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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비상을 위한 조건
[Cover StoryⅠ] 친디아의 선택
[9호] 2011년 01월 01일 (토)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economyinsight@hani.co.kr

 1976년 9월9일, 피폐할 대로 피폐한 조국을 남기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이 눈을 감는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성장했다.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보듯, 요즘은 국제사회가 아무리 중대한 사안이라도 중국의 동의가 없으면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중국을 두려워해야 할까?
 어마어마한 인구 탓에 중국이 당면한 모든 문제는 전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개발로 인한 환경 피해든, 에너지 수급이든, 경작지 부족으로 인한 만성적인 식량난이든 다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말 중국을 두려워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앞으로 중국이 수출의존도가 낮은 경제모델로 전환하는 저력을 보여주는 때일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진심으로 불균형이 해소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무늬만 공산주의 국가일 뿐, 공공지출이 적고 사회복지 수준이 형편없는 중국에서 리밸런싱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내부 결속을 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난 30년간 중국 지도자들은 대대적인 변혁을 잘 이끌어왔다. 하지만 도전과제 수준은 결코 만만치 않다. 향후 중국이 국제 무대에서 비협조적이거나 심지어 거칠게 나온다면 그건 과거의 패권을 회복해서일 수도 있지만, 내부 결속이 약화돼서일 가능성도 크다.
 
 브라질과 비슷한 수준의 빈부 격차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2003년 정권을 잡은 이후 틈만 나면 국내 양극화 해소를 다짐해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양극화 해소는 멀어 보인다. 최저임금이 꾸준히 인상되고 생활수준도 눈에 띄게 향상됐지만, 1980년대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차지하던 가계소비는 2001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2009년 34% 수준까지 뚝 떨어졌다. 무역수지 흑자는 2007년 GDP의 11%까지 V자를 그리며 상승세를 보였는데도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중국. 이들의 미래는 밝기만 할까?

 글로벌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중국의 공공지출은 아주 낮은 수준(2007년의 경우 GDP의 17.2%)을 유지했다. 반면 재정 흑자는 2007년 GDP의 10%까지 급증했다. 다행히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무역수지 흑자는 물론, 재정 흑자까지 현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균형 회복 추세가 앞으로 계속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편, 중국의 양극화 수준은 여전히 심각하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중국의 가장 부유한 상위 20%의 소득은 가장 빈곤한 하위 20%의 소득보다 17배 높다고 한다. 브라질과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브라질의 소득 격차는 19.6배다. 반면 프랑스는 4.2배, 미국은 9.2배에 불과하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정치적 격동은 심한 반면, 변화는 지지부진하다. 최근 중국은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은 사회복지제도를 수립하기 위해 야심찬 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재원도 애초 목표한 개혁을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세계 1위의 인구대국이다. 하지만 2030년부터는 중국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2025년에 인도의 인구가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979년부터 시행된 ‘1가구 1자녀’ 정책 때문이다. 물론 실제 가구당 자녀 수는 1명을 넘는다. 현재 중국의 평균 출산율은 1.5명이다. 하지만 이런 수준으로 세대교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결국 중국 인구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될 수밖에 없다. 2015년을 기점으로 15~64살 연령층은 감소하고, 65살 이상 인구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2000년 10명의 활동인구가 노인 1명을 먹여살렸다면, 2030년에는 4명의 활동인구가 노인 1명을 먹여살리게 될 것이다.
 향후 활동인구 감소는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물론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다. 활동인구의 40%가 농업 부문에 고용된 점을 감안하면(농업 부문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여전히 ‘예비 인력’은 충분하다. 대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는 연금제도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연금제도가 전무한 농촌이 그렇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일반화를 목표로 2009년 신형 농촌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중부 및 서부 지역은 매월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기본 연금 55위안(약 6유로)에, 국민이 낸 납입금 수준에 따라 추가 연금이 지급된다. 자녀가 연금을 납부하고 있다면, 60살 이상 노인 누구나 수급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연금제도의 소득대체율이 설계된 대로라면 임금의 15%밖에 되지 않는다고 추산한다. 게다가 중앙정부의 지원이 충분치 않아, 앞으로 지자체가 만성적 재원 부족에 시달릴 염려까지 있다. 한편, 이농현상으로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하는 것도 문제다.
 도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과거에 기업 연금제도가 존재했지만 1990년대부터 경쟁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위기감을 느낀 많은 국영기업이 퇴직 근로자의 급여 지급을 중단해버렸다. 그 결과 중앙정부는 1998년 기업이 지급하던 연금을 지자체로 이관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가 주축이 된 이 연금제도는 높은 보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 보험료는 임금의 28%(20% 국가 부담, 8% 근로자 부담)에 이른다.
 중국의 퇴직 연령은 남성이 60살, 여성이 55살이다. 단, 고위험 산업에 한해 조기퇴직이 가능하다. 2005년 연금 개혁이 실시됐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일단 미래 보험료 수급을 위해 납입하는 연금 기여금이 임금이 아닌 (그보다 훨씬 금액이 낮은) 은행 금리에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소득대체율Tip & Tap이 1988년 80%에서 2005년 50%로 급감했다. OECD에 따르면 2050년에는 31%까지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한다.
 
 연금 부담 줄이려 노동자 수 속이기도 

 연금 가입률이 저조한 것도 큰 문제다. 2005년 국영기업의 연금 가입률은 85%였다. 하지만 중국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소유 민영기업은 50%, 국내 민영기업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자영업자의 가입률도 고작 15%였다. 주소지는 농촌에 두고 도시에서 일하는 농민공도 문제였다. 농민공 중에 연금을 붓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OECD 연구에 따르면, 도시의 연금 가입률은 1998년 48%에서 2007년 61%로 미미하게 늘어났다. 게다가 기업이 노동자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편, 연금제도 종류가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2008년 집계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연금제도 종류는 수천 개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2007년부터 각 지방 차원에서 재정균등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마다 인구 현황이 다르다 보니, 지방 연금제도는 국가가 정한 통일된 규칙을 적용하는 대신 형편에 맞게 납입금이나 급여 수준을 조정해야 하는 처지다. 그 결과, 연금제도를 일원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균등한 연금제도를 적용할 때, 재정 상황이 좋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보험 납입료가 크게 치솟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중산층은 내수 위주의 경제모델로 전환하는 데 필수적 요소다. 베이징의 한 수입자동차 전시장 모습.

 의료보장제도도 문제가 복잡하다. 중국에서는 30년 만에 전염병 발생률이 전체 환자의 7%(1970년)에서 0.3%(2008년)로 현격히 감소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나 결핵 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흡연 인구가 증가하면서 만성질환이 늘고, 식습관 변화로 인해 당뇨병 환자 비율도 전체 인구의 10%로 증가했다. 거의 미국과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의 의료보장제도는 종합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종합병원이 전체 의료 지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거의 대부분의 외래진료를 담당한다. 반면 도시의 개인병원은 이용률이 저조하다. 종합병원이 아닌 경우, 인턴에 준하는 과정을 밟은 의료진은 1만3천 명에 불과하다. 농촌 지역은 ‘닥터’라고 부르는 의사 대부분이 실은 제대로 된 학위가 없다. 그럼에도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1.5명에 불과하다(OECD 국가의 평균은 3.1명).
 의료보장제도의 재정 방식도 문제다. 중국에서는 의료수가를 국가가 정한다. 대개 진료 행위별 수가가 원가보다 낮게 책정된다. 반대로 스캔·방사선 등 각종 검사비는 원가보다 높게 책정된다. 그 결과 값비싼 약품을 처방하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기관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검사료로 챙긴 마진을 이용해 낮은 일반진료비를 상쇄하려 들기 때문이다.
 처음에 만들어진 의료보장제도는 1990년대에 폐지됐다. 농촌의 지자체는 더 이상 의료센터에 재정을 지원할 여력이 없었다. 의료기관의 절반 이상이 민영화됐다. 도시에서도 기업이 실시하던 의료보장제도가 없어졌다. 대신 1998년 도입된 의료보험제도가 이를 대체한다. 명목상으로는 의무가입이었지만, 이를 지키는 민영기업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전체 의료비 지출에서 소비자 부담 비율이 2001년 60%를 초과할 정도였다. 당시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국이 191개국 가운데 188번째로 전세계에서 가장 불공정한 의료보장제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까지 의료보험 가입률 90% 목표 

 OECD에 따르면, 도시의 의료보장제도(기업이 8%, 근로자가 2%를 부담) 혜택을 받는 사람은 2005년 도시 근로자 가운데 40%에 불과했다. 그나마 자녀나 배우자는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연간 외래진료 횟수도 3회로 제한했고, 입원비도 85%까지만 보장해줬다. 해당 지역 평균임금의 6배로 상한선까지 정했다. 이를 초과하면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 대부분을 지자체가 맡았다. 2007년 중앙정부가 부담한 비율은 5.6%에 불과했다. 이는 곧 재정수입이 풍부한 도시나 지방과 달리, 재정수입이 넉넉지 않은 지자체는 의료기관에 대한 재정 지원이 어렵다는 것을 뜻했다. 그 결과 2007년 전체 환자 중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는 38%에 불과했고, 재정적 이유로 입원을 거부한 환자도 전체 환자의 70%에 달했다.
 어쨌든 2003년 신형 농촌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됐다. 덕분에 5년 만에 의료보험 가입자가 전체 가입 대상자 중 91%에 해당하는 8억15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10여 년 동안 감소 추세이던 외래방문객과 입원환자 수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은 여전히 불충분하다. 의료보험 급여 지급률이 평균적으로 실제 의료비 지출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더욱이 수술비가 많이 드는 중증질환은 보험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편, 보험 혜택을 못 받는 도시민을 위한 기초의료보장제도도 도입됐다. 덕분에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 지출 비율이 2001년 60%에서 2007년 45%까지 감소했다. 그렇다고 실제 의료비 지출액까지 감소한 것은 아니었다. 의료보험 가입 환자에 대한 과잉 처방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7년 중국 국민은 전체 소득의 4%를 의료비에 쏟아부어야 했다.
 이런 만성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중국 정부가 새로운 개혁에 나섰다. 2011년까지 의료보험 가입률을 90%까지 끌어올리고, 의약품(전체 의료비 지출의 45%를 차지) 가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며, 종합병원 외의 의료기관을 확충하고, 상업적 목적의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 경영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모두 8500억위안(약 930억유로), 즉 GDP의 0.8%에 해당하는 예산이 투입된다.
 현재 진행 중인 연금 및 의료 부문의 대대적인 개혁을 바라보면, 향후 중국이 얼마나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할지 가늠할 수 있다. 비로소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중국은 자칫 잘못하면 완전한 사회보장제도를 갖추기도 전에 고령화를 맞이할지 모른다. 제대로 된 사회보장제도를 갖추려면 우선 국가재정을 시급히 확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사회복지 지출은 2007년 고작 GDP의 3.9%에 불과했다. 프랑스의 2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려면 전국적으로 사회보장 비용을 나눠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국민을 상대로 이를 설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변화의 길은 험난하다
 
 지난 30년 중국의 개발상을 보면 참 눈부신 진보를 이뤄냈다. 특히 오늘날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과거 ‘큰형님’ 국가 러시아와 비교하면, 중국의 발전은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고 중국이 탄탄대로만 걸어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978년 덩샤오핑은 그동안 소련을 모델로 한 계획경제에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한다. 시작은 그런대로 좋았다. 특히 농민에게 수많은 과실이 돌아갔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자유화 과정은 궤도 이탈의 위험을 겪었다.
 1989년 발생한 톈안먼 사태와 학생 시위대에 대한 정부의 유혈 진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시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았던 인플레이션과 연계해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중국 물가가 1988년에 19%, 1989년에 또다시 18% 인상되면서 여러 사회계층 사이에 각자의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한 투쟁이 심화된다.
 1994년 중국은 또다시 24%에 이르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한다. 이에 정부는 공격적인 물가억제 정책으로 대응한다.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해고의 칼바람이 휘몰아친다. 대량실업 사태로 여러 지역, 그 가운데서도 북동부 산업지대에서 사회적 긴장감이 고조된다. 국영기업은 그때까지 ‘철밥통’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집을 얻고 대부분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통로였다.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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