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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 말랑해졌다, 핀테크 덕분에
[핀테크 탐색기]
[121호] 2020년 05월 01일 (금) 이재운 damoyer@daum.net

 이재운 <삼성전자의 빅픽처> 저자

   
▲ 핀테크 산업 관계자들이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딱딱하던 금융이 ‘말랑’해졌다. 돈을 ‘카카오톡’에서 송금하고, 거기에 ‘쓱’ 결제하기까지. 핀테크(소셜네트워크,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 세계는 지금 ‘감성 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쉽고 친근한 이미지, 사용자환경(UI), 감성적인 메시지를 앞세운 핀테크 서비스가 속속 우리 삶에 파고들고 있다.

잔소리해주는 친구처럼, 걱정해주는 멘토처럼
소비는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 요소다. 제한된 소득 안에서 합리적 소비는 필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제대로 제어하기 어려워했다. 생활 속에 필수 불가결하면서, 동시에 ‘욕구를 조절해야 하는’ 현대의 소비자에게 핀테크가 감성에 기대어 손을 내민다.
“숨 쉬는 것처럼 돈을 쓰고 있습니다!” 돈관리 애플리케이션 ‘뱅크샐러드’ 이용자가 인터넷에 올리는 문구를 보고 있노라면 직관적이면서 감성을 사로잡는 문구가 이어진다. “지갑이 울부짖고 있습니다!”처럼 과소비에 경종을 울리는 문구는 물론, “와우! 당신이 바로 카드 전문가시네요”와 같이 합리적인 이용 행태에 칭찬해주기도 한다. 이용자 소비 습관, 금융정보 등을 감성적으로 풀어내며 ‘돈관리’ 욕구를 끌어낸다.
마치 잔소리해주는 친구나 걱정해주는 멘토처럼 이용자 생활에 ‘적절한(그리고 원했던) 참견’을 해주며 자리를 만들어간다. 대기업 계열사까지 뛰어드는 개인 자산·소비관리 서비스 경쟁에서 차별화를 이룬 비결이다.
이보다 앞서 감성 자극을 화두로 선점한 분야는 카드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함께 선보인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캐릭터 ‘카카오프렌즈’를 소재로 한 카드를 선보이며 단숨에 핀테크 중심에 섰다. 라이언·어피치 같은 인기 캐릭터를 앞세운 감성마케팅으로 ‘카카오프렌즈의 굿즈(goods·기념상품)’라는 점이 먹혀들어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국민은행이 인기 캐릭터 ‘펭수’와 협업한 상품을 선보여 그 흐름을 이었고, 토스 역시 간결한 형태의 토스카드를 공개하며 마케팅에 나섰다. 여기에 카카오뱅크가 다시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하면서 역시 디자인 경쟁이 예고된 상태다.
이성경·현빈·하정우 등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TV광고를 송출하는 일부 업체는 물론, 원조 핀테크 기업으로 분류되는 키움증권은 프로야구팀 후원(네이밍 스폰서)을 하는 등 갈수록 적극적이고 규모가 상당한 감성마케팅은 여러 방면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토스는 이용자에게 만보기 기능이나 송금 지원금, 골드박스 등 즐기는 요소를 더하며 동시에 주변 사람을 이용자로 끌어들이도록 유인하는 방안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두 만들기에는 성공했으나, 예상외로 암초를 만나 어려움도 겪었다. 바로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토스는 달갑지 않은 내용으로 주인공이 되는 일을 겪어야 했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 조작 문제로 비판 대상을 찾던 야당 눈에 때마침 토스 ‘행운퀴즈’가 포착됐다. 당시 여당 지지자들이 특정 문구를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리려는 움직임과, 이를 포털 업체들이 방치한다는 점을 주장하려던 야당은 토스의 검색 이벤트까지 함께 비판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화제성의 양면, 달갑지 않게 중심에 서다
이전에도 이벤트 참여자가 아닌 이들에게서 눈총을 받던 이 이벤트는 결국 네이버 등 포털 업체의 업무방해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으면서 형태를 바꿔야 했다. 감성 끌기가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다.
비슷한 사례는 카카오페이 역시 겪었다. 카카오의 핀테크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는 기존 송금·결제 중심에서 투자 서비스 도입을 천명하며 ‘10% 수익률 보장’ 같은 확신에 찬 발표를 이어갔고, 첫 서비스로 개인간(P2P) 투자 중개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런데 마침 초창기 제휴업체가 불법 논란을 겪던 탓에 언론과 이용자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국면이 이어지며 역시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
이런 사례는 핀테크업계가 감성마케팅 이후 국면에서 대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짚어준다. 감성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첫 단계를 거쳐, 이제는 신뢰와 안정을 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감성에 다가서려는 핀테크업계의 마케팅은 단순히 일부 기능 중심의 사업구조를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에서 나온다. 토스는 송금에서, 카카오페이는 결제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계좌 개설, 투자, 보험·대출 추천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이용자를 자신들 ‘판’에 유인하고 나아가 더 많은 정보와 노하우를 축적하려는 차원에서 감성마케팅은 필수다.
하지만 과잉 마케팅은 언제나 위험하다는 교훈을 우리는 알고 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기반이 부족하다면 이런 방법은 어느새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언제나 ‘적정 수준’은 필요한 법이다.

우리 ‘판’에 들어와요… 올해 2막 예고
감성마케팅은 이제 2막을 준비하고 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와 카카오는 나란히 은행·카드·증권 등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여기에 NHN(페이코)이나 네이버(네이버페이),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등 다른 강자 역시 각자 필살기를 준비하고 고민하며 본격적인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핀테크산업 육성 의지와 더불어 핀테크업계에 쏟아지는 투자금은 이런 과감한 도전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기존 금융권까지 감성마케팅을 통한 접근을 검토하고 있기에, 새로운 경쟁의 장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 금융이 파격적으로 변화하는 시대, 핀테크라는 새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기존 아성이던 금융권과 새롭게 부상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시장의 빈틈을 찾아 파고들며 사람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뛰는 핀테크의 진화를 살펴본다. 글쓴이는 경영학 전공 뒤 산업과 기술 분야 전문기자로 (뜻하지 않게) 일해왔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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