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에디터
     
두 도시 이야기
[Editor's Letter]
[116호] 2019년 12월 01일 (일)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무엇이든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 쪽으로 가고자 했지만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쓴 소설 <두 도시 이야기> 첫 부분입니다. 소설은 18세기 파리와 런던 두 도시를 배경으로 프랑스대혁명 속에 벌어지는 사랑과 희생을 그립니다. ‘최고와 최악’ ‘지혜와 어리석음’ ‘믿음과 의심’ ‘빛과 어두움’을 아이러니하게(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은 세계에서 잘 쓴 첫 문장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21세기, 여기 두 도시가 있습니다. 먼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아마존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입니다. 아마존이 2010년 이곳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도시는 부흥했습니다. 2015년 기준 시애틀의 가구 평균소득은 8만달러를 넘어 뉴욕(7만5천달러)보다 잘사는 부자 도시가 됐습니다. 기업 성장이 도시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합니다. 집값과 물가가 끝도 없이 폭등하면서 시애틀 주민 삶의 질은 추락하고 있습니다. 월세를 사는 사람 40%가 월급 3분의 1을 집세로 내고 있습니다. 노숙인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란 골리앗에 크샤마 사완트 시애틀 시의원이 다윗처럼 맞서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남성에 대항하는 여성입니다. 그가 다윗처럼 승리할 수 있을까요?
또 다른 도시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입니다. 이 도시에도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칠레는 남미에서 두 번째로 잘사는 나라입니다. 2018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5923달러입니다. 남미에서 좀 산다는 칠레에서 ‘50원’ 때문에 산티아고를 포함해 칠레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칠레 정부가 10월 지하철 요금을 약 1320원에서 50원으로 올린 뒤부터입니다. 단지 50원 때문일까요?
칠레는 개발도상국 가운데 처음으로 신자유주의를 채택한 나라였습니다. 그 결과, 칠레는 상위 1% 부자가 전체 부의 27%를 독점하고 하위 50%는 단 2.2%를 나눠 갖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됐습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수도, 대중교통은 민영화됐습니다. 그 결과 지하철 요금은 한국보다 더 비쌉니다. 월급 30%를 교통비로 써야 합니다. 
두 도시의 아이러니는 무엇에서 비롯됐을까요? 바로 ‘불평등’입니다. 찰스 디킨스는 <두 도시 이야기>에서 이렇게 꼬집습니다. “가진 자인 귀족이 자행한 학대로 많은 시민이 고통스러워했고, 혁명 씨앗을 키우고 발아시킨 것은 무자비한 귀족 때문이었다.”
21세기에, 160여 년 전인 18세기 소설이 와닿는 것 역시 또 다른 아이러니입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2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