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협상시간 촉박… 후폭풍 최소화 노력”
[PEOPLE ] 신임 EU 집행위원장에게 듣는다- ① 브렉시트
[118호] 2020년 02월 01일 (토) 마르쿠스 베커 economyinsight@hani.co.kr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했던 비판적인 발언, 급진적인 기후정책, 유럽연합 기본 가치에 반기를 드는 회원국과의 관계를 말했다.

마르쿠스 베커 Markus Becker 
페터 뮐러 Peter Müller <슈피겔> 기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1)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독일 베를린 파리저광장의 유럽연합위원회 대표부에서 만났다. 집무실에는 오래된 나무 책상이 있다. 독일인 최초로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을 한 발터 할슈타인도 썼던 책상이다. 할슈타인 임기 때, 폰데어라이엔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예상을 깨고 2019년 6월 유럽연합 회원국 정상들 선택을 받아 집행위원장에 선출된 폰데어라이엔은 유럽연합 수도 브뤼셀로의 귀환을 앞두고 있다. 독일 정부에서 가족부·노동부·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그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선출되는 홍역을 치른 뒤, 예정보다 한 달 늦은 2019년 12월1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에 취임했다. 
2011년 ‘유럽연합’을 주제로 <슈피겔>과 긴 시간 인터뷰했을 때, ‘유럽합중국’을 주창했다. 집행위원장에 취임한 지금도 여전히 유럽합중국을 목표로 하나. 
유럽합중국은 후세대를 위한 프로젝트다. 유럽합중국으로 가는 길은 머나멀다. 모든 회원국이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한 통합 과정에 참여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우리 세대에선 일단 유럽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예로 나는 기후 정책과 디지털 정책에서 유럽연합의 선도적 역할을 확대하려 한다.
유럽이 국제 무대에서 더 자신감 있게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뭔가. 
유럽은 강력한 경제블록이고, 전세계에서 법치국가 수호자로 통한다. 그래서 유럽이 단호하고도 신속하게 행동에 나서야 하는 순간이 있다. 유럽연합은 더 일사불란하게 조직된 기관이어야 한다. 6년 전 아프리카 말리는 테러로 붕괴할 위험에 처했다. 당시 유럽은 이에 대응할 정치적 의지는 있었지만 뒷받침할 구조는 없었다. 프랑스가 과감하게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면, 사헬지역에서 안전지대 구실을 하던 말리는 사라졌을 것이다. 
유럽을 미국과 중국에 이은 3위 대국이라고 보는가. 
수직적 구조로 바라보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은 내부적으로 여러 지점에서 견해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편이라고 확신한다.  
몇 주 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 독일 국방부 장관일 때, 트럼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발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위험한 관계 등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그 태도는 앞으로도 지속하는 건가.
그때는 국방부 장관 취임 초기였다.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토가 구시대 유물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유럽에서는 나토를 현대화하고 ‘유럽군’을 창설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를 계기로 동유럽 회원국도 군조직을 구축할 필요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열린 마음으로 트럼프 대통령 만날 것”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장클로드 융커 전 집행위원장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국과 협력을 도모해 트럼프 대통령의 존중을 받았다. 본인만의 전략이 있나.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임하면, 대개 첫 만남에서 많은 것이 직관적으로 열린다. 나는 미국인을 잘 안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이후 몇 년간 미국에서 살았다. 아이 둘이 미국 국적자다. 미국과 미국인 시각에 ‘촉’이 있다고 확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무역정책에서도 유럽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미국과 유럽 사이에 뭐 하나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다. 미국은 이란과의 핵협정에서 탈퇴했지만, 유럽은 여전히 지키려고 한다.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노르트스트림2’(Nord Stream 2) 가스관 사업을 놓고도 미국은 참여 기업에 제재를 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제1의제로 다룰 것인가.
미국과 유럽의 일상적인 관계가 원래 아주 좋다는 사실부터 설명할 생각이다. 유럽과 미국은 민간부문뿐 아니라 학문, 경제, 문화 분야에서 우호관계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미국과 유럽은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한다. 실제 미국 정부의 조처와 달리 수많은 도시와 지역, 캘리포니아주 등은 파리기후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무역 관계에서 여러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지만, 일부분에 불과하다. 
미국은 독일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정책에는 유럽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탄소세가 포함된다. 만약 탄소세를 도입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무역정책을 전쟁 수단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유럽과 미국이 각자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건 아주 정상적이다. 탄소세는 단순한 구상에서 시작됐다. 한 예로 유럽은 몇 년 뒤부터 철강 생산에서 탄소 배출 제로(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세계 기후에 도움이 되겠지만 철강 가격을 올릴 것이다. 국가 지원을 받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며 생산된 중국의 저렴한 철강이 유럽 철강 시장에 넘쳐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공정한 경쟁 조건을 조성하려면 중국이 탄소세나 탄소인증제를 도입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리처드 그레널 주독 미국대사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참여 기업에 제재를 한 미국에 유럽 15개국과 유럽의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말이 맞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에는 정치적 측면이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가용할 수단을 동원해 동유럽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리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이 맞다. 반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법 규정에 따라 해당 사업에 참여한 유럽 기업에 제재하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화웨이에 유럽 요구 담은 제안서 제시”
미국과 또 다른 대립 지점은 화웨이다. 미국 정부는 유럽연합 회원국의 5세대(5G) 데이터망 구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라고 요구한다. 조만간 유럽연합이 이에 대한 제안서를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어떤 내용이 담기나.
유럽 공동의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회원국 전체 의견을 모았다. 5G와 6G 인프라는 유럽의 경제와 행정, 민간부문의 안정적인 데이터망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핵심기술이다. 개별 기업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유럽연합 차원의 기본 표준을 마련하려 한다. 유럽연합 기본 표준에는 5G와 6G 데이터망 같은 민감한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 정부한테 개인정보 유출을 강요받지 않고, 독립적인 기업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다.  
그렇다면 화웨이는 유럽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중국 국가보안법에는 ‘비즈니스를 하는 제3국에서 습득한 개인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를 암시하는 문구가 있고, 화웨이에도 적용된다.  
그것에 대해서는 집중 논의가 필요하다. 개인정보나 기업정보가 중국 국가보안법에 따라 불법 유출되는 위험요인이 있다면 이를 수용할 수 없다. 
지금 유럽연합은 강력한 파트너를 잃는 상황이다. 유럽연합을 떠나는 영국은 거대 국민경제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자, 유럽의 2대 핵보유국이다. 브렉시트는 외교·안보 정책에서 유럽연합을 얼마나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하나.
외교·안보 정책에선 브렉시트 후폭풍이 차라리 덜할 것이다. 영국은 다른 분야와 달리 안보 정책에는 아주 소극적이었고, 유럽연합에서 일부 변화를 막기도 했다. 한 예로 유럽군 창설 논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에 시작할 수 있었다. 유럽연합과 영국은 지금도 밀접한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20년 말까지 유럽연합과 관계를 포괄적인 규정으로 정하려고 한다. 실현 가능한가.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협상해야 하는 수많은 사안을 고려하면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단순히 무역정책에 그치지 않고, 안보 문제나 어업권 등 중차대한 내용도 논의해야 한다. 아주 일부만 언급해도 그렇다. ‘하드 브렉시트’에 대비한 별도 국제 규정이 없다. 엄청난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사안부터 논의할 것이다.
 
“브렉시트는 포퓰리스트에게 쓴 약”
브렉시트 찬성파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브렉시트가 성공한다면,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 사이에 모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공언이 아니라 현실이다. ‘브렉시트 드라마’는 유럽연합 탈퇴를 장밋빛 공약으로 내걸었던 모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치인에게 쓰디쓴 교훈이 됐다. 수많은 포퓰리스트가 처음에는 그렉시트(Grexit·그리스 유럽연합 탈퇴), 덱시트(Dexit·덴마크 유럽연합 탈퇴), 프렉시트(Frexit·프랑스 유럽연합 탈퇴)를 소리 높여 외치다가 지금은 슬그머니 입을 닫고 있다. 
지난 5년간 국제 정세는 어느 국가도 홀로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음을 보여줬다. 유럽연합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계속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브렉시트에는 크나큰 정치력이 필요했다. 유럽이사회에서 기후, 난민, 내수시장 심화 등 중요 사안 대신 오로지 브렉시트만 논의해야 했던 수많은 나날을 떠올려보라. 
 
ⓒ Der Spiegel 2020년 1호
Das Brexit-Drama ist eine bittere Lektion für die Populisten
번역 김태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