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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란제리 성공 발판 명품 패션 도전장
[BUSINESS] 리애나가 만든 ‘펜티’ 성공할까- ① 출시 배경
[116호] 2019년 12월 01일 (일) 하이케 블륌너 economyinsight@hani.co.kr
수십억대 시대정신 자산을 보유한 프랑스 명품 재벌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미국 팝스타 리애나가 손잡고 새로운 패션 브랜드 ‘펜티’(Fenty)를 론칭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럭셔리 왕국’으로 성장한 LVMH가 유명 스타와 손잡고 신규 브랜드를 만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브랜드가 패션산업에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하이케 블륌너 Heike Blümner 작가
 
   
▲ 프랑스 명품 재벌 LVMH와 미국 팝스타 리애나가 손잡고 패션 브랜드 펜티(Fenty)를 론칭했다. 2019년 5월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펜티 팝업스토어에서 리애나가 참석했다. REUTERS
2017년 4월30일 오후 5시 미국 뉴욕 소호(Soho)에 있는 한 음식점. 식사가 끝날 무렵, 웨이터가 커피를 내온다. 탁자 위에는 사업계획서 초안이 놓여 있다. 탁자 한쪽에 세계 최고 팝스타인 로빈 리애나 펜티와 그녀 매니저가 앉아 있다. 맞은편에는 프랑스 명품 재벌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Louis Vuitton Moët Hennessy)그룹 전략 담당 임원 장바티스트 부아쟁과 이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여성 팀장이 있다. 리애나와 LVMH 동업이 구체화한 날이다.
리애나와 LVMH가 손잡고 시장에 선보일 화장품 라인은 론칭 준비에 한창이다. 같은 브랜드 란제리 회사와 일정을 맞춰 진행한다는 원안대로 말이다. 리애나가 원한 건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의 자녀들과 친분이 있던 리애나는 이들에게 아이디어를 얘기했다. 화장품과 란제리 두 라인 외에 자기 이름을 건 패션 라인을 추가 설립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아르노가 부아쟁을 뉴욕으로 파견했다. 부아쟁은 “우리가 회의하면서 기록한 사항 중 95%가 현재 펜티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2017년 4월30일은 거대한 실험이 시작된 날이다. 리애나와 LVMH는 새 패션회사를 함께 세우기로 했다. 2019년 5월 정식 론칭한 이 패션 브랜드 이름은 ‘펜티’(Penty)다. 리애나의 성을 그대로 따왔다. 로고는 Penty 중 가운데 철자 N을 좌우 뒤집은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펜티는 패션 세계에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견된다. 팝스타가 파리 패션하우스(메종·Maison) 대표이자 동시에 창조적 개발책임자로 취임한 사례는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프랑스에선 패션하우스가 만들어지는 일이 드물다. 기존 패션하우스는 대부분 코코샤넬, 이브생로랑, 크리스티앙디오르 같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의 미학적 비전을 흡수하면서 성장한 역사가 있다. 현재 이들 패션하우스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역설적으로 역사라는 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펜티 같은 기업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브랜드 탄생 비화’(설립 콘셉트를 서사 형식으로 구성한 것 -편집자)를 설립자가 처음부터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리애나가 이 회사 청사진을 어떻게 그려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패션계에서 일한다고 해서 리애나가 직접 재봉 기술을 보유할 필요는 없다. 성공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리애나 혼자 책임을 다 떠맡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리애나가 가진 것은 스타일, 태도, 신빙성 그리고 7600만 명에 이르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다.
디지털화와 글로벌화 여파로 지난 몇 년 동안 패션산업은 완전히 곤두박질쳤다. 이 업계에서 통용되던 사업모델과 당연하게 여겨지던 일이 이젠 전부 불확실한 것으로 전락했다. 매출은 그런대로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여러 회사가 갖고 있던 위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1~2주라는 짧은 시간을 두고 수많은 물량의 계절 패션(패스트패션)이 공급되다보니, 심지어 한여름에 겨울 외투가 매장에 공급되고 2월에 해변에서 걸칠 옷이 나오는 상황이다. 새 의상이 끊임없이 공급되기에 이전에 공급된 옷은 그보다 더 신속하게 할인판매로 처분돼야 한다.
의류 생산 과정이 생태파괴적이라는 보고서도 발목을 잡는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미래 소비자 세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는 아직 대책도 없다.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상품 판매자의 갖가지 선전에 쉽게 말려들지 않는다. 몇 년 전 마치 미래에서 날아온 사절인 양 인플루언서(소셜네트워크 유명인)가 대형 패션쇼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들이 유력 패션잡지에 실린 대가 의견을 반박했던 일화는 지금 돌이켜보면 단지 마케팅과 소비 형태의 변화를 알려주는 시작에 불과했다.
 
   
▲ 팝스타 리애나는 소문난 패셔니스타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7600만 명에 이른다. 2016년 8월28일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공연하는 리애나. REUTERS
패션계에 진출한 팝스타들
첨단 유행을 주도하는 일은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2019년 2월 샤넬의 변신을 총지휘한 카를 라거펠트가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개성과 능력으로 패션계 중심이 됐던 위대한 디자이너 마지막 한 명이 사라졌다. 수십 년 동안 패션 이상으로 존재했던 서구의 부유한 여성들은 아시아 중산층의 부상과 동구 출신 부호들에 밀려 독보적인 위치를 잃고, 이제는 여러 소비 대상 집단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할 뿐이다.
한마디로 패션업계에 어마어마한 혼란이 일고 있다. CD 판매가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던 20년 전 음악산업계 상황과도 유사하다. 많은 스타가 당시 음악 외 다른 수입원을 찾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래퍼 제이지는 캐주얼 브랜드 로카웨어(Rocawear)를 만들었는데, 그사이 연매출 7억달러를 기록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스파이스걸스 멤버였던 빅토리아 베컴은 2011년 그녀의 디자이너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으로 영국 패션상을 받았다. 카니예 웨스트는 자신이 만든 패션 브랜드 이지(Yeezy)와 스니커즈로, 래퍼 활동보다 더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런 사례는 많지만, 새 브랜드 펜티를 탄생시킨 리애나의 자부심은 앞에 언급한 스타와 다른 점이 있다. LVMH라는 세계 최고 명품 재벌그룹과 협업한다는 사실, 심지어 그 동업이 장기 계약이라는 점도 그 차이를 온전하게 다 설명해주지 못한다. 가장 큰 차이는 리애나가 더 차별된 요소, 즉 다양성과 포괄성이라는 개념을 패션업계에 주입했다는 사실이다.
다양성과 포괄성은 밀레니얼 시대의 중심 가치, 특히 이 개념을 추구하는 Z세대 가치관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바로 ‘사람은 모두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이다. 모든 사람이 선천적으로 선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사람은 누구나 현재 모습대로 존재할 가치와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을 리애나처럼 느슨하고 당연하게 몸으로 표현하는 스타는 없다. 리애나는 섹스 심벌이고 센 언니다. 선과 악을 초월해 존재하는 소녀이고, 페미니스트다. 이것이 펜티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패션하우스건, 란제리 라인 ‘세비지X펜티’(SAVAGE X FENTY)건, 화장품 라인 ‘펜티 뷰티’건 상관없이 통용되는 가치관이다. 만인을 포용하고 그때마다 상대방에게 그가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선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실패할 리 없다. 팝 세계에서는 그랬다. 패션시장에서도 이런 태도는 절대 성공을 방해하지 않는다.
 
   
▲ 리애나는 자기 이름을 딴 펜티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부터 푸마와 협업해 ‘푸마X펜티’를 선보이기도 했다. 2016년 9월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푸마 매장에서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REUTERS
다양성과 포괄성 개념 도입
펜티 사업모델은 간단하다. 2019년 5월 선보인 첫 컬렉션은 25가지 의상과 액세서리로 쉽게 한눈에 들어온다. 제품이 이른바 ‘드롭’(Drop)이라는 짧은 시간차를 두고 시장에 발표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된다. 마지막 한 점이 팔릴 때까지 판매는 지속된다. 따라서 일단 팔린 제품은 더 이상 구입하기 어렵다. 할인판매라는 건 없다. 외출복 브랜드와 스니커즈 브랜드 중에는 비슷하게 ‘제품 품귀 전략’을 쓰는 업체가 여럿 있다. 펜티 제품은 생산공정이 모두 유럽에서 이뤄진 명품이라는 점에서 그들과 차별된다. 높은 가격과 그에 상응하는 품질, 즉 최고급 재료와 공정이 보장된다.
드롭 판매와 함께 세계 어느 지역 한곳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신상품을 전시한다. 이 이벤트는 다시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방영된다. 신상품 발표 시기는 대략 파리패션위크 즈음인 9월이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라파예트백화점 신관에서 ‘자리잡기’(Take Up Space)라는 주제로 미니 컬렉션 발표가 있었다.
보수적인 줄무늬 의상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어깨에 심을 넣어 신체 치수보다 크게 만든 것이 이채로웠다. 펜티 모델은 여기에 스틸레토힐(뾰족구두)을 신고 건축 디자인을 방불케 하는 알록달록한 색의 거대한 선글라스를 걸쳤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좀더 분명히 보이려는 직장 여성의 의사표현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 또한 1980년대를 풍미했던 권력 과시형 드레스코드에서 따온 것일지도 모른다. 셔츠와 재킷은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로 여성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무장한 남성 모습을 함께 연출했다. 그런가 하면 꽉 달라붙어 몸매가 드러나는 드레스와 권력의식이 탄탄히 밴 상의도 눈에 띄었다.
주인공인 팝스타 리애나는 이날 저녁 개막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행사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주목할 만했다. 마블 영화 여주인공 제시카 존스, 음악가 퍼렐 윌리엄스 사이 어디쯤에 있는 듯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계단 위에 설치된 마네킹들에 다가가 의상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아프리카계 젊은 프랑스 여성들이 나이 지긋한 직장 여성들과 함께 줄을 서서 골라온 옷을 입어보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여성용 재킷을 입는 남성들도 있다. 그 와중에 이들은 모두 DJ가 틀어주는 댄스·힙합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 Der Spiegel 2019년 44호 
Die Macht von Stil, Sex und 76 Millionen Followern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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