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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본주의가 필요하다!
[PEOPLE]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 인터뷰
[118호] 2020년 02월 01일 (토) 크리스티앙 샤바뉴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앙 샤바뉴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대니 로드릭 교수가 2018년 4월 ‘글로벌 임파워먼트 모임’에서 ‘왜 자유민주주의는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국에서 출간된 그의 저서. 하버드대 동영상 갈무리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교수(국제정치경제학 포드재단)는 특별한 경제학자다. 터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하고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친다. 현대 경제학자 가운데 경제 세계화의 정치·사회적 여파에 관한 연구가 중요하다고 가장 먼저 강조한 사람이다. 국가 경제주권을 빼앗은 1990~2000년대의 ‘초세계화’를 비판하고, 통제된 경제를 강조했다. 개발도상국 발전 전략을 연구하면서 정부 개입 필요성을 내세웠고, ‘좋은’ 경제학자란 무엇인지 고민한다. 비전통적 이론에 열려 있으면서 주류 경제학의 정확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저서로 <그래도 경제학이다>(2016), <자본주의 새판짜기>(2011),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2011) 등이 있다. 
 
반면교사 된 트럼프
미국에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동의하나.
반반이다. 강해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세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지금까지 세계경제 질서를 움직였던 방식을 다시 생각하도록 부추겼다. 그러나 트럼프가 너무 멀리 반대 방향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외려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이들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트럼프 경제가 대안일 바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온 자유무역체제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좋은 길은 무엇인가.
경제통합 과정에서 세계화가 너무 멀리 가버렸다. 자유무역협정이 늘어나고, 국가 간 공공정책을 일원화하려는 의지도 커졌다. 이런 체제는 국가마다 필요한 경제와 정책이 다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새 모델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평화공존경제’ 같은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민주국가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국가정책이 개방주의와 꼭 맞지 않더라도 그런 정책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온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어떤 나라가 시장을 개방했다고 해서 노동권, 복지, 조세 등 모든 면에서 외국기업 이익을 봐주는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조세통합도 너무 멀리 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처럼 자본통제에 반대하지 않는다. 모든 나라에서 자본이동을 통제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특히 단기 자본이동을 관리해야 한다.
 
세계화가 낳은 분열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멈춰야 한다는 얘기인가.
10~15년 전만 해도 자유무역협정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소득재분배에 엄청난 타격이 생겼다. 국가통합 정책에 더 큰 힘을 쏟아야 한다. 국제적 경제통합이 진행될수록 국가 내부에서는 분열이 일어난다. 게다가 세계화 승자는 사회에서 이탈해버렸다. 이런 현상은 여러 나라에서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2018년 “세계화가 사회를 분열시켰다”며 세계화를 거세게 비판했다.
전세계에서 나타난 현실이 그렇다. 사회는 점점 더 분열되고 있다. 불평등이 심화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프랑스같이 불평등 대응을 잘하는 나라에서도 소득·일자리를 전망하는 데 불안과 우려가 있다. 불안과 우려를 양분 삼아 사회의 분노가 커진다. 그 배경에 탈산업화가 있고, 탈산업화 책임은 세계화와 기술 변화에 있다. 보호제도가 약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노조가 힘을 잃은 것이 대표적이다. 
포퓰리즘 부상에 맞서는 경제 해법이 있나.
포퓰리즘이 떠오른 배경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세계화, 기술변혁, 긴축정책 등에 따라 경제조건이 악화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문화적 요인이다. 외국인혐오증처럼 다른 것을 배척하는 방향으로 가치가 변화했다. 이런 국수주의 감정을 이용해 극좌·극우 정당이 세력을 키웠다. 경제 불안이 심화할수록 극좌·극우 정당은 더 쉽게 결집한다. 
그래서 경제적 해답이 중요하다. 미국은 경제가 가장 어려운 지역부터 교육, 인프라, 일자리에 공공투자를 늘려야 한다. 초고소득 과세를 포함해 소득세 누진율을 높여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동시에 노동조합 힘을 다시 기르고, 독점기업 권력에 맞서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경제학 분야에 변화가 있었다. 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에는 그러지 않았다. 이유가 있나.
지금이 1930년대와 비슷한 건 사실이다. 새로운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대공항 위기는 훨씬 심각했다. 전세계 실업률이 20%였다. 오늘날은 그때보다 점진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현재진행형이다. 
 
열린 비주류
미국 대표 경제지를 모두 비판한 연구가 있었다. 주류 아이디어를 옹호하고 재생산한다고 꼬집었다.
모든 학문은 역사에서 어느 순간이 되면 무엇이 좋은 모델인지 합의를 끌어낸다. 다양한 이론 사이에서 손쉽게 위계를 정한다는 점에서 이점이지만, 단점도 있다. 합의로 인정받은 좋은 모델은 새 방식을 모색하는 논의에서 빠진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경제학이 지난 수십 년간 더욱 견고하게 발전했다는 데 동의한다. 비록 주류 틀에서 벗어난 경제모델이 탄생하는 데 충분한 자리를 내주지 않았지만 말이다. 나는 이렇게 중도 위치에 머물려 한다. 비전통적 사고에 열려 있지만, 주류 이론의 장점은 놓고 싶지 않다.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 경험에 기초한 이론을 따르는 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분석은 절대 결정적일 수 없다. 경제 현실은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경제 현실은 변동성이 크기에 어떤 구체적인 결과도 일반화할 수 없다. 무작위 실험 방식이 가진 한계다. 일부 지역에선 한정된 실험이 중요하더라도, 결과를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 경험적 자료에 기반한 정책을 더 넓은 범위에서 상황이 다른 지역까지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런 정책은 주관적 판단 영역에 깊숙이 들어가 길을 잃기 쉽다. 다른 실험 결과가 한 방향으로 향해도 반대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장벽만 높여 막을 뿐이다. 
경제학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경제학은 항상 그래왔듯이 변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가 쓸모 있지만, 우리 사회를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이론 연구 쪽으로 추가 기울 것이다. 더구나 1930년대와 비슷한 위기 상황에 놓인 만큼 경제학의 진화에 탄력받을 것이다. 새 자본주의 제도를 모색해야 하는 우리에게 이론적 접근은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학의 진화
주류 경제학이 새 이론에 열려 있다고 생각하나.
경제학자는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열려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행동경제학은 ‘그쪽에서 주장하는 경제적 합리성은 말도 안 된다’는 비판에서 나온 게 아니다. 행동경제학자가 하는 말은 이렇다. “모든 경제주체는 여러 제한된 상황에서 최선의 행동을 한다. 하지만 경제주체의 완전한 합리성과 맞지 않은 행동을 연구해볼 수 있다. 그쪽 접근 방식에 바탕이 되는 기본 이론을 바꾸지 않고, 정확한 도구를 이용한다. 그에 따라 경제주체 행동에 변이가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경제학은 심리학에 바탕을 두거나, 다른 사회과학에서 온 이론을 더할 수 있다. 경제학자는 이런 방식으로 성장한다. 더 멀리까지 가기 위한 과정이다. 경제학자에게 ‘그 방법은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하면 지식의 눈을 감아버린다. 하지만 ‘그 방법이 좋긴 하지만, 특정 부분을 바꾸면 현실과 더 가까운 모델이 되겠다’고 말하면 지식의 눈을 연다. 경제학자에게 익숙한 사상이 있다. 경제학자의 생각이 진화하려면 경제학 언어로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접근법으로는 어떤 학문에서도 혁명이 일어나지 못할 듯하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같은 경제학자는 나오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학문은 혁명에 맞서 스스로 보호한다. 사실 케인스 사상은 규범에 흡수됐고, 주류와 잘 어울리도록 수정됐다. 이 때문에 어떤 이는 케인스의 근본 사상이 외면받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케인스 사상은 주류 언어로 다시 쓰인 뒤부터 진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불안정성의 근본적 역할’ ‘동물적 충동’ 등 케인스가 내세운 다른 이론도 나중에 관심을 얻었고 새 모델로 적용됐다. 수요가 부족하고 실업률이 높아도 경제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모델이다.
그렇다고 앞서 말한 지적을 배제하려는 건 아니다. 사회 전체가 지각변동을 겪을 때 혁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식 변화는 주변부에서만 일어난다. 다른 학문과 경제학이 다른 점은, 경제학은 경제가 움직이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진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학은 우리 사회의 대표 모델을 그리는 도구를 발전시키면서 진화한다. 이 때문에 경제학이 비판받기도 한다. 경제학을 바꾸려면 기존 도구를 이용해 가설을 고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새로운 이론을 가져오면 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12월호(제396호)
Nous avons besoin de réinventer un nouveau capitalism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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