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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싱가포르로 이동 조짐
[SPECIAL REPORT] 혼란스러운 홍콩- ② 자금 이탈
[117호] 2020년 01월 01일 (수) 웨이이양 economyinsight@hani.co.kr

웨이이양 尉奕陽 <차이신주간> 기자

   
▲ 업무 빌딩과 호텔, 쇼핑몰이 줄지어 있는 싱가포르의 중심가. 경쟁 상대인 홍콩에서 무력충돌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제금융도시 싱가포르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REUTERS

2019년 10월 쑨잉은 홍콩 HSBC은행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홍콩에 있는 자금 일부를 싱가포르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홍콩과 싱가포르 계좌에 자금을 적절하게 배분했지만 앞으로 싱가포르 비중을 늘릴 생각이다.
“홍콩 사태로 마음을 놓을 수 없어 더욱 안전한 곳으로 돈을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쑨잉은 9년 전 홍콩으로 유학을 떠났다. 집안이 부유한 그는 홍콩에 있는 동안 HSBC에 프라이빗뱅킹 계좌를 개설했고, 부모가 수천만위안의 자산을 물려줬다. “홍콩에서 계좌를 만들 때 가족이 싱가포르 계좌도 같이 만들게 했다. 그때는 홍콩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홍콩에서 쑨잉 생각은 많은 공감을 얻을 것이다. 홍콩 사회의 불안이 6개월 넘게 계속됐고, 전망도 판단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자산을 홍콩에서 옮겨야겠다고 생각해, 아시아의 또 다른 금융중심지 싱가포르로 눈을 돌렸다. 홍콩 은행에는 최근 싱가포르 계좌 개설을 상담하는 고객이 늘었다. 계좌 개설을 예약하려면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홍콩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이상하지 않다. 불안한 사회 분위기도 원인이 됐지만 자산가들 마음이 싱가포르로 돌아선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동남아시아 지역경제가 성장하면서 부의 ‘원시적 축적’을 달성했다. 이 역동적인 지역은 과학기술 혁명과 도시화로 새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신세대 젊은 기업가들이 막대한 부를 챙겼다.

홍콩 이탈의 배경
오래전부터 동남아 지역 관문이던 싱가포르는 이 거대한 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정부는 일련의 지원정책을 시행해, 아시아의 자산관리 서비스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동남아 지역 자산이 싱가포르로 집중되자 중국 국내 부호의 ‘남하’ 소식도 들려왔다. 중국의 유명 훠궈 식당 하이디라오(海底撈) 창업자 장융 회장이 최근 싱가포르 최고 부호가 된 것이 대표 사례다.
“싱가포르 최고 부자가 돼 누리꾼에게 많은 ‘욕’을 들었지만 국제화를 막을 순 없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장융 회장은 강한 쓰촨 억양을 구사하며 다소 자조적인 표현을 섞어 가볍게 말했지만, 자신이 싱가포르로 이주하게 된 이야기는 자세히 풀어놓지 않았다.
조사 결과, 개인이 부를 축적하는 속도는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속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다. 금융기관도 아시아 지역 자산관리 서비스를 개척해왔다. 이런 끊이지 않는 부의 축적을 내다보고 싱가포르에 지역 본부를 설립했다. 미국의 대표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은 2019년 9월 그룹의 세 번째 신탁회사를 싱가포르에 설립해 이 지역 개인자산 관리 업무를 강화했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중국 자산관리회사 CSOP(南方東英)도 최근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열고 현지에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경쟁자인 홍콩 역시 자산관리 서비스 중심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홍콩 증권감독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말 홍콩에 등록된 금융기관에서 관리하는 개인자산 규모가 9730억달러(약 1134조5천억원)였다. 홍콩 현지인이 아닌 투자자가 홍콩 자산관리 업무에서 주요 자금원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2019년 7월 말 홍콩 정부의 싱크탱크인 홍콩금융발전국은 홍콩이 개인자산 관리 분야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업계와 논의해 관련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랜 기간 ‘중국 관문’이던 홍콩은 지금 내우외환의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국제 금융 중심지라는 신뢰를 유지하면서 싱가포르와 경쟁에 대응하는 것은 홍콩 자산관리업계는 물론 사회 전체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관즈민 래플스패밀리오피스(萬方家族辦公室) 최고경영자는 “과거에는 국내 자본이 국외로 진출할 때 홍콩을 거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지만 앞으로 일부 자산가는 싱가포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싱가포르 주민이 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은행들에는 안전한 곳으로 자금을 옮기려는 홍콩인들의 계좌 개설 요청이 잇따른다. REUTERS

홍콩을 떠나는 고객
홍콩 사회의 불안이 수개월 동안 지속되고 문제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이 홍콩에서 자금을 빼서 나간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홍콩의 개인 자산관리 업무 종사자 3명은 최근 자금을 싱가포르로 옮기도록 주문한 고객이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고객에게서 이런 요구가 강하다.” 홍콩부동산펀드 관계자는 말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묻는 고객이 많아졌다.” 유럽계 은행 아태지역 프라이빗뱅킹 책임자는 “홍콩과 중국 고객 가운데 홍콩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우려해 자산 배분 조정으로 위험에 대비하길 원하는 고객이 많다”며 “이런 분위기가 1천만달러 이상을 가진 고액 자산가는 물론 상대적으로 부유한 중산층에게 확산됐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싱가포르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두 지역은 자금과 자문 서비스 이동이 자유롭고, 현지 정부의 별도 규제가 없다. 홍콩 은행에 계좌가 있는 고객은 신청서만 제출하면 싱가포르에 가지 않아도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언제든지 홍콩과 싱가포르 양쪽으로 자금을 옮길 수 있다. 홍콩의 외국계 은행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은행마다 설정한 기준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싱가포르 개발은행(DBS)에 계좌 개설을 문의한 결과, 고객서비스 담당자는 예약이 많아 2개월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시장 수요는 왕성하지만 홍콩 금융기관은 조용하다. 싱가포르 자산관리 서비스나 다른 국외 자산 배분 서비스를 광고하지 않았다. 홍콩 프라이빗뱅킹 고객 관리자 여러 명에 따르면, 홍콩과 싱가포르의 금융 당국이 최근 관할 금융기관에 경고를 보냈다. 홍콩 사태를 이용해 고객에게 싱가포르 자산관리 서비스를 홍보하거나, 홍콩 자금을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행위를 금지했다는 것이다. DBS와 UOB, OCBC 윙항은행 등 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싱가포르의 주요 상업은행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어떤 사람이, 얼마나 많은 자금을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겼는지 정확한 통계를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프라이빗뱅킹은 고객 정보를 비밀로 하기 때문에 두 지역 감독기관도 자금이동에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가 2019년 9월 말 발표한 은행업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9월 외환예금 총액이 전월 대비 14% 늘었다. 현지 주민을 제외한 사람들의 예금은 2개월 연속 5% 정도 늘었다. 이 보고서는 최대 40억달러가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두 지역 감독기관은 아직까지 자금 이동에 이상기류는 없다고 밝혔다. 홍콩금융관리국 대변인은 “홍콩 은행업계 예금 총잔액이 안정을 유지했고 홍콩달러 환율 역시 안정적이었다”며 “자금이 빠져나간 뚜렷한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금융관리국 대변인은 “외국인 외환예금이 다소 늘었지만, 자금 출처가 다양해 홍콩 자금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미국계 투자은행 아태지역 프라이빗뱅킹 책임자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있지만 전체 홍콩 은행업계를 놓고 보면 ‘제한적’이어서 규모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아태지역 금융기관 신용평가 책임자 쉬쑹이도 “뚜렷한 자금 이탈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최근 홍콩 사태가 대규모 자금 유출을 가져왔다는 명확한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관진싱 제이피모건 프라이빗뱅킹 아시아 지역 최고경영자는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와 지정학적 변화의 영향으로 2019년 초부터 고객에게 자금의 ‘방어적’ 배분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수십 년 동안 몇 세대에 걸쳐 홍콩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안 아시아 외환위기 등 몇 차례 풍파를 겪었다. 일부 고객은 몇 년 전부터 자산을 국외에 배분했다. 최근 홍콩의 거시적 상황을 생각하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 싱가포르 금융 당국은 최근 금융기관들이 홍콩 사태를 틈타 자산관리 서비스 홍보나 자금의 싱가포르 이전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금융관리국 본부. REUTERS

중국 부호의 남하
홍콩은 중국 본토 부호들이 이민이나 국외 자산 배분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선택하는 지역이었다. 중국 체조의 전설 리닝부터 부동산개발사 헝다그룹(恆大集團) 창업자 쉬자인까지 모두 홍콩 영주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2019년 8월 말에 공개한 싱가포르 부호 순위에서 장융 회장이 개인자산 138억달러(약 16조900억원)로 1위를 차지했다. 그가 운영하는 훠궈 식당은 2018년 9월 홍콩에서 상장한 뒤 최근 시가총액이 253억달러에 이르렀다. 주가는 상장가의 2배로 뛰었다.
장융 회장은 싱가포르에서 ‘훠궈 제국’의 국제화를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면적이 홍콩의 3분의 2에 불과한 싱가포르에서 벌써 열두 번째 지점을 열었다. 주식을 상장한 홍콩에선 3곳을 운영한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번화가인 오차드로드에 입점한 하이디라오 매장은 중국 본토처럼 인기가 높다. 현지 주민은 “싱가포르에서 하이디라오는 중고급 식당에 속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로 이민 간 중국 부호가 장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2018년 보고서에서 국외 투자처로 홍콩을 1순위로 꼽은 중국 고액 자산가 비율이 2년 사이 71%에서 53%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싱가포르를 선택한 비율은 15%에서 20%로 올랐다.
“우리 가족도 최근 이민을 생각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국, 캐나다, 홍콩을 고려했지만 지금은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쑨잉은 세금정책을 고려해 싱가포르를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즈민 최고경영자는 “이민을 고려하는 중국 부호들이 홍콩이나 미국 대신 싱가포르를 선택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합리적 조세 회피는 싱가포르가 부호들 이민을 불러들이는 최대 유인책이고, 특히 중국 본토 부호에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다자간 금융정보자동교환(CRS) 제도가 시행됐다. 중국은 싱가포르를 포함해 90개 넘는 국가와 협정을 체결했다. 상대국 거주자의 소득 정보를 교환해 과세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이어서 많은 부호가 싱가포르에 패밀리오피스를 세우는 방식으로 싱가포르 국적을 얻어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싱가포르 정책에 따르면, 한 가족이 싱가포르에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면 취업비자 3개를 발급해준다. 비자를 받은 사람은 이르면 2년 뒤 영주권을 신청해 싱가포르 납세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외국인은 본국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패밀리오피스의 특정 투자소득에 세금을 면제해준다.
이런 방법을 이용해 싱가포르로 건너온 최신 사례가 진공청소기와 헤어드라이어로 유명한 영국 가전제조사 다이슨이다. 2019년 초 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기업 본사를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했고, 패밀리오피스 웨이보른그룹도 함께 옮겨왔다. 현재 웨이보른그룹은 싱가포르에서 구인 공고를 내고 싱가포르로 들어올 자산을 관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 각축
싱가포르와 동남아 시장에서 잠재 부호를 고객으로 발굴하기 위해 각국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오래전부터 경쟁이 치열한 이 시장에선 최근 프라이빗뱅크 인수·합병이 여러 건 진행됐다. 살아남은 업체는 시장에 깊숙이 들어가길 바란다. 제이피모건은 2019년 9월 미국 델라웨어와 바하마제도에 이어 세 번째로 싱가포르에 신탁서비스 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관진싱 최고경영자는 “아시아 프라이빗뱅크 역외기장센터가 있는 싱가포르에 신탁서비스 회사를 만들어 아시아·유럽·중동 등 여러 지역 고객의 아시아 지역 자산관리 수요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찍부터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서구 금융기관에 견주면 중국 금융기관은 최근에야 추격하기 시작했다. 2017년 4월, 초상은행 프라이빗뱅크사업부가 싱가포르에 회사를 세우고 중국 본토 고객을 위한 글로벌 자산 배분, 기업 자금관리와 금융 업무를 지원하는 트랜잭션뱅킹(TB), 무역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2년6개월이 지난 뒤 중국계 자산관리 회사가 처음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대형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업체 CSOP가 첫 번째 해외지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CSOP는 2018년부터 홍콩에서 패밀리오피스 등 독립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했다. 현재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관리하는 자산 규모가 각각 4억달러, 1억5천만달러에 이른다. 허셴 상품기획판매부 책임자는 “CSOP는 1년 전부터 싱가포르 지사 설립을 준비했다”며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동남아 지역은 주로 은행에서 투자거래 방식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했다. 은행이 고객 거래를 성사한 뒤 자문수수료를 받았지만 반드시 고객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진 않았다. 반면 성숙한 구미 지역 자산관리는 고객에게서 거래 수수료가 아닌 운용 성과 수수료를 받으며, 이 흐름이 아시아로 확대되고 있다.
<아시안 프라이빗뱅커>가 2018년 발표한 금융기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유입된 역외자금 출처로 동남아 시장이 가장 많은 50%를 차지했다. 2위는 중국(25%)이었다. 점유율에선 1위와 격차가 크지만, 단일 국가로는 중국에서 들어온 자금이 가장 많았다. 금융기관의 73%는 앞으로 3년 동안 중국에서 싱가포르로 들어오는 자금이 현저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성장 둔화와 감독정책 강화가 그 이유다.
중국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래플스패밀리오피스는 2019년 10월 중국 본토에 합자회사를 만들었다. 현재 약 20억달러의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이 회사의 본사는 홍콩에 있고, 싱가포르와 대만에 지점을 두고 있다. 관즈민 최고경영자는 “약 100명의 고객 가운데 60~70%가 중국인”이라며 “중국 지사를 설립하면 국외 자산을 중국에서 더욱 편리하게 관리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싱가포르 번화가에 문을 연 훠궈 식당 하이디라오. 중국 본토에서 이민 간 장융 하이디라오 회장은 2019년 싱가포르 최고 부호 자리에 올랐다. REUTERS

싱가포르의 비교우위
아태지역 개인자산을 흡수하기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는 최근 자산관리 서비스 중심지가 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홍콩 정부는 2년 연속 시정보고에서 세수와 법률을 정비해 자산관리 서비스 중심지 지위를 격상하겠다고 했다. 중룬법률사무소 파트너 우셔우원은 “홍콩은 신탁과 자산관리에 관한 법원 판례가 풍부하고, 싱가포르는 세금제도의 장점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더 많은 고액 자산가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패밀리오피스 설립 문턱을 크게 낮췄다. 관리하는 펀드 규모와 직접 고용한 직원 수, 연간 운영비 등 기준을 낮췄다. 신청인의 자산 규모 제한을 취소했고, 패밀리오피스가 벌어들인 주식과 채권 수익에 세금을 면제했다. 홍콩에는 이와 비슷한 정책이 없다.
우셔우원은 홍콩과 싱가포르가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가 비슷하기에 관련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정책에 따라 차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태는 일시적인 것이다. 홍콩 정부가 이를 계기로 패밀리오피스와 신탁, 펀드 분야 법률을 개선하고 세금제도를 명확하게 규정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더욱 분명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제시하길 바란다.” 관즈민 최고경영자는 “싱가포르는 2004년부터 스위스 경험을 학습해 자산관리제도를 개선했지만, 홍콩은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며 “제도 측면에서 비슷한 홍콩이 싱가포르에 미치지 못한 부분은 제도를 활용해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효율적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개인자산관리협회(PWMA)와 KPMG가 함께 만든 ‘2019 홍콩자산관리보고서’는 중국 국내시장 개척과 웨강아오대만구(粵港澳大彎區) 개발 기회 포착이 홍콩 개인자산관리 업계 성장을 촉진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관즈민 최고경영자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설정한 목표가 다르기에 상대방 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강점을 찾아야 하는데 홍콩 정부는 아직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셴은 “홍콩과 싱가포르 자산관리 업계의 형태가 갈수록 중복될 수 있지만 서로를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두 지역은 자본시장 특성과 지정학적 위치, 역사가 달라 홍콩이 밀려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자가 어려움을 겪는 사이 싱가포르는 남몰래 기뻐하는 대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싱가포르 금융관리국 대변인은 홍콩 사태가 악화해 많은 자금이 유출된다면 싱가포르와 지역 전체에 좋은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공개 포럼에서 비슷한 관점을 밝혔다. 그는 홍콩 사태를 우려하면서 “사회불안으로 홍콩이 신뢰를 잃으면 이런 정서가 지역 전체로 퍼져 싱가포르도 영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셴룽 총리의 부인이자 테마섹홀딩스 최고경영자인 호칭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홍콩 시국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홍콩은 이미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이라는 역할을 잃었고 앞으로 상하이, 선전 등 더욱 개방된 중국 대도시와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싱가포르는 역내에서 자기 위치를 점검하고 지정학적 요인과 경제, 과학기술 영향으로 다음 10년 동안 경제·무역·유통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財新週刊 2019년 제43호
星港“錢途”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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