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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책임 역할 기대
[SPECIAL REPORT] 독일 도시농업- ② 전망
[116호] 2019년 12월 01일 (일) 마르셀 로젠바흐 economyinsight@hani.co.kr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도시농업 스타트업 인팜 직원이 채소가 자라는 실내 농장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REUTERS
ECF팜시스템스에서 수㎞ 떨어진 곳에 다른 실내 농장인 인팜(Infarm·Indoor Urban Farming)이 있다. 인팜은 글로벌 성장 전략까지 구상하는 단계로 최근 글로벌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 벤처캐피털 아토미코(Atomico)가 수천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인팜은 1억달러를 모을 수 있었다. 정보기술(IT) 업계 큰손들도 도시농업 가능성을 굳게 확신한다는 방증이다. 
인팜은 6년 전 베를린에서 이주한 이스라엘 출신 도시농부 3명이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라고메라에서 창립했다. 세 농부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라고메라에서 다양한 채소를 재배하고 자급자족 경험도 했다. 베를린으로 돌아온 이들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대량 농산물에 더 이상 적응하고 싶지 않았다. “대도시에서 사 먹는 채소에선 우리에게 익숙한 신토불이 채소의 신선한 맛이 거의 나지 않았다.” 세 농부 중 한 명인 오스나트 미하엘리가 말했다.
문제는 베를린에 흐린 날이 많고 자체 정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미하엘리는 집에서 샐러드 채소와 방울토마토를 직접 재배했다. 다행히 첫해 수확 실적이 좋아 이들 셋은 전문적으로 실내농업을 해보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와인냉장고와 비슷한 미니 온실하우스를 개발했다. 미니 온실하우스에서는 기존 단층 재배 방식이 아닌 상하 7층 대형 플라스틱 선반에서 허브와 샐러드 채소가 재배된다. 면적 대비 작물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수직농법(Vertical Farming)인 셈이다.
인팜의 선임 생물학자 이도 골란은 “종자마다 최적화된 재배 농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대형 플라스틱 선반이 10여 개 나열된 복도에서 “바질은 지금 수면 중”이라며 성장 촉진용 발광다이오드(LED) 특수조명이 꺼진 인큐베이터를 손으로 가리켰다. 인팜은 컴퓨터로 각 채소에 최적 성장 조건에 맞춰 인큐베이터를 설정한다. 허브의 경우 지중해 기후대가 최상의 성장 환경이다. 
 
   
▲ 인팜 본사에서 원격조종하는 실내 농장 200여 곳이 독일 내 전국 슈퍼마켓에 설비돼 있다. 유럽 시장에 진출한 인팜은 2019년 말까지 1천 곳 이상으로 실내 농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REUTERS
‘성장 트레이’ 활용한 미니 온실하우스
식물 뿌리가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미니 온실하우스는 캐비닛에 놓인 연료통을 통해 영양소가 물에 주입되는 방식으로 자가 운영된다. 다 자란 샐러드 채소와 허브는 슈퍼마켓에서 뿌리째 절단돼 바로 매장에 진열된다. 골란이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살아 있는 채소를 판다. 이는 엄청난 차이다.” 이전에는 운송과 창고 저장을 거치며 채소에서 소중한 비타민과 항산화물이 파괴됐다. “기존 재배 방식에선 채소가 운송·저장 과정에서 신선도가 최대한 오래 유지되는 것이 관건이다. 영양소와 맛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인팜 본사에서 원격조종되는 실내 농장 200여 곳이 독일 내 전국 슈퍼마켓에 설비돼 있다. 특히 슈퍼마켓 체인 에데카(Edeka)를 비롯해 도매 식자재 매장 150곳에 인팜 실내 농장이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유럽 시장까지 진출한 인팜은 2019년 말까지 1천 곳 이상으로 실내 농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인팜이 유통하는 것은 하이테크 ‘성장 트레이’(Growth Tray)가 아닌 바로 채소다. 슈퍼마켓과 도매업체는 마진을 남기고 인팜이 재배한 채소를 판매한다. 채소 재배와 포장은 인팜 직원이 맡는다. 인팜 설립 이념은 ‘서비스로서 농업’이다.
인팜 수직농법에서 쓰는 여러 인공 LED 조명을 보고 있노라면 에너지 소비량이 궁금해진다. 인팜 공동대표 오스나트 미하엘리는 에너지 소비량이 많지 않다고 했다. “우리는 녹색에너지를 사용하며, 탄소발자국(사람이 활동하거나 상품을 생산·소비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생기는 이산화탄소 총량)은 실내 농장 기준 20g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기존 농법으로 재배된 양상추의 탄소발자국은 훨씬 많다.”
인팜의 베를린 템펠호프농장에서는 슈퍼마켓 납품용 채소 묘목만 키우는 것이 아니다. 대형 선박 2개에 스타 셰프 팀 라우에의 이름이 새겨 있다. 인팜 템펠호프 농장에서는 팀 라우에 셰프를 위해 페르시아 바질, 고수, 식용 꽃이 재배되고 있다. 인팜은 고객의 특수한 요구를 모두 고려할 수 있도록 기후와 계절에 영향받지 않는 재배 환경을 조성했다. 골란이 한 선반에서 루콜라 줄기를 하나 뽑아 들었다. 루콜라를 씹으니 고추냉이 비슷한 향이 한입 가득 퍼졌다. 그는 중동에서 재배되고 모로코에서 인기 있는, 흔치 않은 한 오레가노종이 얼마나 향긋하고 맛있는지 열심히 설명했다. 
 
   
▲ 인팜 공동설립자 오스나트 미하엘리(오른쪽)는 농업 부문에서 아쿠아포닉스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본다. 기후변화와 토지 침출로 인해 자원을 덜 투입하고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REUTERS
슈퍼·마트·요식업계가 주고객
요식업계는 도시농업의 중요한 구매 고객이다. 뮌헨 인근 랑겐프라이징에서 현대적인 아쿠아포닉스 시설을 구축한 도시농부 파비안 리델(36)도 요식업계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변호사 출신 리델의 휴대전화에는 수많은 스타 셰프 휴대전화 번호가 저장됐다. 스타 셰프는 그에게 와츠앱으로 직접 양식 새우를 주문한다. 이를 입증하듯 리델이 스위스 뵈르테제의 한 셰프한테 받은 문자를 보여줬다. 그 스위스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전날 존 본조비가 식사했는데 리델의 새우를 극찬했다며, 급하게 새우를 추가 주문한다는 내용이었다.
리델의 새우는 뮌헨 공항에서 멀지 않은 근교 상업지구 한 창고에서 양식되고 있다. 평평한 물탱크 8개가 있는 공간에는 고온다습한 열대기후 조건이 조성돼 있다. 물탱크 안 흰다리새우가 이런 환경을 좋아한다. 원래 흰다리새우는 맹그로브(아열대나 열대해변, 하구 기수역의 염성 습지에서 자라는 관목이나 교목)에서 서식한다. 바이에른주 양식장에서 키우는 회청색 흰다리새우는 아주 활발하게 움직인다. 새우가 수조 밖까지 넘어오기도 해, 수조 가장자리에 커튼이 쳐져 있을 정도다.
리델은 새우를 유충 상태로 사온다. 유충 단계 새우는 1천 마리당 가격이 약 15유로다. 그는 새우 유충에게 콩과 밀,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어분으로 만든 사료를 먹여 서너 달 키운다. 이후 통발에 담긴 새우는 직류를 통해 숨이 끊어지고 일일이 용기에 포장된다. 새우는 일부 슈퍼마켓과 자체 온라인 매장에서 유통되고, 절반 남짓은 요식업계에 납품된다.
리델은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새우를 양식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낭만적인 일은 아니지만 시대에 적합한 대량 양식법이다. 아시아와 달리 아쿠아포닉스 농장에서는 맹그로브가 파괴되거나, 수질오염과 항생제 남용도 없으며, 운송거리가 대폭 짧아져서 양식 새우를 얼릴 필요도 없다. 고객은 회처럼 생새우를 먹을 수도 있다.”
바이에른주에서 벌어진 새우 양식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 역시 시작이 순탄치 않았다. 바이에른주가 100만유로 이상 지원했지만, 리델의 공동창업자는 건강상 이유로 중도 하차했다. 이후 새우 유충을 추가 확보하는 데 몇 달이 걸리기도 했다. 계절별 새우 수요를 과소평가해 수급난을 겪었다. “단일 상품만 취급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그는 현재 자신의 브랜드 ‘크루스타노바’(CrustaNova)로 비슷한 기준을 충족하는 다른 업체의 캐비어, 가재, 연어도 취급한다. “현재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추가 성장 동력에 투자하고 있다.” 설비는 확장 가능하게 모듈식으로 설계했고 설비 바로 옆 터도 확보해놓았다.  
현재 연간 생산량이 최대 30t에 이르는 리델의 스타트업 크루스타노바를 비롯해 베를린의 아쿠아포닉스 업체는 주류시장이 아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농업이 영원히 틈새시장에만 머물러 있으라는 법은 없다. 미국과 아시아에선 대형 아쿠아포닉스 농장이 운영 중이다. 한 식료품 대기업이 대규모 아쿠아포닉스 농장에서 새우를 양식하고 있다. 
인팜 공동설립자 오스나트 미하엘리는 농업 부문에서 아쿠아포닉스 흐름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기후변화와 토지 침출로 자원을 덜 투입하고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해졌다. 이에 도시농업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 Der Spiegel 2019년 34호
Frisch aus der Stad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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