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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에 새 삶을 불어넣다
[ENVIRONMENT] 친환경 디자이너 다버 하컨스
[117호] 2020년 01월 01일 (수) 제바스티안 켐프켄스 economyinsight@hani.co.kr

친환경 디자이너 다버 하컨스(Dave Hakkens)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아이디어를 지속해서 발전시켰다. 이제는 전세계 사람이 그의 아이디어를 따라 하고 있다.

제바스티안 켐프켄스 Sebastian Kempkens <차이트> 기자

   
▲ 인도네시아 해안에 가득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 REUTERS

다버 하컨스 생애에 그의 아이디어가 영원히 사라질 뻔한 순간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3년이었다. 당시 모습을 담은 비디오도 있다.
배경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디자인학교의 어두운 강의실이다. 학교는 소규모 모임으로 명성이 높았다. 학생이던 하컨스가 앞에 앉아 있다. 후드 티셔츠에 모직 모자를 쓴 그가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모듈을 갈아 끼울 수 있는 휴대전화다. 배터리 성능이 나빠지면 배터리만 교체하고, 사진 화질을 높이고 싶으면 성능 좋은 카메라 모듈을 사서 교체할 수 있다. 저장 공간이 필요하면 용량이 큰 하드디스크를 사서 바꿔 끼우면 된다. 매번 새 휴대전화를 사지 않아도 돼 전자제품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하컨스 맞은편에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이 앉아 있었지만, 아무도 이 물건을 얘기하지 않았다. 오직 교수만 “도대체 무엇을 디자인한 거냐?”고 괴팍하게 물었다. “누가 이런 물건이 필요할 거라고 했나?” 하컨스는 매번 끝까지 대답할 수 없었다. 교수가 계속 말을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교수는 “누구에게 이런 물건이 필요할 것 같니?”라고 밀어붙였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하컨스는 포기한 듯 손을 흔들며 중얼거렸다. “교수님과 제 의견은 결코 일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컨스가 여유롭게 교수의 비난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랫동안 인터넷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험했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 친환경 디자이너 다버 하컨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아이디어를 지속해서 발전시켰다. 데이프 하컨스 홈페이지(https://davehakkens.nl) 갈무리

조립식 스마트폰 ‘폰블록스’로 주목
교수 생각이 잘못됐음을 보여주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2013년 9월 하컨스는 프로젝트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는 이 조립식 휴대전화를 ‘폰블록스’(Phonebloks)라고 불렀다. 동영상은 인기를 끌었다. 힙합밴드 블랙아이드피스의 윌아이엠(Will.i.am)이 “아이디어가 굉장하다”는 트윗을 날렸다.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24시간 만에 100만 번 재생됐고, 지금까지 2200만 번 시청됐다. 3억8천만 명이 그의 아이디어를 보려고 몰려들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선더클랩(Thunderclap)이 일시적으로 다운됐을 정도다.
영국 런던에서는 하컨스와 전혀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 버스 정류장마다 하컨스의 조립식 스마트폰 광고를 게재했다. 하컨스는 졸업논문도 쓰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유일하게 교수만 설득하지 못한 24살 학생이었다.
하컨스는 구글과 함께 일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직장을 얻고 싶지는 않았다. 현재 31살인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한마디로 그를 정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컨스는 디자이너이자 사회적기업가고 발명가다. 인터넷을 이용해 뛰어난 아이디어가 꽉 막힌 강의실에서 벗어나 전세계 사람이 이용하도록 한다. 하컨스 얘기를 들으면, 세계를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만드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햇살이 빛나는 어느 일요일 오후, 다버 하컨스가 에인트호번 시내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개조된 초록색 구급차가 서 있었다. 그가 거주하는 공간이다. 뒤쪽 문을 통과하면 작업장이 나온다. 그의 일터다.
폰블록스는 핵심 작업이 아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이 작업장에선 대학 시절 개발한 핵심 프로젝트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도 연구 중이다. ‘귀중한 플라스틱’이란 뜻으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하컨스는 폰블록스 아이디어가 갑자기 널리 알려져 놀랐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젠하이저, 필립스, 인텔 등 여러 기업이 같이 일하자고 연락해왔다. 2013년 말 폰블록스가 공개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하컨스는 구글과 당시 구글 자회사였던 모토로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미 그 회사에서 그가 구상한 모델과 비슷한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 취직하라는 제안은 거절했다. 그는 독립성을 잃고 싶지 않았다. 하컨스는 2년 동안 구글 스마트폰 개발 과정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기 위해 일했고, 자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로 날아갔다. 구글 ‘아라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는 프로젝트가 너무 빨리 진행돼 놀라곤 했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정보기술(IT) 회사는 하루아침에 아라 프로젝트를 다른 프로젝트로 대체했다. 이때 하컨스는 난해한 이메일을 받았다. 폰블록스 사망선고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하컨스는 교훈을 얻었다. 절대로 기업에 프로젝트를 맡기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 운명을 결정짓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돈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에인트호번 작업장에서 진행하는 작업엔 이런 교훈이 반영돼 있다. 그는 프레셔스 플라스틱을 위해 프랑스 한 재단에서 30만유로(약 3억8천만원)를 지원받았다. 하컨스는 ‘디자이너, 엔지니어,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인력을 구한다’고 구인광고를 냈다. 그는 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않고, 오직 숙식만 제공한다. “나는 사람이 돈 때문이 아니라 즐겁게 일하기를 원한다.”
많은 이에게 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구인광고 이후 800장 이상의 지원서를 받았다. 그중 40명을 선택했다. 대다수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합류했다. 어떤 이는 휴학했다. 몽고,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전세계에서 모인 직원들은 35살 이상인 사람이 없다. 프레셔스 플라스틱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한 달에 약 3천유로 남짓이다.

   
▲ 하컨스의 아이디어를 녹인 ‘폰블록스’(Phonebloks). 모듈 형태로 배터리, 카메라, 하드디스크 등 필요한 부분만 교체해서 사용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다버 하컨스 누리집(https://davehakkens.nl) 갈무리

프레셔스 플라스틱 프로젝트 진행
작업장은 마치 대형 아틀리에처럼 보인다. 한쪽에는 플라스틱 조형물이 전시 작품처럼 세워져 있다. 다른 한쪽에는 소파 대신 밀짚더미가 있다. 그 옆에는 바닷물이 담긴 큰 수조가 있는데, 플라스틱 봉지가 둥둥 떠다녔다. 스페인 출신 직원과 프랑스에서 온 직원이 몸을 기울여 어떻게 하면 기계를 더 개선할 수 있을지 토론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에서 온 직원은 어떻게 하면 유기물질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
프레셔스 플라스틱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둘러싼 상황이 혼란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많은 문제를 토론하고 다 같이 모여 결정한다. 중요한 결정은 하컨스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컨스의 프레셔스 플라스틱 아이디어는 그가 학창 시절에 본 비디오 클립에서 떠올렸다. “<물건 이야기>라는 비디오였는데, 공산품에 얼마나 많은 독성이 있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지 설명하는 동영상이었다.” 하컨스는 전세계 10% 미만의 플라스틱 쓰레기만이 재활용된다는 글도 읽었다. 나머지는 쓰레기처리장으로 옮겨져 불태워진다고 했다. 이는 2018년 유엔에서도 확인한 내용이다. 그는 1분마다 트럭 1대에 가득 실린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다는 통계도 읽었다. 영국의 엘런맥아더재단이 연구해 밝힌 내용이다.
모든 사람이 쉽게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하컨스는 “대부분 사람이 금속판이나 나무를 다시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플라스틱만큼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컨스는 이 점에 착안해 기계를 고안했다. 플라스틱 분쇄기, 압축기, 사출성형기를 만들었다. 재활용센터를 방문해 얼마나 다양한 플라스틱이 배출되는지 관찰했다. PET, HDPE, LDPE 말고도 플라스틱 종류가 다양했다. 그는 어떻게 이 재료를 구분하는지, 몇 도에서 이 물질이 녹는지, 물에 둥둥 떠다닐 때와 물에 가라앉았을 때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 연구했다. 꾸준히 실험했고, 실패하면 다시 도전했다.
하컨스가 어느 정도 결론을 얻었을 때, 기계 설계도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오픈소스로 진행됐고, 사람들은 그가 계획을 어느 정도 실행했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가 작업장 안에 있는 사무실로 안내했다. 동료 몇 명이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컨스는 스크린에 깃발이 꽂힌 지도를 띄웠다. 전세계에 있는 350개 이상 작업장을 표시한 것이다. 매일 새 작업장이 생긴다.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이 1만 명 넘었고, 이미 이 포럼에 7만 명이 회원 등록돼 있다.
하컨스는 브라질, 한국, 우간다 등에 있는 작업장 사진을 보여줬다. 이들은 그의 기계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 정확히 말하면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쓰레기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전세계 사람이 그의 기계를 이용해 꽃병, 선글라스, 화려한 타일, 접시 등을 만든다. 어떤 이는 폐플라스틱에서 수레바퀴를 만들어냈다. 공방에서 직거래로 많은 제품이 판매되지만, 수수료 없이 프레셔스 플라스틱 웹사이트(preciousplastic.com) ‘바자’ 카테고리에 올려서 판매할 수도 있다. 이 사이트에서 한 달에 2만유로 넘게 거래된다고 한다.

   
▲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워크스페이스’라고 쓰인 하컨스의 작업 공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다버 하컨스 누리집(https://davehakkens.nl) 갈무리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환경을 살리자
프레셔스 플라스틱 직원은 좀더 손쉽게 물건을 팔 수 있도록 바자 카테고리를 손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이익을 내려면 얼마나 많은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지, 얼마나 많은 재료가 필요한지 미리 계산하는 온라인 비즈니스 플랜을 제공하려 한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하컨스는 환경과 관련한 인플루언서(소셜 네트워크 유명인)로 부상했다. 하컨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뛰어난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다. ‘스토리 호퍼’(Story Hopper) 프로젝트 사례를 들어보자. 여기서 그는 카메라 한대만 들고 아시아의 쓰레기처리장을 방문해 샴푸가 얼마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거나, 가짜 나이키 신발이 오리지널보다 얼마나 더 나쁜지 테스트한다. 유튜브에서 하컨스의 팔로어는 20만 명이 넘는다.
전문가들도 하컨스를 인정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복잡하게 설명하는 전문가는 이미 많다. 하지만 하컨스는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개인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퍼탈연구소에서 재활용 경제 분야를 지휘하는 헤닝빌츠가 말했다. 얼마 전 헤닝빌츠는 가나 지역 이니셔티브를 둘러보고 그들에게 스스로 고쳐서 쓸 수 있는 간단한 리사이클 기계가 얼마나 급박하게 필요한지 살펴보았다.
독일 환경단체 분트(BUND)에서 일하는 롤프 부슈만도 하컨스를 칭찬했다. 하지만 리사이클링 전문가인 그는 다음과 같은 점도 지적했다. “시, 주 등 마을 단위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량의 플라스틱을 다룰 수 있는 더 큰 구조물과 단위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문제를 작은 리사이클링 기계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하컨스도 잘 안다. 재활용 플라스틱이 나중에 또 재활용돼 새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는 위험성도 알고 있다. 하컨스는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의 질을 개선하고, 오래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하컨스의 플라스틱 줄이기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이들이 있는 곳과 전세계 350개 이상의 작업장 등을 표시한 지도. 다버 하컨스 누리집(https://davehakkens.nl) 갈무리

포르투갈에서 아트 커뮤니티 구축 계획
하컨스는 얼마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가서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를 만났다. 제이든은 환경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21살 래퍼 제이든이 인스타그램으로 하컨스에게 “당신은 내 아이돌이다”라고 보냈다. 그는 하컨스 프로젝트가 다음 단계로 비상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에인트호번 작업장에서는 제이든을 위해 플라스틱과 금속으로 만든 커다란 탁자를 제작했고, 하컨스는 베버리힐스로 가져다줬다. 하컨스와 제이든은 환경 콘퍼런스에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하컨스가 말했다. “이 탁자는 오래 쓸 수 있다.”
하컨스는 유튜브에 ‘프로젝트 캠프’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에인트호번에서의 시간이 끝을 향해가고 있다. 에이트호번시에서 작업장으로 쓰는 넓은 부지를 반환해달라고 요청했다. 몇 달 안에 이사를 가야 한다. 하컨스는 여행이 어디로 향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동료와 함께 포르투갈에서 부지를 찾고 있다. 가능하면 그곳에 아트 커뮤니티를 구축하려 한다. 이 커뮤니티는 자급자족과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삼는다. 모든 것은 오픈소스로 공개할 것이다.
하컨스는 “아마 내가 이제껏 했던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며 “프레셔스 플라스틱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트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캠프 작업뿐 아니라 그 안의 생활도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꾸릴 계획이다.

ⓒ Die Zeit 2019년 48호
Der Schrott und sein zweites Leben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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