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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기기, 새는 에너지
[집중기획] 디지털 환경오염 ① 숨겨진 얼굴
[118호] 2020년 02월 01일 (토)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1월 브라질 마투그로수주의 싱구 원주민 공원에서 열린 파우와우 축제에서 원주민들이 공연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다. REUTERS
유튜브를 연다. 지나간 축구 경기 명장면을 다시 보고 싶어서다. 30분이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영화 예고편을 보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채널이 사용자 주의를 끌기 위해 설치한 그물망에 걸린 것이다. ‘낚인’ 방문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거기에 머문다. 집중력을 잃고, 일정까지 망친다. 
그사이 지구는 오염된다. 가상세계에서 활동한다고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환경단체 ‘더시프트프로젝트’에 따르면, 인터넷 동영상을 보는 데만 전세계 온실가스의 약 1%가 배출된다. 스페인 배출량과 맞먹는다. 짤막한 동영상 하나 보려다가 다섯 편을 내리 보는 일이 다반사다. 게다가 그중 세 편은 광고다. 
 
잠 쫓는 영상
더시프트프로젝트의 디지털개발부장 위그 페르뵈프는 말했다. “인터넷 사용자의 주의를 가장 쉽고 오래 끄는 매체가 동영상이다. 글로벌 기업을 비롯한 인터넷 사업자는 영상으로 방문자가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끈다. 광고 수익을 위해서다. 다른 원인도 있지만, 이 때문에 동영상 트래픽(데이터 이동량)이 부쩍 늘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수입에선 광고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들의 관심은 방문자를 되도록 오래 잡아두는 데 있다. 그래야 방문자가 광고를 많이 보고, 플랫폼은 방문자 개인정보를 최대한 모을 수 있다. 좋아하는 배우, 취향, 관심사 등 유용한 정보를 섬세하게 골라낸 다음 광고주에게 팔아넘긴다.
플랫폼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밥 먹을 때나 이동할 때, 순간마다 우리 일상을 비집고 들어올 기회만 노린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우리 경쟁자는 잠”이라고까지 말했다. 플랫폼의 쉼 없는 경쟁은 데이터 이동량의 폭발적 증가를 낳았다. 날마다 더 많은 데이터가 전송로를 타고 바다와 육지를 건넌다. 에너지 사용량도 늘어난다. 인터넷 사용률이 평균 25% 느는 동안 데이터 이동량은 3년마다 2배, 5년마다 3배로 증가한다. 
데이터 이동이 점점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프랑스에선 데이터의 53%가 4개 기업(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에서 만들어진다. 전세계에서 넷플릭스는 전체 데이터 이동량의 13%, 유튜브는 9%, 페이스북은 3%를 차지한다.
 
사용자 유도 전략
데이터 이동이 이들 기업에 집중됐다는 건 이동 데이터에서 동영상 비중이 크다는 말이다. 전세계에서 75%를 차지한다. 클릭 한 번이 지닌 무게는 저마다 다르다. 넷플릭스 한 편을 본다고 별생각 없이 마우스를 누르지만,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가 이동한다. 10시간짜리 고화질 영상 한 편이 영어 위키피디아(사용자 참여 온라인 백과사전) 페이지를 모두 합한 데이터보다 무겁다. 동영상 시청 증가는 인터넷 보급 평균속도를 앞선다. 2022년에는 영상 콘텐츠가 전체 데이터의 82%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시스코시스템스).
화질이 좋아지면서 데이터도 무거워진다. 고화질(HD)에 이어 초고화질 영상이 상용화되더니 이제는 4K, 8K 해상도를 단 스마트TV와 스마트폰이 나온다. 고화질은 일반의 4배, 초고화질은 고화질의 3배, 8K 영상은 일반 화질의 100배 많은 데이터를 쓴다.
이동 데이터가 점점 많아지는 이유는 사용자 소비 때문이지만 플랫폼 탓도 있다. 디자이너에티크 창립자 칼 피노는 “웹과 앱 디자인은 특정 행동을 유도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자동재생 기능이 대표적 예다. 플랫폼은 정보를 토대로 사용자 입맛에 맞게 콘텐츠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다음 영상을 고르는 수고를 플랫폼이 대신해주는 셈이다. 줄줄이 나오는 영상을 넋 놓고 보다보면 시간은 홀랑 가버리고 데이터 사용량도 늘어난다. 
이런 유도장치는 관심 없던 사람까지 서비스를 이용하게 한다. 새 콘텐츠를 확인하라며 때맞춰 알림을 보내거나, 보고 있는 영상과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페이스북은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페이지가 끝없이 이어진다. 물론 나가든 말든 선택은 사용자에게 달렸다. 그러나 애초 플랫폼이 이끄는 대로 사용자가 행동하게 디지털 환경이 짜였다. 
 
참을 수 없는 디지털 성장 속도
지금까지 디지털만큼 실체를 잘 감춘 기술은 없다. 스마트폰으로 멋진 풍경을 담는다. 사진을 메신저로 친구에게 보낸다. 방금 한 행위가 환경을 오염시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배터리는 1%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착각이다. 인터넷에서 무얼 하든 넓은 시설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형체 없는 사진이 친구 휴대전화까지 이르는 여정은 길다. 먼저 기지국에서 전파를 보낸다. 전파는 땅 밑과 바닷속에 깔린 고전압 케이블 수천㎞를 달린다. 사진을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24시간 에어컨이 돌아가는 공간에 보관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디지털 기술은 지구에 발자국을 남긴다.
그 발자국의 정확한 크기를 재기는 쉽지 않다. 디지털 기술이 세계 여기저기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보통신자동화연구소 연구원 로랑 르페브르는 “검색 한 번에 몇 나라를 돌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은 세계 전기소비량의 10%를 차지한다. 기기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45%)와 기기 사용에 쓰는 에너지(55%)가 거의 반반이다. 탄화수소 등 다른 자원까지 더하면 발자국은 더 커진다.
문제는, 우리가 쓰는 전기 대부분이 여전히 화석연료(석탄 38%, 가스 23%)에서 온다는 것이다. 전체 온실가스의 3.7%가 디지털 기술 때문에 배출된다. 분야별로는 비행기, 나라로는 러시아와 맞먹는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디지털 기술이 너무 빨리 성장한다”는 것이다(‘그린IT’ 설립자 프레데리크 보르다주). 
더시프트프로젝트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증가율은 매년 8%다. 이대로라면 2025년에는 세계 배출량의 8%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는 어떤 자원으로 전기를 생산하느냐, 다른 분야는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느냐에 따라 바뀐다. 하지만 변함없는 사실은 디지털 기술이 뱉어내는 온실가스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디지털 기술이 지워야 할 ‘인간적인 면’이 지구 곳곳에 남아 있다. 2016년 세계 인터넷 보급률은 49%에 그쳤다. 인도에서 10억 명, 중국에서 7억 명 등 미래 인터넷 사용자 저장고는 아직 넉넉하다.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기기 종류와 인터넷 사용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016년 5대였던 서유럽과 북미의 1인당 평균 디지털 기기 보유 대수는 2022년 각각 9대, 13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해마다 스마트폰 15억 대가 팔린다. 10년 전 스마트폰이 처음 나온 뒤 지금까지 100억 대 이상 생산됐다.
컴퓨터, 스마트폰, 스마트TV는 사용 전에 이미 환경을 오염시킨다. 희소금속 소재 때문이다. 추출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과 화학제품이 땅과 지하수층을 병들게 한다. 탄화수소물을 태워 온실가스를 뿜어낸다. 세계 담수의 0.2%는 디지털 기기가 쓴다. 얼마 안 돼 보인다고? “디지털 기술 때문에 안 그래도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이 악화하고 있다.”(보르다주)
 
에너지 잡아먹는 하마
스마트폰만 보면 생산으로 90%, 사용으로 10%의 ‘환경발자국’이 찍힌다. 여기에 데이터 이동에 쓰는 에너지까지 더해야 한다. 데이터는 지구를 네 바퀴 돌 정도로 긴 케이블을 타고 무수히 많은 기지국과 모뎀을 거친다.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에 따르면 데이터당 평균 1만5천㎞를 달린다. 
데이터가 케이블을 타고 이동하려면 전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디지털 분야는 전체 전기소비량의 10%를 차지한다. 그 70%가 전송로와 데이터센터에 쓰인다. 데이터센터에서 전기에너지는 서버 연결뿐 아니라 서버의 열을 식히는 데 쓰인다. 컴퓨터를 몇 시간만 켜놔도 금방 뜨거워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쉽다. 빼곡하게 줄 선 컴퓨터 수만 대가 열기를 뿜는 창고를 상상해보라. 뜨겁게 달아오르는 저장소를 식히는 데 24시간 돌아가는 에어컨은 필수다.
통신업체와 콘텐츠 제공업체는 로딩(콘텐츠가 뜨는) 시간 단축에 열을 올린다. 사용자의 까다로운 요구에 언제 어디서든 답하기 위해 시설을 늘린다. “서버 컴퓨터 수, 대역폭(통신 주파수 범위) 등 모든 면에서 필요 이상이 든다.”(르페브르)
 
   
▲ 전세계 데이터의 생산과 이동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거대 기술기업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와 넷플릭스의 스마트폰 모바일 앱 로고. REUTERS
전속력으로, 전력을 다해, 끊임없이
모든 기계가 최대 전력으로 쉬지 않고 돌아간다. 쓰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서버는 켜져만 있어도 가장 바쁘게 돌아갈 때의 반만큼 전력을 소비한다. 사용하든 안 하든 전원에 연결된 디지털 기기도 있다.”(르페브르) 인터넷 모뎀이 대표적이다. 하루에 필요한 때는 고작 몇 시간이지만, 꺼져 있는 법이 절대 없다. 초가용성이다. 사용주기와 상관없이 언제든 쓸 수 있게 두는 것이다. 
본래 디지털 기술은 효율과 시간 절약을 추구해왔다. 환경문제는 뒷전이다. “디지털 경제에 물리적 한계선을 그은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페르뵈프) 그렇게 달려오는 동안 에너지효율은 높아졌다. 똑같은 행위를 하는데 에너지는 덜 쓴다. 그래서 에너지 소비총량이 줄었는가? 천만에다. 경제적이니까 더 쓰는 ‘리바운드 효과’ 때문이다. “2014~2018년 스마트폰의 데이터 전송에 쓰는 에너지가 5분의 1로 줄었다. 반면 데이터 전송량은 7배 늘었다.”(프랑스 통신업체 오랑주) 에너지효율 향상은 소비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외려 그 반대다. 
 
구식 생산 왕국
5세대(5G) 이동통신이 온다고 한다. 기술혁신이 낳은 성과지만 반길 수만은 없다. 데이터 사용도 그만큼 늘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5G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확실한 점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인터넷 사용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옮겨갈 것이다. 무선 인터넷이 유선보다 훨씬 환경에 해롭다. 프랑스 통신우정규제청에 따르면, 무선통신이 광섬유통신보다 10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보르다주는 “기술 도약으로 오늘까지 쓰던 기기가 내일이면 구식이 되어버린다”며 “5G 통신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기술이 남기는 환경발자국이 점점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프랑스인은 평균 2년마다 휴대전화를 바꾼다. 88%는 정상 작동해도 휴대전화를 바꾼다. “디지털 서비스가 점차 무거워지면서 단말기가 버거워하기 때문”이다. “속도가 느려지거나 업데이트가 안 된다.”(릴리안 데드리버 ‘프랑스스트라테지’ 전략부장) 이런 현상은 디지털 용어로 ‘소프트웨어 블롯’이라고 한다. “서비스 한 개에 연결된 기능이 계속 늘어난다. 기능 일부를 바꿀 수도, 끌 수도 없다.”(데드리버) 영화 한 편 예매에 위성항법장치(GPS), 검색기록, 사진첩 등 동원되는 기능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변화를 따라가려면 단말기 성능도 계속 좋아져야 한다. 디지털 기기 제조사는 새 모델을 줄줄이 쏟아낸다. 탄소발자국도 점점 깊고 선명해진다. 2017년 나온 아이폰X는 2014년 아이폰4보다 이산화탄소를 75% 더 배출했다.
서랍 속에 잠든 휴대전화와 노트북이 쌓인다. 다른 폐기물과 달리 디지털 쓰레기는 배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에서 컴퓨터 수거율은 95%이지만, 휴대전화는 49%밖에 수거되지 않는다. 세계 평균 디지털 쓰레기 수거율은 이보다 한참 낮다(20%). 수거됐더라도 모두 재활용되지 않는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디지털 기술의 형체는 지워지지 않는다. 다시 쓸 수도 없다. 인류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다짐을 지키기에 디지털 기술이 지닌 약점은 치명적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1월호(제397호)
Pollution, La face cachée du numériqu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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