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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친화 운행 소극적 ‘녹색경영’ 의지 있나
[ENVIRONMENT] 독일 철도에 관한 환상- ② 논란
[116호] 2019년 12월 01일 (일) 프랑크 도멘 등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미하엘라 시슬 Michaela Schießl <슈피겔> 기자
 
   
▲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도이체반은 친환경 교통수단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실제 지속가능 경영을 하지 않는다고 의심받는다. 제초제 선로 살포, 화석연료 생산 전기로 열차 운행 등 현 상황을 개선할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REUTERS
독일 사회는 20년 동안 환경을 해치는 물질에 대한 감수성을 지속해서 키웠다. 반면 도이체반은 멈춘 시간 안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시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우려와 이의 제기에 도이체반과 그 감독기관은 제초제 사용 중단 요청에 틀에 박힌 거절 답신만 보낼 뿐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주도 뒤셀도르프에 관련 서류 파일만 여러 개 있을 정도다.
뒤셀도르프는 20년 이상 도이체반이 시의 안과 밖에 높인 선로에 제초제를 쓰지 못하도록 힘써왔다. 수년 전부터 뒤셀도르프 환경청에서 진행하는 지하수 검사 기간 내내 선로가 놓인 구역에서 잡초 제거용 농약이 발견된다. 게다가 발암물질로 분류된 디우론(Diuron)이 선로가 놓인 지역 인근 지하수에서 여전히 측정되고 있다. 1996년부터 디우론을 쓰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뒤셀도르프는 2019년 2월 연방철도청에 낸 입장문에서 “도이체반 선로 구역에서 글리포세이트 역시 쓰지 못하도록 의결했다”며 “주민 건강을 위해 글리포세이트를 포함한 제초제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비경작지에 투입할 수 있다는 허가서를 발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제초제 사용 자제 요구에 묵묵부답
연방철도청은 이 입장문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1998년 이래 늘 그래왔듯이 연방철도청은 자기 입장에서 단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글리포세이트를 둘러싼 논란을 고려해 제초제 살포 빈도를 연 1회에서 격년으로 줄여달라는 뒤셀도르프시 요구는 무시됐다. 선로를 따라 흐르는 지하수를 정기 검사해달라는 요구에도 도이체반은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연방철도청이 3월25일치 서한에서 “살포 시한을 격년으로 건너뛸 만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통보했을 뿐이다. 동시에 연방철도청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16개 도시와 군에 글리포세이트를 포함하는 화학약품인 ‘텐더GB 울트라’와 ‘글리포스 슈프림’의 사용을 허가했다.
사용이 허가된 제초제 중 어느 제품을 얼마큼 투입하는지는 제초제를 뿌리는 당사자의 판단에 크게 좌우된다. 연방철도청이 제시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되도록 적은 양을 사용할 것.’ 이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나도 감독기관인 연방철도청은 너그럽게 이를 처리한다.
2005년 12월6일 연방철도청은 바르부르크와 알텐베켄 구간에 제초제 살포 기록을 제출받았다. 직원들이 제초제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지만 무시한 채 제초제를 뿌렸다는 기록이 있었다. 감사 결과, 시행업체가 관청 허가를 받지 않은 글리포세이트 제품을 공표하지도 않고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은 채 써온 것이 밝혀졌다. 도이체반은 그저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연방철도청 역시 이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담당 공무원은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실수라고 문서에 썼고, 이것으로 사건 조사는 마무리됐다.
“20년 전부터 잡초를 제거할 방안을 모색했지만 해결책을 도통 발견할 수 없다.” 도이체반은 궁색한 변명만 계속할 뿐이다. 그 원인을 조사한 ‘국제철도연합 헤르비’(Herbie UIC) 보고서는 문제가 돈, 즉 비용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초 문제 대안을 모두 검토한 결과, 농약 살포 기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들뿐더러 실행으로 옮기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비용이 드는 배경에 제초제 살포 대안 연구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적 제약이 자리잡고 있다. 보고서는 “대안을 다시 연구할 수 있는 비용이 충분히 투자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결책으로 글리포세이트 사용 허가 기간이 2022년에 끝나는 점을 고려해, 대안과 대체 방법이 시급히 제시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글을 맺고 있다.
도이체반은 “최선을 다해 신속하게 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반면 실상은 연방환경청과 진행한 공동연구 프로젝트 단 한 건 외에 지금까지 이렇다 할 무엇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조차 모색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연방철도청 역시 현재 공모 중인 연구 프로젝트만을 실적으로 제시할 뿐이다.
 
   
▲ 도이체반은 현재 쓰는 연료의 57%를 재생가능 연료에서 얻는다. 2030년까지 녹색전기 비율을 8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자체와 시민들은 그 약속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REUTERS
전기 활용한 잡초 제거 대안 무시
스위스 업체 차소(Zasso)는 제초제 제거와 관련한 대안을 제시한 회사들을 도이체반이 어떻게 상대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차소는 전기를 이용한 제초 방법을 개발했다. 제초기가 앱을 통해 고압전기를 식물 안으로 투입하면 단시간에 뿌리가 시들면서 식물이 고사한다. “이 방법은 화학약품을 전혀 쓰지 않을뿐더러 지반에 해를 주지도 않는다. 신속하게 할 수 있고, 광범위한 영역이라도 목표 구역에 국한된 제초가 가능하다”고 차소 쪽은 설명한다. 스위스 농업계는 벌써부터 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차소는 이 기술이 선로 제초 작업에도 적용 가능한지를 도이체반과 공동 시험하려 했다. 그런데 도이체반은 하필 차소가 경쟁 대상으로 여기는 바이엘 콘체른의 크롭사이언스(CropScience)에 그 안건을 문의하라고 제안했다. 크롭사이언스는 1983년 이래 지금까지 자체 제초제 살포 열차를 써서 도이체반이 운행하는 대부분 지역의 초목계 통제를 도맡고 있다. 제초제 살포 열차에 차소가 개발한 전기 제초기계를 적재해 사용 가능한지 시험해보라는 말이었다.
크롭사이언스는 차소의 새 기계를 쓸 때, 제초제 살포 열차의 정규 속도인 시속 50㎞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조항을 내걸었다. 그러지 않으면 절대 그 기계를 자사 제초제 살포 열차에 실을 수 없다고 해 차소가 스스로 시험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차소가 시험하려 한 것이 전기 제초 기계의 효능 최적화를 위한 운행 속도였다는 사실에도 바이엘 쪽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무성한 잡초를 확실하게 제거하려면 시속 40~50㎞가 요구된다”고 알려왔을 뿐이다. 차소사는 도이체반과의 제휴 계획을 취소하고, 현재 유럽 다른 철도회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도이체반은 그야말로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다. 하물며 이 기술은 도이체반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이산화탄소 걱정 없는 녹색전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도이체반은 오래전부터 독일에서 손꼽히는 대표적인 전기 소비 기업이다. 뮌헨에서 고속철도 이체(ICE) 다섯 대가 동시에 출발한다면 바이에른 어디에선가는 양수식 화력발전소에 시동이 걸려야 한다.
철도회사의 전력 경영은 복합적이다. 레일 위에서 기차가 움직이려면 특수한 전압 15㎸가 필요하므로, 철도회사는 전력 공급사와 장기 계약을 해야 했다. 에온(E.on)이나 에르베에(RWE) 같은 회사가 도이체반의 약속 아래 수십조원대 발전소를 건설했다. 그 대가로 도이체반은 몇십 년에 걸쳐 이들의 전기를 살 의무가 있다. 이 상황은 지금까지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도이체반은 독일 남부에 있는 수력발전소에서도 전력을 공급받는다. 하지만 전력 대부분은 여전히 기존 전력 공급사에서 받는다. 여기에는 가스·핵 발전소도 포함돼 있다. 만하임 화력발전소나 20년도 더 된 동독 지역 슈코파우 화력발전소 역시 도이체반 전력 공급처의 일부다. 갈탄을 연료로 쓰는 슈코파우 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양은 연료 적재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연간 550만여t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수은 340㎏과 산화질소 3300t까지 주변에 배출하는 이 발전소는 독일에서 가장 더러운 발전소 중 하나다.
문제는 석탄으로 생산된 전력을 앞으로도 수십 년간 도이체반이 쓸 것 같다는 점이다. 도이체반은 10여 년 전 다텔(Dattel)의 네 번째 석탄발전소를 전력 공급소로 지정하는 계약에 서명했다. 당시 계약서에 따르면 이 발전소는 2020년 독일의 맨 마지막 발전소이자 가장 현대적 발전소로 가동될 예정이었다. 일단 운영되면 도이체반은 총 413㎿ 전력을 다텔 4호에서 공급받아 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규모가 도이체반 전체에 필요한 전력량의 25%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것이 철도 운영에 사용하는 전력의 57%를, 현재 이미 재생가능 연료에서 얻고 있다는 도이체반 발표와 어떻게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더구나 수십 년간 더 석탄으로 생산한 전기를 대규모로 가져다 써야 한다면, 2030년까지 현재의 녹색전기 비율을 80%까지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도이체반은 도대체 어떻게 지키려는 걸까.
여기서 마술사의 눈속임이 한몫한다. 철도회사는 재생가능 에너지법 EEG (REL·Renewable Energy Law)에 따라 어쨌든 재생가능 에너지를 30% 이상 함유한 보통 전력을 사는 동시에 이른바 생산지 증명서를 추가 구입해야 한다. 이 증명서는 노르웨이 수력발전회사 같은 친환경 전력 생산 기업에서 헐값으로 살 수 있다. 친환경 전력 생산 기업은 유럽연합에서 전력 구입이나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증명서를 거래할 수 있다. 전기 자체는 생산국에 남아 있어도, 전기 생산 기업은 전기를 계속 팔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친환경 전기가 아닌 보통 전기로 거래된다.
이 증명서를 여러 개 사들인 도이체반은 실제 갈탄으로 만든 전기로 열차를 운행하면서도 친환경 전기를 쓴다고 주장할 수 있다. 완전히 합법적으로 말이다. 도이체반이 증명서를 얼마나 사들이는지는 알 수 없다. 기자의 질문에 “공식적인 제조지 증명서 목록에 있는 곳의 증명서만을 쓰고 있다”고만 답했다. 더 나아가 “친환경 전기 사용 비율을 지금처럼 높이 유지하기 위해 유럽 에너지 시장을 샅샅이 뒤져 가능한 구입 수단을 모두 동원해 친환경 전기를 모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환경청은 생산지 증명서만을 사는 사례를 ‘녹색 세탁’이라며 도이체반 행위를 비난했다. 마지막에 달랑 증명서만 내보이는 것으로는 독일 내 녹색에너지 생산능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주도 뒤셀도르프에선 20년 넘게 도이체반이 선로와 그 주변에 제초제를 쓰지 못하도록 힘써왔다. 그런데도 지하수에서 잡초 제거용 농약이 발견될 뿐만 아니라 사용이 중단된 발암물질 디우론도 여전히 측정되고 있다. REUTERS
거짓 증명서로 눈속임에만 급급
도이체반이 자랑하는 수력발전소 역시 일부는 이미 수명이 100년에 이르러 오래전부터 쓰지 않는 발전소인 경우가 있다. 녹색당 교통 전문가 올리버 크리셔는 도이체반이 전력 공급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만 이를 통해 친환경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철도가 가진 땅이 얼마나 광대한가. 예를 들어 그 많은 역사와 대합실 지붕에 태양열발전기 장치를 하는 데 특별한 마술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도이체반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열차 운행에 필요한 총전력 중 도이체반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전력은 고작 0.2%에 불과하다. 정말 한심한 수준이다.
말로는 녹색경영을 한다고 거창하게 내세우면서도 실행은 한없이 더딘 도이체반도, 비판에 대한 반응만큼은 더할 수 없이 재빠르다. 제1텔레비전 공영방송 <마인츠 리포트> 프로그램에 리하르트 포겔이 선로에서 잡초를 뜯고 있는 사진이 나가자, 도이체반은 곧바로 그를 고발했다. 고발 사유는 ‘선로에 접근해 철도 교통안전을 위협했기 때문’이었다.

ⓒ Der Spiegel 2019년 36호
Die Märchenbahn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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