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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 국채, 기득권층 이자 수입원
[ISSUE] 레바논 경제위기
[118호] 2020년 02월 01일 (토)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1월 레바논 베이루트 시내에 있는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석 달 이상 이어진 반정부 시위로 파손됐다. REUTERS
“제품보다 국민을 수출하는 나라 레바논이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레바논 정치·경제·사법인단체는 ‘긴급 구제금융 조처’ 제안서에 자국의 현재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백향목’(상록교목으로 성서에 나오는 식물)의 나라 레바논은 2019년 10월 중순 시작된 정치·경제·사회 위기에 휩싸여 있다. 오랜 종교 갈등까지 뛰어넘은 위기 속에 긴급 구제금융이 국가 운명을 결정할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다. 
도화선이 된 것은 스마트폰 메신저 와츠앱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사드 하리리 정부의 발표였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에 불만이 많은 레바논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은행은 폭력 사태와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을 우려해 점포 문을 수시로 닫았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 에리크 베르데이는 “상인들이 은행에 입금하지 않아 수입품 대금을 내지 못하고 물품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레바논 성장 체제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베르데이는 “(1975~90년 내전이 끝나고) 재건 과정에서 금융·관광·부동산 사업에만 집중하고 농공업은 외면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레바논은 제품 생산이 대부분 중단됐고, 소비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레바논 정부는 경상수지 적자(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5%)와 공공부채를 메우기 위해 나라빚을 늘렸다. 하지만 공공서비스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 레바논 국민은 경제 쇠락의 상징인 전력시스템 개혁을 외쳤다. 국영 전력회사는 국가 예산의 10%를 잡아먹으면서도 안정적으로 24시간 전력을 공급하지 못한다. 
레바논 공공부채는 일본과 그리스에 이어 세계 3위(GDP의 151%) 수준이다. 주요 채권자는 레바논 상업은행이다. 상업은행은 예·적금으로 이율이 높은 국채를 사고, 정부는 높은 이자를 약속하고 부채를 늘려왔다. 이런 체제가 유지되는 배경은 무엇일까. 
베르데이는 “장관과 국회의원, 그 가족이 은행 지분 43%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금융 엘리트의 유착관계 때문이라는 말이다. 시위대 요구도 이들 엘리트 집단의 퇴진이다. “모두, 그러니까 모두.” 레바논 국민의 외침이 거리에서 울리고 있다. 다음은 디아스포라(대규모 이주)에 따른 자본유출이다. 레바논을 떠난 이민자는 1400만 명이었지만 돌아온 사람은 600만 명에 그쳤다. 
최근 이런 소중한 자원이 외국으로 떠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웃 나라와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는 레바논을 떠난 사람들이 주로 정착하는 곳이다. 100만 명을 레바논으로 쫓아버린 시리아 전쟁과 빠른 속도로 힘을 잃어가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제도 레바논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레바논 정부는 달러 부족으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위험에 놓였다. 몇 가지 해법이 제시됐다. 상환 기일을 늦추거나, 채권자 또는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서민과 부유층, 은행 가운데 누가 그 대가를 치르느냐를 정하는 일만 남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12월호(제396호)
Au Liban, les banques responsables de la cris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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