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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 새 지평 열어야
[세계의 창] 한-몽 수교 30주년
[120호] 2020년 04월 01일 (수) 정민현 mjeong@kiep.go.kr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 부연구위원

   
▲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몽골 초대 대통령이 2019년 8월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DMZ 평화경제국제포럼’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솔롱고스. 몽골에서는 한국을 그렇게 부른다. 무지개라는 뜻이다.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다. 언어는 가치를 투영한다. 솔롱고스에는 몽골인이 한국에 느끼는 감정과 이미지가 반영돼 있다.
한국과 몽골 사이에는 부정할 수 없는 인종·인류학적 친연성이 존재한다. 생김새가 무척이나 닮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두 나라 언어는 어순, 조사 활용, 어미 변용 등에서 공통점이 많다. 역사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에게 썩 유쾌한 기억은 아니지만, 양국은 서로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고려양’과 ‘몽골풍’이 그것이다.
이런 친숙함에 한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과 한류 콘텐츠의 선풍적인 인기가 더해지면서 한국을 배우려는 몽골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2018년 한국에 있는 몽골인 유학생은 3천 명을 넘었다. 성인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몽골 초·중·고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은 4천 명이 넘는다.

한-몽 경제 교류 정체
한국을 방문하는 몽골인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10만 명 넘는 몽골 방문객을 맞았다. 몽골 인구가 약 300만 명임을 고려하면, 30명당 1명꼴로 한국을 찾은 셈이다. 한국에서 몽골을 찾는 이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8년 약 8만 명의 한국인이 몽골을 찾았다.
한국과 몽골의 인적 교류가 활발한 것과 정반대로, 경제 교류는 교역액과 투자액 기준으로 2012년 정점을 기록한 뒤 정체됐다. 2019년 두 나라 교역액은 3억2천만달러에 그쳤다. 한국 전체 교역액의 0.03% 수준이다. 양적 빈약함보다 더 큰 문제는 질적 구태의연함이다. 1990년 한국과 몽골이 수교해 경제 교류의 길을 튼 이래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은 몽골에 자동차와 기계를, 몽골은 한국에 광물자원을 주로 수출하는 지극히 단순한 교역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몽골 경제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1990년대 체제 전환기를 지나 200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쳐, 2010년대 중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경제성장 관점에서 몽골 경제는 30년 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발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바로 산업 다각화와 고도화다.
현재 몽골 경제가 풀어야 하는 중요한 숙제는 광업 부문에 산업이 집중된 것이다. 광물자원 수출이 전체 상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다. 특정 산업의 극단적 의존은 단기적으로 경기 불안정을 초래한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산업이 형성되지 못한 채, 단조로운 산업구조가 지속되면 전문화와 분업 수요가 저조해 복잡한 가치사슬(산업생태계)이 발달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인적 자본과 관리 기술이 축적되기 어려워 고급 인력 확충과 도전적인 기업가 출현이 요원해진다. 이에 따라 민간의 경제 참여가 위축되고 금융산업 발달이 지체돼 궁극적으로 산업구조 전환이 더뎌지면서 장기 성장 잠재력이 발현되지 못한다. 이른바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이라는 현상이다. 몽골은 경제발전 관점에서 보았을 때 광물자원 생산과 수출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성장 경로에 봉착해 있다.

미래지향적 협력의 새 틀 짜야
이 모든 문제를 풀기 위해 몽골 정부는 ‘몽골 지속가능 발전전략 2030’이라는 중장기 발전전략을 세워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뼈대는 광업 부문의 지나친 경제의존도를 완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조업, 에너지, 정보통신업, 건설업, 관광업, 금융업 등을 포함하는 10대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산업 다각화를 하는 한편, 고부가가치를 내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산업 고도화를 유도하려고 한다. 결국 교역과 투자의 질적 측면에서 현재 한-몽 경제협력은 몽골의 새로운 협력 수요와 정확히 배치된다.
따라서 한국과 몽골 양국 경제 교류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하려면 상호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의 새 틀을 짜야 한다. 새 협력 틀은 한국과 몽골의 경제협력이 몽골 경제의 장기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몽골의 산업 다각화와 고도화를 유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몽골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10대 산업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협력하는 게 아니라 몽골의 주요 협력국인 러시아, 중국, 일본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재원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식품 가공, 의류 제조 같은 경공업 부문(제조업), 플랜트 건설과 발전 설비 효율화(에너지), 전자정부, 전자결재 시스템 등 정보기술(IT) 인프라 부문에서 전략적 협력이 절실하다.
이와 동시에 몽골의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몽골 경제의 산업구조 전환에 힘이 될 뿐 아니라, 한국과 몽골 양국 사이 풍부한 인적 교류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장기간 안정적인 교류를 하려면 궁극적으로 민간의 자발적인 교류를 끌어내야 한다.
몽골인이 한국에 느끼는 친밀감과 호감을 바탕으로 지식, 기술, 경영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전수해 한국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체화한 몽골의 지식인, 지도자, 기업인을 양성할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민간의 신뢰는 활발한 경제 교류에서 근간이 된다.
한-몽 수교 30주년인 2020년은 한국과 몽골의 경제협력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기존 한-몽 협력 체계 유통기한은 이미 지났다. 지속가능한 협력을 위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할 시점이다.

* 남·북·미 관계 개선, 점차 심화되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통상 갈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 등 세계경제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와 선제적 정책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 인력을 갖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세계의 창’을 통해 전세계 경제 이슈와 해법을 보여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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