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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도 낮은 기업 ‘먹튀’ 우려도
[COVER STORY] 중국 방역채권- ② 부작용과 위험
[120호] 2020년 04월 01일 (수) 장위 economyinsight@hani.co.kr

 장위 張榆 류차이핑 劉彩萍 왕쥐안쥐안 王娟娟 <차이신주간> 기자

   
▲ 3월 말까지 2020년 1기 회사채(방역채권) 5억위안어치를 발행하기로 한 중국 유명 남성복 브랜드 ‘치피랑’의 홍보 화면. 치피랑 누리집

방역채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자금조달 비용이 내려가며 감독 당국이 녹색통로를 열어주면서 기회에 편승하려는 무리가 생기지 않을까? 한 가지 보편적인 현상은 모두 신속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대형은행 투자은행업무 담당자는 일부 신용등급 AAA 국유기업이 방역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이 높고 자금이 부족하지 않은 기업이다. 하지만 방역채권을 활용하면 자금조달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 “신용등급이 중간 이하인 기업은 채권을 발행할 자격이 없다. 하지만 제약회사이고, 코로나19와 관련 있다면 은행이 먼저 달려가 대출해줄 것이다. 방역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채권 투자도 할 것이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증권사 투자은행업무 담당자에 따르면, 방역채권의 역할은 채권 발행 자격이 있는 기업에 더 빨리 허가를 내주고 인기가 없던 채권이 잘 팔리게 해주는 것이다. 자격이 안 되는 기업은 여전히 투자받을 수 없다. 최근 회사채를 발행한 62개 기업 가운데 80%가 중앙국유기업 또는 국유기업이었다. 민영기업인 나머지 20%도 신용등급이 AA 이상이었다.

악용 가능성
기업이 방역채권 발행 자격을 갖추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문제도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유명 남성복 브랜드 치피랑(七匹狼) 사례를 들었다. 이 회사는 3월 말까지 2020년 1기 회사채(방역채권) 5억위안어치를 발행할 계획이다. 모집자금의 최소 20%를 마스크와 방호복 등의 생산에 필요한 유동자금을 확보하고 다른 사업 분야 유동자금 보충과 채무 상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치피랑은 아직 의료용 방역용품을 생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많은 의류업체가 현재 방역용품 생산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의류시장 불황 때문에 새 사업 기회를 잡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방역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다른 품목을 생산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신중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감독 당국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경계한다. “방역채권 열기가 높아지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자질이 낮고 자금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이번 기회에 한몫 챙기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거래상협회 관계자는 일부 기업이 방역채권 이름으로 공시 의무를 간소화할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협회는 정보 공시 범위와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해 투자자의 판단을 도울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인지, 자금 사용 분야가 방역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선 주관적인 해석에 따르기 때문에 거래소 내부에서 판단해야 한다. 상하이거래소는 심사 과정에서 일부 신청 기업에 방역채권이라는 표현을 빼고 일반 회사채로 발행하도록 지시한 사례가 있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진행하는데 발행 기업이 모집자금 10%를 직원용 마스크를 사는 데 쓰겠다고 하면 방역 활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방역에 사용된 자금은 일정 부분 사회적 효과와 외부성이 있어야 한다.” 상하이거래소 관계자는 원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이 방역채권이라는 이름을 추가하면 발행업체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전거래소는 발행 주체 상황에 따라 판단한다. “전염병 방역은 과정이 복잡해 발행 기업의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일률적인 자금 사용률을 적용하지 않는다. 사태가 심각했던 지역의 기업은 모집자금 전액을 대출 상환에 써도 방역채권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난관을 극복하도록 도울 것이다.” 선전거래소 관계자는 발행사 자격 조건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이 자금 모집 뒤 경영을 지속하고 원리금을 갚는 것은 시장원리에 따른 채권 발행이라고 말했다.
방역채권과 일반 신용채권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자금 용도에 ‘방역’을 추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사후 자금 추적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하이 화파(華發)그룹은 은행 간 시장에서 10억위안 방역채권을 발행했다. 모집자금 가운데 5억위안을 피해 지역 기부를 위해 지출한 유동자금과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사업 분야의 유동자금을 보충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화파그룹은 지금까지 우한시적십자회에 2천만위안을 내는 등 5천만위안을 기부하는 데 썼다. 지출이 아직 4억5천위안 부족해, 대표 주관사에 계속 감독할 책임이 있다.
2월17일 거래상협회는 대표 주관사에 방역채권 모집자금 사용 현황과 정보공시 상황을 추적하고 자금 용도 변경을 금지하는 걸 뼈대로 하는 공지를 보냈다. 협회 관계자는 말했다. “방역채권 모집자금 사용 현황을 부정기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시장 감독과 신고를 환영한다. 약정과 규정을 위반해 모집자금을 쓴 정황이 발견되면 협회는 관련 자율 규칙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할 것이다.”
투자자는 방역채권 리스크를 어떻게 구별할까? 채권 펀드매니저는 먼저 발행 주체를 봐야 하고, 채권과 파생상품을 결합한 구조화채권의 발행 기록이 있는 곳이면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둥양(東陽)광과지주유한공사는 주관사인 화진증권을 통해 채권을 발행했다. 당시 발행 기업도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 구조화하겠다는 뜻이다. 구조화채권은 2019년 말에 금지된 사안이라 할 수 없었다. 구조화채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주관사가 채권 발행 때 아니라고 확약하더라도 비밀계약이 있는지 경계해야 한다. 구조화채권이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그다음은 대표 주관사 청약률이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에 예금을 예치하거나 대출을 받으라는 등 부가 조건을 주관사가 내걸 수 있다. 은행은 나름의 계산이 있고 이익이 충돌하게 된다.

   
▲ 중국 화파그룹이 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물품을 주하이시에 기증했다. 10억위안 방역채권을 발행한 화파그룹은 모집자금 5억위안을 기부하기로 했다. 화파그룹 누리집

신용리스크
지금은 열기가 뜨겁지만 방역채권의 본질은 채권이고 특수성이 없다. 신용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 두닝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 채권부 이사는 현재 방역채권의 발행 의지가 강한 기업은 두 유형이라고 말했다. 첫째, 생산과 구매, 해운, 교통물류, 공공사업 등 사업이 방역 활동과 관련된 기업이다. 둘째, 후베이 지역 기업을 비롯해 코로나19 피해가 큰 기업이다.
최근 채권을 발행한 기업은 대부분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 지역적으로 보면 광둥·장쑤·저장·푸젠성 비중이 높다. 두닝 이사에 따르면, 감독 당국이 녹색통로를 열어줬지만 피해 기업에선 업무 복귀가 지연돼 기본적인 자료 작성과 실사, 신고 등의 업무를 진행할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단계에선 다른 지역의 방역채권 신청이 많지만 상황이 개선되면 피해가 컸던 지역과 업종에서 발행이 늘어날 전망이다.
2월18일까지 발행한 채권을 보면 초단기 상품이 60%로 가장 많다. 채권 기한이 짧고 금리가 낮을수록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한 이유다. 또 최근 자금 수요를 해결하고 유동성을 보충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기 때문이라고 두닝 이사는 말했다. 기업이 장기 자금을 원하면서도 실제 처리하는 과정에서 금융 비용을 아끼려고 단기채권을 발행해 차환한다고 은행 관계자는 지적했다.
리스크 측면에서 시장자금은 단기채권을 선호한다. 리위저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가 2~3년 동안 지속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단기금융은 차환 위주다. 사태가 진정된 뒤 일반 단기채권으로 바꿔 발행할 수 있다. 장기채권 용도는 단기금융과 비슷하지만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기한이 남을 수 있다. 그사이 회사 경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민영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위험이 있어 시장자금은 단기채권을 선호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역시 발행 주체의 신용이 투자의 관건이다. 두닝 이사는 “방역채권 심사가 간편하고 청약 열기가 뜨겁지만 상품 구조에 상환 보장이나 세수 우대 같은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권 투자는 역시 발행 주체의 자질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하이거래소 관계자도 최근 방역채권에 관심이 쏠린 것은 코로나19로 녹색통로 정책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방역채권의 경제적 가치는 일반채권과 큰 차이가 없다. 감독 당국 관점에서 방역채권 발행은 기업의 자발적인 행동이다. 감독 당국이 방역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해야 할 의무가 없다. 기업의 수요를 존중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은 다른 경로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리위저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자질이 낮은 기업은 채권을 발행해도 시장에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저금리대출을 신청하는 편이 낫다. 신용리스크 증가와 정책 보호가 경쟁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과 충격 정도도 맞물려 있다. 시간이 길어지면 이런 기업에 신용리스크가 나타날 것이다.”
기관투자자 관계자들은 채권을 발행해 특수한 시기에 기업의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은 긴급구제채권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유동성과 주식담보대출 위험에서 우량기업의 숨통을 틔워줌으로써 시스템 위험을 막는 것이다. 증권사 투자은행업무 담당자는 말했다. “방역채권은 속도나 금리, 목적성에서 은행 특별대출보다 낫지 않다. 채권의 장점은 재난 이후 재건 과정에서 대량 자금을 장기간 투입하는 데 있다. 재난복구특별채권을 발행해 모집한 자금을 특정 용도에 쓸 필요가 있다.”

재난복구특별채권 제안
중국에는 지금도 비슷한 특별채권이 있다. 쓰촨성과 산둥성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2017년 8월8일, 쓰촨성 주자이거우에 지진이 일어나 유명 관광지가 심각하게 피해를 입고 한때 문을 닫아야 했다. 현지 정부가 피해 복구를 위해 2019년 지진복구특별채권(1기)을 발행했다. 10년물 고정금리부 채권이다. 규모는 2억6900만위안, 조달금리는 3.38%였다. 만기가 돌아오는 2029년 3월26일 원금과 마지막 이자를 지급한다. 채권으로 모집한 자금은 주자이거우 관광지구 복구에 사용한다.
2019년 6월, 산둥성은 16억6200만위안 규모의 10년물 재해복구특별채권(2기)을 발행했다. 웨이팡시 빈하이구 하천처리공사, 팡즈구와 창이시의 재해복구 사업 등에 자금을 쓴다. 산둥성은 7월 판자촌재개발특별채권 218억6500만위안(약 3조8700억원)을 발행했다. 5년 만기에 발행금리는 3.31%다. 모집자금은 옌타이, 웨이팡, 허저 등 11개 시에서 추진하는 158개 판자촌 재개발에 쓴다.
특별채권은 재해복구나 판자촌 재개발처럼 모집한 자금을 특정 용도에 쓰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모집자금을 재정부에서 정부예산으로 관리한다. 판자촌 재개발 담당 부서에서 사업비로 쓰며 경상성 지출로는 사용할 수 없다. 판자촌 재개발 사업은 상환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고 국유토지사용권 매각 수입과 같이 관리한다. 이 때문에 재개발 사업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채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고 사업수익과 자금조달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국제시장에서도 전염병 피해 구제를 위해 채권을 발급한 선례가 있다. 2017년 세계은행은 ‘전염병 채권’을 두 차례 발행했다. 투자 기한은 3년 만기, 4억2500만달러 규모로 전염병이 발생한 국가에 투입한다. 하지만 최소 2개국에서 전염병으로 20명 이상 사망하는 것을 조건으로 규정해, 아직까지 사용한 적이 없다. 2019년 에볼라바이러스가 다시 유행하면서 콩고에서 사망자가 2천 명 이상 발생했지만 지급 기준에 맞지 않아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의 방역채권과 달리 세계은행에서 발행한 채권은 조달금리가 높다.

ⓒ 財新週刊 2020년 제7호
“防控債” 供需兩旺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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