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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독일 선택은 옳았나
[SPECIAL REPORT] 재조명되는 원자력발전- ② 전망과 과제
[118호] 2020년 02월 01일 (토) 필리프 베트게 economyinsight@hani.co.kr

 필리프 베트게 Philip Bethge <슈피겔> 기자 

   
▲ 테라파워가 처음 구상한 이동파원자로(TWR) 모습. 테라파워 누리집 갈무리
소형모듈원자로가 실제 원자력에너지의 르네상스를 불러올 것인가? 최대한 저비용으로 기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 어떤 에너지믹스(Energy Mix·인구 증가와 더불어 급증하는 전력 사용량을 감당하기 위해 조정하는 전력 발생원 구성비)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인가?
모든 시뮬레이션 결과는 한 가지 점에서 일치한다. 앞으로 태양에너지, 바이오매스, 풍력·수력의 에너지믹스에서 전력 대부분이 공급된다는 점이다. 10년 뒤 유럽 전력 생산 부문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믹스가 차지할 비율은 57%에 이를 것이라고 베를린의 에너지전환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추산한다. 
물론 자연법칙에 종속적인 전력 시스템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바람은 때로 많이, 때로 전혀 불지 않을 수 있다. 태양에너지도 때로는 많거나 적을 수 있다. 최악은 햇빛이나 바람이 단 한 점도 없는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순간이다. 
 
백업으로서 원자력에너지
몇몇 전문가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들쭉날쭉한 수급 문제를 에너지 저장장치와 유럽 전력시장의 유연성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바람과 태양이 단 한 점도 없는 순간 가동하는 백업 발전소가 더 현실적이고 저렴한 대안으로 보인다. 파트리크 그라이헨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대표는 가스발전소가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라고 말한다. 일반 가정집 가스레인지처럼 가스발전소는 단숨에 발전량을 최대치로 올리거나 중단할 수 있다. 
파트리크 대표는 “독일에는 30KW 성능의 가스발전소를 운용 중이다. 하지만 현재 절반만 가동 중”이라고 지적했다. 천연가스도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런 점을 들어 파트리크는 화석연료를 수소나 전기합성으로 생산한 메탄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메탄을 합성해 생산하는 데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원자력에너지는 전력 백업 문제를 좀더 기후중립적이고 단순하게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기존 원전은 적합하지 않았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수요 변동에 재빠르게 발전량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소형모듈원자로가 기존 대형 원전보다 훨씬 유연하다. 
호세 레예스는 “뉴스케일파워 원자로의 경우 전력 수요에 따라 제어봉으로 개별 모듈을 임시로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증기는 때때로 터빈을 가동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원전 가동을 중단하지 않고도 전체 원자로에 전력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
스테판 퀴비스트 역시 “원자력에너지는 풍력이나 태양에너지로 공급되는 현대 전력망에 호환된다. 원자로 열이 동시에 수소 생산 등 다른 목적으로 쓰인다면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형모듈원자로의 최대 장점으로 저렴한 비용을 꼽는다. “소형모듈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보다 훨씬 저렴해 비용을 충당하기 훨씬 쉽다. 소형모듈원자로는 상업적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원자력에너지 지지자들은 이런 방식 덕분에 원자력 전력 가격이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로 내려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과되는 탄소세 등이 생산원가에 반영된다면 천연가스도 비싸질 수 있다. 
야코포 부옹기오르노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전세계 수많은 지역에서 에너지 공급을 철저히 탈탄소화하려면 원자력에너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글로벌 전력 수요가 2040년까지 45%나 증가할 것”이라고 2018년 9월 한 연구보고서에 적시했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원자력에너지의 기후보호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 정책 노선을 변경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또 기존 원전을 성급하게 폐쇄하지 말라고도 경고했다.  
 
   
▲ ‘탈핵’을 선택한 독일에선 2022년이면 모든 원전이 가동을 중단한다. 문제는 탈핵을 실천하더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지 않고, 기후에 해로운 방식으로 생산되는 전력 수급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자력발전소 내부 모습. REUTERS
탈핵은 실수?
 3년 뒤인 2022년 독일에서는 마지막 원전 3곳이 가동을 중단한다. 기후변화를 고려한다면 탈핵은 어리석은 선택일까. 독일은 2025년까지 에너지전환을 위해 50억유로(약 6조4500억원) 이상 지출할 계획이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전기료가 3분의 1 정도 올랐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지 않았고 전력도 기후에 해로운 방식으로 생산됐다.  
그럼에도 독일이 원자력에너지 정책 노선을 수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에너지 경제계도 원자력에너지에 더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원전이 연장 가동되려면 개조에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파트리크 그라이헨 대표는 “사회 분위기를 보면 원자력에너지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크리스토프 피스트너 역시 원자력에너지의 르네상스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탈핵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또다시 의문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원전 자체가 사고 위험을 의미하며, 잠재적인 테러 목표물이 될 수 있다. 원자력에너지 확대는 핵무기 물질 확산 위험을 높인다.”
크리스토프는 핵폐기물 처리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전세계에 핵폐기물 처리장은 단 한 곳도 없다.” 독일에는 핵폐기물 중간 처리장만 있고, 최종 처리장의 입지 선정은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2020년 핵폐기물 최종 처리장에 적합한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어떤 지역이 선정되더라도 지역주민의 거센 반발은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원자력에너지를 우려하는 시선은 얼마나 옳을까? 지지자들은 원자력에너지 우려를 불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티븐 핑커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는 “원자력에너지는 우리가 보유한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이라고 말한다. 원자력에너지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 3건 중에서 오로지 체르노빌에서만 방사능 유출로 직접적인 사망자 수가 31명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추정치를 보면 암으로 사망한 피해자 수는 수천~수만 명에 이른다. 
핑거 교수는 “이 수치 역시 석탄발전소에서 나온 더러운 공기로 질병에 걸리고 조기에 사망한 피해자 수와 비교한다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매년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 일산화질소, 수은, 비소 등으로 전세계에서 8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수명을 다한 원전 설비에서 나온 독성 성분의 안전한 처리법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독일이 앞으로 최종 처리해야 할 고준위 핵폐기물은 무려 1만t에 이른다. 이 수치를 냉소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종류를 불문하고 에너지를 확보하려면 희생이 필요하고 환경오염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따라서 다음 같은 물음에 답해야 한다. 우리는 에너지 확보를 위해 얼마큼의 비용과 리스크(위험 요소)를 감수할 수 있는가? 지구온난화와 원전 사고 중 무엇이 더 걱정되는가? 물론 원자력에너지를 향한 반대 여론은 타당하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원자력 기술을 전면적으로 폐기하는 게 과연 옳은가? 
 
   
▲ 기후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향후 전력 대부분은 태양에너지, 바이오매스, 풍력·수력의 에너지믹스에서 공급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에 따라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이 친환경에너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REUTERS
빛나는 미래 아니면 잘못된 길?
존 길러랜드 테라파워 최고기술경영자(CTO)는 미국 에너지 분야에서 전설적인 존재다. 그는 과거 태양열과 풍력 설비를 설계했고, 수력발전소를 총괄했으며,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의 경력 마지막에 빌 게이츠와 손을 잡았다. 그 과정은 흥미진진했다. 
그는 “테라파워 설립 당시만 해도 주안점은 원자력에너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 역시 원자력이 아닌, 세계 인구 수십억 명을 에너지 빈곤에서 구하고 동시에 전세계를 탈탄소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고 한다. 빌 게이츠와 테라파워 직원은 수많은 옵션을 고민했고, 마지막에 원자력에너지를 최종 해결책으로 낙점했다. 길러랜드는 “에너지라는 글로벌 차원의 문제에 다른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며 다른 해결책이 있다면 그것을 파고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테라파워 엔지니어들은 두 유형의 4세대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테라파워에서 설계한 원자로가 가동한다면 인류의 에너지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것이다. 두 유형은 증식원자로(Breeder Reactor·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소비하는 물질보다 더 많은 분열 가능 물질을 생성하는 핵 원자로) 콘셉트를 따르고 있다. 증식원자로의 경우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된 중성자는 감속되지만, 더 강력해져 연료봉에서 우라늄을 분열할 수 있다. 이는 핵폐기물 문제에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우라늄235나 플루토늄 등의 핵무기 원료는 원자로에서 연소될 수 있어 군비 축소에도 기여한다. 
증식원자로의 에너지 소비량은 기존 핵발전소보다 50배 이상 높다. 증식원자로는 핵분열물질에 저장된 에너지의 95%를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원자로는 5%에 그친다. 심지어 증식 과정에서 새 핵연료가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새로 발생한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다시 쓰일 수 있다. 
이런 원자로의 운용 온도는 최고 1천℃에 이른다. 냉각제로 쓰이는 액체 상태의 나트륨이나 녹은 소금은 위험이 따르는 물질이다. 또 원자로에서 핵폭탄 소재인 플루토늄이 증식되는데, 플루토늄은 기존 원자로에선 정기적으로 재처리 설비에서 추출해야 했다. 이는 플루토늄이 핵폭탄으로 쓰일 수 있음을 뜻한다. 지금까지 가동에 들어간 고속증식로는 19개에 불과한데, 현재 운용 중인 것은 5개다. 이 중 3개는 각각 러시아, 중국, 인도에 있다. 
테라파워 엔지니어들은 고속증식로 아이디어를 계속 개선하고 있다. 테라파워가 처음 구상한 원자로 콘셉트는 이동파원자로(TWR·Traveling Wave Reactor)라고 한다. 이동파원자로에서는 노심에서 핵분열물질이 내부에서 외부로 불탄다. 프로세스가 멈추기 전까지 연료봉은 수동으로 새로 세팅된다. 특히 반응성물질(Reactive Materials)은 노심 중앙으로 다시 돌아가고, 계속해서 증식 반응이 일어난다. 
수십 년 동안 이 과정이 반복되기에 연료봉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 특히 위험한 핵분열물질은 더는 노심에 있지 않다고 연구원들은 말한다. 길러랜드는 “소형모듈원자로에서는 재처리 설비가 필요 없다. 결국 우라늄 농축도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심지어 핵확산 위험도 사라진다고 한다. “플루토늄이 있어야 할 최고 자리는 노심이다. 노심에서 플루토늄을 훔치는 일 따위는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테라파워의 두 번째 콘셉트인 용융염원자로(IMSR·Integral Molten Salt Reactor)에는 연료봉 자체가 아예 없다. 용융염원자로에서는 용해된 우라늄염이 핵분열물질 기능을 하며, 액체 상태의 염분으로 냉각된다. 
이동파원자로처럼 용융염원자로는 태생적으로 안전하다고 간주한다. 원자로 운용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으면 원자로를 자동 차단한다는 뜻이다. 용융염이 가열되면 용융염 반응도가 줄고, 핵분열반응도 자동 감소한다. 길러랜드는 “용융염원자로에서는 아주 좁은 공간에서, 기후중립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며 “후세대가 이런 원자로 바로 인근에 살더라도 염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길러랜드는 테라파워의 고속증식로는 2035년이면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현 여부는 테라파워 엔지니어들뿐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자금력에도 달려 있다. 
최초의 이동파원자로 건설은 이미 중국과 합의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이후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졌다. 이제 미국은 핵기술에서도 ‘아메리카 퍼스트’만을 외친다. 길러랜드는 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중국과 더 이상 협의하지 않는다. 지금은 미국에서 무엇을 건설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 
 
ⓒ Der Spiegel 2019년 51호
Strahlend grü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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