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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주인이 되어라
[정혁준의 바보야, 문제는 돈이야!]
[121호] 2020년 05월 01일 (금) 정혁준 june@hani.co.kr

 

   
▲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연합뉴스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1968년 영화다. 인간이 아직 달에 가기 전에 나온 SF(공상과학) 장르 고전이다.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커스, <이티>(E.T.)를 찍은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한 수많은 SF 영화감독이 이 작품에서 영향받았다.

영화에 들어간 노래도 유명하다.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만든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흘러나온다. 첨단 미래를 보여주는 영화에 클래식 음악이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이 교향시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감명받은 슈트라우스가 음악과 철학을 결합하려 한 작품이다.
책은 1883년 세상에 나왔다. 유럽에선 제국주의 국가 사이에서 전쟁이 자주 일어났고, 우리나라는 조선이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은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니체는 ‘다이너마이트 철학자’라고 불린다. 플라톤에서 이어지는 서양철학을 뒤집어엎었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세계를 둘로 나눠 설명했다. 진짜 세계인 ‘이데아’와 가짜 세계인 ‘현실’이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강조했지만, 니체는 이데아를 전복하고 현실을 긍정했다.
“신은 죽었다. 우리가 죽였다”고도 했다. 더 이상 기독교를 믿지 않는 서구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말이다. 기독교 가치관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철학을 제시하려 했다.
니체는 왜 이런 말까지 했을까? 니체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의 기원을 연구했다. 도덕을 거슬러 올라가 그 족보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도덕의 계보학’이라고도 불린다.
니체가 말하는 계보를 보면 서양에선 2개의 도덕이 있다. 먼저 ‘주인의 도덕’이다. 주인은 자신을 ‘강함·자신감·긍정적’이라는 열쇳말로 설명하고, 노예는 자신을 ‘약함·의존감·부정적’이라는 열쇳말로 여긴다. 다음은 ‘노예의 도덕’이다. 반대쪽에 선 노예는 주인을 ‘악함·건방짐·독단’으로 여기고, 자신을 ‘선함·겸손·배려’라는 열쇳말로 생각한다.
주인과 노예는 이처럼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간다. 노예는 위에서 군림하는 주인을 악하다고 여기고 자신을 선하다고 여기며 현실을 살아간다. 노예의 정신승리를 위해서다. 사회와 종교가 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주인은 노예를 사랑할 수 있지만, 노예는 주인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니체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노예의 도덕에서 벗어나, 좋은 것과 나쁜 것만을 구분하는 주인의 도덕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니체가 말한 것 가운데 하나는 ‘영원회귀’다. 반복하는 삶 속에 자신을 긍정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살아가기 쉽지 않지만 말이다. 니체가 말한 ‘아모르 파티’(amor fati) 역시 마찬가지다. 이 말은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아모르 파티는 운명이 힘들어도 그저 받아들이라는 말은 아니다. 거꾸로 이해해야 한다. 자기 운명을 더 사랑스럽게 만들라는 말이다. 자기 운명을 개척하라는 얘기다.
니체는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위버멘슈’(Übermensch)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어 위버(Über)는 영어 오버(Over)와 같은데 ‘극복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초인’이나 ‘슈퍼맨’을 뜻하는 건 아니다. 자신을 극복해 주인이 되는 사람을 말한다.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이 세계를 긍정하고 자기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위버멘슈다.

‘돈의 주인’이 돼 돈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제 돈으로 돌아가자. 니체 말처럼 주인이 되는 삶을 얘기해보자. 우리는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의 주인이 돼야 한다. 돈의 주인이란 뭘까?
사실 돈은 편의를 위해 만든 도구다. 많은 사람이 돈의 노예가 되어 돈을 숭배하고, 심지어 해서는 안 될 불법과 비리를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돈을 위해 사는 사람은 돈의 노예가 되고 만다. 그만큼 비참한 일도 없다. 돈으로 타인을 노예로 삼는 이도 있다. 돈 때문에 타인의 노예가 되는 이도 있다. 성찰이 필요할 때다.
돈의 주인이 돼 돈을 극복할 수 있을까. 돈을 극복한다는 건, 돈이 있으나 없으나 자기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부자라면 돈을 좋은 데 쓰고, 가난하다면 돈에 연연해 살지 않는 것이다. 유대 속담에 “돈이 없어도 살기 힘들지만, 돈이 있어도 살기 좋은 건 아니다”가 있다. 되새겨볼 만하다.
물론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돈의 주인으로 살기는 쉽지 않다. 188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마차가 진흙에 빠지자 마부가 말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니체는 말 목을 끌어안고 미친 듯 울었다. 채찍은 삶의 고통이었고, 그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진흙에 빠진 말을 보며 자신을 떠올렸다. 아모르 파티와 위버멘슈를 말했지만, 자신이 말한 운명을 사랑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보여준다.

* 몇 해 전 나온 ‘청소년 반부패인식지수’에서 중고생 18%가 “10년 감옥 사는 한이 있어도 10억원을 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답해 논란이 됐다. 돈을 향한 비뚤어진 가치관은 ‘물신주의’를 향해 내달리는 우리 사회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매일 돈과 관련한 정보가 쏟아지지만, 정작 돈과 우리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에는 익숙지 않다. ‘바보야, 문제는 돈이야!’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의 주인’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독자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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