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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딜레마
[Editor's Letter]
[118호] 2020년 02월 01일 (토)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 첫 부분엔 ‘트롤리(전차) 딜레마’가 나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당신은 시속 100㎞로 질주하는 전차의 기관사입니다. 근데 브레이크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저 앞에 인부 5명이 공사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비상철로로 방향을 틀 수 있는 시간은 간신히 남았지만, 그쪽에서도 인부 1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전차를 비상철로로 틀면 1명이 죽지만, 그대로 간다면 5명이 죽습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 역시 이런 딜레마를 안고 살아갑니다. 최근 프랑스 경제월간지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에선 우리가 디지털을 많이 쓸수록 지구가 오염된다는 기사를 다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멋진 풍경을 담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친구에게 보낼 때, 유튜브와 넷플릭스에서 동영상 한 편을 보려고 별생각 없이 마우스를 누를 때, 환경이 오염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착각입니다. 디지털로 뭘 하든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휴대전화에서 기지국으로 전파를 보내야 할 때 에너지가 듭니다. 사진을 클라우드(인터넷상에 마련한 개인용 서버)에 저장할 때도 에너지가 듭니다. 데이터센터에선 서버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24시간 에어컨을 돌려야 합니다. 에너지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세계 전기소비량의 10%를 차지합니다. 전세계 비행기에서 내뿜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일상으로 스며든 얼굴인식 기술 역시 딜레마입니다. 공항 출입국 심사, 스마트폰 잠금장치, 온라인 금융계좌 개설, 회사 근태관리, 테러 대비, 지하철 승차 등 여러 분야에서 얼굴인식 기술이 쓰입니다. 세금, 건강보험, 우편처럼 공공서비스로도 확장됐습니다. 얼굴인식 기술을 두고도 한쪽에선 산업 경쟁력을 내세우며 규제 철폐를 주장하지만, 다른 쪽에선 개인정보 보호와 사생활 침해를 내세웁니다.
약간 결이 다르지만,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다룬 ‘소형원자로’ 역시 딜레마입니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독일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무슨 까닭일까요? ‘탈원전’과 ‘지구온난화’가 딜레마이기 때문입니다. 원전 대신 화석연료를 많이 쓸수록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해서입니다. 이런 딜레마는 두부 자르듯 한칼에 해결하기 힘들어 외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놓고 좀더 고민하고, 좀더 토론해야 할 듯합니다.
다시 샌델로 돌아가볼까요. 샌델은 정의와 부정, 평등과 불평등, 개인 권리와 공동선이 충돌하는 상황을 놓고 이성적으로 고민해보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한 번 더 생각했듯, 디지털 딜레마를 두고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우리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아 참, 이런 딜레마를 놓고 고민하는 구체적인 모습은 <이코노미 인사이트> 2월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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