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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페미니즘 담아… 성공 가능성 높아
[BUSINESS] 리애나가 만든 ‘펜티’ 성공할까- ② 시장 재편
[116호] 2019년 12월 01일 (일) 하이케 블륌너 economyinsight@hani.co.kr
하이케 블륌너 Heike Blümner 작가
 
   
▲ 2019년 9월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비지X펜티’ 쇼케이스에서 한 모델이 리애나가 디자인한 속옷을 입었다. REUTERS
애초 LVMH는 신규 회사가 아닌 기존 전통 브랜드를 현대화해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루이뷔통, 지방시, 크리스티앙디오르처럼 정체성이 강한 기업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처음엔 소규모 가내수공업 형태의 가방 생산 공장이었던 루이뷔통은 오늘날 가죽제품을 비롯해 디자이너 기성복은 물론 장신구까지 제품 목록에 포함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루이뷔통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명품 브랜드로 꼽힌다.
지방시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하우스 두 곳 중 하나였다. 그러다 점점 입지를 잃더니 1990년대 말 알렉산더매퀸에 인수되면서 본래 모습을 잃었다. 같은 시기 존 갈리아노 덕분에 활기를 되찾았던 크리스티앙디오르도 결국 지방시와 거의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LVMH는 말하자면, 리애나만 믿고 아주 위험한 사업을 도모한 셈이다. 실제 장바티스트 부아쟁은 “리애나의 출신, 그녀가 몰고 오는 기류, 사업 운영 계획 등 그 모든 것이 다 우리에게는 낯설다”고 말한다. 올해 52살로 LVMH 전략 담당 임원인 부아쟁은 프랑스의 엘리트 코스인 에콜폴리테크니크에서 공부했다. 졸업 뒤, 식품 대기업 다논과 기업 컨설팅회사 매킨지에서 일했다. 개인적으로 리애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부아쟁은 서약하는 사람처럼 톤을 한껏 낮춰 이렇게 답했다. “리애나는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가장 지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머리가 아주 탁월하다. 게다가 감정지능(EQ)도 아주 높고, 이 지구에서 극소수 사람만이 지닌 단호함을 갖고 있다. 상대방 말을 잘 듣고 남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한다.”
“패션디자이너 출신이 아닌 리애나가 과연 패션하우스를 경영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부아쟁은 “새 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리애나가 경영진과 긴밀하게 공동 작업을 했다”고 강조했다. LVMH그룹이 펜티에 투자한 액수는 3천만유로(약 385억원)다. 2018년에만 매출액이 4억6800만유로(6천억원)가 넘는 이 대기업이 충분히 감당할 만한 금액이다. 이 새 브랜드 회사에서 리애나는 최고경영자이자 수석디자이너로 취임했다.
 
   
▲ 2019년 5월22일 리애나가 프랑스 파리의 펜티 팝업스토어에서 신발, 선글라스, 보석류 등이 포함된 컬렉션을 선보였다. REUTERS
디자이너 리애나의 시험대
로빈 리애나 펜티는 베네수엘라 북동쪽 카리브해에 있는 섬나라 바베이도스에서 태어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가족을 결속했던 것은 리애나 어머니였다. 마약을 흡입하다가 들키자, 아버지는 어린 리애나를 때렸다. 15살이 됐을 때, 리애나는 노래 오디션에서 미국 출신 음악 프로듀서 눈에 띄었다.
“리애나가 방에 들어선 순간, 곁에 있던 다른 소녀들은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듯했다.” 에번 로저스는 리애나를 처음 본 순간을 떠올렸다. 그로부터 2년 뒤 리애나는 미국 음반회사 데프잼과 계약한다. 지금까지 리애나는 음반 8장을 냈다. 그중 14곡이 미국에서 차트 1위를 했다. <우산>(Umbrella), <다이아몬드>(Diamonds), <일>(Work) 등 히트곡을 담은 음반은 2억5천만 장 이상 팔렸다.
경제지 <포브스>는 리애나가 6억달러(약 7천억원) 재산을 보유해 세계 최고 여성 부자라고 발표했다. 게다가 리애나는 별난 데가 있었다. 고전적 의미의 미인이 아니다. 흑인음악 잣대로 평가할 때, 목소리가 탁월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춤을 비범하게 잘 추는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리애나는 쿨(cool)하고, 힙(hip)하고, 스마트(smart)하다.
리애나는 인터뷰에 응하는 일이 거의 없다. 오로지 노래와 사진으로만 팬과 소통한다. 얼마 전, 리애나 자서전이 발간됐다. 텍스트 없이 사진만 1050장이 수록된, 504쪽의 화려한 화보집이다. 이 작품이 흑인음악계의 또 다른 대형 스타인 비욘세 놀스를 염두에 두고 맞대응하는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2016년 미국 오락업계 연례 최대 쇼로 꼽히는 슈퍼볼 행사에 비욘세가 초청됐다. 전·후반 사이 하프타임에 진행된 비욘세 공연은 이 행사 주체였던 미식축구 경기를 압도했다. 리애나는 3년 뒤 2019년 같은 무대에 출연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게 누구 쪽에 이익이 되겠나? 내게는 도움이 될 게 없다.” 리애나의 이 말이 패션지 <보그>에 실렸다.
리애나는 ‘아르마니 진’ 컬렉션을 영국 의류 체인점 리버아일랜드에 납품하는 것을 계기로 패션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튀지는 않지만 꾸준히 잘 팔리는 제품이었다. 이어 독일 패션 재벌 푸마와 손잡고 스포츠웨어 라인을 개발했다. 다음으로 리애나가 세운 회사는 화장품 회사 ‘펜티 뷰티’로 LVMH와의 첫 번째 합작이다. 란제리 브랜드 ‘세비지X펜티’가 후속타로 나왔고, 드디어 패션하우스 펜티가 등장한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건 펜티 뷰티 라인이다. 2018년 매출액이 5억유로(약 6400억원)였다. 누구나 자기 피부색에 맞도록 50가지 화장 색조 라인을 제공한다는 아이디어가 성공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추측된다. 화장품 업계에선 ‘펜티 이펙트’라는 말까지 회자된다. 펜티를 본떠 다른 브랜드도 색조 라인 개발에 박차를 가해 색상을 넓혀가고 있다.
리애나는 자신의 란제리 브랜드를 위한 광고영화를 제작해 아마존 프라임에서 팔고 있다. 이 사례는 그녀의 사업 센스에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세비지X펜티’ 쇼는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전도시킨 최상급 댄스영화다. 부두아(Boudoir·여성 전용 살롱), 크레이지 호스 스트립쇼(Crazy Horse Caberet·프랑스 파리의 카바레), 스타디온펍(Stadionpop) 사이 장르에 있을 듯한 작품이다. 리애나는 이 영화를 ‘패션 뮤지컬’이라고 한다.
 
   
▲ 2019년 5월22일 세계적인 명품 그룹 LVMH와 리애나가 함께 선보인 브랜드 ‘펜티’ 쇼케이스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REUTERS
‘여성’이라는 공동체의식 자극
여자 댄서들이 세계적으로 이름난 스타와 함께 무대에 올라 춤을 춘다는 이 영화의 설정은 ‘여성’이라는 자긍심으로 똘똥 뭉친 이들의 공동체의식을 상당히 정확하게 표현한다. 펜티가 표방하는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만약 ‘신체의 긍정성’(Body Positivity)이라는 슬로건을 그림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면 이 광고영화야말로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리애나는 “패션 세계에서 보통 중심에 서지 못하는 사람이 지닌 독특한 특징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페미니즘이 모든 분야에서 토론 주제가 된 지 벌써 수십 년이 흘렀다. 여성이 직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그에 맞춰 구매력이 상승한 지 오래됐지만, 광고에서 여성 란제리가 제시되는 방식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기능성 의류로 등장하는가 하면, 마치 남자가 아내를 위해 구매한다는 콘셉트에 맞춰 제작한 모양새다. 반면 펜티 라인 광고에 나오는 여성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뚱뚱한 이도 있고, 날씬한 이도 있다. 가슴이 큰 여성도, 작은 여성도 보인다. 임신 중인 여성도 있고, 출산해 배에 아직 임신선이 보이는 여성도 있다. 태어날 때 생물학적으로 성별 구분이 불가능했던 사람도 있다.
이런 여성상의 등장은 그와 반대 개념을 지닌 여성상의 후퇴와 궤를 같이한다. 여러 해 동안 여성성을 강조했던 빅토리아시크릿의 ‘비밀 패션쇼’는 패션의 대중오락 영역에서 성공한 사례로 간주됐다. 그곳은 피트니스로 다져진 몸매에 천사 날개를 마치 트로피처럼 단 모델이 런웨이를 오가고, 출산 뒤 단 몇 주 만에 몸을 다시 ‘최상 상태’로 되돌렸다고 해서 지젤 번천이나 하이디 클룸 같은 모델에게 찬사가 쏟아지는 세계다. 빅토리아의 시크릿쇼는 2019년 공식적으로 종료를 선언했다. 텔레비전 시청률이 만족할 만큼 높지 않았다는 것이 종료 이유 중 하나였다. 매출액도 마찬가지로 줄었다.
패션은 타이밍이다. 지금은 리애나가 설립한 기업에서 그야말로 최적의 타이밍이다. 시대 정신은 동등한 권리와 차별 반대를 외친다. 그로 인한 특수함이나 고급스러움 같은 느낌은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펜티가 현재 절묘하게 올라탄 이 물결은 과연 얼마나 더 확장될까. 과연 펜티는 이 변화에 힘입어 얼마큼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LVMH는 상황을 희망적으로 본다. 파리 중심부에는 박물관이 하나 있다. 기업 연보에 기록된 대표 제품 가운데 하나씩을 골라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루이뷔통의 여행용 캐리어, 그레타 가르보가 언젠가 스위스 장크트모리츠의 스키장 슬로프에서 활강할 때 신었다는 가죽 스키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소설 <야간비행>에서 영감받아 제조했다는 겔랑의 향수 볼드뉘 한 병도 여기에 전시돼 있다. 마크 제이콥스, 에디 슬리만,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등 개성이 뚜렷한 유명 디자이너 모습도 3차원(3D) 유리 안의 입체 사진으로 볼 수 있다. 리애나의 사진도 이제, 여기에 전시된다.   

ⓒ Der Spiegel 2019년 44호 
Die Macht von Stil, Sex und 76 Millionen Followern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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