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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글로벌화 반면교사
[COVER STORY] 코로나19 팬데믹 공포- ① 확산 일로
[120호] 2020년 04월 01일 (수) 부 단단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에서 발생해 빠르게 전파 중인 코로나19가 전세계에 불안을 드리우고 있다. 시민, 의료진, 정치인, 경제학자에게 엄청난 도전을 안겨주는 상황이자 현재의 생활습관에 의문을 제기한다. 글로벌화한 지구에서 전염병 위협은 사람의 민감한 부분을 타격한다.

부 단단 Wu Dandan 게오르크 파리온 Georg Fahrion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Kristina Gnirk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마르틴 뮐러 Martin U. Müller
카타리나 그라사 페테르스 Katharina Graça Peters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베른하르트 찬트 Bernhard Zand
페로니카 하켄브로흐 Veronika Hackenbroch
<슈피겔> 기자

   
▲ 2020년 3월17일 마스크를 쓴 시민이 중국 상하이 루자쭈이 금융지구에서 걸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주변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할 것을 권장한다. REUTERS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전세계에서 맹위를 떨치며 학계, 정치권, 기업을 극도로 긴장시키고 있다. 주가는 연신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상과 생업 현장, 여행 형태까지 영향을 미치며 극도의 두려움이 전 지구에 퍼지고 있다. 스포츠 경기는 연기되고, 1월29일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장난감 박람회를 찾은 중국 방문객은 예년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영국항공과 독일항공 루프트한자는 가장 먼저 중국 노선을 모두 취소했다. 홍콩항공 캐세이퍼시픽은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기내에서 베개, 담요, 잡지를 제공하지 않았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세계 제1의 인구대국이자 제2의 경제대국 중국이 복잡다단하고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중국의 연간 수출액은 2조3천억달러로, 글로벌 경제성장에서 약 30%를 차지한다. 중국 일부 공항에 이어 항구가 폐쇄되고 수많은 생산공장 가동이 중단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초창기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은폐하다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뒤늦게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를 봉쇄한 중국 정부를 국민이 신뢰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2019년 9월 호흡기 전염병 대유행 경고
코로나19는 촘촘히 연계된 21세기 경제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1월 마지막 주부터 중국 대다수 지역이 멈춰 섰다.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 중국에서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춘절 연휴를 며칠 더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유치원, 학교, 대학은 무기한 폐쇄됐다. 공장들도 상당 기간 폐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언제 정점을 찍을지를 놓고는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에서 가장 저명한 전염병·호흡기질환 전문의 중난산 박사는 2월 초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홍콩과 영국의 전염병 전문의들은 4~5월로 전망했다. 중국에서 전자, 기계, 자동차부품, 섬유 등을 생산하는 기업은 몇 주 이상 생산 중단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우한에 생산기지를 둔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생산 중단을 상쇄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른 하청업체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우한에 여러 공장을 가동 중인 프랑스 자동차업체 PSA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산업재, 소비재, 원자재, 식료품 수출의 80% 이상을 해상으로 하고 있다. 항구가 폐쇄된다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 수출을 중단하는 것에 비교될 만큼 세계무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생산 중단은 글로벌 경제의 상당 부분을 마비시킬 것이다. 물론 이런 심각한 상황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다.
글로벌화 덕택에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의 수백만 명이 빈곤에서 해방되고, 선진국은 텔레비전·노트북·섬유를 저렴하게 사게 됐다. 동시에 전세계는 글로벌화가 불러온 테러, 자연재해, 전염병 등 온갖 문제에 더욱 취약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그룹인 세계준비감시위원회가 2019년 9월 발표한 첫 번째 보고서 제목은 ‘위험에 처한 세계’다. 1918년부터 1920년까지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 같은 치명적인 호흡기 전염병이 대유행할 경우, 8천만 명이 죽고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4.8%에 해당하는 3조달러를 앗아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심지어 치사율이 낮은 전염병이 발생할 때도 전세계 GDP의 2%가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어떤 경우에도 팬데믹(전염병 세계 대유행)이 되면 세계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보고서는 “세계가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바이러스 대유행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팬데믹을 막기 위해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를 ‘악마’에 비교하며 바이러스 자체보다 중국 외부에서 더 빠른 속도로 번지는 바이러스 공포를 막는 데 급급했다. 말레이시아, 한국, 싱가포르에서는 수십만 명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온라인 청원에 참여했다. 프랑스에서는 아시아 출신 프랑스인들이 ‘#나는바이러스가아니다’라는 해시태그로 차별받는 처지를 전세계에 알렸다. 아시아인 직원이 있는 슈퍼마켓 계산대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1월30일 기준 확진자는 프랑스 5명, 대한민국 4명, 말레이시아 7명, 싱가포르는 10명뿐이었음에도 말이다.
코로나19는 이제 의학, 중국에만 국한된 현실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정치·경제·사회 측면에서 점점 더 밀접해졌을 뿐만 아니라 ‘위험의 글로벌화’가 됐음을 보여준다.

   
▲ 현재까지 중국 우한수산시장에서 팔린 야생동물 고기가 코로나19의 첫 감염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0년 1월2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시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REUTERS

병원 치료보다 일상에서 ‘거리 두기’ 권장
코로나19 위기의 핵심지는 여전히 우한이다. 우한의 인구는 1100만 명이다.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던 이곳에서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지, 아니면 미처 손쓸 새도 없이 전세계로 급속히 전파될지는 몇 주에 걸쳐 드러날 것이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베를린 훔볼트의과대학 바이러스학연구소 소장은 다른 감염병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의사 수백 명을 추가로 파견하거나 눈 깜짝할 사이 지은 병원이 코로나19와의 사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보다 훨씬 중요한 건 사람의 일상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 사스가 유행할 때는 홍콩 사람이 두려움에 집에서만 계속 지낸 덕에 잘 막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서로 거리를 둔다면 당연히 바이러스에 감염될 리 없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산책, 여행 자제,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떤 대책보다 예방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드로스톈 소장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우한의 확진자 수가 지속해서 줄어든다면 우한 주민들의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바이러스 첫 발원지가 우한의 어느 곳인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초기 첫 발생지로 추측됐던 우한수산시장에서 팔린 야생동물 고기는 감염원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드로스텐 소장은 “코로나19는 인간에서 인간으로 쉽사리 전파됐다”며 “이런 점 때문에 우한수산시장에서 바이러스를 전파시킨 매개체는 동물보다는 감염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애초 다른 시장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했고, 그 바이러스가 우한수산시장으로 전파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한 주민은 집에 머물라는 중국 당국의 지침을 엄격하게 지켰다.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한리(62)는 “생필품을 사러 가는 것 외에는 외부 출입을 하지 않는다”고 우한 분위기를 전했다. “우한시 도로는 마치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입구를 봉쇄라도 한 것처럼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우한에 출입구 봉쇄를 하지 않았다. 1월25~31일 춘절 연휴 동안에도 우한 주민은 밤이면 창가와 베란다로 나와 국가를 함께 부르고 “우한!” “우한 힘내!” 등을 외치며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웠다.
우한시 봉쇄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 한리는 1월23일 이후 시내 한 호텔에 기거하면서 독일 정부가 90여 명의 자국민을 위해 전세기를 투입한다는 소식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전세기는 일주일쯤 지난 2월1일 투입됐다. 그는 “전세기 투입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감염 위험이 하루가 다르게 커져 불안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 Der Spiegel 2020년 6호
Keim der Angs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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