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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회, 미친 사회
[Investing]
[1호] 2010년 05월 03일 (월)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economyinsight@hani.co.kr

 

주식 투자를 굳이 나누자면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가와 거래량의 과거 모양을 보고 앞날의 주가를 판단하는 ‘기술적 분석’일 것이다. 이것과 가장 대비되는 곳에 ‘가치투자’가 있다.
많은 사람이 알게 모르게 가치투자란 말을 듣거나 사용한다. 그러나 실제로 가치투자 방식에 따라 투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가치투자 원리에 따라 주식을 운용한다는 가치투자 펀드라 하더라도 실제 편입된 회사를 보면 가치투자 원칙에 맞지 않은 종목이 자주 발견된다.
그럼 과연 가치투자란 무엇일까. 가치투자가 무엇인지 알기는 쉽다. 그러나 가치투자의 원리에 따라 실제로 투자하는 것은 어렵다. 그 이유는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서로 다른 인간의 속성 때문이다. 먼저 가치투자란 무엇인지 그 전체 범위를 알아본다(그림 참조).
 
1. 가치투자는 개별 기업에서 출발한다

가치투자는 개별 기업이 얼마간의 가치를 지녔다고 본다. 이 가치가 시장에서는 가격으로 드러난다. 가치가 가격 이외의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은 제약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가치가 언제나 정확하게 가격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가치가 정확하게 가격으로 드러난다면 이는 정체된 ‘죽은 사회’다. 그러나 가격이 가치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이는 사회의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미친 사회’이기도 하다. 결국 정상적인 사회에서라면 가격은 가치의 변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마치 개와 주인이 산책을 나가면 개가 이러저리 왔다갔다 하지만 결국은 주인과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함께 돌아오는 것과 같다.

   
 
 
2. 기업의 가치를 계산한다

기업이라는 실체를 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얼마의 돈을 집어넣어 1년 동안 장사를 해서 얼마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우리는 기업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이는 은행에 100원을 예금하면 5% 이자 5원을 얻는 것과 같은 원리다. 즉, 1년에 5원의 이자(이익)를 만들어내면 그 원본의 가치는 100원이 된다. 그러나 기업의 내재 가치가 모두 이렇게 계산할 수 있는 이익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익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 기업의 질적 가치도 많다. 또한 기업의 계산 가능한 가치가 순이익으로 모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계산 가능한 이익으로 나타난다는 전제 아래 기업 가치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기업이 만들어내는 1원의 이익을 주식 가격으로 얼마로 매길지 계산해야 한다. 고스톱에서는 1점의 값은 꾼들이 정하기 나름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는 기업이익 1원의 가치를 얼마로 할지 미리 정할 수 없다. 어떤 회사는 이익 1원이 주식시장에서 10원으로 거래되지만 어떤 회사는 20원, 30원, 40원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이는 사람마다 그 회사의 이익의 1원 값어치를 서로 달리 매기기 때문이다. 과연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그 배수를 달리 하는 것일까.
 
3. 가치를 시장가격과 비교한다

여기서 다시 가치와 가격의 괴리 문제를 고민한다. 가치란 기본적으로 주관적인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란 시장에서 형성된 객관적인 숫자다. 만약 가치가 객관적이라면, 그래서 기준이 하나만 있다면 이는 정체된 사회고 독재국가다. 이 가치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가치를 평가하는 주체인 인간이 지닌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인간 이성의 한계가 있지만 여기에 이성이 감성을 이기지 못하는 한계가 더해진다. 물론 그 이전에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가 있다. 기업의 가치란 기본적으로 미래에서 나온다. 이미 일어난 것에는 새로운 가치 변동 요소가 없다. 미래에 기업이 이익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기업 가치는 달라진다. 그런데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 이것이 존재론적 한계다. 역설적으로 이런 한계가 있기에 인간은 살맛을 느낀다.
미래를 예측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는 이유는 제공되는 정보의 한계가 있지만 그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의 차이도 있다. 단순한 선후관계를 인과관계로 해석하거나, 과거의 추세를 계속될 것으로 보거나, 자신이 경험한 사건을 더 중요한 것으로 평가한 결과로 인간은 계속 실수를 되풀이한다.
담배를 끊어야 몸에 도움이 되는 줄 알면서도, 운동을 해야 살이 빠지는 줄 알면서도, 이성은 감성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하고 만다. 자기가 산 주식의 가격이 올라가면 지금 가격이 여전히 싸 보이고, 주가가 떨어지면 지금 가격이 그래도 비싸 보이는 것이다. 이 주관적 감정을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조금 떨어지면 걱정을 하지만 너무 많이 떨어지면 그냥 내버려둔다. 더욱이 시장가격이 집단의 심리적 편향에 의해 움직이면 여기서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여기에서 가치의 성질이 발견된다. 가치란 계산기에서 값이 딱 떨어지는 고정값이 아니다. 대략적인 값어치다. 그 가치는 일정한 전제 위에서 얼마의 값을 갖는다. 그 전제가 달라지면 당연히 그 값도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회사의 주가를 정확하게 10자리 수까지 예측한다든가      주식시장의 전체 지수를 10자리 수까지 짐작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 줄 모르면서 자신도 남도 속이는 사람이다.
 
4. 가치와 가격의 차이에서 오는 손실 위험을 줄인다

이를 매매의 원리라고 부를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는 것이다. 값이 낮을수록 손실을 볼 위험은 적어지고, 이익을 볼 가능성은 높아진다. 물론 이런 기회가 자주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은 찾아온다. 야구에는 삼진 아웃이 있지만 주식에는 삼진 아웃이 없다. 스트라이크를 칠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가끔 전체 주식시장이 갑자기 무너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이때는 좋은 회사든 나쁜 회사든 모두 값이 떨어진다. 모두가 주식시장을 겁내고 도망가는 시기에 살짝 시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모두가 주식시장의 값이 올라간다고 미쳐 있을 때 살짝 시장의 문을 닫고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독립적 견해를 가져야 한다. 시장의 전체 흐름을 따라다녀서는 절대로 안 된다. 비록 자신의 견해가 시장의 움직임과 달라서 큰 손실이 나더라도 진정 자신의 견해가 맞다고 생각한다면 2~3년을 견디는 독립심이 필요하다. 이런 사람만이 진정한 가치투자가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과연 한국 시장에서 이런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 필자는 고려대 법대와 보스턴대 MBA를 졸업했고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하상주 가치투자 교실>(www.haclass.com)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 <펀드보다 안전한 가치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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