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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포닉스로 새우와 바질 생산
[SPECIAL REPORT] 독일 도시농업- ① 현황
[116호] 2019년 12월 01일 (일) 마르셀 로젠바흐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에서는 도시 소비자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먹거리를 생산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도시농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양식과 수경재배를 병행하는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도입한 ECF팜시스템스가 대표적이다. 이외 인팜(Infarm)의 수직농법은 소비자와 최대한 가까운 도심에서 먹거리를 생산해 냉장-보관-운송 과정을 줄여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농작물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지속가능한 대안농법으로 떠오른 도시농업의 현황과 가능성을 알아본다.  _편집자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크리스티안 에히터나하트는 파트너인 니콜라스 레슈케와 몇 년 전부터 베를린 도심 쇠네베르크지구 신생 벤처기업이 모인 엿기름 공장 부지에 아쿠아포닉스 농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농어를 양식하고 바질을 재배한다. ECF Farmsystems 누리집 갈무리
크리스티안 에히터나하트(48)는 친구나 지인 초대를 받으면 와인이나 꽃 대신 농어와 바질을 선물로 챙겨간다. 에히터나하트가 직접 양식하고 재배한 농어와 바질이다. 주변 사람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가 선물한 농어와 바질은 바질마요네즈소스를 넣은 피시버거로 바뀌어 식탁에 오르기도 한다.
에히터나하트는 파트너인 니콜라스 레슈케와 몇 년 전부터 베를린 도심 쇠네베르크지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밀집한 엿기름 공장 터에 아쿠아포닉스 농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농어를 양식하고 바질을 재배한다.
물탱크 13개에 여러 크기의 은색과 핑크빛 농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에히터나하트의 아쿠아포닉스 농장 ‘ECF팜시스템스(Farm
systems)’에는 무게가 단 몇 그램(g)인 아주 작은 농어 새끼가 들어온다. 이곳 탱크에서 몇 달간 양식하면 판매 직전까지 500g에 이르는 농어로 자란다.
농어로 가득 찬 물탱크 옆 비닐하우스에서 ECF팜시스템스 직원이 윗옷을 벗은 채 종자부터 각 성장 단계의 바질을 손질하고 있다. 비닐하우스에는 짙은 바질 향이 배어 있다. 물탱크 내 물고기 배설물과 잉여 양분이 함유된 물이 바질 선반으로 펌핑돼 들어간다. 바질에 들어가는 물에는 농어 배설물의 암모니아 성분이 함유됐는데, 박테리아를 통해 질산염을 함유한 식물 비료가 된다. 이렇게 양식과 수경재배를 병행하는 농법을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라고 한다. 아쿠아포닉스 농법은 수백 년 전 중국과 마야 문명에서 행해졌다.
ECF팜시스템스는 이렇게 자체 양식한 베를린산 농어와 자체 재배한 베를린산 바질을 유통하고 있다. 즉, 도시 소비자들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먹거리를 생산해 그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글로벌 흐름의 선봉에 서 있다. 이러한 대안농업이 기존 농업의 한계를 메우고 있다. 기존 농업과 임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23%나 차지한다.
 
   
▲ 도시의 실내에서 양식 또는 수경이라는 대안농업으로 재배되는 생선과 채소는 기존 농업의 한계를 메우고 있다. 기존 농업과 임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23%나 차지하지만, 대안농업은 탄소 배출 등 환경파괴위험이 훨씬 적다. REUTERS
먹거리 지속가능성 높이는 시도
최근 도시농업 같은 대안적인 로컬푸드(지역농산물) 생산 방식과 현대적인 아쿠아포닉스 농법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뮌헨 인근 랑겐프라이징에서는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새우가 양식된다.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에서 베를린 스타트업 인팜의 ‘유리 냉장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비자는 유리 냉장고에서 재배 중인 허브와 샐러드를 직접 보거나 막 수확한 허브와 샐러드를 살 수 있다.
실내농업 업계는 현대 기술과 새로운 방식을 이용한 고품질 신선식품을 기치로 내건다. 또 채소 재배에 살충제 사용을, 물고기 양식에 항생제 사용을 자제하고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사용한 물의 90% 이상을 재활용한다. 소비자 집까지 운송 과정이 대폭 줄어든 덕에 식품은 신선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실내농업계는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는 장기간 냉동과 배송 과정이 대폭 줄었다”고 강조한다.
도시농부와 도시농업 업체 다수는 관련 교육을 받았거나 농학 전공자가 아니다. 오히려 완전히 다른 분야 출신이거나 독학으로 필요한 지식을 얻은 경우가 대다수다. 에히터나하트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대 중반 인터넷 업체를 경영한 이력이 있다. 이후 몇 년간 뮤지션 브라이언 이노와 함께 활동하며 그의 비디오 작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에히터나하트는 좋은 식품에 대한 평소 관심을 살려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다. 화물선박용 컨테이너에 물탱크를, 컨테이터 위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할 정도로 시작은 미약했다. 쇠네베르크 엿기름 공장 터에 과거 컨테이너 설비가 아직 남아 있다. 설비 규모는 1800㎡로, 설비에 들어간 돈은 140만유로였다. 비용은 개인 투자자와 베를린 투자은행에서 받은 돈으로 충당했다.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물고기 양분이 듬뿍 든 물이 재배식물에 펌핑되고, 그 물이 식물 뿌리로 세척되는 과정을 거쳐, 다시 물탱크로 돌아가는 100%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자원 절약과 재활용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모델)의 꿈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채소 재배와 물고기 양식에서 최적의 결과를 내려면 ph 수치가 각기 다른 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ECF팜시스템스는 가지, 토마토, 파프리카까지 다양한 채소 재배를 시도했다. 그런데 왜 하필 농어 양식일까? 농어는 사료 1.4㎏을 투입하면 무게 1㎏짜리 생선이 나와서 사료 양식에 적합하다. “앞으로 찬더(Zander·비교적 깊은 물 속에 사는 민물고기) 양식도 해보고 싶다. 찬더는 예민해서 주위가 시끄럽고 상태가 좋지 않으면 바로 사료를 거부한다.”
 
   
▲ 소비자가 모인 도심에서 재배하는 채소는 장시간의 냉장-보관-운송 과정을 축소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줄여 경제적일 뿐 아니라 최상으로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REUTERS
신선도 경쟁력으로 수익 창출
ECF팜시스템스는 유통 측면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했다. 초기에 농장 매각을 시도하거나, 신청자에게 매주 15유로(약 1만9천원)를 받고 채소상자를 보내는 서비스도 했다.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지구 한 실내 시장에 자체 부스를 설치해 채소를 직접 팔기도 했다. 그러던 중 대형마트 체인 레베(Rewe)와의 협력을 계기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현재 레베는 ECF팜시스템스가 재배하는 바질 전량을 매입하고 있다. 매주 바질 화분 7500개가 각 지역 레베 매장에 납품되고, 바질 화분 1개당 약 2유로에 거래된다. ECF팜시스템스는 수도 베를린 중심부에서 연간 바질 화분 40만 개 이상을 재배하고, 농어 30t을 양식한다.
에히터나하트는 “실험 단계가 이미 지났고 올해부터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사 3명과 양식업자 2명이 일하는 베를린 농장은 ECF팜시스템스 전체 사업의 일부에 불과하다. 베를린 농장은 쇼룸(전시장)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베를린 농장에선 거의 매일 학생과 전세계 신청자를 대상으로 관람이 이뤄진다. 최근 에히터나하트는 방글라데시 사절단에 아쿠아포닉스 농법 원리를 강연했다.
ECF팜시스템스는 자체 노하우를 상품화해 희망자들에게 개별 프로젝트 연구보고서 작성은 물론 아쿠아포닉스 설비 콘셉트 전부를 1만5천유로에 제공하고 있다. ECF팜시스템스가 기획한 아쿠아포닉스 농장은 현재 벨기에 브뤼셀과 스위스 바트라가츠에서도 운영 중이다.
에히터나하트는 “앞으로도 수요 대다수를 기존 농법이 감당하겠지만 도시농업이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음을 ECF팜시스템스가 보여주고 있다. 반짝 지나가는 열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구 50만 명이 넘는 독일 도시에서는 도시농업이 수지타산이 맞아 결국 자리잡게 될 것이다.”

ⓒ Der Spiegel 2019년 34호
Frisch aus der Stad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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