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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세계경제가 붕괴한다?
[ISSUE] 유럽중앙은행의 불길한 행보
[117호] 2020년 01월 01일 (수) 아르민 말러 economyinsight@hani.co.kr

유럽중앙은행이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돈을 찍어내고 있다. 저축에 이자가 붙지 않고, 경제는 붕괴할 위험에 놓여 있다. 경제 폭락 예언자들 황금시대다. 이들의 어두운 예측은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아르민 말러 Armin Mahler
<슈피겔> 기자
 

   
▲ 경제학자 마르크 프리드리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신임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현금 유통을 막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였을 때 개인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기 위해 현금을 철폐하는 조치를 언급한 것을 근거로 든다. REUTERS

시장경제의 마법사, 그 이름은 앨런 그린스펀이다. 오랜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직을 역임했던 그는 “투기 거품이 언제 터질지는 거품이 꺼진 뒤에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크 프리드리히(44)와 마티아스 바이크(43)는 그린스펀보다 낫다. 이들은 거품이 터지는 시기를 예측하고, 터지는 시점도 특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늦어도 2023년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거품보다 훨씬 큰 거품이 터질 것”이라며, 전세계 금융시장을 넘어 사회 전체를 휘말리게 할 엄청난 폭락 사태를 예언했다.
2018년 11월15일 목요일, 독일 괴핑겐시 공회당에서 두 경제학자의 새책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강연을 들은 청중 1천여 명이 환성을 질렀다. 지금까지 나온 경제 예측 중 가장 어두운 내용이 담긴 <사상 최대의 크래시>는 2018년 10월 출간되자마자 <슈피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금방 매진됐다.
“2008년 금융위기가 해소됐다고 생각하시는 분?” 두 경제학자가 청중에게 물었다. 한두 명이 손을 들었다. “이 나라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청중이 한목소리로 동의했다.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캐주얼 차림의 젊어 보이는 두 경제학자와 다수의 중상층 청중의 의견이 일치하는 듯했다. 코미디언들이 독일을 통치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은 구제할 수 없는 것을 구제하기 위해 현금 유통 제도(중국의 페이, 한국의 신용카드처럼 사람이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게 만들거나 고액지폐로 현금을 보관해두지 못하게 해서, 금융거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 -편집자) 자체를 없애려 한다. 프리드리히와 바이크는 이 때문에 결국 전체 경제 시스템이 붕괴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시민 재산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선언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런 주장에 청중이 동의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독일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 프리드리히는 1천 명이 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시대의 지표이자 온도계”라고 말했다.
다음날 아침, 괴핑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로르히에서 두 경제학자와 만났다. 프리드리히는 여전히 전 날 저녁 행사에서 치솟은 아드레날린이 가득 찬 상태였다. 그는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행사 직후 책 300권이 판매됐다. 한 청중은 친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겠다면서 15권을 한꺼번에 샀다.
슈바벤 알프스산맥 가장자리에 있는 로르히에 프리드리히와 바이크의 사무실이 있다. 사무실 바닥에 이들의 책이 쌓여 있었다. 불과 얼마 전, 행사가 열리기 직전에 새로 찍은 책 상자가 있었다. “우리가 주도한 분위기가 아니라 청중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프리드리히는 말했다. “공회당에 온 사람은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다. 그들은 자산 상실과 경기 추락에 공포를 느끼는 중산층이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주말마다 시위가 벌어진다. 프리드리히는 “약자만 시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기침체나 불황이 닥치면 독일도 지금보다 분위기가 더 험악해질 것이고, 유로화가 붕괴되면 극도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10년 동안 경제성장이 지속된 이후 위기 징후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독일 자동차산업 중심지 슈투트가르트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슈투트가르트야말로 위기 징후가 가장 확실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일자리 수만 개를 지탱하는 독일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불안하다. 자동차부품 공급업체 슐러그룹은 괴핑겐의 본사 공장에서 신규 기계 생산을 중단했다. 보슈와 말레도 슈투트가르트 광역권 내 일자리를 삭감하려 한다.
바이크 역시 “영구적으로 번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산업 중심지 디트로이트가 ‘디스트로이드’(Destroyed·파괴되다)가 된 것처럼, 슈투트가르트도 ‘카푸트가르트’(Kaputtgart·망한 가르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의 전통과 지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일례로 슈바벤 지역에서는 “저축은 열매를 맺는다”는 확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저축 이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최소한 플러스 금리는 없다. 돈을 국가나 견실한 기업에 빌려주는 사람은, 약정 기간이 끝난 뒤 그가 빌려준 돈보다 더 적은 돈을 돌려받는다. 금융기관 중에서는 푸르슈텐펠트부르크에 있는 협동조합은행(Volksbank·신협이나 마을금고와 유사 -편집자)과 라이파이젠은행(Raiffeisenbank)이 최초로 자유입출금 통장을 새로 개설하는 고객에게 0.5% 마이너스 금리를 제시했다.

   
▲ 마르크 프리드리히(오른쪽)와 마티아스 바이크는 최근 자신들의 저서 <사상 최대의 크래시>에서 “늦어도 2023년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거품보다 훨씬 큰 거품이 터질 것”이라며 세계경제 전반에서 시스템 붕괴를 경고했다. 표지 이미지

오테 “세계경제 시스템 붕괴될 것”
이런 상황에서 경제위기를 예언하는 학자들이 주목받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프리드리히와 바이크의 책과 동시에 막스 오테의 저서도 <슈피겔>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다. 600쪽에 이르는 두툼한 이 책 제목은 <세계 시스템 파멸>이다. 오테는 저서 <경제위기가 온다>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일로 유명해졌다.
오랫동안 후속작을 내지 않던 그가 이제는 때가 왔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는 책 서문에 다음과 같이 썼다. “<경제위기가 온다>에서 조심스레 위험 요인으로 암시했던, 나만의 악몽일 뿐이라고 여겼던 방향으로 세계가 나아가기 시작했다”고 썼다.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부채, 전쟁과 위기, 이민과 테러, 유럽연합 불열, 사회 양극화 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금융 시스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시스템이 붕괴할 위험에 놓여 있다.”
다만 오테는 아직 대파멸로 향하는 길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 반면, 프리드리히와 바이크는 파멸이 닥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들은 이미 책 네 권에 걸쳐 이를 경고했고, 개혁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제 너무 늦었다. 폭락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다.”
2012년 이들이 금융위기에 관한 첫 공동 저서 <역사상 최고의 약탈>을 출간했을 때만 해도 출판사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후 슈바벤 출신 두 경제학자가 내놓은 책들은 50만 권 이상 팔려나갔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책이 금융위기 내용을 담은 마지막 책이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는 “이후 이런 책이 더 이상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늦어도 2023년에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몰락하고 독일이 혼란에 빠지거나, 아니면 두 사람의 주장이 허위로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 2008년 경제위기를 예언했던 막스 오테 역시 “가장 높은 수준의 부채, 전쟁과 위기, 이민과 테러, 유럽연합 불열, 사회 양극화 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며 “금융 시스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시스템이 붕괴할 위험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REUTERS

2008년은 산들바람, 이제는 쓰나미
프리드리히와 바이크처럼 특정 시점을 예언하는 것은 대담할 뿐만 아니라 경제 폭락 예언자 사이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최소한 이들이 진심을 담아 믿는 내용을 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주장은 이렇다. 2008년 금융위기 이래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고, 이후 전세계 부채는 3분의 2가 증가했다. 정치권은 금융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고, 대신 납세자가 낸 세금으로 은행을 구제했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됐고, 금융위기를 유발한 은행이 금융위기 승자가 되는 구조가 굳어졌다. 이 결과 시민은 금융인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고, 나중에는 정치인도 믿지 않게 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돈을 찍어낸다. 금리를 역사상 최저치로 내리고, 시민 부담으로 파멸을 늦출 시간을 사고 있다. 낮은 금리와 국채 매입으로 남유럽 국가의 은행과 많은 좀비 회사에 인공적으로 숨을 붙여놓았다.
이 분석을 부정하는 경제학자는 없다. 학자들이 국가와 유럽중앙은행이 이 딜레마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지 물었고, 그중 다수가 불가능하다고 의심한다. 특히 금융계에 이와 같은 우려가 널리 퍼져 있다.
그럼에도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두 저자가 끌어낸 결론은 다른 경제학자들보다 훨씬 대담하고 심각하다. 이들은 이제 시스템 붕괴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2008년은 가벼운 산들바람에 불과했다. 이제 쓰나미가 온다. 이 쓰나미는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것이다. 증시는 80% 이상 폭락하고,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저축이 가치를 상실하며, 실업률이 10%에서 20%로 증가할 것이다. ‘통화개혁’ 형태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두 저자는 쓰나미 시작을 유로화 붕괴로 본다. 이들은 유로화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거나, 심각한 불황이 시작되어 다시 유로화 하락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본다. 유럽에선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난민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은행 위기가 시발점이 될 것이다.
어떤 위기이건 결국 국가가 국민과 채권자를 희생해 부채를 탕감할 것이다. ‘저금리 자금으로 경제를 유지한다’는 유럽중앙은행 계획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 최대의 중앙은행 실험이 실패를 선고받았다. ‘모든 거품의 어머니’, 즉 국채 거품이 터질 것이다.”
프리드리히의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유럽중앙은행은 거품이 터지는 시점을 최대한 뒤로 늦추기 위해 여러 조처를 할 것이다. 불황을 막기 위해 돈을 더 풀고, 금리를 마이너스 4%에서 6%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시민이 현금을 집에 쌓아두고 있으면 이 계획이 성공하지 못하기에 이들은 현금에 세금을 붙이려 할 것이다. 여기서 음모론이 나왔다. 바로 이 조처를 위해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유럽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됐다는 것이다.

   
▲ 프리드리히와 바이크는 이미 유럽에서 현금과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본다. 이들은 유럽중앙은행이 현금 인출을 제한하고, 현금을 인출할 때마다 마이너스 금리를 공제하는 등 현금 사용을 줄이게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REUTERS

현금과의 전쟁 시작… 실물자산 추천
프리드리히와 바이크의 관점에서 정황은 명확하다. 실제로 IMF 발표문에서 개인에게도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기 위해 현금을 철폐하는 조처를 언급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현금 인출을 제한하고, 현금을 인출할 때마다 마이너스 금리를 공제하는 것이다. 이런 논의가 나온 시기, IMF 책임자는 라가르드였다. 이제 그녀가 이 계획을 유럽중앙은행에서 실행하려 한다고 보는 것이다. 최소한 프리드리히와 바이크는 그렇게 생각한다. 프리드리히는 “증거가 곧 나타날 것”이라며 “IMF가 단순히 장난 삼아 이런 논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주장에 따르면 현금과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500유로 지폐 발행이 중지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지칭하기에 ‘전쟁’이라는 표현은 거창한 것 같다. 프리드리히는 “몇 천유로를 현금으로 인출하려면 은행에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며 이유를 묻는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도 그런 경험을 한 듯하다. 괴핑겐 행사에서 그가 “내가 언제 어떤 가격으로 무엇을 구입하는지 누구도 상관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재산을 상실할 수 있다는 공포 외에 프리드리히와 바이크의 괴핑겐 강연에서 청중을 한데 결속한 요소는 힘을 가진 자, 즉 무능력한 엘리트, 자격 없는 정치인, 여론을 조작하는 언론을 향한 불신이다. 프리드리히는 “우리 입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치 누가 그들 입을 막으려고 한 것처럼 “우리는 사실을 폭로한다”고 외쳤다.
그들이 말하는 사실이란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미친 짓이거나 광기고, 모든 것이 인형극 아니면 ‘뇌적 배설’이다. 정치인은 전부 삐에로 아니면 코미디언이다. 두 사람은 곳곳에서 독재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보고 있다. 이는 포퓰리스트(대중명합주의자)의 언어다.
독일 극우정당인 AfD(독일을 위한 대안당)와 밀접한 관계를 숨기지 않는 오테와 달리, 프리드리히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판단받는 것을 거부한다. 그는 괴핑겐 행사에서 “우리는 균열을 심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녀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변호하는 말도 했다. 청중은 경악했고 행사장에 야유가 울려퍼졌다.
시민 개인이 이 모든 재난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 답은 다음과 같다. 프리드리히는 “실물자산이야말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가치 저장 수단이며, 중앙은행이 찍어낼 수 없는 유일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금, 은, 다이아몬드, 숲, 심지어 위스키(물론 특정 종류 및 생산 연도 제품),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권장한다. 다만 오테는 비트코인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경고한 적이 있다. 자산의 약 20%는 현금 형태로 은행 금고나 개인 금고에 보관해야 한다. 물론 통화개혁 뒤에는 가치가 없어질 수 있다.
이 모든 조처가 복잡하다고 생각한다면, 돈을 프리드리히와 바이크가 만든 ‘독일 최초의 공개 실물자산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니면 개인적으로 그들에게 재무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 펀드가 올린 수익은 많지 않지만, 펀드 목적은 애초부터 자산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다.
만일 2023년까지 폭락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프리드리히는 “위스키를 한 병 따고 축하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 Der Spiegel 2019년 48호
Mutter aller Blase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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