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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개혁은 성공할까
스포츠 경제
[9호] 2011년 01월 01일 (토) 김창금 kimck@hani.co.kr

김창금 <한겨레> 스포츠부 기자

“축구에는 승자가 있고, 패자는 고통스럽지만 패배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랍비의 설교처럼 뻔한 이야기지만 쉽게 끝낼 기미가 안 보였다. 전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이 텔레비전 생중계 채널을 통해 자신에게 쏠린 것을 모를 리 없는 축구계의 ‘보스’. 한국시각으로 12월3일 0시를 넘긴 시점에 이뤄진 2018·2022 월드컵 개최지 발표 행사는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한 사람을 위한 무대였다.

놀라워라, 블라터의 힘이여

 블라터 회장의 힘은 월드컵 자체의 상품성과 극대화된 상업주의에서 나온다. 24명의 집행위원 가운데는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에 충실했던 훌리오 그론도나,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매집한 표로 고가의 여행상품을 만들어 거액을 챙긴 것으로 의심받는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잭 워너, 주앙 아벨란제 전 FIFA 회장의 사위로 파산한 FIFA 대행사 ISL로부터 95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의 히카르두 테이셰이라 등 문제 인물이 여럿이다. 그러나 이런 집행위원들에 대한 견제는 없다. 영국 언론을 중심으로 개최지 투표 과정 공개, 투표인단 확대 등 FIFA 집행위원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소 귀에 경 읽기’다.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제프 블라터 피파 회장이 2018, 2022 월드컵 개최지를 발표하고 있다.

 FIFA 웹사이트에 나온 2009년 재정보고서를 보면 FIFA 주식회사의 규모가 실감난다. FIFA는 10억5900만달러를 벌어 8억6300만달러를 비용으로 지출해 1억9600만달러(약 2258억원)의 순익을 냈다. 2003~2009년 매년 최소 4900만달러(약 564억원)에서 최대 2억4900만스위스프랑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황금알 장사로 2009년 12월31일 기준 FIFA의 총자산은 21억400만달러다.
 그 중심에 바로 블라터 회장이 있다. 1975년 FIFA의 기술국장, 1981년 사무총장을 맡았던 블라터는 1998년 6월 세계 축구의 대통령인 FIFA 회장이 됐다. 묘하게 블라터 취임 이래 FIFA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TV 중계권료가 급팽창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1억1500만스위스프랑(약 1260억원)이던 중계권료는 1998년 1억3500만스위스프랑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2년 13억스위스프랑으로 800% 이상 뛰었고, 2006년 15억스위스프랑을 넘어섰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27억달러로 솟구쳤다. 아디다스, 코카콜라, 아랍에미리트항공, 현대·기아차, 소니, 비자 등 영양가 높은 6개 FIFA 후원사(FIFA는 ‘파트너’로 부른다)를 상대로 한 마케팅 수익은 2009년 한 해 2억7700만달러였다.
 중계권 협상 시점을 당기고 중간 마진을 없애는 쪽으로 계약 방식을 바꿔온 것도 큰 변화다. 중계권·마케팅 대행사 ISL은 2002·2006 중계권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2001년 5월 3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파산했다. 당시 2002·2006 월드컵 중계권은 2001년에 타결됐다. ISL이 망하기 직전 FIFA 안에 마케팅사업부를 신설하며 독점력을 높인 블라터 회장은 이런 경험에 자극받아 2010·2014 월드컵 중계권을 이미 2006년에 팔았다. FIFA 마케팅사업부를 통해 직거래 비중이 높아졌고, 작은 시장이 밀집한 아시아의 경우 인프론트스포츠에 대행권을 넘겼다.
 그런데 2018·2022 월드컵 중계권 협상은 더 빨라졌다. 2010·2014 월드컵 중계권을 샀던 SBS의 자회사 SBS인터내셔널은 이미 지난해 12월 중에 2018·2022 월드컵 중계권을 1억9000만~2억달러에 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지상파 3사가 복원한 코리아풀에 분배될 중계권 계약이 대회를 8~12년 남겨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특히 이번 협상에는 2010·2014 중계권 판매 때와 다르게 인프론트스포츠가 아닌 FIFA가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일본처럼 한국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건값이 높을 때 매매를 성사시킨 FIFA는 안정적 재원 확보로 장기 사업 구상과 경기침체 등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
 280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FIFA의 세계 마케팅 전략은 매우 고차원적이다. 상업적 권리에 대해서는 볼펜에 붙은 로고조차 감시하는 등 스폰서 권리를 철저하게 보장한다. 인프론트스포츠를 통한 호스트브로드캐스팅(HB) 시스템으로 균일한 고품질 화면을 제공하면서 영상 통제권을 확보한다. 또 월드컵 참가팀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기본적으로 팀마다 100억원 이상을 지급한다. 거꾸로 중계 필름을 공짜로 넘겨주는 일도 많다. FIFA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쪽이 녹화 테이프를 북한에 건네는 것을 허락했고, 2006년과 2010년에도 북쪽에 영상을 넘겼다. 적자인 20살 이하와 17살 이하 청소년대회, 여자축구의 중계권을 의무적으로 월드컵 패키지로 사도록 한 것은 잠재적 시장 확대를 노린 것이다.
 
 “카타르 개최지 결정 비판은 기독교 우월주의”

 블라터 회장이 러시아에 월드컵 선물을 안기면서 동유럽 공산권 이미지의 탈피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블라터 회장은 카타르의 2022년 월드컵 개최권에 대한 영국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대해, “기독교에 배경한 서구 우월주의가 느껴진다”고 반박했다. 유럽과 중동의 종교·문명적 대립을 연상시키는 이 발언엔 중동 축구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실용주의 냄새가 난다. 실제 블라터 회장은 고집스럽게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아프리카에 안겼고, 축구 열기에 비해 사회적 조건이 열악한 브라질에 2014 월드컵을 주면서 일관되게 프런티어 확장을 주도해왔다. 2018·2022 월드컵 개최지 발표 첫 멘트로 ‘중국에서 축구가 발생했다’는 립서비스를 한 것은 2026년 중국 월드컵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면 지나칠까?
 ‘축구 상업주의’에서 천재의 길을 연 블라터 회장에 대한 비판은 제한적이다. 영국의 앤드루 제닝스는 10년 이상 FIFA의 문제점을 파헤쳐온 탐사보도 전문기자다. 하지만 내부 정보에 접근하기가 워낙 어려워 공격의 예봉은 핵심을 찌르기 어렵다. 고액 연봉과 뒷돈의 변형 형태 가능성이 있는 보너스 공개, 도덕성에 문제 있는 집행위원들의 퇴출 요구, 조카인 필리프 블라터가 대표인 인프론트스포츠를 대행사로 선정한 내부거래 의혹 고발 등이 전부다. FIFA는 조가비처럼 외부의 비판 시선을 철저히 외면하거나 전면 부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계 최강의 권력자인 블라터 회장이 언제까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반블라터’ 전선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2018·2022 개최지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집행위원회의 폐쇄주의는 페어플레이를 추구하는 축구 정신에 맞지 않는다. 208개 회원을 가진 축구협회의 대표라면 내부 정보 공개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나친 상업화로 가난한 나라의 축구팬들은 술집이나 식당에서 월드컵을 봐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는 현실은 어떤가. 투명성보다는 집행위 내부의 인맥관리에 치중한 도덕적 불감증은 치명적이다. 내년 FIFA 회장 선거에서도 재선이 유력하지만, 반블라터와 FIFA 개혁 바람이 어느 때보다 거세진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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