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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원칙 적용 놓고 막바지 힘겨루기
ISSUE] 국제 디지털세 도입 현황
[120호] 2020년 04월 01일 (수)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인터넷 거인 기업에 세계가 매기는 세금, 이른바 디지털세 윤곽이 서서히 그려지고 있다. 혁명적이다. 하지만 적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8년 12월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 건물 앞에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의 가면을 쓴 활동가가 “당장 디지털세를 매겨라”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REUTERS

협상이 오간다. 팽팽하다. 그래도 진전이 있다. 2020년 1월3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정책행정국의 파스칼 생타망 국장이 한 말이다.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디지털세)을 논의하기 위해 세계 137개국이 모인 ‘다자간 협의체’(IF)가 혁명적 조세원칙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론을 실천으로 옮기기 쉽지 않아 보인다. 유럽과 미국 사이 정치 갈등까지 엮이면서 합의에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2019년 IF는 조세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두 원칙을 제안했다. 첫째는 국내에 물리적 실체가 없는 기업에도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 같은 기업이 아일랜드(구글), 룩셈부르크(아마존) 등에 본부나 사업장을 두어도 프랑스 시장에서 소득이 생기면 프랑스 세무 당국은 그 금액 일부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대단한 변화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는 기업에만 법인세를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칙에 따라 기업이 조세회피처에 인위적으로 수익을 이전해도 일부는 실질적으로 소득을 올린 나라(소득원천지국)로 다시 옮겨진다. 어떻게 가능할까. 기업이 조세회피처에서 얻을 수 있는 ‘정상 이윤’이 얼마인지를 계산한다. 전체 수익에서 정상 이윤을 뺀 나머지는 초과 이윤으로 간주한다. 초과 이윤에서 일정 몫을 떼어내 소득원천지국으로 돌려준다. 그 몫을 얼마로 할지는 결정해야 한다.
둘째는 최소세율을 정하는 것이다. 기업이 세금을 2%만 매기는 나라로 번 돈을 모두 옮겼다고 가정해보자. 이 기업은 최소세율에서 2%를 뺀 만큼에 해당하는 세금을 소득원천지국에 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세회피처가 가진 매력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세원칙이 세워졌으니 이제 적용 요건을 정하는 일이 남았다. 여기서 문제가 복잡해진다. 자원 추출 사업 등 일부는 처음부터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상에 포함되지만 다른 조세정책을 적용해 예외로 취급되는 부문도 있다. 금융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두 원칙 적용은?
과세 대상 사업자에게는 세금을 매기는 기준 소득인 과세표준을 정하는 방식이 핵심 변수다. 정상 이윤과 초과 이윤을 나누고, 초과 이윤에서 소득원천지국에 귀속되는 금액 비율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 전체 수익 가운데 12%를 ‘정상’ 이윤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금액에서 20%를 과세표준으로 정한다고 해보자. 이때 프랑스 법인세의 세수 증가분은 고작 0.1%다(프랑스 경제분석위원회). 얼마 안 되는 몫을 쪼개고 또 쪼갠 결과다.
제2원칙인 최소세율이 15%라고 가정하면 달라진다(프랑스 최소 법인세율은 15% -편집자). 프랑스의 법인세 세수는 18%로 80억유로(약 10조6천억원) 정도 늘어난다. 상당한 액수다. IF에서 논의하는 최소세율은 12.5~13%를 오간다. 하지만 OECD가 2월13일 발표한 연구를 보면 4%에 그칠 수도 있다. 제1원칙의 한계가 큰 탓에 세금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협의할 사항이 많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차별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GAFA)은 그렇지 않은 기업, 이를테면 인터넷에서 판매활동만 하는 기업보다 더 엄격하게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모든 국가가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 2018년 11월1일 직장 성추행 등에 항의해 동맹파업에들어간 구글 직원들이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구글 유럽본부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REUTERS

저소득국 문제
중국같이 지역별 차이를 요구하는 나라도 있다. 다국적기업이 다른 국가보다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많은 만큼, 중국 당국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게 더 많은 세원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최소세율 논란도 마찬가지다. 일정 세율 이상으로 세금을 걷는다는 원칙에 모두 동의하기는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부과 방식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국적기업 유치를 위해 유연한 조세환경을 내세우는 저소득국 가운데 상당수는 최소세율 시행으로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한다. 역으로 무리한 세제 혜택을 강요하는 다국적기업에 저항하는 무기로 최소세율을 활용하려는 저소득국도 있다.
마지막으로 부당과세 조항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있다. IF는 부당한 납세 의무를 졌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세무 당국을 상대로 법원에 이의신청할 수 있는 조항을 논의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는 이 조항에 반대한다. 세무 당국과 기업 사이의 조세분쟁에서 중재법원이 결국 기업 편을 들 것이라고 이들 국가는 주장한다. 세금을 도로 뱉어내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반발과 타협
조세분쟁을 조정하는 체계가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갖춰진 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중재를 통한 조세분쟁 해결이 의무가 된 이상 모든 나라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세를 도입하기까지 IF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생타망 국장 역시 “시행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세 협의가 그런대로 잘 진행되던 중에 두 가지 장애물이 나타났다. 프랑스가 2019년 7월 다국적 디지털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내국세, 이른바 ‘GAFA세’를 도입했다. 이어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인도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자체적인 과세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세계 공통의 디지털세를 도입하기 위한 다자간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 생겼다는 점이다.
미국이 반발했다. 2019년 12월3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IF에서 논의하는 국제 과세제도를 모든 미국 기업에 일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적용 여부를 기업 자율 선택에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미국만 쏙 빠지고 나면 몇 달씩 이어진 줄다리기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말 상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은 자국 기업에 세금을 매기는 나라를 상대로 무역전쟁까지 선포했다. 살벌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이러다 국제 법인세 도입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다. 그러다가 2020년 초부터 상황이 변했다. 프랑스와 인도가 연말까지 다국적기업에 세금을 징수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미국은 기업이 국제 디지털세 도입 여부를 어떻게 결정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기업에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거대 IT 기업과 몇몇 제약회사는 IF에서 정한 조세원칙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이렇다. 여러 나라에서 각각 다른 내국세를 내는 것보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세금을 나눠 내는 편이 유리해서다.
미국이 이대로 다자협상 자리를 뜨지 않고 지키고 있을 것인가? 미국 정부는 국제적 해법을 지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또다시 홀로 다른 배를 타고 떠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현재 IF 최종 협의안은 2020년 7월 초로 예정됐다.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행정부나 입법부의 빠른 결정을 기대하긴 어렵다. 최종 협의가 2021년 1분기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제1원칙을 세우는 논의에서 제시된 여러 방안 가운데 현재까지 합의를 얻은 조항은 하나뿐이다. ‘기업은 고정사업장이 없는 나라에도 과세 의무를 진다.’ 정확히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내야 하는지 등은 앞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 결정은 정치환경에 따라 미뤄질 수 있다. 생타망 국장은 “구체화하는 과정에 들어섰기에 어려움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이제 필요한 건 인내심이다. ‘혁명적’ 원칙이 있다면, 혁명은 오기 마련이다. 제 몫의 세금을 내지 않는 ‘먹튀’ 기업에 점점 더 많은 시민사회가 인내심을 잃어간다. 각국 정부는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플랜B는 없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3월호(제399호)
Bras de fer autour de la taxation des Gafa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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