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세계은행을 통해 전염병 대유행에 대비하는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전염병이 대유행하면 엄청난 돈을 잃지만, 그 반대면 엄청난 이익을 얻는다. 어떤 작용 원리일까.

하이케 부흐터 Heike Buchter <차이트> 기자

▲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는‘전염병 채권’을 적극 지지한다.그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리카에서 맹위를 떨쳤던 에볼라바이러스를 전염병 채권이 필요한 대표 사례로 꼽았다. REUTERS

세계 각국 정부와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월가 투자자들도 코로나19 확산 형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전세계에서 대유행하는 형태가 되면 투자액 전부를 잃는 3년 만기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했다. 하지만 정반대일 경우엔 독일 개발도상국 지원금 예산에서 최소 1500만달러(약 183억4천만원)를 받는다. 이 예산은 독일 납세자가 세계 최빈국을 위해 낸 세금으로 마련했다.
독일 드라마 <배드 뱅크스>(Bad Banks)에나 나올 법한 파생금융상품이 세계은행 구상으로 현실화됐다. 세계은행이 2017년 금융시장에 선보인 ‘전염병 채권’(Pandemic Bonds)이라는 새 파생금융상품이다.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해 긴급자금이 필요할 경우, 선진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대신 채권 수익금으로 즉각 지원금을 집행한다는 내용이다. 전염병에 스스로 대응할 수 없는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금을 이용하는 것이다. 채권은 에볼라, 감기, 라사열, 코로나 등 바이러스로 일어나는 질병을 아우른다.

ⓒ Die Zeit 2020년 9호
Wetten gegen die Seuche
번역 김태영 위원

* 2020년 4월호 종이잡지 86쪽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