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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시험대 변화와 혁신 주목
[PEOPLE]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취임- ① 총체적 난국
[116호] 2019년 12월 01일 (일) 마르크 후예어 등 economyinsight@hani.co.kr
국제통화기금(IMF) 첫 여성 총재이자 유럽중앙은행(ECB) 신임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소통 강화, 업무 분야 확대, 통화정책 전반적 재검토 등을 내걸고 유럽중앙은행에 일종의 문화혁명을 일으키려 한다. 다만 그가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마르크 후예어 Marc Hujer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슈피겔>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19년 11월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본사에 처음 출근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남성 통화정책 입안자들이 지배하는 유럽중앙은행의 첫 여성 총재로 변화를 이끌 최고 적임자일 수도 있다. REUTERS
지난 8년 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2019년 11월1일 유럽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했다. 이를 두고 일종의 좌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회원국 수가 적고, 다루는 분야와 주제가 협소할뿐더러 주목도와 화려함도 덜하다. 심지어 주거지를 미국 워싱턴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옮겨야 한다. 그런데도 왜 그는 유럽중앙은행 총재직을 수락했을까.
라가르드를 IMF 총재 임기 종료 직전 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완벽하게 정돈된 헤어스타일에 휴가지에서 선탠하고 이제 막 돌아온 듯한 구릿빛 피부로 환하게 웃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으면, 총재직 수락 같은 질문은 한없이 지엽적으로 여겨질 뿐이다.
라가르드는 “그런 질문을 받곤 했다. 누구든지 거절하지 못할 제의가 있는 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이제 독일어를 배울 생각”이라며 “독일어 개인교사도 정했고, 집도 프랑크푸르트 식물원 인근에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프랑크푸르트 지역 요리책도 구했으며, 프랑크푸르트 그린소스(익히지 않은 허브를 주재료로 만든 초록색 소스)도 알고 있다고 했다.
 
내홍에 빠진 유럽중앙은행
라가르드는 총재직 수락을 일종의 파티에 빗대어 강조했다. “파티에 간 날, 파티에 온 이유를 질문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때 당연히 초대를 받았으니까 파티에 왔다고 답변한다.” 법률가 출신인 라가르드가 부정적으로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긍정적 사고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기에, 라가르드는 남성 통화정책 입안자가 지배하는 분열된 유럽중앙은행을 이끌어갈 최고 적임자일 수도 있다.
2019년 9월 중순 당시 유럽중앙은행 총재인 마리오 드라기는 기존 통화정책보다 더욱 급진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강행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승리의 외피를 두른 패배였다.
유럽중앙은행 정책이사회(이사진 6명과 유로존 19개국 중앙은행 총재 등 총 25명으로 구성) 소속 이사 3분의 1 이상이 양적완화 계획에 반대했다. 특히 독일 반대가 심했다. 드라기 총재의 양적완화 정책에 시종일관 비판적이던 옌스 바이트만 독일연방은행 총재뿐만 아니라 담당 전문위원회, 드라기에게 시종일관 충성했던 프랑스 이사 모두 반기를 들었다.
이후 유럽중앙은행은 내홍의 늪에 빠졌다. 드라기 총재 반대파는 빈약한 근거를 토대로 유럽중앙은행의 중·단기 정책을 일방적으로 정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찬성파는 독일연방은행이 편협한 이데올로기와 독일 마르크화 향수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드라기 전 총재가 오로지 자신만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아틀라스 증후군’(Atlas syndrome)을 앓고 있다고 조롱했다.
언론은 마치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상황에 부닥친 유럽중앙은행이 ‘대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전직 중앙은행 총재들은 앞다퉈 드라기 총재 정책에 지지 혹은 반대 입장을 서면으로 표명했다. 독일 출신으로 평소 매파였던 자비네 라우텐슐레거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는 양적완화 재개에 반대한다면서 임기를 2년이나 남기고 돌연 사임했다. 막말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황색저널 <빌트>(Bild)는 마리오 드라기 총재를 흡혈귀인 드라큘라 백작에 빗대어 “독일 예금자 계좌에서 돈을 빨아먹는 ‘드라길라’ 백작”이라고 비난했다.
 
   
▲ 2019년 7월 차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로 내정된 크리스틴 라가르드(왼쪽)가 10월28일 퇴임식을 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11월1일 정식 취임했다. REUTERS
과거 여러 방면에서 능력 발휘
유럽중앙은행은 어느 때보다 깊은 분열 양상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그런 면에서 라가르드 신임 총재가 최근 다양한 신호를 보낸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라가르드는 기존 통화정책을 고수하겠다고 강조하는 한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에 일종의 문화혁명과 비슷한 수많은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개선에 열의를 보인다. 유럽중앙은행의 저변을 여성의 사회 진출 지원과 기후정책으로 확대하는 한편, 모든 통화정책 수단을 일절 금기 없이 재검토할 것을 대대적으로 예고했다. 라가르드는 “마리오 드라기 전 총재에게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었고, 내게는 나만의 스타일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라가르드 신임 총재가 과연 통화정책에서 합의를 끌어낼지 물음이 남는다. 아니면 논란이 됐던 드라기 전 총재의 통화정책을 외양만 고쳐서 그대로 이어받을 생각일까.
라가르드가 2011년 IMF 최초 여성 총재로 취임하고 몇 주 지나지 않아 아주 평범한 사진 한 장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라가르드가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 자택에서 요가를 하는 사진이었다. 왼쪽 테이블 위 화분에 노란 장미 한 다발이 꽂혀 있고, 라가르드는 평소 잘 입지 않는 베이지색 니트와 청바지 차림으로 천장 높이의 창문 앞에서 두 손을 위로 뻗고 있다. 산처럼 굳건하고 곧바르게 서 있는 자세를 일컫는 요가 동작 ‘타다사나’(Tadasana)를 연습하던 중이었다. 프랑스 주간 화보지 <파리 마치>(Paris Match)는 이 사진을 실은 기사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매일 20분 요가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고 썼다.
라가르드의 요가 사진을 실은 <파리 마치> 기사는 IMF를 다루는 언론 보도와는 거리가 있다. IMF는 세계 최고 이코노미스트를 보유했다고 자부하는 곳으로, IMF에서는 화보 잡지를 거들떠보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평상복 차림으로 요가를 하는 총재 사진이 실린 화보 잡지와 IMF가 갑작스레 친근해진 것처럼 보였으니 의아해하는 건 당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다소 역순환적인 존재”라고 답한 적이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주류를 형성한 세계에서 나는 변호사 출신이고, 미국에서 사는 프랑스인이라는 점 등을 볼 때 반동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8년 동안 IMF 총재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전에는 5년간 다국적 로펌 ‘베이컨 앤드 매킨지’에서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있었다. 이후 2년 동안 프랑스 재무장관을 했고, 그 직전 한 달 동안 농업부 장관, 이전 4년간 산업통상부 장관을 했다. 그런데도 라가르드의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능력에 의문을 나타내는 시선이 여전히 있다. “여성 이코노미스트가 대법원장이 될 수 있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반면, 여성 법률가가 중앙은행 총재가 된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고 유럽중앙은행 독일 집행이사로 내정된 이자벨 슈나벨 교수가 지적했다. 이에 대해 라가르드는 “과소평가받는 것이 때로는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응수했다.
 
소통 중심 대대적 변화 예고
유럽중앙은행 총재라는 새 직무와 유럽중앙은행 내부 불화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라가르드는 8년 전 IMF 총재로 취임할 때도 얼마나 막중한 업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를 설명하며 말문을 이어갔다. “유럽중앙은행 총재직을 과소평가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은 그는, “189개 회원국을 거느린 IMF 역시 쉬운 기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임자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당시 총재는 성폭행 미수 혐의를 받고 IMF 총재직에서 사퇴했는데, 그는 연속 세 번째로 임기 중 사퇴한 총재였다. 스트로스칸 재판은 총재직 사퇴 이후 중단됐다.
라가르드는 IMF 총재에 취임한 뒤 변화를 꺼리지 않았다. 오히려 IMF에서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핵심 중앙부서로 탈바꿈했다.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전문 부서의 견해는 하나로 모여 조율됐다. 이때부터 커뮤니케이션 부서는 통화정책 홍보 방식만이 아닌, 어떤 통화정책을 홍보할 것인지도 결정했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라가르드 핵심 측근으로 자리잡았다.
라가르드는 유럽중앙은행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업무를 할 계획인 듯하다. “나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공통의 기반을 항상 모색한다. 이제 우리는 공통 노선을 모색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라가르드는 이에 적합한 수단도 염두에 두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즉시 통화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내 목표는 유럽중앙은행 정책이사회 회원들을 조기에 소집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모든 옵션의 효용과 위험을 선입견 없이 검토할 것이다.”

ⓒ Der Spiegel 2019년 44호
Eleganz und Härt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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