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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금 투자 이상향일 뿐인가
[ISSUE] 금테크 열풍의 그늘
[115호] 2019년 11월 01일 (금) 알렉산더 융 economyinsight@hani.co.kr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이 좋은 투자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골드바에는 독과 피가 묻어 있다.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슈피겔> 기자
 
   
▲ 저금리 기조에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페르시아만 전쟁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금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음에 따라 금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REUTERS
스위스에선 금이 거의 채굴되지 않는다. 라인강에서 극소량 사금을 채취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스위스는 귀금속 사업에서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움직인다. 스위스에는 세계적 규모의 대형 금 제련소가 많다. 대부분 티치노주에 모여 있는데, 이곳에서만 1년 동안 지구 전체에서 생산되는 절반 이상의 금을 제련한다. 톤(t) 단위로 들어온 금광석을 이곳에서 녹여 골드바로 재탄생시키고, 다시 외국으로 보낸다. 스위스는 신뢰할 수 있고, 또 은밀하다. 법학자 마르크 피에트(66)는 이 과정을 ‘금 세탁’이라고 칭한다. 
피에트는 스위스 바젤대학 형법 교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반부패위원장을 했다. 자금세탁 범죄와 싸우는 투사로 유명한 그는 금 거래의 더러운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이를 위해 페루 탄광도시 라린코나다도 방문했다. 그는 라린코나다를 “끔찍한 곳”이라고 떠올렸다. 고산도시 라린코나다에선 탄광 노동자 6만여 명이 가건물에 거주한다. 공기가 희박하고, 환경은 더러우며, 풍경은 황폐하다. 
피에트는 “마치 빈민촌 같았다”고 말했다. 광부들은 분쇄된 암석을 수은과 섞어 그 합금을 토치로 가열한다. 독성가스가 증발하면 금, 그리고 비참한 현실이 남는다. “일부만 부자가 되고 많은 사람이 죽어간다.” 
피에트는 스위스에 있는 금 제련소가 라린코나다 같은 의심스러운 곳에서 나온 금도 가공한다고 비난했다. 이 업체들은 금의 공급 경로를 추적하거나, 상품 출처를 확인하지 못한다. 피에트에 따르면 이는 ‘금 세탁’ 문제로 새로운 일은 아니다. 
‘금 출처’는 폭발력 있는 주제로 자리잡았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통화 수단인 금이 최근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2019년 초부터 8월까지 온스당 금값이 한때 5분의 1가량 올라, 온스당 1550달러(약 183만원)에 육박했다. 초저금리 장기화와 미-중 무역분쟁, 여기에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 우려,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 등의 두려움이 더해졌다. 공포는 투자자들을 금이 약속한 안정성으로 몰고 갔다. 유가가 오르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올라 화폐가치가 떨어진다. 금에 투자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마저 금을 비축하고 있다. 이들은 2019년 상반기에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금을 매입했다. 2018년 말 기준 독일 연방은행은 금고에 약 3370t의 금을 보유했다. 현 시가로 약 1620억달러에 이른다. 
 
금 투자 열풍 속 출처 무관심
독일 사람은 특히 금을 사랑한다. 독일 금 판매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골드바와 골드코인 원료인 금 출처를 궁금해하거나 진지하게 묻는 사람은 드물다. 독일 기념주화 ‘크뤼거란트’, 캐나다 골드코인 ‘메이플 리프’, 오스트리아 골드코인 ‘비너 필하모니커’는 어디서 온 금으로 만들어지는가? 광산회사가 어떤 조건에서 금을 생산하는지, 금 채굴이 자연과 인간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 관심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최근 몇 년간 지속가능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자본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독일인은 2190유로(약 280만원)를 친환경 펀드에 투자했다. 2017년보다 거의 4분의 1이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금 투자만큼은 여전히 무지하게 행동한다. 왜 금테크에는 지속가능한 투자가 없을까. 지속가능하거나 환경친화적으로 채굴된 금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다.
독일에서 가장 큰 비은행계 금거래업체 프로오룸(Pro Aurum)은 “고객이 금 출처를 묻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 문제를 언급하는 고객은 2천 명당 한 명꼴이라고 했다. 프로오룸에 따르면 소비자는 금의 가치보다 최소의 비용을 내는 것, 즉 자신이 가진 돈으로 최대한 많은 금을 사는 데만 관심이 많다.  
전통적으로 금 사업에 크게 관여하는 포르츠하임칼르프(Pforzheim Calw) 저축은행 쪽도 고객이 금 출처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저축은행에 따르면 공정무역 황금에 관해 물어보는 개인 고객 수는 제한적이라고 한다. 공정하고 환경친화적인 제품 생산을 인증하는 ‘페어트레이드 도이칠란트’에서도 금은 인기 상품이 아니다. 2017년 거래량은 17㎏이었고 2018년에는 8㎏에 불과했다.  
전세계 금 거래 시장에서 움직이는 규모를 생각하면 이는 무시해도 상관없는 양이다. 2018년에만 4400t 이상 금이 거래됐다. 그중 4분의 1은 재생된 금이고, 나머지 4분의 3은 광산에서 생산된 ‘프라이머리 골드’(Primary Gold)다. 이 금의 출처는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러시아, 캐나다, 페루, 인도네시아 금광이다. 
인도네시아령 뉴기니에 있는 세계 최대 금광 그라스베르그 광산의 채광 구덩이 너비는 1㎞ 이상이다. 이곳에서 연간 75t가량의 금이 채굴된다. 1973년 이래 노천 광산은 격렬한 분쟁에 휩싸였다. 광산을 위해 해당 지역 원주민이 쫓겨났다. 하천은 오염됐고, 숲은 황폐해졌다. 
금광처럼 풍광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산업은 거의 없다. 그동안 작업이 수월한 광상(鑛床)은 거의 채굴이 완료됐다. 광석의 금 함량은 떨어지고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금 1g을 얻기 위해 회사는 광석 1t을 운반해 분쇄한 뒤 유독성 사이안화물을 써서 금을 녹여야 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환경학자 프리드리히 슈미트블레크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한 가족 기준 아버지 손가락에 끼워진 결혼반지 무게가 그가 직접 자녀를 태우고 운전하는 픽업 자동차보다 더 무겁다고 비난했다.
 
환경 파괴하는 금 채굴 산업
전체 금 산업의 약 80%를 배릭(Barrick)이나 뉴몬트(Newmont) 같은 글로벌 금 채광 기업이 좌지우지한다. 이들은 금 채굴을 매우 효율적이고 대규모로 한다. 그 외 나머지는 2천만 명의 채굴업자가 소규모 수작업 광산에서 채굴한다.
중소 채굴업자 대부분은 사회보장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원시적인 도구를 사용한다. 광석에서 순수한 금을 얻는 과정에서 노출되는 수은은 본인과 주변 환경을 훼손한다. 피에트는 이들이 생산한 금 일부는 많은 손을 거쳐 스위스 금 제련소로 들어간다고 했다. “스위스 금 제련소는 채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지역의 금을 받는다.” 
유럽연합,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 금 산업 대표부 같은 기관이 운영하는 다양한 인증 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피에트는 자율표준(Voluntary Standard·임의표준이라고도 함)을 신뢰하지 않는다. 자율표준이 일관성 있게 통제,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규제는 스위스 치즈와 비슷하다. 부드럽고 구멍이 많다.” 
독일 귀금속 가공업 중심도시 하나우에 있는 헤라우스(Heraeus)그룹 산하 스위스 귀금속 가공업체 아르고르헤라우스(Argor-Heraeus)는 현재 명확한 행동 규정을 발표해 운영 중이다. 귀금속 출처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 항상 적용되는 강령은 “손 떼라!”라고 크리스토프 빌트 최고경영자가 말했다. “출처와 사업 모델을 우리가 알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경제적으로 합리적 이해가 가능해야 한다.” 아르고르헤라우스는 광산에서 채굴된 금 대부분을 믿을 만한 소규모 광산회사에서 공급받는다. 비용과 위험이 뒤따르지만 의도적으로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수작업 생산자와 계속 거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경쟁업체 메탈로르(Metalor)는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메탈로르는 소규모 수작업 광산 분야와 거래하는 대신, 대규모 금 채굴 산업 공급처에 집중하려 한다. “복잡한 공급망 때문에 기업에서 표준을 준수하는 일이 점점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업계 관계자는 메탈로르가 너무 자기만 편하게 행동한다고 지적한다. 라이프치히 금 거래 기업 페어에버(Fairever) 수장 플로리안 하르코르트는 “그런 방식은 소규모 채굴업자를 곤경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광부는 제3세계 국가에서 중요한 산업 일꾼이다. 세계적으로 약 1억 명이 이 분야에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들을 공식 공급망에서 배제하면 두바이나 이스탄불에 주소를 둔 의심스러운 구매자에게로 갈 위험이 있다. 
하르코르트는 과거 에티오피아에서 개발지원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거기서 어린아이들이 곡괭이와 삽으로 흙을 파며 금 찾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독일로 돌아온 뒤 그는 공정무역 귀금속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보석류를 산업계에 공급하고, 골드바도 거래한다.  
‘공정투자 황금’은 아직도 거래자가 거의 없는 틈새 상품이다. 일부는 페루, 콜롬비아, 볼리비아에서 60개 이상 소규모 업체를 지원하는 스위스 프로젝트 ‘베터 골드 이니셔티브’(Better Gold Initiative)에서 금을 공급받는다. 다른 이들은 원산지를 추적할 수 있는 골드바를 판매한다. 결국 깨끗한 원산지 증명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다. 프로오룸에서 일반 골드바 가격은 1온스당 1384유로다.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페루의 막데사 협동조합산 제품은 1649유로다. 265유로 더 비싸다. 이것이 양심의 가격이다. 
 
ⓒ Der Spiegel 2019년 39호 
Schmutziger Glanz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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