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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사업화 전망 흐릿
[BUSINESS] 중국 AI 산업의 허실- ① 장애물
[117호] 2020년 01월 01일 (수) 예잔치 economyinsight@hani.co.kr

예잔치 葉展旗 <차이신주간> 기자

   
▲ 2019년 8월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회의(WAIC)에 참석한 마윈(왼쪽) 알리바바 회장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함께 얘기하고 있다. REUTERS

중국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이 첫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IPO를 준비하는 메그비(曠視科技)는 해외 상장 계획에 ‘킹콩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중국어로 프로그래머를 뜻하는 은어 ‘청쉬위안’(程序猿·청쉬위안(程序員) 마지막 글자를 ‘원숭이’라는 뜻의 한자로 바꾼 말)에서 착안해 거대한 야수로 성장한다는 뜻을 담았다.
2011년 설립된 메그비는 중국의 AI 창업 열풍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갖췄다. 창업자들의 이력이 화려하고, 국제대회 수상 경력이 풍부하다. 지방정부에서 귀빈 대접을 받고, 기업가치도 수십억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해외 상장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미국의 수출금지령이 떨어졌다. 10월7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8개 중국 기업·단체를 거래 제한 명단에 추가했다. 하이크비전(海康威視)과 아이플라이테크(科大訊飛), 다화테크(大華股份), 메그비, 센스타임(商湯科技) 등 8개 과학기술 분야 기업이 포함됐다. 중국 안면인식 분야에서 ‘네 마리 용’이라는 센스타임, 메그비, 이투(依圖), 클라우드워크(云從) 가운데 3곳이 수출금지령을 피하지 못했다.
시장에서 센스타임은 메그비보다 훨씬 눈에 띄는 기업이다. 홍콩중문대학 정보공학과 교수 출신인 탕샤오어우 창업자는 센스타임을 설립한 뒤 5년 만에 투자금 30억달러를 조달했다. 센스타임은 기업가치 75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AI 스타트업이 됐다.

   
▲ 중국 허난성 마을 주민들이 인공지능(AI) 업체의 얼굴데이터 수집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줄 서 있다. REUTERS

미국의 수출금지령
이들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신생기업)도 어느 정도 거래 제한에 대비했다. AI 업계 관계자는 메그비가 국산 AI 반도체 제조사와도 접촉했지만, 직원들이 중국산 반도체 사용을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산 반도체는 알고리즘 지원이 부족하고 새롭게 시험하고 최적화하는 데 몇 달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탕원빈 메그비 최고기술책임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거두 엔비디아가 제품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연산의 기초인 GPU는 AI 모델 개발에 꼭 필요한 장치다. AI 기업은 확보한 GPU 수량으로 자사 실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엔비디아는 오랫동안 이 시장을 주도했다. 센스타임은 지금까지 1만5천 개 넘는 GPU를 채택했고, 해마다 GPU 수천 개를 구매한다. 기업용 GPU는 가격이 비싸 한 개에 수만위안에 이른다. 서버 등 관련 비용까지 포함하면 분기마다 수억위안이 필요하다.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자일링스의 FPGA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분석가는 “중국 AI 기업이 수출금지령에 따라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대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수출제한 영향보다 AI 사업 전망에 의구심을 갖는다. 기술이나 사업화 모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AI 분야에서 가장 유행하는 딥러닝(패턴을 분석해 추론하는 컴퓨터의 자기학습 방법)에도 ‘구멍’이 있다. 센스타임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총괄하던 린량은 “대기업이나 유니콘기업을 막론하고 AI 기업은 빅데이터에 의존하는데, 모델을 특정 임무에만 적용할 수 있다”며 “다양한 상황에서 응용할 수 있는 범용성과 분석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AI 응용도 사업계획서나 투자설명서에 묘사한 것처럼 분명하지 않다. “안면인식이나 차량 번호판 인식을 제외하면 뭐가 있나?” 한 벤처투자사 파트너가 말했다. “중국 AI 기술에서 응용 분야가 집중돼 있다. 단일 분야에만 적용할 수 있는데 알고리즘 자체는 문턱이 높지 않다. 굳이 한 회사를 골라 투자해야 한다면 센스타임을 선택하겠다.” 기술이 아니라 센스타임이 가장 비싸고 규모가 큰 AI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센스타임의 자금조달 능력이 많은 투자 결정을 끌어낸 원인이었다.
메그비 임원은 “앞으로 2~3년 안에 ‘네 마리 용’ 가운데 두 곳만 살아남을 것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2년 동안 AI 머신비전(기계시각)과 음성인식 알고리즘으로 성장한 기업이 반도체 개발을 선언했다. “과거에는 알고리즘 지표를 비교했지만, 지금은 ‘인식 정확도’를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현 방법을 떠나 ‘반도체 개발’ 자체가 새로운 자본의 스토리가 됐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이스라엘 분석보고서에서도 중국은 AI 경쟁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주역이다. 하지만 중국 AI 기업이 진정한 ‘킹콩’이 되려면 멀고도 험한 길을 가야 한다.

   
▲ 2019년 10월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제6회 세계인터넷대회에 참가한 AI 기업 메그비의 홍보관에서 관람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메그비 홈페이지

‘벌거벗은’ 실적
“우리가 먼저 옷을 벗었으니 당신들은 알아서 하시오.” 메그비 내부에선 과거에 공개한 자금조달의 진실성과 성장곡선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AI 기업을 위해 지갑을 열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8월 말 메그비는 상장에 필요한 자료를 홍콩증권거래소에 제출했다. 2019년 상반기 매출이 9억4900만위안으로 2018년 같은 기간에 견줘 210.3% 늘었다. 1억1500만위안 적자를 기록했지만, 적자 폭은 17.2% 줄었다. 관계사 적자와 인수에 따른 무형자산 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하면 상반기에 3268만위안 흑자를 달성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는 1억3700만위안 적자였다.
현재 메그비의 주요 사업은 사물인터넷 솔루션이다. 전체 매출에서 73%를 차지한다. 도시와 건물, 공장의 보안을 위한 솔루션 비중이 가장 높다. 매출총이익률이 약 60%였다. 상반기 매출은 6억9천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7% 늘었다. 그다음은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매출총이익률이 약 80%다. 이 분야는 진입장벽이 낮아 대체 가능성이 크다.
AI 머신비전 기업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메그비 제품라인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다양하게 구성되고 전체 매출총이익률이 64.6%다. 영상모니터링업체 하이크비전의 46.3%보다 높고 순수 소프트웨어업체 Arc소프트(紅軟科技)의 94.3%보다 낮다. AI 음성인식 분야 개발사 아이플라이테크의 50.4%와 비슷하다.
메그비 내부에선 머신비전 분야의 세계적 기업 코그넥스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코그넥스는 1981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강사였던 로버트 실만 박사가 설립했다. 첫 고객사는 타자기 제조사였다. 코그넥스의 문자부호 인식 시스템을 구입해 타자기 자판이 정확한 위치에 있는지를 검사했다. 코그넥스는 1987년 처음 흑자를 실현했고, 2년 뒤 상장했다.
코그넥스의 2018년 매출은 전년 대비 5% 성장한 8억1천만달러, 순이익은 24% 늘어난 2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주가는 2016년 초 15달러에서 2017년 말 72달러로 급등했다가 지금은 5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약 85억달러(약 10조원)다.
코그넥스 매출총이익률은 75%를 웃돌고 순이익률은 20~30%를 유지했다. 중국 기업과 달리 외국 기업은 제품 전문성이 강하다. 자동차 타이어 대상 솔루션도 휠 잠금장치 검사, 타이어 조립 검사, 타이어와 휠 인식 등 여러 표준화된 방안으로 나뉜다.
직원 생산성도 높다. 2018년 말 기준, 코그넥스 직원 수는 2124명이다. 1인 평균매출이 약 270만위안으로 아이플라이텍 72만위안, 메그비 73만위안, 하이크비전 145만위안을 훌쩍 뛰어넘었다.
중국 과학기술 분야 기업의 직원 생산성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술형 기업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투자자도 중국 AI 알고리즘 개발사를 ‘노동집약형 업종’으로 분류할 지경이다.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개발업체 모빌아이가 153억달러에 인텔에 인수될 때 회사 직원은 800명 미만, 1인당 매출이 약 320만위안이었다. 메그비 직원 수는 2349명(2019년 상반기)이었다.
소비자가전과 자동차 시장이 침체되면서 코그넥스의 2019년 2분기 매출과 이익이 하락했다. 중국 경기둔화의 영향을 받은 고객사들은 대형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연기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머신비전이 성장하는 시장이 맞는지, 그렇지 않다면 지난 몇 년 동안 자동차와 스마트폰 제조사의 자본지출이 지나치게 많았던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자본 경주’의 끝
이런 움직임은 중국 AI 머신비전 분야 스타트업에 보내는 경고 신호다. 보안산업에 투자가 줄면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AI 음성인식 업체 최고경영자는 “AI 머신비전 관련 기업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정부가 보안 분야에 거액을 투자했기 때문”이라며 “보안 이외 분야 매출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멈추지 않는 투자금 행렬은 유명 AI 스타트업을 지켜주는 높은 벽이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4월 메그비는 상장 전 마지막 자금조달로 5억9천만달러를 마련했다. 발행 주식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기업가치가 40억9천만달러(약 4조8600억원)에 이른다. 알리바바 개미금융서비스(螞蟻金服)가 메그비 최대주주로, 자회사를 통해 지분 15.1%를 보유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타오바오차이나를 통해 지분 14.3%를 확보했다. 회사 창업자 3명이 모두 16.8%를 가졌고, 차등의결권을 이용해 기업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다.
쉬리 센스타임 최고경영자는 2019년 9월 최신 기업가치 평가액이 75억달러였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갈등이 센스타임의 국외 자금조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센스타임도 메그비와 마찬가지로 홍콩거래소 상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그비는 상장 과정에서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고, 홍콩 시장은 원대한 기업 이야기에 관심이 많지 않다. 홍콩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담당자에게 물어본 결과, 대부분 메그비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 시기에 국외 상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AI 사업을 검토했던 홍콩 투자은행 분석가에 따르면, 중국 주식시장의 커촹반(科創板)보다 홍콩은 상장 뒤 주식 매각 제한 기간이 짧고 수익 실현이 상대적으로 쉽다. 회사와 시장의 불확실성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과 비교하면 미국 주식시장은 상장하기도, 투자자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홍콩 주식시장의 리스크(위험 요인)는 유동성에 있다.
현재 중국 A주시장 AI 테마주 가운데 아이플라이테크의 PS(시가총액/매출)는 7배, 하이크비전은 4.8배다. 홍콩에 상장된 소프트웨어·SaaS 제공업체 킹디(金蝶國際)는 약 7.5배, 코그넥스는 11배다. 메그비의 하반기 매출 증가율이 상반기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2019년 전체 매출은 40억위안이 된다. 7배 넘는 PS를 적용해 주가를 계산하면 시가총액이 마지막 자금조달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 40억달러와 비슷해진다. 홍콩 시장 관계자는 메그비가 시가총액 40억달러를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 머신비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코그넥스의 인사이트 2000 신제품.코그넥스 홈페이지

경영진의 공식
중국 투자은행 분석가 역시 AI 머신비전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자본조달에 의존하지 않고 2~3년 안에 흑자 주기에 진입해 현재의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화려한 자금조달을 마친 뒤 어떻게 투자자 기대에 부응할 것인지는 업계 전체가 고민 중이다. 콧대 높던 젊은 과학기술자들이 자세를 낮춰 전문경영인과 손잡기도 했다.
2014년 설립된 포패러다임(第四范式)은 시리즈C 자금조달에서 10억위안 이상의 투자금을 받은 뒤 만나는 사람마다 상장 계획을 묻는 단계에 이르렀다. 포패러다임 창업자 다이원위안은 2018년 여름 페이미스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연구자 출신인 다이원위안은 바이두 최연소 수석과학자였고, SAP 글로벌부사장을 한 페이미스는 기업 경영인의 면모를 갖췄다. 과학자와 다국적기업 영업 담당 출신의 조합은 AI 기업의 표준이 되었다.
그사이 페이미스 사장의 이전 동료들이 조용히 중국 AI 업계에 포진했다. 인스밍바이두 스마트클라우드 총경리와 쉬후이 에이노베이션(創新奇智) 최고경영자, 류강 센스타임 부총재 등이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에서 기업서비스를 맡던 직원이 AI 분야로 이적하는 사례도 많다.
지금 포패러다임이 10여 년 전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처럼 고객의 전략적 사고를 끌어낼 수 있다고 페이미스 사장은 확신했다. AI 기업에 합류한 영업 출신에겐 지금 더욱 가파른 성장곡선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공공 안전과 은행, 에너지 등 새로운 산업에 진입한 AI 기업들은 모두 대형 고객사에서 인재를 발굴해 업계 전문가를 확충했다.
모든 회사가 IPO 단계까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가 창업한 회사가 영업과 고객서비스 등 일련의 조직과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갖출 수는 없다. 때로는 대기업과 손잡는 것이 최적의 선택일 수 있다. 포패러다임이 합병을 고려하는지 묻자 페이미스 사장은 주저하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메그비와 센스타임, 포패러다임 등 알고리즘 업체보다 AI 반도체 업체가 더욱 초조하다. 기업가치는 알고리즘 개발사와 비슷하지만 실적은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대형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의 투자자는 AI 반도체에 관심이 없었고, 이 분야가 공유자전거처럼 자본의 거품이라고 단정했다.
인공지능(AI) 기업에 실적과 기업가치 평가보다 더 큰 도전은 기술이다. 주쑹춘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지금 젊은 세대가 가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 교수는 1990년대 디지털카메라가 나타나자 인지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AI에 데이터가 생긴 것이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생각이었다. 그는 고향인 후베이성 어저우로 돌아와 2005년 롄화산머신비전연구원(蓮花山計算機視覺研究院)을 세웠다. 그때 주 교수는 평면미술 전공자 수십 명을 고용해 이미지 주석(Annotation) 작업을 진행했다. 유리컵과 뚜껑까지 분리해 작업했다.
AI를 위한 ‘연료’를 충분히 비축하기 위한 데이터 주석은 AI 업계에서 가장 평범한 직종이 됐다. 메그비에선 2019년 상반기 말 데이터 주석 직원이 405명에 이르러 연구개발 직원 다음으로 많았다. 이유는 쉽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최근 딥러닝이 성행하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아주 많으면 ‘물량 공세’로 특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간이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하는 방법은 아니다.

ⓒ 財新週刊 2019년 제40호
AI新貴: 夢想撞上現實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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