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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서비스 분야 유망시장으로 떠올라
[세계의 창] 한-터키 FTA 서비스·투자 협정
[119호] 2020년 03월 01일 (일) 이철원 cwlee@kiep.go.kr

 이철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 선임연구원

   
▲ 2017년 9월7일(현지시각) 터키 이스탄불 리츠칼턴호텔에서 한-터키 신·재생에너지 협력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터키 투자지원진흥청(ISPAT), 터키 과학기술연구위원회 에너지연구원, 한국 외교부 에너지 전문가와 터키 주재 한국 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은 과거에 동로마제국의 수도 비잔티움으로 불렸다.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해협을 경계로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있다. 터키는 세계 최대 규모 구매력이 있는 유럽 대륙과 최고 역동성을 자랑하는 아시아 대륙의 경계에 있다. 국민 99% 이상이 믿는 종교는 이슬람(수니파)이지만, 1923년 터키공화국 건국 뒤 정치와 종교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의 헌법을 준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터키는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의 접점이며, 서방과 중동을 연결하는 다리 구실을 자처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 이후 유럽으로 향하는 대규모 난민 유입 사태가 유럽연합(EU)에서 일어났으나, 이들을 수용하는 난민캠프가 터키에 설치되면서 사태가 진정됐다. 중동 이슬람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무기체계에 러시아 미사일 시스템을 도입해 양쪽 무기체계를 혼용함으로써 미국·EU·러시아·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유지하고 있다. 유라시아·북아프리카와 가까이 있는 터키는 중앙아시아 국가와 민족, 언어, 종교, 문화 등에서 형제 국가로 투르크 경제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터키는 한국에 중요한 신흥시장
지정학적 측면과 함께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과도 우애를 더욱 강조하는 터키는 고성장 경제, 성장잠재력, 인구구조 등에서도 한국에 중요한 신흥시장이다. 최근 저성장세에 접어들었으나 2017년까지는 7% 전후 고성장을 거듭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보였다.
터키는 2018년 기준 인구 8234만 명의 거대 내수시장을 보유해 시장잠재력이 막대할 뿐 아니라, 지속적인 인구 증가 추세로 젊고 교육수준이 높은 숙련 노동력이 풍부하다. EU 생산 거점인 중동부 유럽 국가에서 인구 감소와 고급 인력의 서유럽 유출이 심각한 점을 고려하면 EU 관세동맹으로 유럽 시장에서 생산 거점이 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인 투자 유인이다.
터키의 대규모 건설·유통·금융 기업이 아프리카와 중동은 물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대거 진출했고, 인근 에너지 생산국에서 최대 에너지 소비 시장인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에너지 회랑 구실도 하고 있다. 터키 진출은 자체 시장의 잠재력과 함께 이런 측면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돼야 할 것이다.
다만 터키 경제는 젊은 인구구조와 노동공급 증가 추세를 수용하기 위해 대외수지 불균형이 심화하는 것을 감수하면서 내수 중심 고성장 경제개발 정책을 오랫동안 지속해, 거시경제 펀더멘털 취약성에 자주 노출되는 편이다.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 누적, 대외의존도 심화와 고물가 등으로 개도국 화폐 가운데 가장 환율 불안정성이 높은 통화가 터키 리라화다. 터키 경제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달러 대비 리라화 명목가치의 대폭 절하로 달러 기준 터키의 명목GDP 규모는 최근 계속 축소되고 있다.
최근 터키가 미국, EU 등 서방과 대립·갈등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대외 요인에 터키 거시경제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따라서 터키에서 사업할 때 이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터키는 2019년 1~11월 기준 한국에 10대 무역 흑자 대상국이다. 한국의 총수출에서 터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치고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2%에 불과하나, 터키 대상 무역수지 흑자는 37억달러를 초과해 한국 무역 흑자에서 22%를 차지한다.
한국 기업의 터키 진출로 한-터키 산업협력이 강화돼 한국의 대터키 생산설비·중간재 수출이 크게 늘었고, 터키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됐다. 2019년 9월 말 기준 한국의 누적 대터키 투자액은 27억7052만달러로 총해외투자의 0.6%에 불과해 아직 미흡한 수준이지만, 이 중 80% 정도가 제조업 설비 투자다.

서비스·투자 협정으로 안정적 환경 제공
2013년 5월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으나 서비스·투자 부문 협상은 이후 7차까지 진행되는 등 ‘포괄적이고 수준 높은 FTA’로 격상시키기 위해 더 많은 시일이 걸렸다. 결국 2018년 8월 한-터키 FTA 서비스·투자 협정이 발효돼 앞으로 두 나라는 서비스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협정은 한국과 터키의 서비스 공급자에게 시장 접근을 보장하며 서비스 부문 투자자에겐 규정 중심의 안정적 환경을 제공한다.
이 협정은 두 나라가 상대국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규모의 경제 및 파급효과’(Spillover Effects) 이점을 누리도록 할 뿐 아니라, 여러 서비스 부문에서 협력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한국과 터키의 서비스 부문 기업은 지리적, 문화적 지평을 넓힐 수 있어 양국 모두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정보, 컴퓨터 프로그래밍, 컨설팅, 연구개발, 방송·영상, 음향, 영화·문화 콘텐츠 등 지식 집약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터키는 유망한 시장이 될 것이다.

* 남·북·미 관계 개선, 점차 심화되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통상 갈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 등 세계경제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와 선제적 정책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 인력을 갖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세계의 창’을 통해 전세계 경제 이슈와 해법을 보여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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