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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밤바다와 여수범퍼
[포토 인]
[120호] 2020년 04월 01일 (수) 곽윤섭 kwak1027@hani.co.kr

 글·사진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글을 쓰고 나면 응당 퇴고하는 것으로 배웠다. 대학 다닐 때 신춘문예에 응모하느라 긴 글을 처음 써보면서 퇴고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됐다. 몇 년 뒤 신문사에 들어와 보도사진을 찍다가 가끔 기사도 쓰면서 글 쓰는 속도가 빨라졌고 점점 퇴고도 하지 않았다.
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마감 시간이라는 마법 때문이다. 신문사에서 마감 시간이란 어떤 한 작업의 다음 공정을 위해 정한 날짜와 시간에 넘기라는 뜻이다. 그 시간까지 안 넘기면 차례로 밀려 신문 발행이 늦어지는 대형 사고가 나니 마감 시간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마감 시간의 마성은 이면이 더 강하다. 오전 10시엔 전혀 글을 쓸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낮 12시가 되면 겨우 노트북 자판에 손을 얹어보지만 지지부진하다. 오후 3시나 4시가 돼야 마음이 급해지면서 손놀림이 빨라진다.
통상 2분 정도 남겨서 끝낼 수 있고, 그 2분 동안 퇴고는 꿈도 못 꾸고 띄어쓰기나 오·탈자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맞춤법 검사’를 돌린다. 언제부턴가 한글 프로그램이나 신문사 기사 입력기에 있는 맞춤법 검사에 의존하면서 실력이 퇴보하고 있다.
맞춤법 검사를 돌리다가 배꼽을 잡은 일이 몇 번 있었다. 마감을 코앞에 두고 1분 1초가 아까운데 폭소가 터져서 10초 정도 킥킥거렸다.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은 각각 ‘여수범퍼’ ‘어머니뉴스’ ‘시너’로 고칠 것을 권유했다. 원래 단어는 ‘여수밤바다’ ‘오마이뉴스’ ‘신나게’였다.
전혀 봄 같지 않게 봄이 왔다. 이런저런 사진 촬영을 하러 지인들과 제주도를 다녀왔다. 길지 않은 일정에서 잠시라도 한라산 정상을 말끔하게 볼 수 있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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