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초기 방역 실패… 대재앙 우려
[COVER STORY] 코로나19 팬데믹 공포- ② 중국과 WHO의 오판
[120호] 2020년 04월 01일 (수) 부 단단 economyinsight@hani.co.kr

 부 단단 Wu Dandan 게오르크 파리온 Georg Fahrion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Kristina Gnirk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마르틴 뮐러 Martin U. Müller
카타리나 그라사 페테르스 Katharina Graça Peters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베른하르트 찬트 Bernhard Zand
페로니카 하켄브로흐 Veronika Hackenbroch
<슈피겔> 기자

   
▲ 코로나19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더욱 불안감을 키운다. 백신은 이르면 5월 초에나 임상실험이 이뤄질 전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 REUTERS

1월28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 정부의 탁월한 전염병 대응을 칭송했다. 하지만 칭송받을 만한 대응을 한 주체는 바이러스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우한과 후베이성 도시 15곳의 주민과 의료진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시진핑 주석이 국민 건강을 위한 중차대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시 주석을 과도하게 치켜세웠다는 비판에도 그는 “앞으로도 중국을 거듭 칭송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덕분에 코로나19가 다른 국가로 전염되는 걸 최대한 저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한 중국 여성이 독일에서 귀국하자, 중국 정부가 독일 관계 당국에 즉각 공지했다는 사실을 그 사례로 들었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의 치하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은 마치 황제를 연상하게 한다. WHO 사무총장이 바이러스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리더십에 존경을 표하자, 시 주석은 이에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WHO 사무총장의 이런 제스처는 중국 정부에 한 줄기 빛과 같았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를 중국 국가 시스템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었다. 서구 사회는 중국의 대응책이 가혹하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의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중국 눈치보기로 사태를 확산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20년 1월2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도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 정부의 전염병 대응을 칭송하기에 급급했다. REUTERS

중, 우한 폐쇄 등 가혹한 조처 추진
중국 정부는 어느 국가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가혹한 대책을 국민에게 요구했다. 유럽인들은 지금 중국 상황을 보면서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봉쇄된 후베이성 인구는 5천만 명으로 스페인 총인구보다 더 많다. 베이징, 톈진 같은 대도시는 후베이성으로 가는 시외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우한에서 돌아온 독일인은 자가격리를 하며 관계 당국에 매일 두 번씩 체온을 신고해야 했다. 베이징 지하철역에는 방화복 차림의 공안이 적외선 체온계로 모든 승객의 체온을 쟀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정부 정책이 정확하게 이행되는 한, 중국은 코로나19를 분명하게 극복할 것”이라고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강조했다. 시 주석은 자신감을 표출하면서도 전염병이 이른 시일 안에 극복되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정부 지시를 충실히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하늘은 높고 황제는 멀리 있다.” 중국에서 널리 통용되는 말이다. 사람들은 중앙정부가 중국 구석구석을 통치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방 고위급 정치인에게 자유의 공간이 열려 있으며, 그만큼 절차와 규정을 무시해버리기 일쑤다. 중국 정치 전문가 엘리자베스 페리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는 중국 국가 체제를 ‘게릴라 거버넌스’로 이름 붙였다. 중국은 게릴라 거버넌스 덕택에 경제 분야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역으로, 중앙정부는 지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방 고위 정치인이 지역에서 벌어진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에서 우한시 당국은 코로나19 발생을 사전에 감지했음에도 오랫동안 잠자코 있어야 했다. 1월1일 우한시 정부는 우한수산시장을 폐쇄했다. 같은 날 경찰은 새 바이러스 전염병 소문을 퍼뜨린 인터넷 사용자 8명을 법적으로 조처했다. 이 중에는 그 전날 보건위원회에 호출당한 젊은 의사 리원량도 있었다.
그로부터 3주가 흘러, 우한이 봉쇄되기 며칠 전 우한시 당국이 개최한 대규모 춘절 행사에서 4만여 명이 가재와 거위 요리를 즐겼다. 저우셴왕 우한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사람 간 전염이 있는지 몰랐다”며 “초기부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질지 알았다면 더욱 강력한 조처를 했겠지만 통상 사태 초기에는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법”이라고 항변했다. 이후 우한 시장은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행정 당국의 방역 실패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민을 억압하고, 동시에 통치 업적으로 존재를 정당화하는 정권에는 상당한 위협이 된다. 실제로 당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불만, 고통 호소, 목격담으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다만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사태를 키운 원흉으로 비난받은 게 다른 점이었을 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만천하에 밝혀진 뒤, 초기 며칠은 중국의 대응 논의가 놀랍도록 공개적으로 이뤄졌다. 시진핑 주석은 1월20일 코로나19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뒤 바이러스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국민의 건강이 최우선이고 아주 결정적인 일이라고 표현하면서, 동시에 여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시진핑 주석의 전략이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인이 코로나19에 관해 발언할 수 있는 범위가 다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한의 극단적인 상황을 다룬 기사는 바이러스 발생 초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삭제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완전히 없애버릴 수는 없다.
왕이 외교부장이 코로나19는 일반적으로 통제와 치유가 가능하다는 말로 의료진을 놀라게 했던 때도 코로나19는 중국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당시 확진자는 일주일 만에 무려 13배, 사망자는 10배로 급증했다.

   
▲ 중국·한국 등 아시아에서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반면,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팬데믹(전염병 세계적 대유행)이 되고 있다. REUTERS

치료약 없고 백신 개발 시간 걸려
중국을 뺀 4개 나라에서 코로나19는 지역 감염으로 확산됐다. WHO는 1월30일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이제 다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는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 코로나19가 방역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국가로 전염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추가 여행 제한 조처가 아닌 백신과 치료약의 신속한 개발을 요구했다. 학계는 글로벌 차원에서 플랜B에 해당하는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시일이 다소 걸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일러도 5월 초에나 임상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치료약도 아직 없는 실정이다. 현재는 도움이 될 만한 의약품을 시험하는 수준이다. 코로19를 더는 막을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오면 전세계는 무방비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감염자와 사망자 수도 지금 수치를 가볍게 뛰어넘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특성이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점은 불안한 대목이다. 물론 코로나19 유전자 염기서열이 해독됐고,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데 성공하기는 했다. 하지만 전염성·치사율 정보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슈테판 베커 독일 마부르크 필립스대학 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우리는 현재 안전 운전 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2003년 WHO에서 사스 방역에도 참여했던 데이비드 헤이만 영국 런던보건대학원 전염병학 교수는 “이미 확산된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신뢰할 만한 예측을 하기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바이러스의 특성을 조사하는 데 첨단기술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신 역학조사관들은 감염자 그룹을 일컫는 ‘클러스터’를 꼼꼼히 조사하며 개별 클러스터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전문가들은 독일 사례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누가 누구를 감염시켰는지 역추적하기 거의 불가능한 우한과 달리, 1월 독일에선 감염 연결고리를 정확하게 역추적했기 때문이다.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자동차부품업체 베바슈토(Webasto)에서 일하는 33살 남자 직원은 독일 현지 직원 교육을 위해 슈타른베르크의 슈토크도르프를 방문한 중국인 여성한테 감염됐다. 1월30일 기준 베바슈토의 추가 감염자 수는 4명이었다. 베바슈토 감염 사례는 안심이 되면서도 동시에 불안한 대목도 있다. 중국 여성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채 무증상 잠복 기간에 베바슈토 독일 직원뿐만 아니라, 어쩌면 1월 말 당시 독일의 다른 확진자 4명도 감염시켰을 수 있다.
베바슈토 발표에 따르면, 33살 남자 직원은 교육 기간 중국 여성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반면 다른 확진자 4명은 중국 여성이나 확진 직원과 특별히 밀접하게 접촉한 적이 없다. 현재는 건강한 감염자와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어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을 막기란 너무나 힘들 것이다.
다행히 1월30일 기준 바이러스 검진을 받은 베바슈토 전체 직원 90여 명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양성반응을 보였다. 1월 말 당시 독일의 확진자 수는 5명에 그쳤다. 첫 확진자 4명은 발열 증상을 보였던 초기가 지나자 금방 회복세를 보였다. 슈바빙 뮌헨병원 담당 주치의 클레멘스 벤트너는 “확진자 4명은 아주 건강하며 아무런 증상이 없다. 발열 증세도 없고 기침도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독일 이외 지역 젊은이 사이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중국 우한의 36살 남성이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프랑스에선 30살 남성 확진자의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전세계 투자자, 금융권, 이코노미스트들은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2020년 3월17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일본 도쿄의 증권거래소에서 코로나19 여파로 하락한 주가를 바라보고 있다. REUTERS

팬데믹 확률 점점 커져
최종적으로 코로나19를 막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마리온 코프만스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메디컬센터 교수는 “중국 정부의 엄격한 검역 대책이 효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앞으로 몇 주간 중국 이외의 확진자 발생국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든다면 이는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세계에 대유행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슈테판 베커 소장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코로나19 전염을 막는 일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혁민 연세대 의대 교수는 “감염자가 몇 명이나 생길지 섣불리 예측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코로나19를 오랫동안 인지하지 못한 채 확산돼 엄청난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설혹 팬데믹 상황에 이른다 하더라도, 꼭 대재앙으로 끝나라는 법은 없다. 전염병 초기 치사율은 보통 과대평가되기 마련이다. 현재 관련 당국은 코로나19 치사율을 2~4%로 추정한다. 사스는 약 10%, 2012년 최초로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35%였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경증 감염자가 많아서 초기 예측된 치사율보다 훨씬 더 낮아질 수 있다. 우한의 초기 코로나19 발생에서 고령층과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확진자가 중증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베커 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일종의 대규모 독감 사태를 낳을 수 있다”면서도 “보건 당국에 위험하면서도 엄청난 과제이기는 하지만, 세상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과 일자리를 중국에 올인했던 수많은 사람이 ‘블랙 스완’(관찰과 경험에 의존한 예측에서 벗어나 극단적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 재발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1월 마지막 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불과 며칠 만에 거의 10% 폭락하면서 수많은 국가에서 주가가 동반 폭락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된 금, 미국 채권, 독일 연금채권 등의 자산 가치는 올랐다. 런던, 홍콩, 뉴욕 등 전세계 주식시장의 메시지는 한결같이 폭락 위험을 주의하라는 것이었다.
주가는 단기간에 다시 회복됐지만, 그렇다고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02~2003년 중국 내 사스 대유행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투자자, 금융권, 이코노미스트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1% 남짓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 감염 속도와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갖는 중요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2000년 초 중국은 세계경제의 4%만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무려 16%에 이른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 대다수 아시아 국가의 최대 무역 파트너국으로 자리잡았다. 상품, 서비스, 자본을 전세계로 수출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성장률의 약 30%를 일조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지 이미 오래전이며, 이제는 핵심적인 연구소이자 무역 플랫폼으로 발돋움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지역을 봉쇄하고 사람과 상품의 이동을 제한하고 방학과 휴업 기간을 연장한다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그만큼 클 것이다. 중국 정부의 결정은 중국에서도 일부 지역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겠지만, 그 여파는 대만의 선주와 서울의 전자제품 제조업체 혹은 밀라노의 패션업체 모두에 동일하게 미칠 것이다.

ⓒ Der Spiegel 2020년 6호
Keim der Angst
번역 김태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