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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기능·착화감 다 잡아 친환경 운동화 생산
[BUSINESS] 창립 70돌 아디다스의 혁신- ② 디지털 전략
[119호] 2020년 03월 01일 (일) 토마스 슐츠 economyinsight@hani.co.kr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 중국 베이징 쇼핑지구에 있는 아디다스 매장. 아디다스는 중국 시장에서 스포츠용품 사업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REUTERS

아디다스는 2018년 신발 신상품 한 점을 시장에 내놨다. 안쪽 깔창이 격자구조 주물로 된 운동화다. 이 소재는 깔창이 적절한 지점에서 증기를 외부로 뽑아내고 그 외 지점에선 확실한 지지대가 되는 작용을 한다. 수많은 육상선수의 활동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지금까지 신발 밑창은 수작업으로만 시간과 공을 들여 생산했다. 그러다 2015년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기업이 빛과 산소를 이용해 액상 송진에서 합성수지를 추출하는 법을 알아냈다. 어떤 모양이든, 낱개로도 대량으로도 생산이 가능한 합성수지였다.
이전 같으면 아디다스는 이와 비슷한 기술을 당연히 자체 개발하려 했을 것이다. 시간이 얼마 걸리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디다스와 이 벤처기업이 공동으로, 주문 맞춤형 운동화를 대량생산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세상은 너무도 빨리 돌아간다. 변화가 있을 때마다 바퀴를 새로 발명해내는 일은 이제 거의 불가능하다.” 제임스 칸스가 그 배경을 설명했다. 얼핏 듣기에 단순한 변화처럼 보이지만, 오랜 전통을 가진 독일 기업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니다. 로스테드 역시 “우리 회사는 날이 갈수록 개발, 생산, 판매 등 전 분야에서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현재 아디다스는 10년 전보다 현저히 늘어난 금액을 연구와 개발 분야에 투자한다.

원료 재사용, 지속가능성 추구
미래 분야도 집중 투자 대상이다. 소재공학자 120명과 수학자, 미래 전략가들이 미래팀에서 함께 일한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총 12개 실험실에서 이들은 각 공장에 설비된 기계의 최대 적재량을 검사하는 시뮬레이션을 한다. 신종 고무를 시험하고 최신 공학으로 만든 나일론을 마네킹에 입혀, 이 소재의 땀 배출량을 측정한다. 지하층에선 사람 대신 로봇이, 실내운동장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시속 200㎞로 축구공을 연신 찬다.
이 미래팀이 본사와 공동으로 고안한 중대한 프로젝트가, 2021년 여름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한다. 자체 순환 조절 기능을 지닌 운동화일 것으로 예상한다. 아디다스는 폐기되는 중고 신발을 모두 수거해, 새 신발로 가공해 재생산할 계획도 있다. 그러면 신발을 생산할 때마다 새 원료를 투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 생산공정이 가능해지려면 무엇보다 전통적인 신발 생산라인이 상당 부분 현대화해야 한다. 이 일은 간단하지 않고 돈도 많이 든다. 그럼에도 로스테드는 실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변화라고 믿는다. “지속성 있는 길을 가기로 정한 기업은 미래로 가는 열쇠를 손에 쥐는 셈이다.”
최근 몇 년간 아디다스는 자체 현황 파악에 많은 힘을 쏟았다. 아디다스 정체성을 놓고 전 직원에게 일종의 심리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다국적기업, 독일 기업, 패션하우스, 스포츠의류 전문점 등 여러 말이 나왔다. 어쨌든 이 모든 말이 어떤 식으로든 아디다스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말들 속에 공통으로 든 그 무엇, 칸스의 표현을 빌리면 ‘여러 면을 총망라하는 철학’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좀더 걸렸다. 칸스는 “모두가 차분히 자리잡고 앉아 ‘우리는 과연 누구이고 싶은가?’에 관한 각자의 생각을 담담히 써내려갔을 때 그 답을 비로소 확실히 발견할 수 있었다”고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베이징, 리우데자네이루, 베를린 등 전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매력을 발산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서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물론 아디다스는 몇십 년 전부터 수십 개국에서 제품을 팔아오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용품을 전문으로 하는 독일 기업으로 외국에서 상품을 파는 것과 처음부터 국제적 기업으로 국외시장을 갖는 것 사이엔 차이가 있다.
칸스는 “의식적으로 변화하느냐 못하느냐가 결과적으로 그 브랜드의 매력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아디다스가 고객에게 어떻게 인식돼야 하는가’의 문제는, 관습상 아디다스 제품을 몸에 걸치고 경기하는 운동선수들과 긴밀히 연결된 사안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디다스는 독일 대표축구팀 스포츠의류 지원기업으로 선정되기 위해 독일축구연맹에 연간 5천만유로를 냈다. 칸스는 “스포츠 스타들을 보면서 대중은 자신도 이들과 똑같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 그래서 스타들이 신었던 것과 똑같은 신발을 산다. 일종의 ‘영웅 숭배’ 심리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 동안, 이 영웅 자리를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는 쪽으로 대세가 바뀌었다. 스포츠, 음악, 라이프스타일이 혼합되면서 영웅 숭배 심리가 사그라지고 대신 일반인과 인플루언서(소셜네트워크 유명인)가 중심이 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퍼날라지고 있다. 이제 아디다스는 축구팀으로는 단 한 곳, 뮌헨 바이에른 팀에만 의류를 지원한다. 대신 청소년 팬 2200만 명이 온라인게임을 하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열렬히 시청하는 점을 고려해, 유명 유튜버 타일러 블레빈스(일명 닌자)에게 아이다스 제품을 지원하고 있다. 전통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 아디다스는 수년 전만 해도 독일 축구대표팀이나 운동선수에게 협찬하는 방식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해왔지만, 디지털 흐름과 맞물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 유튜버 위주로 아디다스 물품을 지원한다. REUTERS

비욘세, 카니예 웨스트 등과 협업
2019년 봄부터 아디다스는 세계 최고의 팝스타 비욘세와 일했다. 비욘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1억3700만 명에 이른다. 아디다스와 손잡는다는 소식이 처음 발표되던 날, 비욘세는 아디다스 스니커즈를 산처럼 쌓아놓고 그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2019년 12월 초에는 비욘세-아디다스 첫 공동 작업으로 출시된 운동화 사진을 공유했다. 2020년 1월 소개된 스포츠패션 공동모델 라인의 일부였다. 비욘세가 이 사진을 올리고 24시간이 채 되기 전에 인스타그램 포스트 아래에 무려 100만 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스타 래퍼 ‘무서운 아이’ 킴 키다시안의 남편 카녜이 웨스트와 아디다스는 2014년부터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웨스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지만, 마케팅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독일 밤베르크로 날아오기도 하고, 헤르초게나우라흐에서 아디다스 문서고를 뒤지는가 하면, 중국의 아디다스 생산공장을 방문하고, 자신을 담당하는 아디다스 팀원들과 몇 주에 한 번 정기적으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아디다스의 새 파트너십은 패션업계에서 전통적으로 볼 수 있던 동업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전에는 유명 인사가 한 가지 색깔을 정한 뒤 자기 이름을 신발에 철썩 붙이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카녜이의 말을 빌리면 “아디다스에 ‘문화적 영양주사’를 놓아줘야 한다. 그저 단순한 마케팅 숫자가 아니다. 거창한 사업이다. 2015년 카녜이와 공동 론칭한 브랜드 ‘아디다스 이지’는 2019년에만 약 13억달러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아디다스 직원이라면 아무리 팝 문화 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결국 스포츠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너나없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주의를 들을 게 뻔하다. 취재 과정에서도 이 말이 세 번이나 나왔던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 다만 이제는 스포츠라고 해서 다 똑같은 스포츠가 아닌 세상이 됐다. 아디다스는 오랫동안 운동선수에 버금가는 사람들, 이를테면 마라톤을 하거나, 일주일에 엿새씩 테니스하는 사람들을 핵심 고객으로 상정하고 제품을 생산해왔다. 그런데 로스테드는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진짜로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다수 소비자, 이를테면 일주일에 한 번 달리는 사람, 스포츠라는 걸 종종 사회 이벤트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로 말이다. 이런 이유로 아디다스는 요즘 들어 정상급 운동선수들보다는 오히려 조깅 동호회 같은 단체를 후원하고, 프로축구팀 대신 축구동호회에 지원금을 전달한다.
아디다스는 특히 디지털 매체로 고객과 직접적 접촉을 추구한다. 2020년 아디다스의 온라인 매출액은 아디다스 자체 웹사이트와 앱에서만 40억유로가 될 것이라고 한다. 2016년 매출액의 네 배다. 여기에 더해 로스테드는 여러 나라에 ‘디지털 강화팀’을 만들었다. 고객을 판매장에서 차차 빼내, 독일의 유명 체인 백화점 카르슈타트에서 아디다스 제품을 사는 대신 아디다스 온라인 광고를 보며 제품을 사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아디다스에 이는 거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단순히 주문용 웹사이트를 예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온라인 구매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유통경로와 배달 라인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로스테드는 이런 노력이 보람찬 결실을 볼 것이라고 확신한다. “5년 전만 해도, 누가 우리 고객인지, 고객이 어떤 상품을 좋아하는지, 어떤 상품이 기능성이 뛰어난 이유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아디다스가 수집한 데이터는 곧장 개발팀과 생산팀에 전달된다. 그 정보가 반영된 제품이 생산돼 매장에서 유통된다.”

   
▲ 아디다스에서 2018년에 출시한, 안쪽 깔창이 격자구조 주물로 된 운동화다. 가볍고 통기성이 좋고 착화감이 뛰어나다. REUTERS

전세계 매장 대대적인 리모델링
지난 2년간 아디다스는 세계 각지에 진출한 매장 2500여 곳 중 다수의 매장 내부를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아디다스 고객에 관해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와 필요성에 맞게 실내 장치를 바꾼 것이다. 온라인상 정보와 매장의 실내 장치가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리모델링 작업의 최종 목표다.
예를 들어 런던의 전시판매장 안에서 한 고객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아디다스 앱을 열어 선반에 비치된 한 신발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가까이 댄다고 해보자.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점원이 고객의 발 크기에 딱 맞는 신발을 고객에게 가져다준다. 고객이 점원을 먼저 찾을 필요도 없다. 개선되는 피팅룸의 경우, 탈의실 안에 있는 거울이 고객이 입어본 조깅 바지를 곧바로 인식해서, 소재뿐 아니라 고객이 선호할 만한 바지도 추천해준다.
로스테드는 아디다스 매장들이 완전히 문을 닫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가 디지털 서비스를 함께 받을 때만, 그래서 온·오프라인 두 세계가 하나로 융합될 때만 손님으로 가득 차리라는 점은 확실히 알고 있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두 세계가 합쳐진 이 실험장 중 가장 규모가 큰 매장은 중국에 있다. 아디다스는 중국 시장에서 스포츠용품 사업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전체 매장 수만 1만2천 개고, 1천 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 계획이다. 2019년 매출액이 2014년보다 두 배로 뛰어오른 420억달러였을 만큼, 중국은 맹렬한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특히 현재 중국의 20~35살 밀레니얼 세대는 국제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스타의 매력이 가미된 상품에는 무엇이든 아낌없이 지출한다. 카녜이 웨스트가 퍼렐 윌리엄스와 손잡고 론칭한 아디다스 사업이 여기만큼 두둑하게 보상받는 곳이 없다.
아디다스 본사를 방문하고 헤르초게나우라흐에서 머무를 생각이라면, 헤르초크슈파르크호텔에서 묵기를 권한다. 이 호텔은 과거 아디다스 콘체른의 게스트하우스로 쓰였다. 축구공 모양의 침실 탁자 전등이 있는 테마방 외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산책 코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침실 벽은 베켄바우어, 독일 통일 당시 외무부 장관인 한스디트리히 겐셔, 1972년 뮌헨올림픽 사진들로 도배돼 있다. 1954년 월드컵에서 썼던 축구공과 당시 결승전 골대에 걸려 있던 그물망도 보인다. 아디 다슬러의 사진도 있다. 이 호텔의 현재 소유자는 여전히 다슬러 가족이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이제 그들 소유가 아니다. 다슬러 가문은 1990년 아디다스 주식을 전부 팔았다. 현시점에서 되돌아볼 때, 아디다스 매각은 독일 경제 역사에서 가장 손해를 많이 본 거래로 꼽힌다. 아디다스 전체 주식 중 80%를 고작 4억5천만마르크 정도에 다 내줬으니 말이다. 2019년 현재 아디다스 가치는 460억유로(약 58조9천억원)로 추산된다.
뉴욕 아디다스 교육센터 건물 입구에는 굵은 글씨로 “낡은 가치는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다. 작동하지 않으니까”라고 쓰인 펼침막이 하나 걸려 있다.

ⓒ Der Spiegel 2020년 2호
Drei Streifen am Horizont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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