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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협상 난항…여전한 불확실성
[ISSUE] 브렉시트 이후
[119호] 2020년 03월 01일 (일)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020년 2월3일 런던 그리니치에 있는 옛 왕립 해군학교에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정부의 협상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REUTERS

3년 동안 세 차례나 미뤄진 런던과 브뤼셀의 결별 드라마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완전히 끝난 것 같지는 않다. 40년 넘게 이어진 유럽연합(EU)과의 동거는 때때로 굴곡졌어도 영국이 등 돌린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 앞날을 위한 관계를 정립할 차례다. 안보부터 정보 보안, 물자와 사람의 자유로운 통행까지 하나하나 면밀히 살펴야 한다.
“미션 임파서블” “거대한 작업” “거짓과 속임수 게임”. 런던과 브뤼셀의 협상을 묘사하는 말이 끝없이 쏟아진다. 쉽지 않은 일인 건 분명하다. 몇몇 쟁점은 2019년 10월17일 영국과 EU 집행위원회가 합의한 ‘탈퇴 협정’이 1월 중순 영국 하원을 통과하면서 해결됐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국경 문제를 비롯해 영국 거주 유럽 시민(또 그 반대로 적기는 하지만 ‘대륙’ 거주 영국 국민)의 권리 유지 등에 관한 조항이 담겼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의제가 남아 있다.

촉박한 시간
또 다른 문제는 협상 기한이다. 리스본조약 제50조에 따라 상대국에 진출한 시민과 기업이 점진적으로 EU 탈퇴를 준비하도록 ‘전환 기간’을 정한다. 이 기간이 만료되는 날이 2020년 12월31일이다. 최초 기한은 2019년 3월이었으나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EU 집행위와) 마련한 탈퇴 협정이 영국 의회에서 잇따라 부결되면서 2020년 말까지 연장됐다. 전환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도 있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가 반대한다.
영국과 EU는 2월25일 EU 외교위원회에서 협상허가가 나면 관계를 정리하는 협상을 공식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사실상 10개월 안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 한 줌도 안 되는 시간이 남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EU-캐나다 자유무역협정(CETA) 타결 때는 양쪽의 줄다리기가 8년 넘게 이어졌다. 더구나 그때 목표는 ‘한쪽으로 모이기’였다. 갈라서기보다 찾기 쉬운 출구였는데도 그만큼 시간이 걸렸다. 타라 바르마 유럽외교협회 파리지부장은 “주요 쟁점을 깔개 아래 가만히 덮어둔 혼돈의 3년이 지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험난한 과정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런던과 브뤼셀 사이 비공식 논의를 살펴보면 여러 분야에서 의견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1월 초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 관계가 이전처럼 가까울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각각의 선택에 따른 여파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선 정책선언(영국과 EU가 미래 관계 정립을 위해 2019년 10월17일 탈퇴협정과 함께 합의한 문서로 구속력은 없다)에서 언급한 의제를 모두 다루기엔 기한이 너무 짧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 이코노미스트 카트린 마티외는 “보리스 존슨은 영국 내 EU 회원국 조업권을 비롯해 ‘시티’(런던의 금융 중심지)의 미래를 결정하는 완전한 통제권을 되찾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조업 대 금융
광활한 영해가 있는 영국은 EU와 조업권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영국도 이 점을 잘 안다. 유럽 어업권익 보호기관인 유럽어업동맹(EUFA)에 따르면 (영국을 뺀) EU 회원국의 어획량 42%가 영국 영해에서 잡혔다. 프랑스 국립조업양식위원회 부위원장 앙투안 델렘 역시 “프랑스 어선이 영국 해역에서 잡는 청어와 고등어는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협정을 하든 못하든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정 어종 보존을 위해 국가별로 어획량을 제한하는 총허용어획량(TAC)은 회원국보다 제3국(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에 엄격하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 부문에선 영국이 EU보다 불리하다. 조업권 설정에서 영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EU도 영국에 ‘동등성 원칙’(회원국 간 금융 규정이 같다고 인정하는 제도)을 적용하지 않을 여지가 있다. 그렇게 되면 영국은 단일시장에 하는 금융상품 수출에 제약이 생긴다. 게다가 스테판 지오다노 프랑스 금융시장협회장은 “EU가 주권 수호 차원에서도 금융자원을 역내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결국 영국-EU 협상은 ‘조업 대 금융’ 싸움일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금융 부문 협상이 ‘노딜’(No Deal·성과 없이 결렬)로 끝나면 잃을 게 많은 쪽은 영국이지만, EU 회원국 역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자산관리, 연기금 운영 같은 금융활동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 이런 활동에 필요한 역량이 집중된 런던이야말로 EU에 이상적인 금융 수도다. 조업 부문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이게도 “(피시앤드칩스의 나라) 영국은 국내 소비만으로는 자국 어업계를 먹여 살릴 수 없다. 영국 어선이 잡은 수산물의 70~80%는 EU 27개 회원국에 수출한다.”(앙투안 델렘)
존슨 총리는 ‘대담한 통상관계’, 즉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방안을 EU에 제안했다. 카트린 마티외는 “영국 총리가 원하는 건 CETA 같은 무역협정이지만 서비스 부문까지 확장된 안”이라고 말했다. CETA는 재화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영국은 서비스 부문(주로 금융상품 수출)에서 EU를 상대로 흑자를 내고 있다. 이를 모르지 않는 브뤼셀은 런던이 제안하는 포괄적 자유무역협정 대신 유효기간 1년짜리 금융 동등성 협정을 선호하는 눈치다.

   
▲ 석양을 배경으로 보이는 영국 런던 금융 중심지의 초고층 빌딩들. 넓은 영해가 있는 영국은 수산물 조업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금융 부문에서 입는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REUTERS

템스강 위 싱가포르
영국과 EU는 재화교역 부문에서 견해차가 크지 않다. EU가 주장하는 ‘무관세, 수출입 무제한’ 원칙에 영국도 아직은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무덤핑 조항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럽에선 존슨 총리의 영국이 브렉시트를 이용해 EU 규정에서 멀어진 다음, 유럽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을 위한 ‘규제 없는 천국’으로 변해버릴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템스강 위 싱가포르’ 시나리오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역시 “환경, 노동법, 조세, 정부의 민간 지원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 없이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시장으로 오기 위한 특혜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단호한 발언이다. 그러나 유럽노조총연맹의 자문위원 다니엘레 바소는 실질적으로 “EU는 무역협상에서 줄곧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EU가 구속력 없는 사회와 환경 규정을 써놓는 데만 만족하고, 상대국이 규정을 불이행할 때 협정을 일시 중단하는 조항은 고려하지 않는다.”

합의 여부 관건
보수적인 ‘대처주의’ 영국은 정부 지원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지도 않았다. 2019년 11월에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영국을 EU 규정에 계속 묶어두려는 브렉시트 ‘철학’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게다가 미국 등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존슨 총리의 행보는 EU가 우려하는 불공정경쟁 위험을 점점 더 높인다. 물론 현재까지 이런 무역협정을 목표로 공식적인 협의가 시작된 건 아니다. 그러나 영국과 다른 나라의 무역협정 체결로 영국 내 규제가 약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를테면 염소로 세척한 미국산 닭을 수입하려고 살충제 사용 규제가 풀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트린 마티외의 생각은 다르다. “영국 수출품 가운데 50%가 유럽 시장으로 오지만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은 14%밖에 안 된다. 영국과 EU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군사·안보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영국이 누렸던 세계적 영광을 되찾으려는 존슨 총리가 EU와 미국 가운데 양자택일을 하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 문제가 핵심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타라 바르마는 “유럽에서 프랑스군 다음으로 강한 국방력이 있는 영국은 외교·안보·방위 부문에서 EU의 주요 동맹국”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적당한 거리는 어떻게 찾을까? 단적인 예로 이제는 EU 회원국이 아닌 제3국이 돼버린 나라와 어디까지 기밀정보를 나눌 수 있을까?
현재까지 존슨 총리는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전환기간을 연장하자는 요구에 귀를 막고 있다. 브렉시트를 최대한 빨리 실현하겠다는 공약으로 2019년 12월12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그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자까지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에 표를 던졌다. 그 표의 결과로 영국은 40년 전부터 누려온 규제완화 정책이 끝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결국 지금까지 온 길은 가장 순탄한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출발 준비를 단단히 했기를 바란다. 긴 브렉시트 여정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2월호(제398호)
Les jeunes sont-ils sacrifié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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