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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철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세계의 창]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117호] 2020년 01월 01일 (수) 한민수 mshan@kiep.go.kr

한민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

   
▲ 2019년 5월29일 한국지엠(GM) 전북 군산공장이 굳게 닫힌 채 오가는 사람이 없어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한국지엠(GM)은 전북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했다. 같은 해 5월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은 다국적기업 경영 활동에 대중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직접 영향받는 사내 인력만 1만6천 명이고 2차, 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노동자 약 15만 명이 영향받는다고 한다.
2023년까지 저강도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지엠 등 다국적기업은 세계 어디에서라도 자회사 철수와 공장 폐쇄 등 공급망 재편에 망설이지 않는다는 점도 깊이 각인됐다. 군산공장 폐쇄를 막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부 노력도 있었지만, 다국적기업과 정부 사이에서 협상력 격차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계기였다. 한국지엠 연구개발 법인 분리가 국내에 있는 지엠공장 모두를 폐쇄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의혹도 언론과 노동계에선 여전히 제기되는 상항이다.

국제투자법으로 철수 막을 수 없어
그러나 다국적기업 철수 우려에도 투자 보호를 지향해온 국제투자법으로는 철수를 무작정 막을 수 없다. 외국인 투자 보호를 위한 원칙은 내국민대우(NT), 최혜국대우(MFN), 공정하고 평등한 대우(FET·Fair and Equitable Treatment), 송금의 자유 보장 등이 관련돼 있다.
우리나라가 과거 체결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10장), 한-미 FTA(11장), 한-유럽연합(EU) FTA(7장, 8장)에서도 투자에 관한 별도 장(chapter)을 두어 외국인 투자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원칙을 명문화했다. 따라서 파산, 지급불능시 채권자 권리 보호, 법 집행 지원에 필요한 경우 등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활동에서 본사 방침이나 우리나라 경영 환경 변화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철수하는 활동을 금지할 수 없다.
우리 경제는 인구구조 변화, 중국과 아세안 등 신흥국 부상으로 대내외에서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한 국가와 지역이 과거 특정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해서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기술과 제도가 변화한 덕분에 상품뿐 아니라 업무와 자본의 국가 간 이동도 자유로워지는 거대한 세계화 흐름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영역도 지속해서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다국적기업이 수익성 유지를 위해 진입과 철수를 반복하는 세계 공급망 구조조정은 앞으로 좀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제도적으로도 금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세계화에 대응해 한국 경제 발전 단계에 더 어울리는 산업을 육성하고 혁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산업에서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한국의 노동과 자본을 더 부가가치 높은 미래 기술산업으로 재배치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 피해 최소화하는 정책 필요
이때 ‘다국적기업 철수’라는 구조조정 과정으로 피해를 받는 노동자, 전방·후방 산업 중소기업, 지역사회 영세자영업자 등은 억울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세계화가 주는 장기적인 이익과 이들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 노력은 세계화가 주는 피해를 받는 사람을 위한 재교육·재고용과 업종 전환, 기술개발을 위한 재정 지원을 포함한 사회안전망이다.
정책적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 일시적으로 낙오한 노동자와 중소기업은 신속하게 새로운 업종과 산업으로 재조정돼 다시 경쟁 무대에 복귀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들이 받는 피해는 단기적인 피해에 그칠 것이다.
이런 지원은 세계화와 구조조정의 피해로 일어나는 정치적 반발을 낮추고 한계기업 퇴출을 유도해, 한국이 새로운 미래기술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기여한다. 또한 한국 경제가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는 투자하기 좋은 환경으로 비쳐 외국자본 유치에도 좀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국적기업 철수가 지역경제에 가져올 부작용만을 보고 철수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철수가 가져올 피해를 최소화·단기화하면서 지역경제가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도록 정부는 전략을 짜야 한다.
물론 우리 정부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정책적으로 제공한 혜택만 누리고 철수함으로써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유발하는 외국자본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FTA 투자 규정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외국인 투자 기업이 약속한 국내 투자와 지원 조건 이행 여부를 면밀히 감시해 이런 혜택을 회수할 수 있는 정책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월호

* 남·북·미 관계 개선, 점차 심화되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통상 갈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 등 세계경제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와 선제적 정책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 인력을 갖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세계의 창’을 통해 전세계 경제 이슈와 해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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