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이슈
     
지분 늘리는 반도건설… 향배 안갯속’
[국내이슈]한진그룹 경영권 어디로
[118호] 2020년 02월 01일 (토) 권순우 soonwoo@mtn.co.kr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 2019년 4월1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가운데), 조현민 전 전무(오른쪽)가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차기 후계 구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 총수 아버지의 돌연한 사망과 아버지 뒤를 이어 회장이 된 아들. 세밑을 앞두고 동생의 경영권을 노리는 누나의 도전장. 남매를 중재하려는 어머니와 함께 모인 크리스마스 만찬에 벌어진 아들의 가정폭력으로 외부에 보호를 요청한 어머니. 드라마라고 해도 막장 드라마일 법한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벌어진 한진가의 이야기다.
조양호 회장 생전에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17.84% 지분을 가진 조 회장이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28.94%로 안정적인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었다. 별세 뒤 조 회장 지분은 아내 이명희 고문과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삼 남매에게 나뉘어 각각 5~6%씩 지분을 갖게 됐다. 표면적인 한진가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은 28.9%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삼 남매가 반목한다면 누구도 지배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가 지배권 다툼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기 시작한 사모펀드 KCGI는 15.84% 지분을 갖고 있다. 단일 주주 기준으로는 최대주주다. KCGI는 남매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르자 지분을 17.14%로 끌어올리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삼 남매 중 한 명이라도 지배권 다툼에서 밀려 KCGI와 손잡는다면 한진그룹 주인은 바뀐다.
여기에 갑자기 반도건설이 자회사 등을 통해 한진칼 지분 6.28%를 사들이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로써 지분 8.28%를 보유한 반도건설은 단일 주주로는 사모펀드 KCGI와 델타항공에 이어 3대 주주가 됐다. 반도건설은 한진그룹 관련 사업을 많이 한 기업으로 한진가 우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삼 남매 중 누구의 우군인지는 불확실하다. 반도건설 쪽은 ‘단순 투자’라며 속내를 숨긴다.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공동기업체)를 설립하며 협업하는 델타항공은 10% 지분을 취득하며 백기사로 등장했다. 하지만 델타항공이 원하는 건 대한항공과의 협업이지 그 협력 대상이 반드시 조원태 회장일 필요는 없다. 
조양호 회장 별세 뒤 시장에선 한진가 남매의 갈등을 예상했다. 누구도 지배적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뚜렷한 후계자도 없었기 때문이다. 삼 남매 모두 물의를 일으켜 사회적 평가도 비슷한 수준이다. 조양호 회장 별세 뒤 삼  남매는 아버지 유훈이 “가족과 잘 협력해서 이끌어나가라”였다면서 특별히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들 조원태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교통정리가 된 듯 보였다.
이들 갈등이 수면 위에 비친 것은 2019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과 동일인을 발표할 때다. 동일인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범주를 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인물로 일반적으로 ‘재벌 총수’라 부르는 이다. 공정위는 매년 발표하던 시기를 연기하며 ‘한진그룹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뒤늦게 한진그룹은 서류를 제출했지만 끝내 동일인을 지정하지 않았다. 조원태 회장을 그룹 총수로 인정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었다.
 
남매 경영권 분쟁은 예견된 일
그다음 변곡점은 2019년 6월 조현아 전 부사장 재판이었다. 이명희 고문과 조현아 부사장은 국외 구매 물품 밀수 등의 혐의로 재판받고 있었다. 감옥에 가면 경영할 수 없기에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었다. 결과는 집행유예로 마무리됐고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앞서 ‘물컵 갑질’ 논란으로 경영진에서 물러난 조현민 전무는 이미 한진칼 전무로 복귀해 최고마케팅 책임자(CMO)가 됐기에, 조현아 부사장이라고 복귀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사실 집행유예를 받긴 했지만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바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남매가 다투는 상황에서 뒤로 물러나 있었다가는 지배력을 아예 상실할 수 있다. 지배력 다툼 외에도 회사 안에서 근무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임금이다. 이들은 아버지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할 부담이 생겼다. 지분율이 아슬아슬한 수준이기 때문에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재판 이후 조 부사장은 복귀하지 못했다.
 
   
▲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갈등이 총수 일가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조원태 회장은 2019년 12월25일 서울 평창동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가족 간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연합뉴스
조현아 “조원태 회장이 유훈 어겼다”
6개월이 지난 2019년 12월23일, 조현아 부사장 법률 대리인 이름으로 성명서가 언론사 기자에게 배포됐다. 조원태 회장을 향한 선전포고였다. 조현아 부사장은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현아 부사장 쪽은 조원태 회장을 회장이라 칭하지 않고 ‘대표이사’라고 표현했다. 상법상 대표이사는 맞지만 이사회가 인정한 회장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조 부사장 복귀가 무산된 것도 자신의 판단이나 사회적 평판에 따른 우려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조 부사장 쪽은 “조원태 회장 쪽이 복귀 등에 대해 본인과 어떤 합의도 없었지만 대외적으로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강조했다.
남매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한진가 삼 남매는 크리스마스에 어머니가 사는 서울 평창동 자택에 모였다. 결과는 처참했다.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경영권 이야기를 나누다 심한 욕설을 주고받고 유리창과 도자기를 깨는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 경제계에선 조원태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고문과 여동생 조현민 전무가 조현아 부사장 편을 들자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산조각 난 도자기와 유리창, 이명희 고문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팔에 맺힌 핏물. 아버지가 상속한 지분을 가지고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투는 재벌가의 추한 민낯이 세상에 공개됐다.
크리스마스 소동 뒤 조원태 회장과 이명희 고문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사죄드린다”는 공동 사과문을 내놨다. 사과문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비슷한 지분율을 가진 3명의 야심가가 누구는 재벌 총수를 하고 누구는 집에 있을 수는 없다. 돈 문제는 가족 사이에서 더 치열한 법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값어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는 한진칼 주가는 조양호 회장 별세를 기점으로 무려 65%나 올라갔다.
 
기업 이익보다 사익 좇는 후계 다툼  
한진그룹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지배구조 문제였다. 기업은 주주와 경영자, 채권자, 노동자, 협력업체, 소비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힌 공간이다. 기업 지배구조는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의 권한과 책임을 구분하는 의사결정 구조다. 이사회를 구성하고 그 안에 사외이사와 감사를 두는 것 모두 주주와 경영진의 상호 견제로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한 것이다.
한진가 가족은 주주와 경영진, 개인과 법인을 구분하지 못했고 그들이 선을 넘어서는 의사결정을 할 때 누구도 견제하지 못했다. 이명희 고문은 법인 돈과 개인 돈을 구분하지 못해 회사 자금으로 자택 인테리어를 했고, 회사 직원을 자기 집 고용원으로 부렸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항공사에 부여되는 관세 혜택을 개인 물건을 사는 데 이용했고, 법인 항공기를 마치 개인용 배달 수단으로 활용했다. 조원태 회장은 공익법인인 재단 산하 대학교에 마치 사설 학원처럼 입학했다. 너무나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 항공 분야에서 봉건영주로 살아온 한진가 일가족은 현대 기업이 가져야 할 기본 지배구조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지금도 그들은 봉건영주의 후계 다툼만 바라볼 뿐 이해관계자가 공존하는 ‘기업’이라는 현대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바람 잘 날이 없다. 이 와중에 단순 투자 목적이라던 반도건설은 계열사로 추가 지분을 취득해 8%까지 지분율을 높였다. 조원태 회장(6.52%)보다 지분율이 높다. 지분 매입 목적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삼 남매 중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현재 가늠하기 어렵다.
대한항공은 조씨 일가 사유물이 아니다. 7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나머지 주주들 자산이요, 노동자들 일터요, 국가가 면허로 만들어준 국민의 하늘길이다. ‘수송보국’ 이념을 담아 수십 년 대한민국 하늘길을 지켜온 대한항공은 삼 남매의 욕심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 난기류 안에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2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