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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위한 강력한 무기 작은 기업에 상당한 성과
[ISSUE] 프랑스 ‘공동성과를 위한 단체협약’
[115호] 2019년 11월 01일 (금) 스테판 베쇼 economyinsight@hani.co.kr

스테판 베쇼 Stéphane Bécha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9년 8월2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셋째)이 집무실에서 국제노동기구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한 ‘공동성과를 위한 단체협약’이 200개 가까운 기업에서 채택됐다. REUTERS
타이어 제조사 브리지스톤이 ‘공동성과를 위한 단체협약’(공단협)에 걸었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2018년 가을부터 프랑스 북부 베튄 지부는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생산조직을 4조3교대로 전환하는 ‘대공사’를 벌였다. 경영진 말을 빌리면 “기업 최고 가치”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결과는 실패다! 
프랑스기독교노동자연맹(CFTC)과 ‘노동자의 힘’(FO), 두 소수 노조만 단체협약에 서명했을 뿐 대다수 노동자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5월 말 진행된 찬반투표에서 60% 이상이 단체협약 시행에 반대했다. 프랑시스 오로스코 CFTC 화학광물섬유에너지 노조 대표는 “반대 결정을 존중하지만, 얼마 안 가서 이 결정을 후회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형적 실패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에마뉘엘 마크롱의 대통령령에 따라 도입된 공단협은 시행 초기부터 성과가 좋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188개 공단협이 체결됐다. 그 가운데 100여 개는 중소기업에서 맺어졌다. 3분의 2가 만장일치, 약 10%는 찬반투표로 시행됐다. 도입 20개월밖에 되지 않은 제도치고는 결과가 나쁘지 않다. 게다가 체결 성공률이 저조했던 기존 3개 협약(2013년 일자리안정법에 따라 도입된 ‘일자리보존협약’, 2016년 노동법에 따라 도입된 ‘직무·근무지이동협약’과 ‘일자리보호·창출협약’)을 대신하기도 한다. 
 
매력적인 협약
그만큼 공단협이 가진 장점이 많다. 적어도 사용자 관점에선 그렇다. 첫째, 사용 목적이다. ‘경영상 필요’에 따라, 아니면 일자리 보호·창출 같은 이유만 있으면 단체협약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이렇듯 사용 명분이 워낙 커서 노동자가 부적절하다고 법원에 호소해도 인정받기 힘들다. 
둘째, 적용 범위가 매우 넓다. 조직개편, 근로시간, 급여, 직무, 근무지 이동 등 대부분 근무 규정이 논의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개개인의 근로계약서보다 우선 적용된다. 즉, 단체협약에 명시된 규정은 모든 노동자에게 일괄 적용된다. 공단협으로 추가 근무에 대한 유급휴가가 하루이틀 줄어도 어쩔 수 없다. 근무지 이동 조항이 따로 없어도 직원을 만리타향까지 전근 보낼 수 있으니 사용자로선 반가운 제도다. 
노동자가 공단협에서 정한 새 규정에 반대한다면 이를 피하는 길은 단 하나다. 짐 싸서 나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는 협약 불이행으로 해고될 수도 있다. 정당하고 실질적인 사유에 의한 ‘특별’ 해고이기 때문에 노동자는 정리해고처럼 실업보험을 받지 못한다. 반면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할 지원은 3천유로짜리 개인직업교육계좌가 전부다.
 
무기한 협약
이런 장점 덕분에 공단협은 사용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기존 3개 협약과 달리 유효기간을 무한정으로 설정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노조 자문기업 섹스탕엑스페르티즈(섹스탕) 대표 크리스티앙 펠레는 “경영자가 안전한 방법으로 조직개편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됐다”고 평가한다. 노동변호사 베아트리스 뷔르스테인과 노동자 자문위원 에마뉘엘 바르바라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기업에는 직무 또는 근무지 이동, 근무기간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에 유용한 경영 도구”이며 “아이디어와 혁신 의지만 있으면 공단협의 활용법은 수천 가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는 공단협에 대한 질적 평가는 하기 어렵다. 대부분이 프랑스 국민에게 낯선 중소기업에서 체결한 협약인 만큼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산업별 노사연맹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공단협은 전자문서화 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랑스 법률정보 사이트 레지프랑스에서 운영하는 페이지에 협약 전문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도 된다. 플라스틱가공업 사용자조합 플라스탈리앙스 대표 조제프 테이페는 “경영자는 경쟁기업에 기업의 재무 상태, 근무조직, 급여정책 등의 정보 노출을 꺼리므로 비밀 유지 보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2018년 5월 프랑스 국영철도회사(SNCF) 직원들과 노동총동맹(CGT) 조합원들이 파리 시내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REUTERS
넓은 적용 범위 
플라스틱가공업 노사조합에서 12%를 차지하는 소규모 사용자조합인 플라스탈리앙스는 공단협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현재까지 각 사업장에서 맺은 공단협은 스무 개이며, 절반은 초소형 기업에서 체결한 것이다. 플라스탈리앙스 대표는 “산업별 단체협약을 대체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단협은 노사가 윈윈하는 협약”이라고 확신한다. 
대표적 사례는 초소형 기업 플라스티트렁프의 단체협약이다. ‘경영상 필요’에 따라 체결된 이 기업의 단체협약은 37쪽에 이른다. 그만큼 다루는 사안이 많다. 근무시간, 유급휴가, 수습기간, 해고 사전 통지, 근속기간, 무급병가 등 대부분 규정이 바뀌었다. 이 협약이 경직된 경제 상황에서 체결된 사례도 있다. 프랑스 동부 두 지역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푸조 자피는 2018년 파리니아그룹에 합병된 뒤 단체협약을 맺었다. 또 다른 예는 글로벌 기업 그루프PSA다. 프랑스 동부 브줄 지역 물류센터에서 관리감독총연맹(CGC)과 CFTC, FO 등 세 조합의 동의를 얻은 뒤 공단협을 체결했다.
두 단체협약의 차림표를 살펴보자. ‘근무시간 8% 증가 대비 급여 3% 인상’이 주요 뼈대다. 근무인원과 투자 보완책 내용도 빼놓을 수 없다. CFTC 대표로 교섭에 나섰던 장폴 기는 말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즐거운 마음으로 단체협약에 서명한 것은 아니다. 외주화를 멈추고 시장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치러야 할 값이었다.”
 
노동자의 한계
글로벌 에너지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 타이어 제조기업 미슐랭, 보험회사 제네랄리, 건설회사 부이그 등 몇몇 대기업에선 이미 새로운 교섭 도구로 공단협을 이용한 지 오래다. 대부분은 지역 차원의 문제였다. 애초에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노사 대화 창구를 만들어놓으려 한 마크롱 대통령 뜻에 따라 생긴 제도이기 때문이다. 현장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려면 사회적 대화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 노동자 대표는 대부분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다. 기업 재무 상태를 분석하고 복잡한 노동법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노사교섭에서 제대로 된 요구사항을 내놓기 어렵다. 
이런 한계가 진짜 문제 되는 순간은 일자리나 투자가 위협받는 긴박한 상황에서 빈손으로 단체협약에 나서야 할 때다. 노동자권익보호단체 셍덱스의 폴 모트는 “노동자는 기업과 시장, 경쟁사를 분석하는 도구가 없어 사용자가 하는 말의 진위를 가리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노동자 대표가 전문가 도움을 요청하는 방안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보가 있어야 하고, 사용자와 협상하는 테이블에 제3자를 끌어들이는 ‘대담함’이 필요하다. 더욱이 전문가 지원을 받으려면 기준에 맞아야 한다. 사원이 50명 이하여야 하고, 기업에 경제사회위원회(CSE) 또는 기업위원회(CE)가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보완책 필요 
이런 이유로 공단협 가운데 탄탄한 보완책이 마련된 경우는 드물다. 일자리 보장, 투자 증가, 단체협약 적용을 거부하는 노동자에 대한 지원책 강화 등 보완할 점이 많다. 재검토 조항이나 규칙적인 감시 장치를 명시한 협약은 많지만, 임금 정상화 조항을 명시한 협약은 거의 없다. 섹스탕에서 62개 단체협약을 검토해본 결과, 임금 회복이 언급된 협약은 하나뿐이었다. 모두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하는 단체협약인데도 기한을 강제하는 조처를 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단협 남용을 막을 안전장치는 ‘과반수 합의’ 의무조항이 유일하다. 노동자 과반수를 대변하는 노조 가입자가 50% 이상 동의하거나, 전체 노동자 찬반투표에서 50%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3분의 2’이라는 기준선은 초소형 기업이라면 넘기 쉽지 않다. 기업경영 자문회사 알리시오의 부대표 조엘 비브는 “과반수 조항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용자도 있지만, 사업별 단체협약과 개별 근로계약서보다 우선하는 이런 종류의 단체협약에는 꼭 필요한 잠금장치”라며 “공단협이 활성화하려면 진정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사문제 전문가들은 공단협 지지 여부를 떠나 이 협약이 중소기업에서 유용한 카드로 쓰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섹스탕에서 2019년 체결된 협약만 300~400개이고 체결 예정인 협약도 적지 않다. 공단협은 이런 강점을 안고 현재 프랑스에 부는 순풍을 맞아 활발하게 확산될 전망이다. 경제사회위원회 설치가 끝나면, 2020년에는 많은 기업에서 노사가 협의의 장을 마련할 것이다. 더구나 ‘산업군통합’으로 산업별 단체협약이 효력을 잃으면 대체 협약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다. 사회적 대화를 할 여지가 충분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10월호(제394호)
L’avenir radieux des accords de performance collectiv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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