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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교통수단 이미지 현실은 환경파괴 앞장
[ENVIRONMENT] 독일 철도에 관한 환상- ① 배경
[116호] 2019년 12월 01일 (일) 프랑크 도멘 등 economyinsight@hani.co.kr
도이체반(독일철도)은 대체로 모범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친환경 전기로 열차를 운행한다는 홍보와 달리 전기 일부는 석탄발전소에서 생산된다. 이뿐만 아니라 도이체반은 여러 지자체가 반대하는데도 철로 바닥에 제초제 수십t을 살포했다.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미하엘라 시슬 Michaela Schießl <슈피겔> 기자
 
   
▲ 리하르트 루츠 도이체반 대표는 “100% 친환경 전기로 운행되는 열차를 이용하는 것은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친환경 전기 대부분이 갈탄, 천연가스,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진다는 모순이 있다. REUTERS
점심때가 지나자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체른도르프에 나른한 정적이 퍼질 무렵, 리하르트 포겔(67)이 선로로 조심스레 걸어 들어간다. 12시40분이면 니더바르님군에서 출발한 36번 지방열차 RB36이 도착한다는 걸 포겔은 잘 알고 있다. 쾨니히스 부스터하우젠에서 체른도르프를 거쳐 오더강 인근 프랑크푸르트까지 가는 기차다. 이 열차를 보내면,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그에게 40분의 여유가 생긴다.
포겔이 바닥을 내려다보며 플랫폼에서 선로로 내려선다. 그다음 5m에 한 번씩 몸을 숙이고 도상(선로의 바닥과 침목 사이 자갈과 쇄석이 깔린 부분)에서 잡초를 뽑는다. 포겔이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본사에서 농약 기차를 운행하기 때문이다. 농약 기차에서 살포하는 글리포세이트는 포겔 집 현관과 텃밭, 우물 가까이까지 침범할 것이다.
포겔은 기차를 좋아하는 열혈 팬이다. 4년 전 체른도르프역에 취직하면서 꿈을 이뤘다고 좋아하던 때만 해도 이런 문제가 생기리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생물학 박사학위 소지자인 그는 자신이 두려워하는 사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포겔은 연방보건국 산하 연방위험평가연구소에서 독물학자로 수십 년간 일했다. 유럽연합의 글리포세이트 시장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암 유발 가능성이 없다고 사료됨”이라는 평가서를 제출한 기관이다. 그 결과 2022년까지 유럽 내에서 글리포세이트 사용 허가를 받았다.
포겔은 연방위험평가연구소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가 판단하기로 글리포세이트는 건강 보호와 예방을 위해 상거래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생기면 정부기관한테 엄청난 압력이 가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어떤 화학물질이 위험하다는 소문이 나면 해당 업체는 국가대표 축구팀 수준으로 전문가와 변호사를 조직해 출정시킨다. 그러면 ‘당장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글리포세이트를 둘러싼 로비는 실로 막강하다. 이 농약을 실제 쓰는 농업인과 바스프(BASF)·바이엘(Bayer) 등 농화학 관련 업체, 도이체반이 로비 세력에 포함된다. 최근 대대적인 광고로 녹색·환경친화·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교통수단 이미지를 굳힌 도이체반이 하필이면 독일에서 글리포세이트를 가장 많이 사는 고객인 것이다. 수많은 도시와 지자체, 시민단체, 수자원 공급처가 항의하는데도 도이체반은 수십 년 전부터 제초제를 살포했다. 총 6만500㎞에 이르는 선로 위에 있는 잡초를 모조리 제거해 열차의 상시 운행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목적으로 투입된 글리포세이트 양은 2017년에만 67t에 이른다. 건강을 위협하는 수많은 논쟁과 미국 법정의 독일 바이엘 자회사인 몬샌토(Monsanto)에 관한 실형 선고에도 도이체반은 2022년 말까지 글리포세이트를 활용한 현재 잡초 제거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발표된 독일철도 서비스직원 채용 공고에서도 제초제를 쓴다는 점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도이체반은 “운송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며 현재까지 다른 대안이 없다”고 설명한다.
 
   
▲ 철도회사는 원래 제초제를 쓸 수 없는데, 도이체반은 매년 특별 허가를 받아 선로에 제초제를 살포한다. 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제초제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도이체반에서 그런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REUTERS
발암물질 글리포세이트 사용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도이체반의 환경파괴 행위는 비단 글리포세이트 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리하르트 루츠 도이체반 대표는 “기차 이용이 바로 환경보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00% 친환경 전기로 장거리 구간을 오가는 기차를 운행하고, 초대형 기차역 15곳을 친환경 전력으로 운영한다는 도이체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도이체반은 프랑크푸르트암마인, 뮌헨, 함부르크에서 현대적인 도시형 특급열차를 타고 시속 250㎞를 상회하는 속도로 대도시를 오가는 승객은 탄소배출량에 관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홍보한다. 그런데 열차 동력인 전기가 갈탄·천연가스·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에너지일 확률이 높고, 친환경 전기가 실은 계산서에 첨부된 생산지 증명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승객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친환경 전기를 녹색연료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열차는 녹색입니다!” 도이체반은 151가지 친환경 정책 홍보에 대대적으로 열을 올리며 자랑스럽게 광고한다. 이를테면 재활용이 가능한 반팔 유니폼을 입고, 구내식당에서 유기농 세제를 쓰며, 전기로 가는 트럭 다섯 대와 전기버스를 운영하고, LED 조명 장치가 설치된 발권기가 완비돼 있다고 말한다.
들개미 서식을 도모한 일도 도이체반의 녹색활동 하나로 홍보된다. 멸종위기에 놓인 개미가 선로 작업 중 발견되자, 개미를 다른 장소로 옮기고 설탕을 공급해 서식을 유도했다는 미담도 그런 사례다. 이외에 도이체반은 바바스텔박쥐 피난처를 마련했으며, 비버가 댐을 짓는 것을 도왔다. 또 수달을 위해 터널을 파줬다고 선전한다. 
도이체반이 소유한 초목지에선 말과 물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선로가 폐쇄된 지역에는 벌 5천만 마리를 기른다. 벌이 사는 곳에는 위험한 글리포세이트를 뿌리지 않는다. 도이체반은 여기서 생산하는 꿀을 ‘선로의 금’이라는 상표를 붙여 500g당 9유로(약 1만1천원) 정도에 판다.
이 모든 것이 참으로 그럴싸하게 들린다. 단, 동물종을 보호한다는 이런 프로젝트는 선로를 건설하면서 해당 지역 동물에게 가한 불의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해결책을 세워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연방 자연보호법에 규정돼 있다.
 
   
▲ 도이체반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철로 바닥에 제초제 수십t을 살포하고 있다. 농화학기업 몬샌토의 제초제 라운드업을 뿌리는 모습. REUTERS
제초제 사용 특별 허가도 악용
환경보호를 위해 진지하게 지속가능 경영을 할 의지가 도이체반에 아주 희박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농약 사용에서 회사가 보이는 태도다. 원래 철도회사는 제초제를 절대 쓸 수 없다. 독일에서 농약 살포는 농업, 정원, 산림 목적으로 쓰이는 경작지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도이체반은 매년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1998년까지는 각 주 환경청이 허가서를 발급했다. 하지만 도이체반이 민영화하면서 이 업무는 이보다 4년 전에 설립된 연방철도청(EBA)으로 이관됐다. 이 관청의 지휘를 맡는 사람은 이전에 철도국에서 오래 일한 철도청 관리로, 정부기관이던 시절 철도청 사고방식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그 결과, 연방철도청은 여러 해 전부터 거의 같은 문구로 된 특별 허가서를 계속 발급받고 있다. 이 사실은 <슈피겔>이 확보한 허가 서류들에 잘 나타나 있다.
1998년 발급된 특별 허가서에 이미 연방철도청은 제초제 사용 최소화와 방지에 힘쓰는 한편 대체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구절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요구사항은 그 조항이 쓰인 종이만큼의 가치도 없다. 전체 선로의 93%에 해당하는 구역에서는 지금까지 여전히 제초제가 뿌려지고 있다. 수자원보호 구역과 자연보호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거의 전체가 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도이체반이 2001년 6월15일 발행한 ‘선로 통과 지역의 화학적 초목계 통제’라는 토론 보고서를 보면 화학적으로 초목계를 통제하는 것이 실제 가능한 거의 유일한 시행 방법이라는 문구가 나와 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18년 6월16일 통합적 식물 보호에 관한 도이체반 보고서를 보니, 그때와 아주 비슷하나 그나마 절충안을 담은 문구가 보인다. “선로 구역에서 비화학적 방법은 경제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술이 부족해, 극소수 개별적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 Der Spiegel 2019년 36호
Die Märchenbahn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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