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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습관·인식 변화 우선
[집중기획] 디지털 환경오염 ② 해법
[118호] 2020년 02월 01일 (토)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셀린 무종 Céline Mouz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9년 9월 멕시코시티 안타라 쇼핑몰에 있는 멕시코 첫 애플 판매점의 개장 행사에서 고객이 새로 출시된 아이폰11을 사용해보고 있다. 스마트폰 새 기종은 이전 기종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REUTERS

인듐, 게르마늄, 탄탈럼, 란탄. 스마트폰 만드는 데 쓰이는 소재를 줄 세우면 주기율표가 만들어진다. 모두 60종류가 쓰였다. 금속은 40여 개다. 한 줌 원석으로 수천 년을 보낸 인류는 수십 년 만에 그 가짓수를 끝없이 늘렸다. 그 바탕에 디지털산업이 세워졌다. 오늘도 지구 뱃속을 가르고 광물을 캔다. 이른바 ‘탈물질 사회’라는 현대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물질에 크게 의존한다.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의존이다. 지구 자원은 유한하고, 자원을 추출하고 가공하는 동안 지구는 오염된다.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마트폰 소재 종류가 빠르게 늘었다. “과거 알루미늄과 종이로 축전기(전기를 모으는 장치)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탄탈럼이나 팔라듐 같은 금속으로 대체됐다.”(엔지니어 필리프 비우익스) 적은 양의 네오디뮴만 있으면 강력한 자석을 만들 수 있다. 네오디뮴 자석은 스피커, 마이크, 모터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도체 성질을 지닌 인듐은 투명해 터치 액정 생산에 꼭 필요하다. 전자기기 한 대에 쓰이는 금속은 모두 합해도 얼마 되지 않지만 스마트폰 45억 개, 텔레비전 5억 대, 컴퓨터 6억 대 등을 더하고 곱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5년 동안 생산된 디지털 기기의 수다.
디지털 분야만 탓할 수는 없다. “규소는 디지털산업의 핵심 소재다. 하지만 대부분 철강, 실리콘 산업에 쓰인다.”(올리비에 리두 프랑스 렌1대학 교수) 디지털산업은 세계 구리 소비량의 6%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용접에 쓰이는 주석을 보면 수치는 35%로 늘어난다. 탄탈럼은 60%, 인듐은 80%다.
이들 금속은 언제 고갈될까? 금, 은, 주석의 가채연수(확인 매장량을 연간 생산량으로 나눈 값)를 15~20년으로 예상한다. “여기서 말하는 매장량은 현재 기술·경제·환경 조건에 따라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런 조건은 끊임없이 변한다.”(프랑스 지질광물연구소 앙투안 부보 연구원) 
매장량이 풍부한 구리광산 가운데 개발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게다가 과거보다 광물 질도 나빠졌다. 그런데도 늘어나는 수요에 꼬박꼬박 답하고 있다. “30~40년 뒤면 구리가 고갈된다는 말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나왔다.” 가채연수가 떨어지면 가격이 뛴다. 이를 막으려 매장지 탐사 투자가 늘었고, 그때마다 새 광산이 발견됐을 것이다.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광물자원의 한계
광물자원이 지닌 ‘한계’는 매장량에만 있지 않다. 매장지 위치 등 다른 요인도 있다. 코발트와 탄탈럼은 콩고민주공화국을 비롯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에서 주로 생산된다. 채굴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수용도 차이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의 수준이 높을수록 수용도가 낮다. 
“채굴 과정에서 땅속 물줄기가 치명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리두) 물은 길 따라 흐르고 길에서 만나는 모든 물질과 섞인다. 광석을 캔다고 뿌린 물이 광석과 화학반응을 해서 지층에 영영 묻힐 수 있다. 그렇게 광석을 캐고 나서 또다시 화석연료를 태우고, 화학제품 탄 물을 쏘아가며 금속을 골라낸다. 
화학성분이 묻은 찌꺼기가 그대로 자연에 쌓인다. 희귀한 금속이라는 뜻의 희토류는 사실 그렇게 ‘희귀’하지 않다. 지구 표층에 얇게, 널리 분포됐다. 중국이 희토류 최대 생산국이 된 것은 땅이 넓기 때문만이 아니다. 정부가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강가 주민에게 침묵을 강요해서다. 국가 경제발전에 대한 환경비용을 감수하겠다는 정치적 결정이다. 오늘날에야 그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만, 전략산업인 희토류 생산에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광물을 캐면서 환경을 덜 바꾸고 고갈을 막으려면 덜 캐는 방법밖에 없다. 이미 쓰인 자원을 다시 쓰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재활용도 꼭 필요하지만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금속은 초소형 기기에서 골라내는 것보다 광산에서 캐는 일이 더 쉽다.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환경 조건이 나아져, 더 쉽고 싸게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은 디지털 쓰레기 수거율이 프랑스 50%, 세계적으로 10%에 머물러 있다. 네오디뮴, 인듐 같은 금속은 소재로 쓰고 난 뒤 다시 골라내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재활용이 채굴보다 환경에 더 해롭고 에너지도 많이 쓴다.”(리두)
“채굴량을 줄이려면 우선 기기를 덜 만들고, 더 오래 써야 한다. 기계 수명을 늘리고, 고쳐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금방 새것을 갈망하게 하는 마케팅 전략도 멈춰야 한다.”(비우익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1월20일부터 윈도7 지원을 종료한다. 이날 이후 컴퓨터 4억 대가 한꺼번에 구식이 되어버린다. 이상하다. 기술적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수명이 자동차보다 짧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강력한 정부 개입 없이는 기기 수명을 늘릴 수도, 재활용산업을 활성화할 수도 없다.”(리두) 정부는 △기기를 쉽게 고쳐 다시 쓸 수 있게 하고 △의무 보상기간을 늘리고 △자원 개발과 폐기물 배출에 부과하는 세금을 올리고 △절약의 필요성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새 스마트폰 한 대에 쓰이는 금속광물 가격은 고작 2유로(약 2500원)다. 이 상태로는 어떤 비물질적 사회에서도 ‘물질을 헤아리는 사용’은 어렵다.
 
   
▲ 중국 내몽골자치구의 바얀오보 광산에서 희토류 채굴작업이 한창이다. 디지털산업은 유한한 광물자원의 채굴을 통해서도 지구환경을 훼손한다. REUTERS
기기 수명 늘리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쓰면서 지구환경은 덜 해치고 싶다. 전자우편 휴지통을 자주 비우면 될까? “행동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디지털 제작 공작소 ‘팹랩’ 연구원 뱅상 비돌레) “디지털 절약은 기술적 해법이 아닌 마음가짐의 문제다.”(그린IT 설립자 프레데리크 보르다주) 이를테면 여행하고 돌아오는 기차에서 사진 100장을 클라우드에 바로 보내기보다 집에 와서 잘 나온 몇 장만 골라내고 저장하는 것이다.
개개인의 행동을 넘어 모두의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전자기기의 일생이 어떻게 시작되고 끝나는지, 친환경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어떤 것인지, 내 손으로 기기를 어떻게 고치는지까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순환경제법’이 논의된다. 올바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사법·경제 테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심각한 오염원은 컴퓨터, 스마트폰 같은 단말기다. 너무 자주 바꿔 문제다. 물론 컴퓨터는 적어도 10년, 스마트폰은 5년 넘게 쓸 수 있다. “제조사가 노트북 수명을 2~5년만 늘려도 노트북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37% 줄일 수 있다.”(더시프트프로젝트) 
오늘날 전자기기 사용설명서에는 기기 설정을 어떻게 해야 오래 쓸 수 있는지 안내가 담겨 있다. 여기에 더해 순환경제법은 2021년 1월부터 기기를 얼마나 고쳐서 쓸 수 있는지 알려주는 ‘수리가능지수’ 표기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국립과학연구소의 로마릭 다비드는 “수리가능지수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제조사 처벌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지수는 2024년쯤 ‘지속가능지수’로 대체될 것이다. 
“전향적 변화다. 이제 소비자는 제품이 얼마나 튼튼한지, 정말 믿을 수 있는 제품인지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문제는 고장이 나야 알 수 있었다.”(소비자단체 ‘알트’ 대표 레티시아 바쇠르) 알트는 모든 전자기기에 사용 시간 표시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주행거리를 알 수 있듯이, 텔레비전을 얼마나 봤는지 소비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런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할 일은 또 있다. 전자제품 의무 보상기간의 연장이다. 판매자뿐 아니라 제조사에도 제품 수명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프랑스에선 2014년 소비자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새 제품 보상기간이 2년, 중고는 6개월로 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무선기기는 5년, 유선기기는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제품 수명을 일부러 짧게 만드는 것은 범죄다. 쓸데없는 기능으로 크기가 풍선처럼 부푼 ‘블로트웨어’도 마찬가지다. 블로트웨어는 하드웨어 속도를 떨어뜨려 사용자가 새 제품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한다. 프랑스 상원은 소프트웨어 의무보상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순환경제법에 포함하려 했지만, 하원에서 반대하는 눈치다. “소프트웨어의 단점을 보완하는 업데이트와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업데이트를 구분하도록 법으로 정해야 한다. 불필요한 기능만 추가하는 업데이트가 많다.”(보르다주) 프랑스 검색엔진 ‘콴트’는 부수 기능을 덜어내 가벼워진 ‘콴트 라이트’를 내놓았다. ‘오래된’ 기기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살빼기’
기기가 오래 살려면 사람 몸과 마찬가지로 건강관리는 필수다. 집을 나설 때 형광등을 끄듯이, 인터넷 모뎀 전원을 꺼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 또 고칠 수 있는 병은 고쳐야 한다. 요즘은 멀지 않은 곳에서 수리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고쳐 쓰는 습관을 막는 장애물은 기술보다 인식”(다비드)인 만큼 사용자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제조사는 “수리비를 비싸게 책정해 사용자가 고쳐 쓰기를 포기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애플 같은 제조사는 아이폰 지정 수리점이 아닌 곳에서 배터리를 바꾸면 충전 표시가 안 되도록 해놨다. “이런 행위를 처벌하는 법적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다.” 
갖가지 노력을 했지만 고칠 수 없던 고장 난 기기를 서랍장에 모셔두지 말고 중고품 수거업체에 보내면 된다. 개인정보를 포함한 사용기록을 흔적 없이 지우고 새 생명으로 태어나게 할 것이다. “재활용산업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다.”(보르다주) 순환경제법 같은 강력한 법적 도구로 분리배출과 제품의 분리배출 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 중고품 판매업체가 제품 성능과 상태를 소비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표기법을 만들어야 한다. ‘상태 아주 좋음’이라는 모호한 정보 말고 말이다. 사이트에 나온 정보만 믿고 샀다가 실망한 소비자가 다시는 중고품을 사지 않겠다고 하는 사례가 많다. 정부는 ‘Ordi 3.0’ 라벨을 단 판매자를 찾으라고 하지만, 홍보가 부족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고장 난 기기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했다. 그렇다면 이제 가지고 있는 디지털 기기는 어떻게 써야 할까. 무선보다 유선으로 인터넷 연결하기, 무한 재생되는 비디오보다 유료 비디오 빌려보기, 첨부파일을 전자우편으로 보내기보다 공유 서버나 외부 저장장치에 저장하기, 전자우편 적게 보내기, 내가 남긴 탄소발자국을 돌아보며 쓰기 방법이 있다. 지구환경을 구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습관과 마음가짐을 바꾸는 일이 먼저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1월호(제397호)
Pollution, La face cachée du numériqu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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