도 건설에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財新週刊 2020년 제2호
京滬高鐵:上市與破局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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