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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몰락에 비전펀드 위기
[집중기획] 위기의 소프트뱅크 ① 원인
[117호] 2020년 01월 01일 (수)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는 위워크, 우버 등에 대한 투자 실패로 2019년 3분기에만 7천억엔(약 7조5천억원) 넘는 적자를 냈다. 2016년 펀드 출범 뒤 최악의 실적이다. 소프트뱅크가 위워크에 140억달러(약 16조3천억원)를 쏟아부었지만, 만성 적자와 상장 실패로 현재 위워크 기업가치는 80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손 회장 직감에 전적으로 의존한 유니콘기업 위주의 투자처 선정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의 현 상황을 짚어본다. _편집자

팀 바르츠 Tim Bartz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일본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이자 세계적 투자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최대 규모 벤처캐피털 펀드인 비전펀드(Vision Fund) 운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손 회장은 2000년 알리바바 투자 성공 이후 ‘투자의 귀재’로 통했지만, 최근 잇따른 실패를 맛보고 있다. REUTERS

불과 1분기 만에 65억달러(약 7조8천억원) 적자를 기록한다면 평정심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물론 뜻밖에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2019년 11월13일 소프트뱅크그룹의 무니시 바마 매니저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 무대 위 소파에 앉아 있다. 그는 방금 도쿄 본부에서 재앙에 가까운 실적을 전달받았다. 흰색 셔츠 칼라를 풀고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는 바마 매니저는 참혹한 실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는 낙관적(bullish)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bullish’는 주식시장에서 주가 상승세를 의미한다. 바마 매니저에게서 불안이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 일도 없이 모든 게 잘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바마 매니저는 소프트뱅크에서 인도 사업부문을 맡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얼마 전까지 벤처캐피털업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자였다. 소프트뱅크는 런던에 본사를 둔 고위험 펀드인 비전펀드로 글로벌 디지털경제 업계 전반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주도해 조성한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는, 슬랙·위워크·틱톡 등 세계 최고 가치를 보유한 여러 기술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전세계 기술기업에 ‘모 아니면 도’(Go Big or Go Hom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투자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의 고속성장에 사활을 걸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은 지난 몇 년 동안 기업가치가 천문학적으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기업가치 급상승은 명암을 함께 남겼다. 2019년 9월 기업공개(IPO)로 최소 30억달러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던 위워크가 끝내 기업공개를 하지 못하면서 손정의 회장의 역대 최고 대규모 투자는 실패로 돌아갔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에 담긴 여러 기업의 가치는 급락했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는 기업공개 뒤 기업가치가 무려 40%나 급락했다. 위워크의 기업공개 무산을 계기로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 80여 곳의 가치를 예의주시하며 좌불안석이다. 비전펀드 내폭은 전세계 테크기업 주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위워크 기업공개 불발… 바이트댄스에 기대
이르면 2020년 1분기로 예정된 동영상 제작·공유 서비스 ‘틱톡’을 출시한 중국 인공지능(AI)·콘텐츠 스타트업 바이트댄스(Bytedance)의 기업공개가 소프트뱅크 운명을 점칠 가늠자가 될 것이다. 현재 바이트댄스 기업가치는 750억달러(약 88조원)에 이른다. 혹시 바이트댄스 기업공개도 위워크처럼 물거품으로 끝나지는 않을까?
소프트뱅크는 지금까지 ‘기습’을 뜻하는 군대 용어에 기업 확장 개념을 합친 ‘순식간에 회사 덩치를 키운다’는 뜻의 스타트업 용어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을 공격적으로 실행했다. 물론 소프트뱅크가 블리츠스케일링을 공격적으로 운용한 유일한 벤처캐피털 회사는 아니다.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2018년 2천억달러 이상을 스타트업계에 투자했다. 2000년 앞뒤로 ‘IT 거품’이 가장 컸던 때의 닷컴 투자액을 가뿐하게 뛰어넘는 액수다. 업계 2위 펀드와 비교해도 자금력이 월등히 뛰어난 비전펀드가 보유자금 1천억달러를 순식간에 투자했을 정도다.
자금의 저수지 수문을 하필 라지브 미스라 비전펀드 대표를 위시한 도이체방크 전직 펀드매니저들이 관리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지난 몇 년 동안 도이체방크의 펀드매니저 최소 7명이 비전펀드에 속속 합류했다. 이들 이름을 굳이 모두 알 필요는 없지만, 비전펀드에 합류한 도이체방크 전직 펀드매니저 인원수와 이들이 함께 옮겨다닌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도이체방크에서 글로벌 신용거래·투자은행 부문 총책임자이던 콜린 판, 프롭트레이딩(Prop-Trading·금융기관이 고객 예금이나 신탁자산이 아닌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을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통화, 옵션, 파생상품, 기타 금융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 총책임자이던 악스하이 니키타, 도이체방크 싱가포르에서 일했던 살레 로메이, 채권거래 총책임자이던 요안니스 피플리스, 도이체방크 사우디아라비아 공동지사장이던 파이살 라만, 도이체방크 인도에서 대규모 투자금을 운용하던 무니시 바마 매니저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안슈 자인 최고경영자(CEO) 시절까지 도이체방크를 휘어잡았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에게 ‘안슈 군단’ 소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안슈 군단의 공격적인 투자는 도이체방크를 거의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갔다. 손정의 회장은 이들을 비전펀드에 기용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자본시장의 대표적 투기꾼이라는 악명을 지닌 펀드매니저에게 소프트뱅크 운명을 내맡긴 것이었다.

‘안슈 군단’ 비전펀드로 대거 이직
비전펀드 안슈 군단의 대표 격인 라지브 미스라는 도이체방크 시절 신용거래 부문을 총괄하면서 위험한 유가증권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미스라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불과 몇 주 앞둔 2008년 여름 도이체방크를 떠났다. 미스라의 한 전직 상사는 미스라가 도이체방크에서 일종의 자체 헤지펀드를 만들어 위험군 유가증권에 최대 230억유로를 투자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라지브 미스라와 결별하지 않고 위험 유가증권 포트폴리오를 즉시 대거 처분해 그의 계획과 반대 방향으로 투자하지 않았더라면, 도이체방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박살 났을 것”이라고 도이체방크 전직 임원은 전한다. 이와 관련해 비전펀드 쪽에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비전펀드로 옮긴 라지브 미스라는 전직 도이체방크 동료와 영국 투자회사 센트리커스(Centricus)의 업무 지원을 받으면서 고위험 트레이더로 경력을 쌓았다. 센트리커스 사무실은 런던 메이페어(Mayfair) 지구 소프트뱅크 사무실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전직 도이체방크 펀드매니저가 일하는 센트리커스는 특히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사이의 중개 업무를 맡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벤처펀딩업체 레이크스타(Lakestar)를 운영하는 클라우스 호멜스는 “라지브 미스라 비전펀드 대표는 뼛속까지 트레이더”라고 설명한다. 호멜스는 런던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미스라 대표를 만나 “미스라 대표는 비전펀드와 사우디 왕가 관계에서 ‘지정학적 도구’를 손에 쥔 셈”이라고 말했다. 테이블에 두 발을 올려놓고 한 손에 전자담배, 다른 손에 일반 담배를 쥔 미스라 대표는 잠시 웃은 뒤 “그렇네요!”라고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호멜스가 기억하는 미스라와의 만남이었다.
미스라 대표는 공유오피스 스타트업 위워크의 기업가치 액면가를 무려 470억달러로 산정하는 오판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미스라 대표는 비전펀드 포트폴리오에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인에게 “당신은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다”고 멸시하듯 말했다고도 한다.
비전펀드는 위워크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스콧 갤러웨이 미국 뉴욕대학 마케팅학과 교수는 기업공개 무산 뒤 기업가치가 40%나 급락했던 위워크 사태를 일컬어 “기업적 재앙”이라고 했다. 위워크의 기업공개 무산은 경제학과 학생에게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대표 사례”로 말해질 것이라고 한다. 갤러웨이 교수는 기술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이코노미스트로 알려졌다. 그는 <슈피겔>과 한 통화에서 위워크 기업공개 무산 사태를 “대재앙”(total fucking disaster)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위워크의 유별난 창업자인 애덤 뉴먼 CEO는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고, 직원 4천 명이 해고될 위기에 놓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공개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95억달러 상당의 긴급 지원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손정의 회장은 측근에게 소프트뱅크가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위워크를 “괴물로 만들어버렸다”고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앞으로 수익성이 확실한 기업에만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다.
렌 셔먼 미국 컬럼비아경영대학원 교수는 “문제의 본질을 위워크 사태가 가린다”고 지적한다. “좋다. 애덤 뉴먼이 개인 비행기에서 마리화나를 피웠는데 그것이 뭐가 문제라는 말인가? 뉴먼은 문제의 증상에 불과하다. 소프트뱅크와 손정의 회장이 아니었다면 뉴먼은 절대 위워크 CEO 자리에 오르지 못했고, 우버나 슬랙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Der Spiegel 2019년 47호
Globale Luftpump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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