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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도시·남부 상승 지속 중소도시 부유층 탈도심
[ISSUE] 프랑스 집값 격차
[117호] 2020년 01월 01일 (수) 뱅상 그리모 economyinsight@hani.co.kr

북부와 남부, 도심과 외곽 등 ‘주거’라는 돋보기로 들여다본 프랑스 모습은 분단될 수 없는 단일국가와는 거리가 멀다. 육각형 프랑스 대륙은 깊은 균열로 여기저기 갈라져 있다.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파리 에펠탑 부근에 있는 고급 아파트. 파리의 집값은 지난 10년 동안 60% 올랐다.REUTERS

910유로. 프랑스 동부 루아르주의 생테티엔에서 주택 1㎡당 거주하는 데 드는 돈이다. 파리라면 같은 면적이라도 10.6배 많은 9680유로(약 1250만원)가 필요하다. 다른 분야에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격차다. 생테티엔에 사는 노동자가 파리지앵보다 임금을 10배 적게 받는다? 아니면 퇴직연금이 10배나 낮다?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다. (지역) 평등주의 국가이자 프랑스 헌법에 쓰인 “분단될 수 없는 민주공화국”은 주거 문제로 지역 간 경계가 깊고 선명하게 갈라졌다.

1. 북부 대 남부
지난 25년 동안 프랑스 부동산 가격 지형은 여러 번 바뀌었다. 투기 거품과 주기적인 가격변동으로 집값은 때때로 설명하기 힘들 만큼 오르내렸다. 예를 들어 1994~98년 프랑스 동북부 지역 뫼즈의 부동산 가격이 기록적으로 상승(+34%)한 반면 파리에선 급락(-18%)했다. 이후 벌어진 일은 프랑스인이라면 누구나 잘 안다. 2008년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부동산 붐’으로 집값이 두 배로 껑충 뛰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크 프리지 ‘지속적인 환경과 발전 총회’ 위원은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일부 투자자의 성향이 재정 상황과 맞물리면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낮은 금융비용으로 오랜 기간 대출받을 수 있게 되자 주택 구매자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프랑스 전역에서 집값이 오른 것이다.
인상 전후 부동산 가격의 상대적 가치 차이, 즉 인상률은 지역 환경과 상관없이 고른 편이었다. 그러나 “절대 가치를 따져보면 지역 격차가 심화했다”고 주거 전문 도시공학자 장클로드 도리앙은 지적했다. 생테티엔에서 1㎡당 500유로였던 집값이 1천유로로 오르고 파리에서 5천유로에서 1만유로로 오른다면, 인상률은 같지만 순가격 차이는 엄청나다.
게다가 같은 기간 프랑스 국민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겨우 12% 늘어나 집값 변동률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증가율로 따지면 얼마 안 되는 듯해도 수천유로가 오르거나 떨어졌다는 뜻이다. 주택이 있거나 구매 계획이 있는 이들이 받는 영향은 크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뒤 지역 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크게 셰르부르(북서부)와 남동쪽 스위스 제네바를 잇는 선을 기준으로 이남 지역 부동산 가격은 올랐고(또는 소폭 하락), 이북 지역은 하락했다. 지역 간 인구와 경제 활력도 이 선을 기준으로 차이가 난다.
경제연구소 제르피의 알렉산드르 미를리 쿠르투아 소장은 “프랑스 한쪽은 대서양과 접하는 서부 해안 지방과 남부, (제네바 남쪽) 론알프스주, 다른 한쪽은 중앙 내륙 지방과 북동 지방으로 나뉘었다”며 “이 지도는 성장이 저조한 중동부 지역, 북동 지역의 4분의 1과 나머지 지역 사이에 벌어진 경제 격차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지역별 부동산 가격 차이는 경제 활력(부동산 시장, 직장, 소득 등) 차이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집값 때문에 지역 격차가 심화하기도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부자는 오른 집값을 감당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짐을 싸서 나와야 한다. 안 그래도 지워지기 어려운 불평등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다니엘 베아르 도시공학자는 “주거 문제에 여러 변동 요인이 얽혀 있어 닭과 달걀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고 베아르가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 변동 추이를 세밀하게 파악하려면 분석지표를 다양화해야 한다. 서부 해안 쪽 집값이 오르는 추세이지만, 남쪽 랑드와 바스크 지방의 경계를 자세히 보면 불과 몇㎞ 떨어진 곳에서 집값이 달라진다. 바스크 쪽 집값은 그 지역 정체성이 강해 랑드 지방보다 훨씬 비싸다.”

2. 7대 도시 대 나머지 도시
프랑스 부동산 시장분석에서 대도시와 그 외 지역을 대조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한쪽에는 내 집 구하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려운 역동적인 프랑스가, 다른 쪽에는 부동산 시장이 암울하기만 한 위기의 프랑스가 있다. 이런 대조법은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보일 수 있다. 2007년부터 지역별 부동산 가격 추이를 보면 지역 크기와 상관없이 집값이 오르거나 내렸다. 증가율을 보면 생테티엔 -29%, 그르노블 -12%, 마르세유 -7.9%, 디종 -3.1%, 낭시 -2.7%, 루앙 -0.7%, 도르도뉴 +1.5%, 아르데슈 +1.9%, 오트사부아 +8.1%, 투르 +18%, 라로셸 +25%다.
그런데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은, 일부 대도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전국 부동산 시장에서 꾸준히 승리했다는 것이다. 보르도와 그 주변 지역은 65%, 파리는 60%, 리옹은 55% 올랐다. 낭트, 몽펠리에, 렌, 툴루즈는 집값은 물론이고 일자리와 인구 역시 늘었다.
몇 곳에서만 부동산 가격이 뛴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경제 활력과 인구증가율을 들 수 있다. 그에 따른 주택 공급 부족이 원인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프랑스는 1975년부터 인구증가율(과 이혼율)보다 주택 공급량이 항상 웃돌았다. 파리와 주변 수도권인 일드프랑스 지방에서도 1968~2007년 공급된 주택이 150만 채였지만, 가구 수는 70만 가구밖에 늘지 않았다고 경제학자 토마 그레빈은 지적했다. 프랑스는 어느 서유럽 국가보다 주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량을 1%만 늘려도, 부동산 가격 평균을 2% 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를 탓해야 할까. 그레빈은 “외국인 주택 매입자 비율은 2004년 6.4%, 2012년 5.6%로 몇 년 전부터 일정하다”며 “외국인 투자자 책임(1997~2008년)은 파리 같은 도시도 많아야 2%였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외국인 투자자 영향이 더 커졌을 수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이 안전한 투자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설명이 더 필요하다.
파리도핀대학 아르노 시몬 교수와 베엔페(BNP)파리바부동산의 야스민 에사피는 세대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997~2007년 프랑스와 스페인, 영국, 미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두 배로 뛰었지만 대표적 고령화 국가인 일본과 독일에선 가격이 내려갔다. 두 전문가는 프랑스에서 1996~2006년 부동산 가격 상승 시기는 “30~50살이 된 베이비붐 세대가 총인구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할 때였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통계적으로 이 나이대에 주택 구매가 가장 활발하다는 것이다. 이제 막 경력을 쌓은 고소득 청년은 도시를 선호해 도시 부동산 가격이 집중적으로 오른다. 장클로드 도리앙은 “일부 주요 도시가 밀도 높은 시장에 잘 녹아 섞이는 고소득 계층은 남기고 저소득 계층은 걸러내는 사회적 여과지 구실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원인은, 프랑스 국민의 낮은 이주율이다. 1997~2001년 33%였던 이주율은 2009~2013년 27%로 하락했다. 프랑스경제전망연구소(OFCE) 경제학자 피에르 마덱의 설명을 들어보자. “부동산 시장에 여유 주택이 있다고 해서 그 집이 반드시 새로 지은 것은 아니다(새 주택 공급률은 매년 1%). 살던 사람이 이사 나가고 빈집이 되는 것이 대부분(매년 약 10%)이다. 도시 인구는 외부로 잘 나가지 않는데다, 고소득 청년층이 도시로 몰리면서 얼마 남지 않은 주택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 프랑스에서 집값이 하락한 대표적 도시인 마르세유의 서민 아파트 창문에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의미의 ‘노란조끼’가 내걸려 있다. REUTERS

3. 도심 대 외곽
지역 격차의 세 번째 요인을 살펴보자. 부유층과 중산층이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탈하는 것인데, 주로 중소도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장클로드 도리앙은 “도시 활력도와 상관없이 프랑스 중소도시 어디든 겪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 프랑스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 7곳을 제외한 모든 도시에서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인구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드프랑스 도시계획연구소 사회학자 안클레르 다비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도시 외곽에 어쩔 수 없이 내쫓기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정착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빈곤화와 상업시설 이탈이 심해지는 도심을 벗어나면서 악순환은 시작됐다. 부유층이 떠난 도심에서 먼저 집값이 내려가고, 그다음에 빈곤층이 늘어나며, 마지막으로 주거 환경이 서서히 악화한다. “개인이 도심에 집을 새로 지으려고 하지 않기에 이런 악순환은 정책 차원에서 끊어내기 어렵다”는 게 도리앙의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도심은 ‘빈곤층 게토’로, 동시에 주변은 ‘부유층 게토’로 변해가고 있다. 도시공학자 데리크 사름이 보여줬듯이, 도시 외곽 부촌에 집을 얻는 것은 상류사회로 편입하는 입장권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눈에 띄는 변화는 단독주택 공급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농촌이나 도시 주변과 같이 주택 공급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일부 지역에서 ‘주택담보 금리 0%’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줄리앙 드노르망디 도시·주택 담당 국무장관은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는 도심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환경보호를 위한 도시 팽창을 방지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4. 넘치지만 부족한 사회임대주택
자선구호단체 아베피에르재단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가운데 일정한 주택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비주택 거주민’ 14만3천 명을 포함한 주거빈곤층은 400만 명에 이른다. 인구과잉과 에너지 빈곤 등 더 넓은 차원에서 봤을 때 주거 취약 계층은 1200만 명이다. 이런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핵심 고리는 사회임대주택이다. 프랑스 사회임대주택 수는 450만 채로 약 11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여기서도 문제는 지역 격차다.
수도권인 일드프랑스에서 사회임대주택에 입주하려면 평균 3년을 기다려야 하고, 최대 10년은 있어야 파리시 안에 방 3칸짜리 아파트를 얻을 수 있다. 수도권에 있는 사회임대주택은 전체 주거의 25%를 차지할 만큼 많지만, 입주 지원자는 그보다 훨씬 많다. 사회임대주택 부족은 프랑스령 해외 영토(DROM)를 비롯해 지중해 인접 지역, 크게는 모든 해안 지방에서도 겪는 현상이다.
수도권과 다르게 이들 지역의 사회임대주택 부족 문제는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지방정부는 ‘연대와 도시 재정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총주택의 20~25%만큼 사회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지만, 높은 벌금을 내면서도 이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석 달 넘게 빈집으로 남아 있는 사회임대주택이 전국에 7만 가구나 있다는 것이다. 중동부 부르고뉴-프랑시-콩테, 북동부 그랑테스트와 같이 쇠락한 산업 지역은 외려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리앙이 이런 상황을 설명했다.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은 사회임대주택 사업자가 낮은 비용으로 주택을 지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새 방안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지역에서) 사회임대주택 사업자 말고는 집을 지으려 하지 않기에 건설비를 최대한 낮추지 못한다. 민간주택에 거의 맞먹는 비용을 들여 잘 나갈 만한 임대주택을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정부 예산이다. 프랑스 정부는 3년째 사회임대주택 임대료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주택예산이 포함된) ‘국토 통합 사업’ 예산을 줄이고 있다. 그 결과 사회임대주택 재정난은 갈수록 나빠졌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11월호(제395호)
Les 8 France du logement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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