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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구제에서 지속가능으로 전환
[SPECIAL REPORT] 중국 빈민은행- ① 성공 비결
[120호] 2020년 04월 01일 (수) 장위저 economyinsight@hani.co.kr

빈곤 구제는 정부도 하기 힘든 일이다. 노벨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소액대출 모델도 다른 개발도상국에선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 ‘농촌 금융 최후의 100m 연결’을 내걸고 12년 동안 흑자 행진을 해온 중국 소액금융업체 중허농신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벤처자본을 유치하고, 인터넷은행 시스템과 지역 토박이 인재, 선진 소액대출 기술을 결합해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_편집자

장위저 張宇哲
<차이신주간> 기자

   
▲ 중허농신의 소액대출을 받은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농촌 가정에서 농민이 소에게 여물을 먹이고 있다. 중허농신 누리집

2019년 말 장쑤성 롄윈강시 간위중허(贛榆中和)농신농촌소액대출유한공사가 허가를 받아 중허농신사업관리유한공사에서 설립한 11번째 소액대출회사가 됐다. 중허농신은 중국 최대 빈민구제 기관인 중국빈민구제기금의 소액대출사업부에서 출발했다. 산시성과 쓰촨성 북부 산간지대인 친바산구에서 시행한 공익성 소액신용대출 시범사업이다. 세계은행과 국무원 빈민구제개발영도소조판공실이 상업적으로 지속가능한 전국 규모의 소액대출 서비스 기관으로 발전시켰다. 현재 20개 성 300여 현에 344개 지점을 개설했다. 마을 10만여 곳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12년 흑자 행진
중허농신은 설립 초기 농촌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농촌 금융 최후의 100m를 연결하는 것’을 역할로 설정했다. 고객 대부분은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농촌 지역 주민이다. 대다수가 신용정보 기록이 없고, 인터넷을 쓰지 않는다. 시중은행과 알리바바 앤트파이낸셜(螞蟻金服)을 비롯한 인터넷 금융사를 이용하기도 힘든 계층이다. 중허농신은 이런 농촌 주민이 대출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었다.
특수 시장을 겨냥한 중허농신은 세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정말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가난한 사람의 능력을 키워주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현하는 것이다. 2019년 12월 말 현재, 중허농신은 42만 가구에 모두 570억위안(약 9조7600억원)을 빌려줬다. 대출잔액은 110억위안이 넘고, 가구당 평균 대출금이 2만6천위안이다. 상환율은 99%에 이르고, 30일 이상 연체율이 1.6% 수준이다.
2008년 시범사업관리회사로 시작한 뒤 지금까지 12년 동안 중허농신은 적자를 내지 않았다.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매출로 지출을 감당하고, 이자수익으로 자금조달 비용과 운영비, 대손충당금을 메워도 1~2% 이익을 남기는 원칙을 고수했다.” 류둥원 중허농신 사장은 “사업이 발전하면서 수익성이 향상됐다”며 “앞으로 수익 상황에 따라 주주에게 배당할 수 있겠지만 회사 정체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허농신은 비교적 높은 고객 보호 기준을 따른다. 2019년 중허농신은 소액대출운동을 시작하며 보급한 ‘엑시온’의 스마트고객보호인증을 도입했다. 중국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스마트인증 절차를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중허농신이 이렇게 높은 국제인증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류둥원 사장은 “엑시온 인증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준이며, 자사 성장과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엑시온 인증을 기준으로 기업의 사회적성과(CSP)를 평가한다. 이런 점이 임팩트투자자의 관심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국제 임팩트투자는 사회적 성과(사회적 가치 구현, 저소득층 지원)와 재무적 성과(지속가능한 발전, 결손을 내지 않는 것), 두 측면에서 중허농신을 평가한다.

국제적 인정
엑시온 평가를 도입한 뒤 중허농신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류둥원 사장은 “가장 큰 변화는 어느 분야를 개선할 수 있는지 알게 된 것”이라며 “모든 지표가 평가 기준에 부합할 때까지 계속 고쳐갈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중허농신 금융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쓸 때 교육과 안내가 부족했다. 고객은 새 디지털 도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앞으로 앱을 개선해 농촌 고객이 더 쉽게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2011년과 2015년에도 중허농신은 세계 4대 소액신용대출 평가기관인 프랑스 플라넷파이낸스의 평가를 받았다. 사회적 성과에서 상위 44%였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국제신용평가기관 검증을 받은 소액대출기관이었다. 류둥원 사장은 국제평가기관 검증을 받는 이유를 “소액신용대출 흐름에 따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더 많은 국제적 임팩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조직 성장이 저소득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상업적 운영 배경
앞으로 중허농신은 어떤 기관이 될까? 류둥원 사장에 따르면, 10년 뒤에도 여전히 농촌의 저소득층을 향할 것이다. 단순하게 소액대출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보험과 농업 생산에 필요한 공급망 금융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순수하게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소액신용대출 금융서비스기관이 되어 있을 것이다. 중허농신은 보험회사와 함께 농촌 보험시장을 조사하고 보험회사 상품기획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했다.
중허농신은 빈곤층을 겨냥한 외국 소액신용대출기관과 마찬가지로 비영리 방식으로 시작했다. 2000년 설립된 중국빈민구제기금 소액신용대출사업부가 전신이다. 그때 세계은행이 1996년 친바산구에서 진행한 빈민구제사업 가운데 창업투자를 위한 소액신용대출 시범사업을 인수했다.
2008년 소액대출사업부가 독립해 중허농신을 만들고, 독립채산 경영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빈곤지역 농민에게 자금을 빌려주되, 정부보조금이나 저금리, 담보에 의존하지 않았다. 시장 법칙에 따라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포용적 금융이 추구하는 목표다.
“설립 전 4년(2005~2008년) 동안 상업 운영을 연습했다. 시장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고, 현마다 대출 규모를 정했다. 이후 직원 채용과 선발, 교육, 포상제도 등을 논의했다. 2008년 결산 결과, 그해 이자수입으로 사업관리비 지출을 충당해 스스로 손익을 책임질 수 있었다. 그래서 사업 분리를 결정했다.” 중허농신 전 과정을 지켜본 류둥원 사장은 “2005년부터 기존 빈민구제사업 형식으로는 상업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허농신이 상업 운영을 시도하게 한 외부 요인이 있었다. 중국빈민구제기금 자금원은 기부 또는 소액대출사업에 배정된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이었다. 4개 현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사업 규모가 1700만위안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2006년부터 은행에서 돈을 빌려 소액대출 규모를 늘렸지만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 기관이 자선단체인 기금에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였다.

   
▲ 2019년 12월6일 쓰촨성 소액금융기업협회와 청두 원장구 금융 당국이 공동 주최한 ‘쓰촨톈푸금융포럼’에서 수페이유 중허농신 부총재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중허농신 누리집

자본 유치 전환점
2008년 중허농신이 독립한 뒤, 기부나 정부 재정에 의존하던 자금조달 방식에 농업은행, 국가개발은행, 스탠더드차타드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기업대출을 추가했다. 2010년 중허농신이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와 세콰이어캐피털 중국펀드의 투자를 받은 것이 전환점이었다. 세콰이어캐피털이 인도 최대 소액대출회사 SKS에 투자한 직후였다. 인도에서 최초로 상장한 소액대출회사인 SKS는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
2016년 12월과 2018년 11월, 중허농신은 시리즈B와 시리즈C 자금조달을 끝냈다. 시리즈C 자금조달이 끝난 뒤 중허농신의 1·2대 주주는 앤트파이낸셜과 TPG 산하 더라이즈펀드(睿思基金)로 바뀌었고, 중국빈민구제기금은 3위로 내려왔다. 톈톈상상펀드(天天向上基金)와 IFC, 런다푸후이(仁達普惠) 등도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류둥원 사장은 “이때부터 진정한 시장화를 시작했다”며 “빈민구제에서 상업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전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중허농신 주주구성을 보면 임팩트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류둥원 사장에 따르면, 투자기관 선택의 첫 번째 조건이 회사의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조건은 중허농신이 확정한 정체성을 바꾸도록 요구하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 목표고객은 현급 지역 저소득층이다. 임팩트투자 취지에 부합했다. 투자 목적이 이익 최대화가 아닌, 상업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이었다. 투자자가 수익만 추구하고 시장에서 떠나도록 요구하지 않아야 했다.”
류둥원 사장은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 중허농신이 상업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모두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세콰이어캐피털과 IFC가 중허농신에 투자하고, IT 시스템과 전문가 능력 개발, 상품 설계와 개발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중허농신 대출원가는 18.4%로 은행보다 훨씬 높고, 평균 대출기간은 7.5개월이다. 농민과 농촌 지역 소상공인의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준다. 연간 대출이자율이 18~20%로, 이익률은 1.4%에 불과하다. 연간 자산수익률은 1~2%다.
“앤트파이낸셜은 중허농신으로 큰 이익을 얻으려는 게 아니다. 중허농신 경영 실적은 우리를 비롯한 다른 재무 투자자 기대에 부합한다.” 한신이 중허농신 이사 겸 앤트파이낸셜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양쪽이 온·오프라인 결합 방식으로, 농촌 지역 저소득층에게 소액신용대출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 길을 계속 걸어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신이 이사는 양쪽 협력이 상호보완적이라고 말했다. 먼저 앤트파이낸셜은 2015년부터 농촌 시장 진출 계획을 추진했지만 오프라인에서 움직일 ‘다리’가 없었다. 중국 농촌은 상황이 복잡해 오프라인 직원 없이는 깊숙이 들어갈 수 없고 위험요인 관리도 힘들었다. “앤트파이낸셜은 농촌 지역 금융서비스 문제를 해결할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었다. 중허농신과 협력해 오프라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중허농신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진정한 의미에서 전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촌 소액대출회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중허농신 직원은 비교적 현실적이다. 현지 문화와 인맥을 기반으로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경영 방식을 다른 지역에 적용할 수 있다.

공동대출에서 개인대출로
류둥원 사장은 광활한 농촌시장을 겨냥한 중허농신의 목표고객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수 고객 20%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한다. 가난한 노인이나 생활보호대상자는 사회보장 대상이다. 우리는 소득이 중간 이하인 농민을 겨냥한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하고 싶지만 돈이 부족해도 은행에서 빌리지 못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할 수 있다. 이 분야는 수요가 많지만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물론 대출 기준이 너무 높아도 안 된다. 기준이 너무 높으면 그들이 돈을 갚을 수 없다.”
중허농신은 농촌 저소득층 여성을 상대로 소액신용대출로 시작했다. 그라민은행을 참고했다. 공동체에 돈을 빌려줬고, 평균 대출금액은 1천위안 정도였다. 이후 소득이 중간 수준인 농민으로 대상을 넓혔고, 개인대출로 공동대출을 대신했다. 포용적 금융 분야를 주도하는 독일 IPC 소액대출 기술을 참조했다. 엑시온이 남미에서 시도한 이 기술은 고객관리 담당자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연성정보를 얻는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은행가’로 불리는 무함마드 유누스가 만든 그라민은행의 소액대출은 현지 특색을 반영했다. 함께 대출을 받기 위해 구성한 공동체가 현지 빈곤 여성에게 유일한 사교 모임 기회가 됐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를 제외한 개발도상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드물었다.
실천 과정에서 공동대출 단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동체 대표는 더 많은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캄보디아 아클레다은행처럼 이 방식을 도입한 다른 국가 소액대출기관들은 IPC 소액대출 기술로 전환해 공동대출을 개인대출로 바꿨다. 아클레다은행은 국제사회에서 인정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한 소액신용대출기관이다.
2016년 그라민은행이 중국에 설립한 유일한 ‘직영점’인 네이멍구 상두현 그라민소액대출회사를 중허농신이 인수했다. 유누스의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은행이 중국 현지화를 중허농신에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허농신이 인수하기 전까지 5년 동안 네이멍구 그라민소액대출은 880명에게 2400만위안(약 41억7천만원)을 빌려주고 약 2천만위안을 회수했다. 대출잔고가 350만위안이고, 연체하는 일이 빈번했다. 중허농신 인수 뒤 2년 만에 대출잔고가 3배 가까이 늘고, 고객도 2배로 늘었다. 2018년 말 현재 누적 대출액이 4100만위안을 넘겼다. 고객은 1900명, 대출잔고는 1600만위안, 위험대출 비율은 0%다.

ⓒ 財新週刊 2020년 제3호
中和農信: 中國的“窮人銀行”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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