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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식으로 부분 통합 개선보다 지출 감소에 무게
[ISSUE] 프랑스 연금개편안 논란
[115호] 2019년 11월 01일 (금) 기욤 뒤발 economyinsight@hani.co.kr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연금제도 개혁으로 점수식 연금제를 제안했다. 현행 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정부 연금 지출을 줄이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가 크다.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노부부가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튈르리궁전 사이에 있는 정원 앞에서 관람 준비를 하고 있다. REUTERS

연금개혁안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 7월18일 연금개혁 고등판무관 장폴 들르부아예는 ‘보편적 연금제도를 위한 제안’을 내놓았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연금개혁을 2017년부터 진두지휘하고 있다. 위험부담이 큰 일이다. 들르부아예 보고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긴다. 

사실 연금개혁은 시급한 과제도 아니다. 프랑스 연금은 역대 정부에서 (여러 차례) 뜯어고친 덕에 수지 균형을 거의 이루었다. 소득대체율이 하락하는 현행 방식이라면 2070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연금 지출 비율이 줄어든다는 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전망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지금 ‘대공사’를 벌이려는 것일까. 
프랑스 연금은 오랜 기간 변화해 42개 제도로 구성된 현재 모습을 갖췄다. 42개 제도는 가입 기간, 은퇴 나이, 급여 산식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연금 개편은 모두 이런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공무원 특별연금과 일반연금의 차이를 비롯해 프랑스 연금제가 지닌 다양성은 여러 보험에 가입된 이들에게 혼란을 준다. 실질적으로 소득대체율이 비슷하지만 가입자 사이에 시기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부분 통합
이들 제도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임금노동자와 비임금노동자가 부담하는 보험료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만 봐도 차이가 상당하다. 무작정 보험료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다가는 비임금노동자의 경제활동 특성상 해결할 수 없는 과제만 낳을 위험이 있다. 들르부아예는 특수성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다. 
그의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노동자 연금보험율은 노동비용의 28.1%(사용자와 노동자가 각각 16.9%, 11.2%)로 조정될 것이다. 현재 사기업 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비임금노동자는 연소득 4만유로(약 5300만원)까지는 같은 비율만큼 낸다. 4만유로를 넘는 소득은 보험료율을 12.9%만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연금 기준소득에 상한선도 뒀다. 임금노동자와 비임금노동자 모두 연소득 12만유로(약 1억6천만원)까지만 보험료를 부과한다. 12만유로를 넘는 소득은 2.8%만 연대 기금으로 납부한다.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군공무원,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은 지금처럼 조기 퇴직이 가능하다. 공공보건의료 분야 공무원은 제외다. 현행 제도에 따라 57살에 퇴직할 수 있는 공공보건의료 분야 공무원은 개정 뒤 일반 규정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직종별 예외 조항 유지 여부와 상관없이 프랑스 사회 전반에 고강도·고위험 노동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2014년 연금 개편으로 고강도·고위험 직종 종사자들의 퇴직 조건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시행 단계에서 사용자 쪽 반대에 부딪혔다. 대안으로 2017년 도입된 정책은 노동법 규정에 따라 적용이 훨씬 어려워졌다. 그러나 들르부아예 보고서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반면 특별연금 가입 공무원에게 적용되던 혜택이 사라지고 일반연금 규정이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완전한 연금제 통합은 어려워도 개혁 방향은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똑같이 낸 보험료 1유로에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자”는 게 목표다. 2025년부터 1963년 이후 출생자는 납부한 보험료에 비례해 점수를 적립하고 연금을 받는 시기에 이를 급여로 환산한다. 점수 가치는 이때 결정한다. 
 
   
▲ 2018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은퇴한 고령자들이 연금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납부액 비례 점수
급여 산정 방식이 점수식으로 바뀌면서 지금까지 퇴직 이전 6개월 동안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정하던 공무원연금 급여는 구조적 대공사를 치르게 된다. 공무원 사이에서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이 가져올 효과를 두고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다. 점수식 연금제라는 쓴 약을 더 쉽게 삼킬 수 있도록 돕는 보안책으로, 들르부아예는 현재 급여 산정 기준에서 제외되는 특별수당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안한다. 
하지만 직종에 따라 상황이 달라 효과는 미지수다. 교사가 대표적이다. 특별수당을 받는 일이 드물다.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지 않는 한 점수식 연금제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기업 종사자는 소득이 가장 높은 25년 동안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급여를 산정한다. 따라서 점수식으로 바꿔도 극적 변화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보조연금이 이미 점수식 제도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들르부아예는 연금 지출을 줄이기 위한 연금개혁 논의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급여 연동 기준을 다시 한번 손보자고 제안한다. 프랑스 연금은 물가상승률과 연동되지만, 개혁안이 시행되면 그 기준이 국민 평균소득으로 바뀐다. 그러나 정작 퇴직자가 실질적으로 받는 연금급여의 가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함정이 있다. 마찬가지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
 
무늬만 대안
이론적으로, 점수식 연금제에서는 가입자가 자신의 누적 점수를 알 수 있다. 퇴직 뒤 받는 급여를 환산해 스스로 퇴직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들르부아예는 ‘전환연령제’ 도입을 제안했다. 현재 법정 퇴직 최소 나이 62살을 유지하되, 64살을 전환 나이로 설정한다. 64살 이전 퇴직자는 급여를 줄이고, 이후 퇴직자는 가산 급여를 받는 제도다. 20살 이전에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감액 없이 60살 생일이 지나면 조기 퇴직할 수 있는 특별 규정은 유지된다. 
전환 나이를 64살로 설정하면 25살 이후 연금에 가입한 이들은 지금보다 이익이다. 현재 규정상 완전연금을 받으려면 67살까지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환나이제는 사회적 합의가 있으면 (점수식 급여 산정과 상관없이) 현행 연금제도 틀 안에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 
들르부아예는 점수식 연금제가 여성에게 유리하다고 ‘선전’한다. 자녀 수에 따른 가산연금제 조건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세 자녀 이상이 아니라 첫 자녀부터 한 명당 5%씩 급여가 가산되도록 바뀐다. 부모 사이에 명백한 이견이 있지 않는 한 자동으로 여성 연금 급여에 가산금이 붙는다. 자녀가산제는 자녀 양육 태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퇴직 뒤 남녀 급여 격차를 줄이는 효과적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점수식 연금제로 바꾸지 않고 바로 도입할 수 있다. 
들르부아예는 이번 개혁으로 퇴직자 사이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급여 산정 방식을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자녀가산제와 최소연금 인상이 더 효과적이다. 최소연금은 현재 월 637유로(약 84만원)로 기초노령연금(868유로)보다 적다. 개정 이후 최소연금은 세후 최저임금의 85%로 인상된다. 2019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월 1023유로가 된다. 종합하면, 들르부아예 보고서에 제시된 방안은 대부분 연금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 바로 도입해도 좋다.
그렇다면 왜, 지금 상황에서 점수식 연금제를 그토록 강조하는 걸까. 정부가 점수 가치를 조절함으로써 연금 지출을 더욱 손쉽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결국 소득수준에 따라 퇴직 뒤 급여 수준이 결정되는 ‘확정급여형’에서 노동자가 매월 일정하게 납입하는 보험료와 무관하게 급여 수준이 결정되는 ‘확정기여형’으로 바뀌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 지출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면, 재정부와 재정지출 축소를 지지하는 이들이 오래전부터 집착하는 사안인 만큼, 들르부아예 방안이 효과적이기는 하다. 
 
열쇠는 재정부 손으로 
여기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점수 가치를 결정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질문에 들르부아예 보고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점수 가치가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을 안심시키려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 점수 가치는 바로 하락하기 마련이다. 정부와 국회에서 5년 단위 재정계획을 세우고 사회보호제도예산법안(PLFSS)에 연금 정책이 포함될 것이다.
노동자와 사용자 동수로 구성된 행정위원회는 결국 따를 수밖에 없는 정부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구실만 할 것이다. 프랑스 제5공화국 시대에 외형상 사회적 합의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연금제도 열쇠를 재정부에 맡기는 셈이다. 위험, 주의하시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9월호(제393호)
Les chausse-trappes de la retraite à point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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